장동민, 갓동민으로 거듭나기까지(인터뷰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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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매특허 ‘버럭 개그’에 즉흥적이고 거침없는 입담을 보여줄 것만 같은 장동민은 없었다. 케이블TV tvN 예능 프로그램 ‘더 지니어스 3’의 예상 외의 우승자로 등극한 그는 진중하고, 자신의 인생과 주변 사람들에 대해 사려깊은 배려를 아끼지 않는 모습이었다. 가끔씩 튀어나오는 비속어가 섞인 솔직한 단어들은 TV 속 개그맨 장동민임을 확인시켜줬지만, 그를 감싸고 있는 공기는 ‘버럭 개그’보다는 무심한 표정 뒤에 따뜻함이 감춰져있는 재미있는 동네 형, 오빠같은 분위기가 묻어났다. 이제는 인생의 동지가 된 유세윤, 유상무와 KBS 공채 개그맨으로 데뷔한 지 올해로 꼭 10년, 꾸준함이 빛을 보듯 그는 서른 여섯의 전성기를 맞고 있다.

Q. 장동민의 ‘지니어스’ 우승은 많은 부분에서 화제가 됐다. 소감이 궁금하다.
장동민: 1등하고 기분 나쁜 사람은 없겠지.(웃음) 올림픽 경기처럼 이것만을 위해 연습하고 나온 건 아니지만 다들 우승을 목표로 나온 사람들이고, 각자 인생에 자신감을 지닌 사람들이 출연했다. 나름대로 모두 우승을 염두에 두지 않으면 나오기 어려운 프로그램이다. 그런 사람들 사이에서 우승을 한 것 자체만으로도 무척 기쁘고 좋다. 과분하고, 운이 좋았다.

Q. 처음에는 주위 사람들이 모두 ‘지니어스’ 출연을 말렸다고 들었다.
장동민: 섭외가 왔을 때는 사실 스케줄도 안 돼 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출연한다고 하니 ‘지니어스’ PD와 작가를 빼고는 주변에서 모두들 말리더라. ‘나가서 욕 하면 안 되는 프로그램이다’ ‘거기 나가면 배신해야 이길 수 있다’ ‘인간의 본성이 나오는 게임인데 욕먹지 않겠냐’ 등 온갖 만류에 부딪쳤는데 그런 얘길 들으니 왠지 더 나가보고 싶어져서 스케줄을 어떻게든 조정해서 출연했다.

Q. 무엇에 그렇게 끌렸나?
장동민: 인간의 본성을 드러내는 게임이라면, 참여하면서 한번 36년 내 인생을 돌아볼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내가 어떤 생각을 하고, 어떻게 살고 있는지 내 인생을 평가받고 싶었다. ‘정말 배신해야 이길 수 있을까?’ 란 의문도 들었다. 결과적으로 난 한 번의 배신 없이 게임을 할 수 있었고, 그런 면에서 ‘아 내가 잘 살았구나’란 확신을 갖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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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지니어스’는 게임 특성상 서로 연합하고 때론 배신하며 승리를 향해 가는 프로그램이다. 그럼에도 게임진행중 배신을 하지 않은 특별한 이유가 있었나?
장동민: 성격 자체가 누군가를 배제하고 내가 뭔가를 취하는 걸 잘 못한다. 누군가 힘든 것보다 내가 힘든 게 좋고 누군가 해야 하는 일이면 내가 하는 게 좋다. 살면서 주변에서 ‘그렇게 해서 널 알아주는 사람도 있겠냐’는 얘기도 많이 들었다. 그런데 내 성격이 다른 사람이 어려운 걸 잘 못 본다. 그런 내 성향이 맞는 거라면 언젠가 좋은 게 올 거란 생각은 한다. ‘지니어스’에 참여하면서 ‘이제는 내 인생을 걸었다’는 표현을 많이 했는데 진심이었다.

Q. 어찌됐든 실제가 아니라 방송 프로그램인데 그토록 몰입하게 된 사연이 있었을까?
장동민: 나는 원래 약속을 많이 하는 스타일이 아닌데 프로그램 중 한 가지 약속을 했었다. 함께 출연한 오현민에게 “너 나랑 함께 갈래? 결승에서 만나자”고 했던 얘길 지키고 싶었다. 결국엔 그 약속도 지키게 됐고, 그러다보니 실제 이 게임이 내 인생처럼 느껴진 부분이 많다.

Q. 실제 인생처럼 생각했다면, 그만큼 생각할 지점도 많고 힘들었던 순간도 있었겠다.
장동민: 게임을 진행할수록 사람들이 나를 많이 믿어주더라. 그런데 어느 순간 그런 사람들이 타겟이 돼 떨어지는 게 힘들었다. ‘왜 자꾸 내 주변 사람들이 떨어질까’하는 생각에 한번은 내가 책임지고 꼴찌를 하겠다고 했다. 근데 그 날도 꼴찌를 못했다. 그렇게 우여곡절 끝에 결승까지 갔을 땐 ‘멘탈이 흔들린다’는 표현이 생각날 정도로 정신적으로 힘겹더라.

Q. 마지막 데스매치에서 역전으로 우승한 부분이 시청자들의 뇌리에 강하게 남았다.
장동민:
사실 마지막 승부에서 일반적으로 볼 때는 말도 안돼는 생각으로 한 수를 뒀는데 역전의 기회를 잡았다. 그날 회식 자리에서 이상민, 홍진호 씨가 ‘우리같으면 그렇게 안 했을 것’이라고 솔직히 얘기하더라. 하지만 난 코너에 몰린 순간에도 한번도 ‘이제 끝났다’고 생각한 적이 없었다. ‘끝날 때까지는 끝난 게 아니다’라는 생각을 강하게 품고 있었고 그래서 포커페이스를 유지할 수 있었다. 나는 나를 끝까지 믿었다. 돌아보면 내 인생도 그랬다. 포기하려 하지 않고 모든 일을 끝까지 물고 늘어졌고 그러다보니 좋은 일도 생기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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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특히 오현민과의 마지막 게임이 인상적이었다는 평이 많았다.
장동민: 결승에서 오현민에게 “난 질 생각은 없다. 다만 난 스무 살 이후 16년 동안 많은 경험을 했기 때문에 너에게 그걸 알려주고 싶다”는 얘길했었다. 마지막 3라운드 때 오현민이 나를 역전할 수 있는 기회가 있었는데 이 친구가 포기하는 게 느껴졌다. 그 때 게임 자체가 내게 유리하다기보다, 상대방이 전의를 상실하는 걸 보고 이기겠구나란 생각을 했다. 만일 그 친구가 서른 여섯의 오현민이었다면 어떻게 될지 몰랐을 거다. 그때 마치 스무 살의 장동민과 겨루는 듯한 느낌이었다.

Q. 함께 한 출연자들에 대한 애정도 남다른 것 같다.
장동민:
다들 무언가는 하나씩 얻는 게임이었다는 점이 인상적이었다. 예를 들어 오현민은 머리도 좋고 모든 것이 갖춰진 패기 어린 스무 살이다. 아마 그 친구는 처음으로 패배를 맛봤을 거고, 그건 인생이 주는 최고의 선물일 거다. 나 또한 그랬다. 스무 살의 장동민은 겁없고, 늘 내가 최고인 줄만 알았으니까. 그런가하면 하연주 씨는 대결할 때 눈빛이 흔들리는 걸 봤다. 그건 스스로를 믿지 못했다는 건데, 아마도 그 친구는 인생이라는 게임에서는 항상 스스로를 믿어야 한다는 걸 얻었을 것 같다.

Q. 장동민은 어땠나, 게임의 목표가 우승은 아니었나
장동민: ‘이기고 싶지 않아’라고 한다면 그건 거짓말이다. 이기고자 하는 의도는 있었다. 다만 나는 내 삶의 방식이 맞다면 우승이란 게 올 거고 그게 아니라면 진심으로 꼴등을 하려고 했었다. 중간에 같이 하는 사람들이 떨어지니 너무 마음이 아파 내가 꼴찌를 하려고 했었는데 결과적으로 꼴찌가 안 됐다. 사즉생 생즉사라는, ‘죽고자 하면 살고, 살고자 하면 죽을 것’이란 말이 생각나더라. 그런데 게임 자체보다는 끝나고 나니 사람들이 나를 지지해주는 게 굉장히 소중했다. 만족감이 컸고, 앞으로도 이렇게 살아야겠구나란 생각을 했다.

글. 장서윤 ciel@tenasia.co.kr
사진제공. 코엔스타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