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스크린② 여진구 ‘권법’하차부터 ‘님아’ 역주행까지…‘뜨거운 감자’들

여진구 ‘권법’하차부터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 역주행까지. 2014년 스크린을 데운 ‘뜨거운 감자’들을 모아봤다.

 1. 여진구 권법 하차
여진구

캐스팅을 둘러싼 영화 제작 이면의 세계가 적나라하게 드러난 사건이었다. ‘권법’은 조인성의 제대 후 복귀작으로 주목받다가 제작이 무기한 지연되면서 결국 조인성 캐스팅이 좌초된 작품이다. 여러 차례 제작무산 소식이 들려왔지만 ‘권법’ 측은 포기하지 않았다. 절치부심의 결과였을까. 한중합작으로 중국 자본이 들어온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권법’은 새로운 동력을 얻었고, 여진구가 캐스팅 되면서 오랜 방황을 끝내는 듯 했다. 하지만 여진구 측이 일방적인 하차 통보를 받으면서 ‘권법’의 세계는 다시 혼돈에 빠졌다.

제작사 측이 여진구 캐스팅을 확정한 상황에서 김수현에게 주인공 자리를 제안한 사실이 밝혀지면서 논란은 더욱 커졌다. “중국 측에서 현지 인지도가 없는 여진구 대신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를 통해 한류스타가 된 김수현을 은근히 원했고, 이것이 하차 이유”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반면 제작사 측은 여진구의 스케줄을 문제 삼았다. 여진구 주연의 ‘내 심장을 쏴라’가 7월께 촬영을 마치는데, 8월에 ‘권법’ 촬영에 들어가는 것이 무리라는 이유다. 결과적으로 조인성도 여진구도 김수현도 ‘권법’을 떠났다. 그 누가 ‘권법’의 세계에서 의리를 논할까. 현재 ‘권법’의 주인공 자리는 공석. 영화의 앞날은 가시밭길이다.

2. 19금에 빠진 남자스타들
19금 남

금지된 사랑은 영화가 사랑하는 소재다. 올해도 어김없이 위험한 사랑들이 스크린을 찾아왔다. 하지만 올해엔 유독 관심이 모인 이유? 송승헌-장혁-정우성 등 한 시대를 풍미한 ‘꽃미남 배우’들이 유혹에 흔들리는 30-40대 유부남을 연기했기 때문이다. 장혁이 ‘가시’로 스타트를 끊은 가운데, ‘인간중독’의 송승헌이 부하의 아내(임지연)에게 빠져들었고, ‘마담 뺑덕’의 정우성이 스무 살 처녀(이솜)를 만나 지독한 사랑을 키웠다. ‘치정’ ‘격정 멜로’ ‘베드신’이란 단어가 송승헌-장혁-정우성 이름 앞에 붙자, 전국의 여심이 ‘후끈’ 달아올랐다. 하지만 영화에 대한 관심은 흥행으로 연결되지 못했다. 심장 쪼그라들게 하는 감정을 그려내기란 쉽지 않음을, ‘벗는 게 능사’가 아님을 증명한 셈이다.

3. ‘군도’ vs ‘명량’ vs ‘해적’ vs ‘해무’, 빅4 대결
4대

월드컵 4강전만큼이나 흥미로웠다. 쇼박스 CJ 롯데 NEW가 준비한 ‘군도’ ‘명량’ ‘해적’ ‘해무’가 한주 간격을 두고 차례로 출격했다. 다들 ‘억’ 소리가 나는 규모의 영화들이었다. 결과는 알다시피 ‘명량’의 압승. ‘명량’의 기세는 국내 최고흥행기록을 보유한 ‘아바타’를 뚫고, 전국 1,761만 명을 기록했다. 이 어마어마한 숫자는 압도적이란 말밖엔. 최약체로 꼽혔던 영화 ‘해적: 바다로 간 산적’의 흥행도 이슈였다. ‘웃음’은 한국영화의 큰 힘임을 다시금 증명해 보였다. 반면 하정우·강동원의 만남으로 비상한 관심을 모은 ‘군도: 민란의 시대’는 손익분기점은 넘어섰지만 기대에는 미치지 못했다. 부제는 ‘민란의 시대’였지만 민란은 없고, 그 자라에 ‘서자의 설움’이 앉은 게 패착이었다. 봉준호 감독이 첫 제작을 맡은 영화 ‘해무’는 여름 블록버스터로는 무겁다는 평가 속에서 아쉽게 닻을 내렸다. 그래도 ‘해무’는 박유천이라는 선물을 충무로에 안겼다. 올해 박유천은 모든 시상식의 신인남우상을 휩쓸며 충무로에 안착했다.

4. ‘겨울왕국’ 천만 돌파, ‘렛 잇 고’ 앓이
겨울왕국

‘겨울왕국’ 감독이 팬들에게 사과했다. 왜? 주제가 ‘렛 잇 고(Let It Go)’ 때문에. 1년 내내 시도 때도 없이 흘러나온 ‘렛 잇 고’로 인해 많은 이들의 귀가 괴롭다는 것을 감독은 일찍이 눈치 채고 있었다. ‘별 요상한 사과가 다 있네’여겨질 만큼 ‘겨울왕국’의 흥행은 전세계적으로 어마어마한 것이었다. ‘겨울왕국’의 흥행엔 한국도 크게 일조했다. 어린이 관객은 물론 중·장년 관객까지 사로잡으며 애니메이션 사상 첫 1,000만 돌파라는 놀라운 기록을 세웠다. 지난 10월 월트디즈니와 픽사 애니메이션 스튜디오의 CCO 존 라세터가 내한, 2015~2016년의 라인업을 공개한 것은 할리우드가 한국 시장을 얼마나 중요하게 바라보는가를 가늠할 수 있는 중요한 리트머스 시험지이기도 하다. 이러한 할리우드 인식변화의 중심에 ‘겨울왕국’이 있다.

5. ‘어벤져스2’ 한국 상륙 작전
크리스 에반스
서울이 들썩이다. 지난 3월부터 4월까지, 할리우드 인기 슈퍼히어로 시리즈 ‘어벤져스: 에이지 오브 울트론’이 서울과 경기 일대에서 로케이션 촬영을 진행하며 촬영 내내 이슈를 낳았다. 도로가 통제되고, 경찰이 동원되고, ‘촬영 현장을 찍어서 올리면 3대가 망한다’는 뒤숭숭한 소문이 도는 가운데, ‘어벤져스2’ 촬영이 한국시장에 미치는 실효성을 두고 온라인에서도 뜨거운 설전이 벌어졌다. 이 설전은 아직도 진행 중이다. 결과는 ‘어벤져스2’가 개봉하는 내년 4월에 판정 날 예정이다.

6. 국감까지 옮겨간 ‘다이빙벨’ 논쟁
다이빙벨2

올해 부산국제영화제는 ‘다이빙벨’로 시작해 ‘다이빙벨’로 끝났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다이빙벨’은 ‘세월호 침몰사건’의 진실 규명을 위한 첫 작품. 영화는 부산국제영화제 초청 소식이 알려지면서 각 이해관계 단체로부터 상영 중단 요청을 받았다. 서병수 부산시장이 ‘다이빙벨’을 두고 ‘정치적 중립을 훼손할 수 있는 작품’이라며 상영을 반대하고 나선 데 이어 세월호 일반인 희생자 유족 측도 반발했다. 하지만 부산국제영화제 측은 외압에 의해 상영을 취소한 사례가 없다며 예정대로 상영했다.

‘다이빙벨’을 둘러싼 논란은 영화제 이후에도 이어졌다. 지난 7일 열린 문화체육관광부 대상 국정감사에서는 이 영화를 두고 여야 의원들의 뜨거운 설전이 일었고, 개봉 후엔 ‘외압설’이 불거졌다. ‘다이빙벨’ 측은 멀티플렉스 극장으로부터 차별을 당하고 있다며 공정거래위원회에 신고했지만, 상영관 측은 관객 수 부족을 이유로 그들의 주장을 묵살했다. 험난한 행보를 이어나간 ‘다이빙벨’을 지켜 본 관객은 현재까지 전국 총 4만 6785명이다.

7.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 올해의 역전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

‘인터스텔라’의 질주를 막은 것은 브래드 피트(‘퓨리’)도, 크리스찬 베일도(‘엑소더스: 신들과 왕들’도 이정재(‘빅매치’)도 아닌, 노부부의 진짜 사랑이었다. 1억 2,000만원의 초저예산으로 만들어진 다큐 영화가 1,800억 원대의 제작비가 투입된 할리우드 블록버스터를 연달아 끌어내리리라 예상한 이는 아무도 없었다. 하지만 입소문을 단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는 차트 역주행을 보이더니, 급기야 꼭대기를 장악했다. ‘계란으로 바위를 깰 수 있다’는 사실에 너도 나도 놀랐다. 누군가는 이변이라고 했고, 누군가는 기적이라고 했고, 누군가는 이것이 바로 사랑의 힘이라고 했다. 어떻게 부르든 상관없다. 모두 맞는 말이니까.

2014 스크린① 탕웨이부터 천우희까지…올해의 ★★(별별) 배우 10 

글. 정시우 siwoorain@tenaisa.co.kr
사진. 팽현준 pangpang@tenasia.co.kr, 영화 스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