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든 인디 컬렉션, 크랜필드, 소년소녀의 달콤쌉싸름한 꿈나라여행 (part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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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루키밴드들의 전쟁터는 춘추전국시대에 가까웠다. 군계일학의 독보적인 밴드는 없었지만 기대감을 안겨주는 여러 밴드들이 각축을 벌이는 양상으로 전개되었다. 부산출신 혼성 3인조 밴드 크랜필드가 K-루키즈 선정에 이어 EBS 스페이스 공감 헬로루키 결선에서 대상을 수상하며 2014년 최고의 루키밴드에 등극했다. 이들은 장르적으로 인디 팝에 가깝지만 슈게이징, 모던록, 앰비언트, 기타 팝, 드림 팝, 사이키델릭 등 다채로운 스펙트럼을 녹여내며 몽환과 현실을 넘나드는 독특한 사운드를 구사한다. 아직 미완의 대기이지만 자신들만의 독보적인 음악적 오리지널리티는 물론이고 익숙함을 안겨주는 유려한 멜로디는 음악성과 대중성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아낼 기대주로 부족함이 없다.

크랜필드 2014 헬로루키대상 수상후 앵콜송

2014 헬로루키대상 수상 후 앵콜 장면

2011년에 결성된 인디/드림 팝밴드 크랜필드는 이성혁(보컬&기타), 정광수(베이스), 지수현(드럼)의 3인조 정규멤버에 김홍용(기타/세션)이 세션으로 참여하는 라인업이다. 올해 이들이 일궈낸 화려하고 달콤한 성과와 순수하고 세련된 음악에서 고난의 가시밭길을 걸었던 이들의 회색빛 삶의 그늘과 눈물겨운 자기 극복과정의 흔적을 눈치 채기는 쉽지 않다. 크랜필드의 음악을 제대로 이해하고 가슴 뻐근한 감동을 맛보려면 눈물겨운 이들의 음악여정부터 인지할 필요가 있다. 대학시절에 만나 기분 좋게 밴드를 결성해 음악활동을 시작했던 크랜필드는 해체와 재결합이라는 성장 통을 이겨냈다. ‘아픈 만큼 성숙해진다’는 말처럼 ‘간절함’이란 필살의 무기를 장착한 이들은 더욱 단단해진 밴드 합을 구축해가며 이제 칙칙했던 과거를 걷어내고 일곱 색깔 무지개 꿈을 꾸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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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랜필드의 음악을 처음 접했을 때, 마치 소년이 꿈꾸는 몽롱하고 다양한 색채가 펼쳐지는 환상적인 한 편의 슬픈 동화를 듣는 느낌을 받았다. 꿈인지 생시인지가 모호한 몽환적인 색채로 덧칠된 세련된 이들의 음악에 담겨져 있는 이율배반적인 순수하고도 슬픈 질감은 이제껏 들어보지 못한 새로운 것이었다. 그런데 청년기의 막바지인 30살의 나이에 어떻게 이런 음색의 보컬을 구사하는지 쉽게 이해가 되질 않았다. 실제로 만나본 리드보컬 이성혁은 일상의 목소리와 노래할 때의 목소리가 완전 달랐다. 평소엔 딱 그 나이에 어울리는 목소리인데 왜 노래를 부를 땐 소년의 음색으로 변하는 것일까? 노래 또한 순수하고 환상적인 동화 같은데 전체를 휘감고 있는 이 슬픈 분위기의 원천은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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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려한 멜로디와 몽롱한 동화 같은 분위기만으로도 이들의 음악이 매력적이라 생각했는데 인터뷰를 통해 노래 속에 복병처럼 숨어있는 험난한 인생여정을 알고 나니 눈시울이 불거지는 격한 정서적 감흥에 사로잡혔다. 마치 변성기 이전의 소년의 미성을 구사하는 리드보컬 이성혁의 보컬 음색엔 봉인된 비밀이 숨겨져 있다. 나이에 어울리지 않는 소년의 꿈을 연상시키는 독특한 음색으로 들려주는 노래들은 시리도록 아픈 성장기의 트라우마를 벗어나려는 그의 절규일지도 모른다. 그래서 더욱 애틋하고 슬퍼서 매력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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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랜필드의 단순한 무대 퍼포먼스는 아직 설익은 상태다. 또한 능수능란한 가창력과 연주력을 자유자재로 구사하는 경지에 도달하지는 못했지만 성장 동력을 지닌 무궁무진한 잠재력의 밴드임에는 분명하다. 인디 팝 밴드 크랜필드의 라이브를 처음 접한 곳은 ‘K-루키즈’에 선정된 이후인 2014년 여름 홍대 앞의 한 소박한 라이브클럽에서다. 음반을 듣고 품었던 세련된 사운드와 분위기에 어울리는 멤버들의 이미지에 대한 환상은 처음 보는 순간에 산산조각이 났다. 밴드의 생명은 ‘간지’다. 자신들만의 선명한 음악적 색채와 오리지널리티를 담보하고 있음에도 이들의 라이브 무대는 음반에서 느꼈던 간지와는 거리가 있었다. 일단 비주얼부터 자신들의 음악 매력을 반감시킬 정도로 후줄근했다. 섬세하고 환상적인 자신들의 음악 질감을 전달하기엔 홍대 앞 라이브클럽의 음향시절도 너무나 열악했다.

음반을 듣고 난 후 이들의 라이브를 경험한 관객 상당수는 음반과 라이브의 편차에 실망했을 가능성이 농후하다. 나 역시 만약 음반이 아닌 라이브를 먼저 봤다면 과연 크랜필드라는 밴드에게 관심을 가졌을지 솔직히 의문이 든다. 그런 점에서 올해 크랜필드의 강력한 라이벌이었던 밴드 파블로프는 반대의 입장이라 할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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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랜필드가 자신들의 몽환적이고 환상적인 음악과 사운드를 제대로 구현하려면 수준급의 음향시설은 기본이고 음악의 매력을 극대화시켜줄 근사한 이미지 메이킹 또한 굉장히 중요한 요소다. 일상생활 때 입던 옷을 그대로 입고 무대에 올라 열악한 음향으로 들려주는 노래로 자신들의 음악적 매력을 제대로 전달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음반과 공연에서 극과 극을 경험시키는 편차는 그 때문이다. 크랜필드는 헬로루키 년 말 경연무대를 앞둔 마지막 순간에 그 같은 자신들의 아킬레스건을 인지한 것으로 보인다. 순백의 의상과 디테일해진 사운드 메이킹까지 변신은 의미심장했다. 2014 대한민국라이브 페스티발과 그랜드민트 페스티발 오프닝 무대는 이들의 긍정적 변신을 확실하게 각인시킨 서막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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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 1984년생인 이성혁, 지수현, 정광수는 부산 경성대 디자인과 동기들이다. 활동 초기이들의 모습은 여타 밴드들의 초장기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다. 이들도 자신들의 창작곡이 아닌 커버 곡을 주 레퍼토리로 연주했던 그저 그렇고 그런 밴드 중에 하나였다. 부산은 서울에 비해 라이브클럽 숫자가 적고 공연도 많지 않아 한 달에 12번 정도 공연을 하면서 80여개의 커버 곡으로 음악내공을 조금씩 쌓아갔다. 밴드해체의 아픔을 겪은 이들은 음악에 대한 간절함으로 다시 뭉쳐 부산에서 서울로 상경하면서 밴드의 공식적인 역사를 가동하기 시작했다.(part2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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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사진. 최규성 대중문화평론가 oopldh@naver.com
사진제공. EBS 스페이스 공감
편집. 권석정 moribe@tenas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