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형진│“더 소름끼치는 모습도 보여주고 싶다” -2

그렇게 만들어진 분위기가 결국 카메라 안에서도 잘 드러났던 거 같다. 극 중 노비들이 모여 있을 때는 뭔가 풀어지고 편안한 분위기가 만들어진다.
공형진 : 사실 무게 있는 역할 한다고 무게를 잡으면 주위 사람이 불편하지 않나. 가령 초복이 역할을 한 민지아 같은 경우에는 신인인데 얼마나 긴장되겠나. 그런데 그 친구가 잘해야 나도 빛이 나기 때문에 그 친구가 최대한 능력발휘 하도록 편하게 해주는 게 궁극적으로 내게도 도움이 된다. 그래서 틈만 나면 전화도 하고 현장에서 만나면 바로 대본 보기 전에 이런저런 이야기도 하고 그 친구가 준비한 걸 봐주기도 하며 지냈다. 그렇게 최대한 초복이와 업복이의 관계로 이끄는 게 답이라고 생각했고, 다행히 그 친구가 전폭적으로 믿고 따라와 줬다. 혹여 그 친구가 실수하면 스태프들이 뭐라 하기 전에 “우리 초복이는 하나를 가르쳐주면 딱 하나를 알아”라고 먼저 치고 들어가 부담감을 줄여주려 했고. 그 외에 같이 노비 역할 했던 친구들은 워낙 잘 지내던 친구들이었다.

“나는 분명 메시가 되고 싶은 성향을 가지고 있는 사람”
공형진│“더 소름끼치는 모습도 보여주고 싶다” -2
조금 전 메시 얘기를 하기도 했는데 사실 야말로 초호화 멤버에 완벽한 패싱 게임을 자랑하는 FC 바르셀로나 같은 느낌이었다. 그리고 이야기를 들을수록, 당신은 메시는 아니지만 실제적으로 게임을 지휘하는 중원의 사령관 같다.
공형진 : 물론 바르셀로나에 이니에스타나 샤비 같은 중앙 미드필더가 없다면 메시가 그렇게 빛을 발할 수는 없지. 그런데 나는 분명 메시가 되고 싶은 성향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다. 다만 누군가 잘하는 사람이 있다면 인정하고 박수치는 게 필요하다고 본다. 가령 내가 메시와 같이 일하기 싫다면 바르셀로나를 떠나면 되지만, 그게 아니라면 그의 장점이 무엇이고 내가 그를 위해 어떤 임무를 맡아야할지, 또 내가 도움 받을 건 무엇인지 정확히 알고 팀플레이를 해야 한다. 내가 메시처럼 되고 싶어서 열정을 가지고 배로 노력했는데도 안 될 수 있지만 그럴 땐 내가 더 잘하는 것에 대해 충분한 가치를 두고 살면 된다. 그렇게 상대방이 잘하는 걸 인정하고 스스로의 가치도 소중히 여기는 긍정의 힘이 중요하다.

일종의 포지셔닝일 수 있는데 그런 면에서 배역을 고를 때의 기준이 궁금하다.
공형진 : 일단은 어떤 작품이건 나를 필요로 하는 분들이 있으면 누구를 막론하고 이야기를 듣는다. 선별은 그 다음인 건데, 여러 선택 기준이 있지만 일단 어떤 사람과 같이 연기를 해야 하는지가 중요하다. 스타 배우냐 아니냐가 아니라 내가 호감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냐의 문제다. 그래야 아까 말한 나의 역량을 발휘할 동기부여가 되는 거다. 저 사람들과 함께라면 극에 흠뻑 빠져서 뭔가 더 끌어내려 애를 쓰겠구나. 만약 제조업이라면 부지가 달라지고 기계가 좀 바뀐다고 제품이 달라지는 건 아니겠지만 연기는 사람들끼리 살을 부비며 하는 작업이고 그게 결과물에 영향을 미친다. 별로 안 좋아하는 사람이 현장에 있으면 본능적인 반발이 있기 때문에 그 전에 초기 선택에서부터 포진해있는 사람들을 고려한다.

그런 면에서 수많은 사람을 만나는 tvN 를 선택한 건 잘 어울리지만 조금 의외기도 하다.
공형진 : MBC 의 감독이었던 tvN 송창의 전 대표님의 제의가 가장 큰 이유였다. 그 다음으로 듣는 입장에서 내가 몰랐거나 알고 있던 사람들과 좁은 공간에서 서너 시간 동안 대화하는 경험이 연기에 어떤 도움이 될지에 대한 호기심이 있었다. 지금 보면 노력 대비 효과는 만점이다.

게스트에 대한 접근은 어떻게 하나. 가령 ‘카라 편’과 ‘이경규 편’은 큰 시간적 간격 없이 방영됐는데 두 게스트는 방송 경험치에서 극과 극이지 않나.
공형진 : 물론 경규 형님 나올 때와 카라 나올 때는 180도 다르지. 경규 형 때는 그냥 장단만 맞춰주면 된다. 당장 얘기 듣고 있는 내가 웃겨죽겠는데. (웃음) 그런데 카라 같은 친구들은 나나 영자 누나가 툭툭 쳐줘야 하는 거고. 같은 경우에는 이영자 선배가 워낙 노련하게 자기 역할을 한다. 영자 선배가 할퀴면 내가 쓰다듬고. (웃음)

실제로 ‘카라 편’에서 조금 민감한 부분에서 과거의 이영자라면 좀 더 치고 들어갈 거 같은데 거기서 당신이 그냥 부드럽게 다음으로 넘기는 게 보였다.
공형진 : 내가 저 사람 같은 상황이라면 어떨지 생각한다. 그걸 생각하면 조심스러워진다. 어렵게 시간 내서 뭔가를 같이 하러 온 사람인데 그 사람에 대해 미리 인지도 하고 편안하게 해줘야 하지 않나. 취조하려 만난 것도 아니고. SBS라디오()에서도 신경 쓰는 부분인데 호스트의 입장이 되면 기본적으로 쇼에 나오는 분들을 예쁘게 포장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물론 없는 걸 있는 척할 수는 없겠지만. 고마운 건 그래도 지금까지 살면서 사람들에게 인심을 잃진 않았는지 내로라하는 게스트들은 에 다 나왔다.

“배우는 주관이 흔들리면 위험한 직업”
공형진│“더 소름끼치는 모습도 보여주고 싶다” -2공형진│“더 소름끼치는 모습도 보여주고 싶다” -2
이처럼 일하는 과정에서 다른 이와의 조화를 신경 쓰는 동시에 자기 자신에게 가장 집중해야 한다는 면에서 배우라는 직업이 정말 어려울 거 같다.
공형진 : 결론부터 말하자면 배우는 개인 역량도 중요하고 팀플레이도 중요하지만 결국 최측근, 즉 자기 가족의 배려가 필요하다. 그만큼 힘들고 예민한 직종이다. 한 인간으로서 희로애락이 있고 컨디션의 차이가 있지만 내가 슬프다고 슬픈 표정을 지으면 안 되는 일이지 않나.

결국 에고가 강할 수밖에 직업이겠다.
공형진 : 그럴 수 있지. 내 가치를 남들이 알아줘야 하는 직업인데 발명가 같은 경우에는 뚜렷하게 눈에 보이는 발명품으로 스스로를 증명할 수 있지만 나는 남이 연기 못하는 거 같다고 하면 게임 끝이지 않나. 그 중압감이나 압박은 상상도 못할 거다. 그렇기 때문에 자기 자신을 지탱하기 위해서 배우로서의 자존감과 자신감을 지키려 끊임없이 애를 써야 한다. 주관이 흔들리면 위험한 직업이다.

그렇기 때문에 자기 증명이 중요할 거 같다.
공형진 : 나이가 있으니까 20대 때처럼 생각할 수는 없고, 경제적인 것하고 배우로서의 성과도 내야하는 숙제가 남았지만 지금까진 잘해왔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아직도 갈증이 난다. 더 소름끼치는 모습도 보여주고 싶고 끊임없이 계속 달려가고 싶다. 내가 분명 굴지의 톱스타는 아니지만 어쨌든 내 꿈을 아직 가지고 있다. 그 꿈을 위해 가야 하는 길이 있는 거고. 전에 ‘무릎 팍 도사’에서 내 인생의 정점이 없다고 했는데 어쨌든 정점을 향해 계속 올라가고 싶다. 그런 면에서는 자신 있다. 다만 나이를 먹다 보니 시야가 좀 달라져서 내가 좀 더 잘할 수 있고 두각을 나타낼 수 있는 배역을 찾아 소화하는 게 최고 무기구나 싶다.

그런 면에서 의 업복이는 분명 인상적인 통과 지점이다.
공형진 : 다른 작품은 끝나면 시원섭섭했는데 이번 는 섭섭하기만 했다. 그만큼 업복이를 마음에 들어 했던 거 같다. 그렇다고 업복이만 붙잡고 있을 수는 없으니 빨리 를 빠져나와야지. 다만 다시 예전처럼 코믹하고 유쾌한 역할을 해도 과거의 그것과는 좀 달라져야겠지. 그렇게 바뀌는 과정이 즐겁다. 앞으로 멜로를 할 수도, 악역을 할 수도 있지만 어떻게든 해낼 거 같다.

글. 위근우 eight@10asia.co.kr
사진. 이진혁 eleven@10asia.co.kr
편집. 이지혜 seven@10as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