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도 남자?① ‘나는 남자다’ 이동훈 PD, “남자도 때론 여자보다 더 상처받을 수 있죠.”(인터뷰)

KBS2 '나는 남자다'의 이동훈 PD

KBS2 ‘나는 남자다’의 이동훈 PD

“남자의, 남자에 의한, 남자를 위한 프로그램.” 지난 4월 파일럿 프로그램으로 첫선을 보인 KBS2 ‘나는 남자다’에 대한 이야기다. 첫 방송의 여파는 꽤 강렬했다. ‘눈물’, ‘엔들리스(Endless)’ 등의 곡으로 남자들의 ‘노래방 18번’ 가수로 손꼽히는 고유진이 축하 무대를 꾸몄고, ‘국민 첫사랑’ 수지가 게스트로 출연해 ‘남심’을 사로잡았다.

하지만 기대감이 너무 컸던 탓일까. 정규 편성 이후 ‘나는 남자다’가 걸어야 할 길은 평탄하지만은 않았다. ‘국민 MC’ 유재석과 임원희, 권오중, 장동민, 허경환을 앞세운 ‘나는 남자다’는 화려하게 막을 올렸지만, 대중이 이미 ‘지상파 심야 예능’에 등을 돌린 터라 시청률 부진에 시달려야만 했다.

헌데 최근 들어 ‘나는 남자다’를 향한 반응에 묘한 변화의 기류가 감지되기 시작했다. 그간 프로그램에 출연했던 ‘호화 게스트’가 아닌, 스튜디오를 채운 100명의 남자 방청객들의 이야기에 관심을 기울이는 시청자의 수도 크게 늘었다. 특히 ‘특이한 이름을 가진 남자’, ‘닮은꼴남’, ‘취업준비생남’ 등 특집 편은 재미와 감동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으며 ‘나는 남자다’만의 색깔을 드러내는 데 성공했다.

시즌제로 기획돼 첫 번째 시즌의 반환점을 돌아선 ‘나는 남자다’는 이 상승세를 이어받아 새 막을 열어젖힐 수 있을까. 프로그램의 수장인 이동훈 PD에게 그 가능성을 물었다.

Q. 어느덧 시즌1의 반환점에 도착했다. 소감이 궁금하다.
이동훈 PD: 솔직히 말해서 성공적이지는 않다. 시청률이 아쉬운 건 둘째 문제고, 우리만의 독특한 색깔을 보여드리지 못해 아쉬움이 남는다.

Q. ‘독특한 색깔’에 대한 고민이 계속되고 있는 것 같다. 전체적인 큰 틀을 제외한 나머지 코너들이 가변적으로 운영되고 있는 느낌이다.
이동훈 PD: 여러 가지 제약들이 있다. ‘스튜디오 녹화’라는 부분도 그렇고. 하지만 원래 기획 단계부터 고정적인 코너를 넣겠다는 생각은 없었다. 공통분모를 가진 방청객 100명을 모은다는 게 쉬운 일은 아니지 않나. 처음부터 모집단이 누구냐에 따라서 맞춤형 구성으로 갈 생각이었다.

Q. ‘특이한 이름을 가진 남자’, ‘취업과 전쟁’ 편 등이 큰 화제를 모았다. 매주 다른 아이템을 생각해내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니겠다.
이동훈 PD: 메시지와 재미가 동시에 있어야 하니까, 정말 쉽지 않다. 특이한 사람만 찾다보면 또 방청객 모집이 쉽지 않다. 보통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프로그램은 출연자의 ‘특이성’에 초점을 맞추는 경향이 있다. 반면 우리는 좀 더 보편적인 사람들을 모으고 싶었다. ‘보편적인 고민’이 있어야만, 방송에서 그 부분에 대한 공감이 생길 것 같았다.

Q. 어찌 보면 ‘나는 남자다’라는 타이틀이 명확하게 어떤 정체성을 드러내고 있는 것과는 대조적으로 들리기도 한다. 이 부분 기획 단계부터 고려된 부분인가.
이동훈 PD: 출발점은 단순한 생각 하나에서부터였다. ‘비슷한 처지의 남자들끼리 모이면 즐겁지 않을까’하는 것. 허심탄회하게 비밀 이야기도 하고, 같이 웃고, 다른 데서는 꺼내 놓지 못할 고민들도 나누고…. 그런 측면에서 ‘남자’라는 장치를 설정했다.

Q. 방송 전에는 ‘남자’라는 문구와 일본 야한 동영상을 패러디한 타이틀만 보고 수위 높은 19금 토크를 기대하는 분들도 많았다, 하하.
이동훈 PD: 하하하, 절대 19금 프로그램은 아니다. 물론 남자들끼리 이야기하면 한 두마디 정도는 나올 수도 있겠지만. ‘남자’라는 단어에는 그것보다도 더 큰 무엇인가가 담겨져 있다고 생각했다.

KBS2 '나는 남자다' 스틸

KBS2 ‘나는 남자다’ 스틸

Q. 확실히 남자들만 모아 놓으니 그림이 다른 것 같다. 리액션도 여성 방청객들과는 사뭇 다르다.
이동훈 PD: 남자 방청객들은 극과 극을 달리는 리액션이 특징이다. 조금이라도 마음에 들지 않으면 여지없이 야유가 쏟아진다, 하하하. 일종의 파티 같은 거다. ‘나만 이런 고민을 하는 줄 알았는데, 비슷한 고민을 하는 사람이 100명이나 있네’하는 느낌. 물론 ‘나는 남자다’가 고민을 해결해주는 건 아니다. 문제 해결보다는 공감에 더 초점을 맞춘 거다. 특별 게스트도 이들을 위한 선물인 셈이고. 보통의 ‘소셜 클럽’(social club)이 그렇지 않나.

Q. 이야기를 풀어내는 방식이 온라인 커뮤니티와도 비슷한 것 같다. 온라인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어떤 특성들을 방송으로 옮겨 놓은 느낌이랄까.
이동훈 PD: 분명히 그런 분위기가 있다. 실제로 나도 모 온라인 커뮤니티를 즐겨 이용하는 편이다. 남자들의 커뮤니티를 보면 정말 말도 안 되게 다양한 이야기들이 오간다. 그런 이야기와 정서를 방송에서 다뤄보고 싶었다.

Q. 방송을 보니 남자들만 모아 놓았을 때의 장단점이 확연히 드러나더라. 마치 새 학기가 시작됐을 때의 교실의 분위기랄까. 뭔가 어수선한 가운데 방송에서 드러내기 쉽지 않은 ‘남자의 어떤 특성’들까지 끄집어내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이동훈 PD: 리액션만 봐도 그렇다. 우리도 항상 놀란다. 녹화를 하다보면 정말 재밌는 상황이 자주 연출된다. 그 남자들만의 쓸데없는 경쟁심, 승부욕 같은 것도 보이고, 하하하. 방청객들도 분위기에 취해 녹화라는 사실을 금세 잊는 것 같더라.

Q. ‘나는 남자다’가 담고 싶은 남자의 특성이라는 건 무엇일까. 타이틀을 이렇게 정했을 때는 뭔가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었을 듯한데.
이동훈 PD: 사실 ‘남자’라는 단어를 한 마디로 정의하기는 굉장히 난해하다. 다만 한 가지 확실한 건 ‘남자가 보기보다 복잡하고, 약하다’는 것이다. 흔히 ‘남자’라는 단어를 쓸 때보면 격투기를 좋아하고, 모였다하면 군대 이야기를 하는 그런 모습을 떠올리기 쉽다. 하지만 그건 ‘남자’라는 단어가 담고 있는 여러 고정적인 이미지 중 하나일 뿐이다. 그 이면에 오늘날을 살아가는 ‘남자’의 진짜 모습이 있지 않을까 싶었다.

Q. 메시지를 확실히 살릴 수 있는 방법을 찾는 게 급선무겠다.
이동훈 PD: 사실 아직까지도 확실하게 잡힌 게 없는 것 같기는 하다. 제작진도 고심을 거듭하고 있다. 하루빨리 우리만의 색깔을 찾고, 프로그램의 존재 이유를 보여드려야겠다는 생각뿐이다.

Q. 그런 측면에서 방송을 앞둔 ‘나는 여자다’ 특집 편이 어떤 실마리를 제공해줄까.
이동훈 PD: 사실 이번 기획은 처음 ‘나는 남자다’ 파일럿을 준비할 때부터 생각했던 기획이다. 특이한 이름, 연예인 닮은꼴, 음치 등 다양한 고민을 가진 여중-여고-여대 출신 여자 방청객 100명이 스튜디오를 찾는다. 앞서 남자 편에서 다뤘던 고민들을 다 모아 놓은 격인데, ‘함께 모여 고민 혹은 즐거움을 나누는 소셜 클럽’이라는 프로그램의 성격을 보여드릴 수 있을 것 같다.

글. 김광국 realjuki@tenasia.co.kr
사진제공. KB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