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유미, 그냥 보아도 예쁘다, 자세히 보니 더 예쁘다(인터뷰)

정유미가 들려준 삶의 한조각, 흥미롭고 건강했다

정유미가 들려준 삶의 한조각, 흥미롭고 건강했다

정유미의 30대는 20대보다 더 풍요롭다. 일이 전부였던 20대의 터널을 지나 진짜 자신과 대화를 시작하게 된 30대, 그 문턱에 들어선 정유미는 삶의 균형을 맞춰가고 있다고 고백했다.

최근 MBC 일일드라마 ‘엄마의 정원’을 끝내고, 첫 영화 주연작 ‘터널’까지 선보이는 등, 매스컴에서 비추는 그녀는 배우로서 분주한 하루하루를 채워가고 있다. 그렇게 가시적인 성과 가운데, 정유미는 이제야 일과 자신을 제대로 저울질 하고 있다고 말한다.

좀 더 어렸던 시절, 비록 정신없이 달려왔을지언정 그 안에 차곡차곡 쌓인 노력을 발판삼아 인간적으로 성숙해진 정유미는 그 어떤 거추장스러운 허위들에 지배당하지 않고 진정 행복한 자신을 위해 노력하는 소탈하고도 참 어여쁜 사람이었다. 그냥 보아도 예뻤지만, 자세히 보니 더 예쁜 그런.

차곡차곡 자신의 인생에 충실한 이는 언제 보아도 아름답다

차곡차곡 자신의 인생에 충실한 이는 언제 보아도 아름답다

Q. ‘엄마의 정원’을 끝냈다. 정말 징글징글하게 마음 고생을 해야했던 윤주를 표현해야 했다. 결혼관도 바뀌었으리라 생각된다.
정유미 : 안그래도 결혼에 대한 환상이 없었는데 다 깨져버렸다. 일말의 환상도 남아있지 않다(웃음). 이제 주변 친구들도 하나 둘 결혼을 하기 시작하는 나이인데도 불구하고 나와는 동 떨어진 이야기 같았다. 그러던 차, 윤주까지 만나니 ‘결혼은 정말 아무나 하는 것이 아니구나’ 싶었다. 윤주를 통해 극에 치닫게 된 결혼을 경험하고보니 아직은 나인채로 즐기고 싶다는 생각이 더 강해졌다.

Q. 주변이 시끄러울 수록, 진짜 내 모습으로 돌아가는 시간을 갖는 것은 중요한 것 같다.
정유미 : 20대 때는 일만 바라보고 살았다. 한 작품을 마치면 바로 다음 작품을 하는 등, 쉬지 않고 일했다. 쉬게 된다면 혹여나 관계자들이 나를 잊어먹지는 않을까라는 강박도 있었다. 연기를 시작한 지 따지고보면 10년인데, 그 기간을 돌아보니 한 번도 제대로 쉰 적이 없더라. 그런데 서른이 넘으면서, 정말 나인채로 살아본 시간이 별로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결혼한 친구들을 보면 아무리 독립적 자아를 가진 친구들도 아이 챙기고 남편 챙기고 시댁 챙기느라 나인채로 살기가 힘들던데, 나도 그 전에 나를 많이 찾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Q. 정신적으로 고단한 윤주를 통해 연기적 갈증은 그래도 많이 풀 수 있지 않았을까.
정유미 : 아쉬움도 많고 오히려 갈증이 더 생긴 것이 참고 견디는 아이었기 때문이다. 매 순간 자신을 감춘 채 지내는 윤주를 연기하며 지르는 연기를 갈망했다. 그런데 끝까지 윤주는 참고 참더라. 참, 일관성은 있는 아이다(웃음).

Q. 점점 그 인물에 동화되어 가지는 않던가.
정유미 : 아무래도 윤주인채로 생활하다 보니까, 좀 답답해졌다. 그렇다고 일상에서 풀 여유시간도 없었고.

Q. 그런 스트레스는 어떻게 풀어나갔나.
정유미 : 함께 일하는 사람들의 마음이 가장 중요하다. 일단 ‘엄마의 정원’에서는 젊은 연기자들의 성격들이 다 좋았다. 상대역 최태준 씨도 나이가 어린데도 불구하고 생각보다 애늙은이었다. 또 무엇보다 선생님들이 많이 이끌어주셨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이런저런 조언들을 많이 해주셨다. 선생님들은 마음을 잡도록 도움을 주신다. 굳이 무슨 이야기를 하지 않으시더라도, 첫 회부터 마지막 회까지 리딩을 다 참석하시는 등, 그저 존재하시는 것만으로도 본보기가 되는 선배님들과 함께 작업했다. 그런 분들과의 협업이 곧 위안과 힘이 된다.

Q. 참, 드라마 상 남편 최태준은 예능 속 남편(정준영)과도 연관이 있더라.
정유미 : 최태준 씨는 과거 MBC ‘우리 결혼했어요'(우결)에서 가상 부부로 호흡한 정준영 씨의 절친한 친구더라. 생각도 깊고 파트너십도 좋았다. 사실 많이 어린 친구와 호흡하는 것에 걱정도 됐는데, 기우였다. 생각도 깊은데다 노안이기도 하고(웃음).

Q. 줄곧 드라마 등 연기만 하도 예능으로 외도한 이유를 뒤늦게라도 들려준다면.
정유미 : 연기자란 직업이 소통할 수 있는 공간이 생각보다 적다. 실제 내가 어떤 사람인지 그대로 보여드릴 기회가 없다보니 ‘우결’에 출연하게 됐다. 그런데 그보다는 라디오DJ를 더 하고 싶기는 하다.

정유미는 자신을 더 그리고 올바르게 사랑하는 법을 알고 있다.

정유미는 자신을 더 그리고 올바르게 사랑하는 법을 알고 있다.

Q. 말하는 것을 들어보면 정유미도 사람을 좋아한다는 것이 느껴진다.
정유미 : 작품을 같이 하면 사람들이 남는 편이다. 연락도 자주하고 종종보고. 주변 사람을 잘 챙기고 술도 잘 마신다. 그러다보니 ‘여배우 같지 않다’는 말을 종종 듣는다. 그래도 나는 청담동 카페 돌아다니는 것보다 막걸리에 파전이 더 좋은걸(웃음). 누군가 이상형을 물어봐도 그런 것들을 함께 할 수 있는 사람이어야 한다. 같이 자전거도 타고, 걷기도 하고 그런.

Q. 아직은 혼자가 더 좋다고 하지만, 이제 주변에서는 ‘연애하라, 결혼하라’ 등 잔소리에서 자유로울 수 없을 것도 같다.
정유미 : ‘엄마의 정원’에서 내가 맡은 역할도 지고지순했고, ‘우결’에서의 모습도 있어 주변에서 누군가를 소개해주신다는 분이 많지만, 단 한 번도 끌려본 적이 없다. 엄마는 ‘만나라도 봐야 될 것 아니냐’고 하시지만, 나는, 글쎄 잘 모르겠다. 아직은 내가 더 소중한 시간을 갖고 싶다.

Q. 올해는 첫 주연 영화 ‘터널’도 선보였다.
정유미 : 쭉 드라마만 경험하다 오랜만에 영화 현장을 경험하니 재미가 있었다. 영화 다시 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끔 한 작품이었지. 고생도 많이 했고, 스코어가 썩 좋지 않았지만 내게는 의미가 큰 작품이다. 무엇보다 함께 한 친구들이 너무나 좋았다. 그런 사람들과 함께 했으니 나는 참 운이 좋다는 생각까지 했다.

Q. 정신없었던 20대를 지나, 30대 초반을 지나는 당신, 2014년의 정유미는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가.
정유미 : 기본에 충실하고 초심을 잃지 않는 사람이 되고자 한다. 누군가는 연기자라면 가끔은 일탈도 해봐야 한다고 하는데, 나는 내가 옳다고 생각하는 길로 사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여긴다. 타인에게 해를 끼치지 않고 바른 길을 걸어가면서도 풍족하게 행복하게 살 수 있다. 20대의 나는 주변의 시선을 많이 신경썼던 것이 오디션, 미팅 등 늘 평가의 연속선에 있었고 작품에 들어가도 관객의 시선이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서른이 넘어가면서 내 자신에게 집중하고 싶고 연기자 정유미가 아닌 사람 정유미가 어떻게 하면 좀 더 행복해질 수 있는지에 대해 생각을 하게 된다.

글. 배선영 sypova@tenasia.co.kr
사진. 구혜정 photonine@tenas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