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혜교│“즐거운 만큼 괴로워진다. 더 잘하고 싶어지니까” -2

<가을동화>, <호텔리어>, <풀하우스>. 멜로드라마의 여주인공 송혜교. 혹은 밝고 씩씩한 송혜교. 우리는 흔히 송혜교라는 이름에서 이런 이미지들을 떠올린다. 그것은 송혜교가 스타이기는 하되 전형적인 장르 안에서 움직이는 배우로 기억되고 있다는 이야기이기도 했다. 하지만 송혜교는 어느 순간부터 달라지기 시작했다. 그는 영화 <황진이>에 출연해 온전히 자신이 이끌어가는 영화를 경험했고, 독립영화 <시집>을 통해 그 나이 또래의 여성 스타가 하지 않았던 행보를 보여주기 시작했다. <그들이 사는 세상>은 그런 송혜교의 새로운 시도에 방점을 찍어줄지도 모를 터닝 포인트다. <그들이 사는 세상>에서 그는 비극이나 코미디가 아닌 일상의 사람들과 드라마 제작 현장 속으로 들어갔다. 그는 왜 드라마 속의 여주인공 대신 그 드라마를 찍는 감독의 현실 속으로 들어갔을까. 맥주 한 잔을 앞에 두고 송혜교에게 질문을 던졌다.

준영은 타인의 아픔을 잘 이해 못해서 마찰을 빚는데, 당신은 반대로 주변 사람들의 생각에 대해 많이 조심스러워 하는 것 같다.
송혜교
: 나는 일을 하면 일에 집중하긴 하지만 내 주변 사람들을 다 챙기는 성격이다. 주변 사람들을 못 챙기면 신경이 쓰여서 일을 잘 못하기도 한다. 그래서 준영이가 부러울 때도 있다.

원래 그런 성격인건가.
송혜교
: 천성이다. 그래서 만나는 사람 폭이 좁아지는 것도 있고. 만나는 사람을 간추려서 내가 잘 해줄 수 있는 사람만 만난다. 그 사람들은 내가 잘못했을 때 나를 이해할 수 있을 만큼 깊은 관계의 사람들이기도 하고. 많아야 7명 정도?

“남들과 똑같은 길로 가고 싶다는 생각은 없다”

그렇게 남들을 신경 쓰면 스트레스 받지 않나.
송혜교
: 나 좋자고 하는 행동이다. 내가 데뷔 10년이 넘었는데, 현장에 늦은 적이 거의 없다. 나는 나 때문에 누가 날 기다린다는 게 너무 싫은 거다. 현장에서도 내가 기분이 안 좋아서 인상을 찡그리고 있다 누군가 “쟤 왜 저래” 이렇게 바라보면 신경 쓰여서 연기가 잘 안되고.

그러면 참아야 할 게 많지 않나.
송혜교
: 현장에서 그런 건 별로 없고, 바깥에서 나와 친하지 않은 사람들이 나한테 이상한 이야기를 할 때 싸우지 못하면 죽을 것 같다. 내가 왜 이러고 살아야하지? 나하고 아무 상관없는 사람한테 왜 저런 이야기를 들어야 하지? 거기에 대응할 수는 있겠지만 그러면 상황이 더 커지니까 그렇게 할 수도 없고.

이번에는 연기력 논란에 대한 기사도 나왔다. 당신은 작품을 할 때마다 연기력 논란이든, 이번에는 성공할까 실패할까 하는 식이든 늘 당신에게 부담을 주는 기사들이 나온다. 그런 기사를 10년째 보고 있는 셈인데, 그럴 때 기분은 어떤가.
송혜교
: 상처는 입는다. 하지만 내 직업상 그런 평가를 받는 건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나도 내가 어떤 부분에 문제가 있다는 걸 알고 있고, 고치려고 노력한다. 다만 이번의 몇몇 기사는 화가 나기도 했다. 예를 들어 나는 <그들이 사는 세상>을 찍고 있는데, <풀하우스>의 기준만으로 날 보는 경우도 있다. 나는 <풀하우스>같은 작품에 여전히 메여 있어서 문제인데, 결국 <풀하우스>같은 연기만 할 수 있으니까 <풀하우스>같은 작품만 해야 한다는 식. 그건 모순 아닌가. 그리고 그 기사를 보고 방송도 보지 않은 채로 기사를 그대로 실었던 경우도 봤고. 그럴 때도 그냥 담담하게만 받아들이긴 어렵다.

그 나이 또래하고 다른 생활을 하면서 잃은 것도 있고, 얻은 것도 있는 거 같다.
송혜교
: 잃은 게 있긴 하겠지만, 많이 잃었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오히려 어렸을 때 사회에 빨리 나와서 자리를 잡으면서 얻은 게 훨씬 많다고 생각한다.

그렇게 자리를 잡은 뒤에 지금의 당신은 당신이 재밌어 하고, 배우고 싶은 걸 도전해보는 건가.
송혜교
: 인기는 계속 있었으면 좋겠다. (웃음) 그런데 나도 서른이 다 돼가고, 내 본분이 연기니까 거기서 제대로 인정받고 싶다. 남들과 똑같은 길로 가고 싶다는 생각은 없다. 만약 그렇게 가야 한다면 가는 건데, 앞에 길이 두 개 있을 때 굳이 다 가는 길로 갈 필요는 없다.

해외 진출은 그런 길의 한 부분인가.
송혜교
: 해외에 나가는 건 나 스스로 만족하고 싶은 부분이 클 거다. 해외는 한국하고 시스템이 너무 다르다. 자존심 다 버리고 활동할 각오가 없으면 너무 힘들고. 거기서는 신인보다 못한 위치로 취급 받기도 한다.

“일은 즐거운 만큼 괴로워진다. 더 잘하고 싶어지니까”

겪어보니까 진출해야겠다는 욕심이 생기던가.
송혜교
: 욕심이 생겼다. 할리우드 영화 보면서 이름만 알았던 프로듀서를 진짜로 만났고, 그들에게 나에 대해 어필해야 했고. 그 과정에서 도전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더라.

해외 시장에 가면서 생각해놓은 방향은 없나. 아시아 여배우는 아직 배역의 선택 폭이 좁은데.
송혜교
: 그런 건 없다. 일단 오우삼 감독의 <1949>에 출연할 예정이다. 오우삼 감독이 <황진이>를 보고 날 캐스팅했다고 하는데, 그래서 여성스러운 배역이다. 잘 자란 집 딸로 전쟁이 터지면서 남편을 전쟁터로 보내는 역. 그 뒤에는 구체적으로 정해진 건 없지만, 나 자신을 위해서 일을 많이 하고 싶다. 중화권에 많이 왔다 갔다 하니까 배우도 만나고, 프로듀서도 만나면서 배우는 게 많다. 작게는 파티에서 어울리는 몸짓이나 제스처까지. 우리는 파티 문화가 전혀 없으니까 어색했다가 그들과 어울리면서 성격도 바뀌게 되더라. 국적이 달라도 배우들이 서로 통하는 게 있으니까 서로 어떻게든 대화를 하면서 가까워지고.

넓은 시장에 가는 두려움 같은 건 없나.
송혜교
: 없다. 내가 거기서 성공을 거둔 다음에는 무서워질 수도 있을 거 같은데, 나는 거기서는 시작 단계니까 무조건 가는 거다. 내가 좋아하는 배우가 나탈리 포트만인데, 그 사람은 머리를 밀어 보기도 하고, 때론 웃기는 뮤직비디오도 찍고, 고전적인 영화도 출연하지 않나. 나도 그런 배우가 되고 싶다.

은근히 용감한 데가 있는 거 같다.
송혜교
: 약간 무대뽀다. (웃음) 그래서 옆에 있는 사람들이 은근히 힘들어 한다. (웃음)

당신의 지금 고민은 뭔가. 배우로서, 그리고 인간으로서.
송혜교
: 대사? (웃음) 발음부터 내가 대본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지까지 다 고민된다. 지금 이런 고민을 하다니, 10년 동안 뭐 했나 몰라. (웃음) 그리고 사람으로서는… 내 주위에 너무 좋은 사람들이 많이 있어서, 지금은 드라마 속 주준영에 대한 고민이 많다.

일을 즐겁게 하고 있는 건가.
송혜교
: 즐거운 만큼 괴로워진다. 더 잘하고 싶어지니까. 싫은 소리 들을 수 없고. 그래서 더 예민해지고 어려워지는 거 같다.

그러면 당신이 미래에 되고 싶은 모습은 무엇인가.
송혜교
: 정확히 알 수는 없다. 일단 연기를 열심히 하고 싶다. 그리고 결혼을 하면 가정이 첫 번째가 될 거 같다. 어렸을 때부터 내 가정을 이루고 싶은 마음이 컸으니까. 그래도 연기는 계속하겠지만, 가정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게 될 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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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혜교 – 김재욱

인터뷰. 백은하 (one@10asia.co.kr)
인터뷰. 강명석 (two@10asia.co.kr)
정리. 강명석 (two@10asia.co.kr)
사진. 이원우 (four@10asia.co.kr)
편집. 이지혜 (seven@10as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