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동원의 씨네컬 문화읽기, ‘헤드윅’ 록 공연을 동시에 맛보는 뮤지컬

뮤지컬 '헤드윅' 김다현.

뮤지컬 ‘헤드윅’ 김다현.

냉전 시절의 동베를린. 엄마와 단둘이 살고 있는 소년 한셀의 유일한 즐거움은 미군 라디오 방송을 통해 나오는 록 음악을 듣는 것. 그러던 어느 날 그에게 암울한 자신의 환경을 탈출할 기회가 찾아온다. 미군 병사 루터가 그에게 여자가 되는 조건으로 결혼을 제안한 것이다. 원하는 걸 얻으려면 희생은 감수해야 한다는 어머니의 말씀에 성전환 수술을 받는 한셀. 게다가 엄마 이름 헤드윅으로 바꾸고 완벽한 여성으로 탈바꿈하려 했으나, 문제가 생겼다. 싸구려 수술의 실패로 그의 성기엔 일인치의 살덩어리가 남았으니…. (중략)

19982, 이전엔 볼 수 없던 새로운 형태의 뮤지컬이 탄생했다. 바로 존 카메론 미첼과 스티븐 트래스크의 공동작업으로 만들어진 록 음악과 모놀로그가 결합된 뮤지컬 ‘헤드윅이다. 이 작품의 원제는 ‘Hedwig and the Angry Inch’다. 우리말로 옮기면 헤드윅과 화난 일인치라는 이상한 제목인데, 공연을 보면 자연스레 이 타이틀이 붙여진 이유를 알 수 있다.

한국에선 2005년 무대에 오른 이래 무려 10년간 식지 않은 인기를 이어가고 있는 헤드윅’, 2014년 올해로 헤드윅 탄생 10주년을 기념하는 의미라고나 할까, 주인공 역으로 무려 7명의 배우가 캐스팅된 것만 봐도 이 공연의 열기가 얼마나 대단한 지를 짐작할 수 있다.

영화 그 이상의 매력
영화 '헤드윅'
헤드윅’은 오프브로드웨이 작품에 주어지는 최고의 영예인 Obie AwardOuter Critics Circle Award를 수상한 뮤지컬이다. 이후 이 뮤지컬이 영화화 되었을 때에도 신화는 계속되었다. 영화 헤드윅이 선댄스영화제 최우수 감독상과 관객이 뽑은 최고의 영화상을 수상한 것이다. 이처럼 작품성은 물론이고 흥행까지 거머쥔 배경에는 뮤지컬과 영화 양쪽에서 연출과 주연을 맡은 미첼의 천재적인 역량이 발휘된데 기인한다.

그럼 영화와 뮤지컬, 두 작품의 공통적인 주제는 무엇일까? 그건 바로 앞서 언급한 타이틀 일인치의 의미와 연관이 있다. 주인공 헤드윅이 겪는 남성도 여성도 아닌 불안정한 성정체성으로 인한 갈등과 고통이며, 이를 절규하는 듯한 강렬한 록음악으로 승화시켰다. 그리고 주인공이 겪는 성 정체성 갈등은 그녀의 남편이자 앵그리 인치밴드의 백보컬 이츠학도 포함된다크로아티아에서 드랙퀸으로 인기를 구가하던 그 역시 미국으로 건너오는 자유를 얻는 대가로 여장을 하지 못하게 됐기 때문이다.

결국 이러한 점에서 헤드윅과 이츠학은 모두 감당할 수 없는 큰 상처를 지니고 고통스러워하는 아웃사이더들이다. 그래서일까? 헤드윅의 짙은 화장과 엽기적인 복장이나 체념한 듯한 표정의 이츠학에서 느껴지는 건 어색함이 아닌 일종의 연민이다. 특히 여장을 벗어던지고 본연의 모습으로 돌아오는 장면에선 참으로 힘들게 억압과 굴종으로부터 탈피했다는 안도감마저 든다.

뮤지컬 '헤드윅' 전혜선.

뮤지컬 ‘헤드윅’ 전혜선.

흥미로운 점은 뮤지컬과 영화 모두 주인공 역으로 나선 미첼이 가톨릭집안과 군인 아버지라는 성적(性的)으로 매우 보수적인 집안에서 성장했다는 사실. 그럼에도 트랜스젠더를 소재로 한 헤드윅을 연출했을 뿐만 아니라 그 자신도 커밍아웃을 선언했다는 게 아이러니다. 더욱이 그가 커밍아웃을 한 때가 에이즈 확산 문제로 전 세계가 게이를 향해 일종의 마녀사냥이 벌어지던 1980년대 초반이라는 점이 놀랍다. 또한 그는 이 작품 이외에도 적나라한 성행위 묘사로 논란이 됐던 영화 숏버스를 연출하면서 어느 여성과 오럴섹스를 하는 카메오로 나오기도 했다.

다음으로 뮤지컬 헤드윅의 가장 큰 장점은 뮤지컬과 록 공연의 재미를 동시에 맛볼 수 있다는 것. 2시간 내내 무대를 뛰어 다니며 폭발적인 가창력을 쏟아내고, 내레이션은 물론이고 관객을 상대로 애드리브까지 하는 헤드윅 역의 김다현을 보면 절로 탄사가 나온다. 늘씬한 몸매와 앳된(?) 외모와는 대조적으로 엄청나게 발산하는 그 에너지의 원천은 어디에서 나오는 걸까. 또한 이츠학 역을 맡은 정혜연의 가창력도 대단하다. 특히 그녀가 부른 ‘I Will Always Love You’는 대표적인 예. 어쨌든 관객을 숨 쉴 틈 없이 몰입케 하고 열광케 하는 뮤지컬, 바로 헤드윅이 갖고 있는 독특한 마력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끝으로 이 공연의 팁 하나. 물벼락(?)을 맞고 싶고 무대 위에서 배우들과 화끈한 댄스를 출 기회를 얻고 싶다면 가급적 앞좌석을 예약하시길.

씨네컬은 시네마(Cinema)와 뮤지컬(Musical)을 합성한 말로, 각기 다른 두 장르를 비교 분석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편집자주>

. 문화평론가 연동원 yeon0426@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