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LINE, 최민식

최민식: “1,000만 원을 벌든 1,000억을 벌든 엄청 유명해지든 그렇지 않든 사람은 다 포차에서 만난다. 소주 마시면서 만난다. 얽매이지 마라. 소소한 거 챙기며 살아라.” 1,000만 영화배우 최민식이 초보 영화배우 박유천에게 건넨 말 – 박유천, ‘씨네 21’과의 인터뷰 중
최민식 10라인
꾸숑: 대중에게 최민식이라는 배우의 존재를 알린 첫 캐릭터. 연극무대에서 활동하던 최민식은 1990년 TV드라마 ‘야망의 세월’의 꾸숑 역으로 스타덤에 오른다. 강한 캐릭터를 소화한 그는 한동안 대한민국에 터프가이 신드롬을 일으키기도 했다. 인기는 그리 오래 가지 않았다. 꾸숑보다 더 매력적이고 뜨거운 인물을 만나기란 쉽지 않았다. 그렇게 내리막길을 걷던 최민식은 MBC ‘서울의 달’에서 연기한 우직한 시골청년 춘섭을 통해 다시 상승세를 탄다. 그러나 드라마의 성공과는 별개로, 그는 이혼 등 개인적인 일로 힘든 시기를 보냈고, 아킬레스건이 끊어지는 사고를 겪은 후엔 부상 후유증에 슬럼프를 겪기도 했다.

장진: 영화감독이자 연극 ‘택시드리벌’의 연출가. 사실 먹고 살길이 막막했던 그에게 TV 드라마는 호구지책에 가까웠고, TV에서의 성공은 그에게 독이 되기도 했다. 최민식은 당시를 이렇게 회상한다. “처음으로 인기라는 것을 얻은 거죠. 방송 출연료는 꼬박꼬박 통장을 살찌웠고 덕분에 생활은 너무 안락했어요. 사람이 이상해지더라고요. 그런 상황에서 사람은 흔들리게 되어 있어요. 변하죠.” 그런 그에게 결정적으로 자극을 준 건, 연극 ‘택시 드리벌’이다. 오랜만에 돌아간 연극에서 그는 매너리즘에 빠진 자신을 발견했고, 정신이 병들어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이건 아니다. TV를 접자! 내가 좋아하는 연극과 영화만 하자”라고 마음먹은 것도 바로 그때.

한석규: 동국대학교 연극과 1년 후배이자, ‘서울의 달’ ‘쉬리’에 함께 출연한 배우. 한석규의 추천으로 송능한 감독을 만나 오디션을 치른 최민식은 영화 ‘넘버3’에서 깡패보다 더 깡패 같은 3류 검사 마동팔 역으로 충무로의 눈도장을 받는다. “죄를 지은 놈이 나쁘지 죄는 아무런 죄가 없다”는 독특한 신념의 마동팔은 지금도 깡패 캐릭터를 논할 때 자주 호출되는 인물. 이후 그는 한국 영화 르네상스를 열었던 영화 ‘쉬리’에서 북한 특수 8군단 테러리스트 박무영 역을 통해 사람들에게 강한 인상을 남겼다. 최민식은 이 작품으로 한국의 게리 올드만이라는 찬사를 받으며 대종상 남우주연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이후 ‘해피엔드’에서 아내 대신 집을 돌보는 실직자로, ‘파이란’에서 오락실을 방황하는 3류 양아치로, ‘취화선’에서 오원 장승업 역을 맡으며 송강호-설경구와 함께 한국영화계의 든든한 허리로 자리매김했다. 트로이카의 시대 개막.

박찬욱: ‘올드보이’, ‘친절한 금자씨’의 감독. 최민식 없는 ‘올드보이’를 상상할 수 있을까. 영화에서 최민식은 영문도 모른 채 15년간 감방에 갇힌 남자 오대수 역을 맡아 복수에 굶주린 짐승 같은 연기를 펼치며 ‘최민식 팬덤’을 형성했다. 오대수로인해 전국 중국집의 군만두가 불티나게 팔렸다. 산낙지를 통째로 흡입하는 연기는 영국동물보호단체로부터 ‘잔인하고 야만적인(brutal and savage)’적이라며 항의를 받는 해프닝도 일으켰다. 그가 연기한 ‘장도리 액션’ 씬은 영국의 유명 영화사이트 토탈필름에서 ‘역대 영화 싸움씬 톱50’으로 지목하기도 했다. ‘올드보이’는 지금도 세계 영화인들의 입에 오르내리고 있고, 그 안에 최민식은 오대수로 아직도 살아 숨 쉬고 있다.

하정우: ‘범죄와의 전쟁’에서 함께 출연한 배우. 2005년 ‘친절한 금자씨’ 이후 5년. 최민식 인생의 빙하기가 찾아온다. 이 시간, 최민식은 고액 출연료 파문과 대부 광고CF, 스크린쿼터 축소 반대 투쟁 등으로 자의반, 타의반으로 영화판을 떠나 있었다. 많은 사람들은 최민식의 시대가 저물었다고 평가했다. 그는 천천히 대중들에게 잊혀졌다. 하지만 최민식은 독립영화 ‘히말라야, 바람이 머무는 곳’을 통해 스크린으로 돌아왔고, 2010년 김지운 감독의 ‘악마를 보았다’로 상업영화로의 본격 복귀를 알렸다. 그리고 만난 ‘범죄와의 전쟁’. 영화에서 최민식은 상대를 구워삶는 기막힌 화술과 위기일발의 상황에서 빛나는 잔머리를 지닌 반달 최익현을 맡아 등장하는 장면 장면마다 폭탄을 터뜨렸다. 그런 그를 보며 이 말 밖에는, “살아있네~!”

이경규: 최민식의 동국대 연극영화과 선배. 두 사람은 학창시절 각 학번마다 한 명씩 있던 ‘삼수갑산’ 클럽의 멤버로 연을 맺었고, 이후 30년 넘게 우정을 이어오고 있다. 좀처럼 제작보고회 같은 행사 사회를 맡지 않는 이경규는 최민식을 위해 ‘범죄와의 전쟁’ 제작보고회를 지원 사격했고, 최민식은 이경규가 진행하는 SBS ‘힐링캠프’에 출연하며 끈끈한 의리를 과시하기도. ‘힐링캠프’를 통해 최민식이 한 번도 건강검진을 받지 않았다는 사실을 알게 된 이경규는 방송 후 직접 병원 건강검진을 예약하며 후배사랑을 실천했다는 후문이다. 감독에 뜻이 큰 이경규는 종종 최민식에서 러브콜을 보내기도 하는데, 이들이 감독과 배우로 만날 수 있을지도 궁금해지는 대목.

박훈정: ‘악마를 보았다’의 각본가이자 ‘신세계’의 감독. 김지운 감독에게 ‘악마를 보았다’ 시나리오를 먼저 제안한 것은 최민식이었다. 최민식은 ‘신세계’가 투자 난항을 겪을 때에도 끝까지 박훈정 감독을 기다려 줬는데, 최민식이 박훈정 감독을 유독 아끼는 것은 그의 재능과 마인드 때문. 최민식은 박훈정 감독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곤조(根性)라는 말이 있지 않습니까. ‘한 줄도 못 고쳐. 고치면 끝이야. 당신하고는 안 해!’ 이런 프라이드가 대단해요. 그게 좋아요. 그런 친구들이 드물거든요, 요즘. 투자사가 수정하라고 하면 바로 고치는, 현실적응이 너무 빠른 친구들이 많아요. 재수 없어요, 솔직히. 이해는 되지만 젊은 작가들이 그게 뭡니까. ‘곤조’가 있어야 해요. ‘나는 아티스트’라는 마인드가 있어야 자기 색을 표현할 수 있는 겁니다. 그게 설사 과잉으로 표출되더라도, 다 그러면서 배우는 거잖아요. 그 정신! 그 의식! 자기가 쓴 글 한 줄에 목숨 거는 그런 놈들이 많이 나와야 해요. 감독이든 배우든 작가든 간에, 그런 애들이 뭘 해도 하는 거죠.”라고. 그런 최민식의 차기작은 박훈정 감독의 ‘대호’다

스칼렛 요한슨: 최민식이 ‘루시’에서 호흡을 맞춘 할리우드 배우. 최민식은 ‘루시’를 통해 할리우드 진출과 동시에 박스오피스 1위를 거머쥐었다. 영화에서 최민식이 맡은 캐릭터는 피도 눈물도 없는 마약상 보스 미스터 장. 뤽 베송은 감독은 최민식의 캐스팅을 위해 직접 한국을 방문할 정도로 공을 들인 것으로 알려졌는데, ‘한국의 게리 올드만’에게서 오래 전 ‘레옹’에서 함께 작업한 진짜 게리 올드만을 떠올렸을 수도.

이순신: ‘명량’에서 최민식이 연기한 ‘그 분’. 최민식은 자신이 연기한 이순신을 ‘그 분’이라 호칭한다. “자신이 초라해질 만큼 완벽한 인간과 맞닥뜨리니까 이걸 어떻게 표현해야 하나” 고민과 고민의 연속이었다. 어려울 줄 알면서도 영화에 도전한 이유에 대해 최민식은 운명 같았다”고 말한다. 여러 인터뷰에서 최민식은 “논리적으로나 기술적으로 설명할 수 없지만 연기자는 무당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해왔다. 그에게 연기란 어떤 영혼을 몸 안으로 받아들이는 일인 셈. ‘명량’을 보며 최민식표 이순신에게 탄복했다면, 그것은 그가 이순신을 단순히 흉내 내려고 했기 때문이 아니라, 이순신의 마음에 최대한 가까이 다가가고자 했기 때문일 것이다.

Who is next

최민식과 영화 ‘해피엔드’에서 부부 연기를 펼친 전도연이 SBS 드라마 ‘별을 쏘다’에서 호흡을 맞춘 조인성

글. 정시우 siwoorain@tenasia.co.kr
편집. 이제현 인턴기자 leejay@tenas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