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시우의 영감대, ‘두근두근 내 인생’ 송혜교라는 변수

두근두근 내인생 포스터
추석은 극장가 최대 대목 중 하나다. 추석 민심을 잡기 위해 배급사들은 일찍부터 물밑 작업에 들어간다. 배급사의 꼼꼼한 기준을 통과한 영화들이 추석 관객들을 만난다. 올해 CJ엔터테인먼트가 추석 대표 주자로 선택한 영화는 이재용 감독의 ‘두근두근 내 인생’이다. 김애란 작가의 동명소설이 원작이다. 2011년 출간되자마자 3개월 만에 14만 부의 판매고를 기록한 인기 소설이다. 같은 해 올해의 우수문학 도서로 선정되며 작가의 명성을 입증하기도 했다. 하지만 CJ가 이 영화의 가장 큰 무기라 여긴 것은 김애란도, 원작소설의 인기도 아니었을 것이다. 아마도 그건, 강동원과 송혜교라는 카드였을 것이다.

영화마다 제각기 기대를 모으는 요소들이 있다. 어떤 영화는 소재로 관객의 흥미를 끈다. 어떤 영화는 감독의 힘으로 달린다. 또 어떤 영화들은 배우로 인해 주목받는다. 이전에 비해 스타의 티켓파워가 약해졌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스타는 스타다. 스타는 팬을 움직이고, 유행을 선도하고, 문화를 이끈다. ‘두근두근 내 인생’은 세 번째에 해당하는, 그러니까 배우의 지분이 크게 차지하는 영화다. 강동원과 송혜교라는 아름다움의 대명사가 부부로 만난다? 아닌 게 아니라 두 사람의 캐스팅 소식이 전해지자마자, 영화에 대한 ‘두근두근’한 기대평들이 쇄도했다.
송혜교

그래서였다. 배우 송혜교의 탈세혐의 논란이 터졌을 때 ‘두근두근 내 인생’ 내부에 비상이 걸린 것은. 이 영화의 가장 큰 미덕이었던 배우의 힘은 양날의 검이 됐다. 예상대로 반응은 심란했다. 개봉전 평점 9점대의 높은 점수를 받던 영화는 송혜교의 세금 탈루 논란과 함께 평점테러를 맞았다. 논란은 자동 번식했다. 논란이 일정 수준을 넘으면, 논란 자체가 논란이 되곤 하는데 송혜교의 경우가 그랬다.

논란의 중심에 선 송혜교에겐 몇 가지 선택지가 놓여 있었을 게다. 숨거나, 침묵하거나, 맞서거나. 송혜교는 ‘정면돌파’을 선택했다. ‘두근두근 내 인생’ 언론시사회(21일)에 참석하고, 인터뷰도 예정대로 진행했다. 영화 상영후 마련된 기자간담회에 앞서 홀로 무대로 등장, 직접 입장을 표명하기도 했다.

무대에서 사과문을 읽어 내려가는 송혜교는 최대한 평정심을 유지하려 하는 모습이었나, 미세하게 떨리는 음성마저 숨기지는 못했다. “모든 것은 무지로 인한 저의 책임입니다. 이 자리에 서는 게 맞나 고민을 많이 했지만 제 잘못에 대해 숨거나하는 방법이 이 영화에 큰 피해를 줄 거라 생각했습니다. 쓴 소리를 겸허히 받아드리고 영화에 피해가 없고자 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제 과오를 떠나 영화가 영화 그대로 평가 받을 수 있도록 머리숙여 부탁드립니다.” 송혜교의 사과문에는 주연 배우로서의 책임감이 고스란히 묻어났다. 언론도 언론이지만, 논란 이후 처음 얼굴을 맞댄 동료들 앞에서 송혜교가 어떤 마음이었을지는 그 누구도 모를 일이다. 이후 인터뷰에서도 송혜교는 “영화는 영화로만 봐 달라”며 논란이 영화에 미칠 영향에 특히 신경 썼다.
송혜교

다른 건 몰라도, 영화에 대한 송혜교의 입장은 틀린 게 없다. 작품은 작품 그대로 평가받는 것이 타당하다. 문제는 앞에서도 말했듯, 이 영화가 지닌 가장 큰 힘이 송혜교라는 배우에게 있었고, 그것은 그녀가 지닌 기존 이미지에 기반을 두고 있었다는 점에서 쉬운 일은 아니다.

송혜교는 스타다. 스타 가운데에서도 톱스타다. 송혜교의 스타성은 외모에서 출발했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그녀는 자신의 아름다움을 과시하는 대신, 메시지가 있는 작품, 흥행성보다 작품성을 갖춘 작가들을 찾았다. 저예산 독립영화에 꾸준히 출연하며 자신에 대한 신뢰를 쌓았다. 빠르게 변하는 트렌드와 변덕심한 대중과 언론을 상대하며 10년 넘게 톱스타 자리를 이어온 것은 분명 스스로에 대한 치열한 담금질 끝에 얻은 결과이다. 그러한 그녀이기에, 무지에서 벌어진 일이든 실수이든 그 어떤 이유에서든, 이번 논란은 아쉬움이 크다.

송혜교는 호소했다. “저는 지금까지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과 욕심부리지 않고 좋은 일을 하며 살았습니다. 3년간의 세금을 덜 내고자 행복을 포기할 이유가 없습니다.” 하지만 시간을 돌릴 수 없고, 송혜교에겐 신뢰도 추락이라는 가볍지 않은 생채기가 남았다. 그녀의 호소에 대한 답은 대중에게 넘겨졌다. 그런 의미에서 송혜교가 ‘두근두근 내 인생’의 변수인 만큼, ‘두근두근 내 인생’도 송혜교 인생에 큰 변수라는 생각이 든다. 이 작품의 흥행성패에 따라 송혜교가 배우로서 지니고 있는 가치가 재평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과연 변수의 향방은 어디로 흐를까.

글. 정시우 siwoorain@tenasia.co.kr
사진. 팽현준 pangpang@tenasia.co.kr, 영화 포스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