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세일러 “재결성 결심했을 때 우린 정말 취했었지”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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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한국 공연에서 이 곡을 했을 때 관객들이 모두 미친 듯이 뛰어댔던 장면을 잊을 수 없어요. 그야말로 최고의 순간이었죠.”

스타세일러의 보컬 제임스 월시는 이렇게 말하고 ‘텔 미 잇츠 낫 오버(Tell Me It’s Not Over)’를 연주했다. 브릿팝을 대표하는 록밴드 스타세일러는 지난 1~3일 사흘간 인천 송도 달빛문화공원에서 열린 ‘인천 펜타포트 락 페스티벌’(이하 펜타포트)의 마지막 날 메인 무대를 뜨겁게 달궜다. 2009년 이후 오랜만에 한국을 찾는 스타세일러는 소리를 지르지도 않고, 뛰어다니지도 않고, 그저 노래의 힘으로 무대를 채웠다. 오랜만에 원년멤버가 재결합한 이들은 공백을 무색케 할 만큼 탄탄한 사운드, 그리고 제임스 월시의 호소력 짙은 목소리로 관객을 사로잡았다. 공연을 본 음악평론가 윤태호 씨는 “밴드의 재결성을 두 팔 벌려 환영할 이유를 찾았다”며 스타세일러의 귀환을 반겼다.

2000년에 결성된 스타세일러는 영국 특유의 서정적이면서 우울한 감성을 잘 대변한 밴드였다. 영국 록, 포크의 전통적인 느낌과 90년대의 우울, 그리고 2000년대의 경쾌함을 모두 겸비한 소중한 팀이었다. 2009년 4집 ‘올 더 플랜스(All The Plans)’를 끝으로 제임스 월시가 본격적인 솔로 행보에 나서면서 팀은 잠정적으로 활동을 중단했다. 최근 다시 재결합한 이들은 올해 6월부터 투어를 시작해 ‘펜타포트’에서 한국 팬들을 만나게 됐다. 현장에서 스타세일러를 만났다.

Q. 스타세일러로 2009년 이후 약 5년 만에 내한한다. 오랜만에 한국 공연을 하는 소감이 어떤지?
매우 흥분된다. 한국은 우리에게 특별한 곳이다. 우리를 기다려준 한국 팬들에게 감사하다. 어제는 카사비안 공연을 즐겁게 봤다.

Q. 스타세일러로는 세 번째 내한이고, 제임스 월시는 재작년 솔로로 내한하기도 했다. 한국에 대한 추억이 많을 것 같다.
‘지산 밸리 록 페스티벌’이 특히 기억에 남는다. 한국 관객들은 반응이 정말 대단했다. 공연을 할 수 있는 최고의 분위기를 만들어줘서 항상 즐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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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올해 6월부터 원년멤버들이 재결합해 투어를 하고 있다. 다시 뭉치게 된 계기가 있나?
멤버들이 오랫동안 떨어져서 시간을 보냈다. 음악을 가르친 멤버도 있고, 다른 밴드를 한 이도 있다. 그렇게 떨어져 지내면서 서로의 소중함을 깨닫게 됐다. 스타세일러가 아닌 다른 삶을 살다보니 자연스레 스타세일러가 그리워졌다. 모일 시점이 된 거다.

Q. 누가 먼저 재결성을 제안했나?
누가 먼저라고 할 것도 없었다. 리버풀에 모여서 술을 마시다가 넷이 함께 같이 하자고 의견을 모았다. 그때 굉장히 많이 취했었다. 하하

Q. 재결성 투어를 돌고 있는데 오랜만에 함께 무대에 서니 어떻던가? 과거와는 또 다를 것 같다.
예전보다 훨씬 신선하다. 10년 동안 함께 밴드를 하고, 그것이 삶의 일부가 되면 음악활동이 무뎌질 수 있다. 그런데 오랜만에 다시 모이니 정말 좋았다.
제임스 월시: 솔로활동을 한 것이 지금 밴드에 더 도움이 되는 것 같다. 혼자서 활동을 하려면 전보다 더 자신감이 필요하다. 내공이 더 쌓인 것 같다.

Q. 다시 뭉쳤으니 새 앨범 작업을 시작해야 하지 않나?
결국에는 만들게 될 것이다. 하지만 지금 당장은 아니다. 지금은 새 앨범 발표보다, 그 전에 발표한 노래를 다시 공연에서 노래하고, 그 안에서 어떠한 의미를 찾는 것이 중요하다. 그리고 앨범을 만드는 데에는 충분한 시간이 필요하다. 자연스럽게 나오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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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이제 데뷔한지 약 15년 정도가 흘렀다. 지난날을 돌아봤을 때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은?
글쎄, 유투(U2)의 서포트 공연을 했던 게 생각난다. 또 프랑스 공연이 기억에 남는데, 그 때 영국차트에서 ‘포 투 터 플로어(Four To The Floor)’가 1위를 했었다. 팬들의 반응이 대단했다. 그리고 한국에서 첫 번째 공연을 잊을 수 없다. 정말 반응이 대단했으니까.

Q. 예전에 한국 공연에서 리아나의 ‘엄브렐러(Umbrella)’, 그리고 비틀즈의 노래를 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오늘도 깜짝 레퍼토리를 선보일 것인가?
뭘 할까? 깜짝 선물로 할 것이기 때문에 비밀로 하고 싶다. 그런 커버를 즐기는 편이다. 좋지만, 공연에서 하기에는 조금 부담스러울 수 있는 곡들을 어쿠스틱하게 편곡해보는 것이다. (이날 스타세일러는 비틀즈의 ‘투마로우 네버 노우스(Tomorrow Never Knows)’를 마지막 곡으로 해줬다)

Q. 스타세일러는 영국의 한 시대를 풍미한 밴드로 꼽힌다. 자신들의 매력을 말한다면?
다른 밴드와 다른 점이라면 오르간이 강조됐다는 것? 서정적인 멜로디와 가사 외에 특별한 감성이 있는 것 같다. 특히 우리는 밴드의 소리가 좋다. 효과음을 쓰는 것을 배제하고 클래식한 느낌을 살리려 한다.

Q. 본인들이 가장 아끼는 스타세일러의 앨범을 꼽는다면?
아무래도 ‘러브 이즈 히어(Love Is Here)’가 아닐까 한다. 데뷔앨범이기도 하고, 큰 사랑을 받았으니까. 멤버들이 1집 곡들을 가장 좋아한다. ‘올 더 플랜스(All The Plans)’도 훌륭한 앨범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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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음악을 만들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점이 있다면?
기본적으로 멜로디, 가사, 리듬이 있는데, 그 중에서 멜로디가 가장 중요하다. 가사가 아무리 훌륭해도 멜로디가 좋지 않으면 그것을 전달하는데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음악을 만드는 과정이 중요하다. 멤버 한 명이 아예 곡을 완성해오는 경우도 있지만, 그 외에 밴드가 함께 곡을 만드는 과정, 모두의 소리가 하나로 합쳐지는 화학작용이 매우 중요하다. 노래를 만드는 것은 시를 쓰는 것과 비슷한 것 같다. 처음에 몇 가지 키워드를 제시하고, 그 키워드들에서 이야기가 파생되는 것이다

Q. 스타세일러의 팀 이름은 팀 버클리의 앨범 ‘스타세일러(Starsailor)’에서 따온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그 앨범은 상당히 난해하기도 한데, 어떤 점이 당신들을 사로잡았나?
밴드가 결성된 후 공연을 앞둔 상황인데도 팀 이름이 없었다. 그때 누군가의 집에 모여 있었는데 그 방에 팀 버클리의 앨범이 있었다. 그래서 앨범재킷을 보고 고민하지 않고 즉흥적으로 팀이름을 정한 것이다. 물론 우리는 당시 팀 버클리, 그리고 제프 버클리의 음악을 정말 좋아했다.

Q. 끝으로 한국 팬들에게 인사 부탁드린다. 더불어 앞으로 계획은?
한국 팬들에게 항상 고맙다. 우리의 최고의 순간 중 하나는 한국 공연이었다. 그리고 앞으로는 투어를 꽤 오래 하게 될 것 같다. 너무 오랜만에 투어라서 공연에 대한 갈망이 크다. 세계 여러 나라를 돌고 싶다. 그리고 언젠가 한국에 또 오고 싶다. 또 초대해 달라.

글. 권석정 moribe@tenasia.co.kr
사진. 전영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