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애의 발견’, 어떻게 시청자 공감 이끌어 냈을까

KBS2 '연애의 발견'

KBS2 ‘연애의 발견’

건설회사 대표가 된 전 남자친구의 고백, 성형외가 의사인 현 남자친구의 프러포즈.

현재 방송중인 KBS2 월화드라마 ‘연애의 발견’은 그야말로 여성 시청자의 판타지를 자극하는 설정으로 이야기를 시작하고 있다. 한 여자를 두고 다투는 두 남자, 완벽한 두 남자의 사랑을 한 몸에 받는 여자는 로맨틱 코미디의 단골 소재. 그런데 유독 ‘연애의 발견’이 ‘현실적 연애’로 평가받으며 많은 시청자들의 공감을 사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연애를 하면서 한 번쯤 겪어 봤을 법한 이야기들들이 인물들의 대사에서 쏟아져 나오고, 한번쯤 고민해 봤을 법한 고민을 겪고 있는 주인공의 모습 때문이다. 무엇보다 드라마 속 인물들은 독백을 통해 솔직한 속마음을 그대로 드러냄으로써, 각각의 인물이 모두 행동의 타당성을 부여 받는다.

주인공 한여름(정유미)는 30대 초반 젊은 나이에 성형외과 원장인데다 귀공자 같은 외모, 따뜻하고 온화한 성격을 지닌 완벽한 남자친구 남하진(성준)의 사랑을 받고 있다. 하지만 여기저기 빚 투성이인 가구 디자이너 여름은 돈 문제로 인해 하진의 프러포즈를 받아들이지 못한다.여름은 예비 시어머니 앞에서 차마 돈이 없다는 말은 못하고 “아직은 결혼 생각이 없다”는 핑계로 마지막 자존심을 지킨다.

돈 때문에 결혼에 관심없는 척하는 것은 한번쯤 겪어 봤을 법한 일. 이때 우연히 재회한 옛 연인 강태하(문정혁)는 자신에게 인테리어 관련 일을 맡긴다. 여름은 아무리 돈이 급해도 옛 남자친구와 함께 일할 수는 없다고 버텨보지만, 결국 현실의 벽에 떠밀려 스스로를 설득한다. 친구 윤솔(김슬기)는 전 남자친구한테 받은 돈으로 결혼하는 것이야 말로 최고의 복수 아니겠느냐며 부추긴다.

하지만 막상 여름은 하진에게 강태하와의 관계도, 그와 일을 한다는 사실도 말하지 못한다. 다만 “인테리어 관련 일을 하게 됐는데 해도 되냐”는 본질을 벗어난 질문으로 허락을 구함으로써 약간의 죄책감을 덜어내고자 한다. 하진 역시 여름 몰래 애타게 찾은 어린시절 추억의 여인 안아린(윤진이)에 대해 비밀을 간직하고 있다.

서로 말 못할 비밀이 생기면서 둘 사이에 점차 보이지 않는 거리가 생겨나기 시작했고, 이 또한 많은 시청자들의 공감을 산 부분이다. 하진은 여름의 외박에 대해 더 이상 따져묻지 않고, 여름은 하진의 꿈 속에 나타나는 여인에 대해 캐묻지 않는다. 두 사람은 서로 질투심을 드러내거나 다투지 않고, 평화로운 사이를 유지하지만 자신들도 모르게 둘 사이에 빈틈이 점점 커져가는 것. 시청자들만이 이를 이미 눈치채고 있다.

다른 남자와 잘 사귀고 있는 여자친구 앞에 갑자기 나타난 옛 남자. 어디까지나 방해물로 밖에 여겨지지 않을 강태하의 갑작스런 고백도 이상하리 만큼 시청자들의 공감을 이끌어 낸다. 철 없던 시절 서로 상처만 줬던 사랑, 맥없이 보낼 수밖에 없었던 옛 연인 여름에 대한 태하의 진심이 시청자들에게만 속삭이는 독백을 통해 애절하게 전달된다.

‘연애의 발견’이 사랑받는 큰 이유는 많은 시청자들의 마음을 울리는 대사에 있다. 지난 2회 방송에서는 강태하와 한여름이 이별을 맞는 장면이 그려지면서 많은 시청자들의 공감을 샀다.
사귄지 5년쯤 되자 기차에 탄지 10분도 안 됐는데 더 이상 할 말이 없어진 연인. 한여름은 “이 남자는 변했구나, 이 연애는 끝났구나” 온 몸으로 느꼈다. 기댈 곳이 필요했던 시기였지만, 강태하는 그녀에게 등을 돌리고 앞서가고 있었다.

여름은 마음이 아팠고 눈물을 흘렸지만, 태하는 그녀가 왜 우는지 묻지 않았다. 이왕 온 것 기분 좋게 놀다 가자고만 했다. 그런 태하에게 여름은 “혼자만 속 끓이고, 혼자만 기다리고, 혼자만 너 쳐다보고, 둘이 같이 있어도 너무 외롭다”며 “이게 연애냐”고 반문했다. 그리고 이별을 선언했다.

여름의 일시적 투정이라고만 생각한 태하는 이를 받아들이지 못했다. 헤어져야 하는 이유를 모르겠다는 태하에게 여름은 “그걸 모르니까 헤어지자고 한 거다. 요즘 내가 왜 이렇게 힘들어하는지 한 번 생각해보지도 않는 남자니까”라고 말했다.

태하에게도 이유는 있었다. 막 사회생활을 시작해 적응하기 바쁘고 힘들었던 태하에게 마음의 여유가 없었던 것. 오래 사귄 여자 친구 여름이 몸도 마음도 힘든 자신을 이해해주기를 바랬다. 딱히 규정할 수 없는 이유로 이별을 맞는 커플들의 모습이 고스란히 재연됐다.

극적인 상황 속에서 현실적인 대사가 어우러지면서 ‘연애의 발견’은 시청자들의 환상을 채워줌과 동시에 공감을 이끌어 내고 있다. 언뜻보면 완벽한 두 남자와 씩씩한 캔디의 전형적인 삼각관계 스토리로 보일 수 있지만, 안을 들여다 볼수록 반전의 매력을 선사하는 드라마다.

연애 경험을 바탕으로 제법 똑똑한 여우짓을 할 줄 아는 여주인공 한여름, 여자친구에게 맞춰 줄수록 자신에게 더 큰 사랑으로 보답한다는 것을 아는 남자친구 남하진, 옛 사랑의 소중함을 뒤늦게 깨달았음에 슬퍼하면서도 늦었다고 생각하긴 이르다는 것도 잘 알고 있는 강태하. 이들이 펼칠 이야기가 자꾸만 궁금해 진다.

글. 최보란 orchid85a@tenasia.co.kr
사진제공. KB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