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정상회담’ 속 비정상회담① 토론의 불꽃을 키워라!

비정상회담

JTBC ‘비정상회담’ 스튜디오

TV 방송에서 젊은이들이 열띤 토론을 벌인다. 주제는 독립, 혼전 동거, 연애, 결혼, 인간관계 등 2030 젊은이들이 고민할 법한 것들인만큼 그 열기는 상당히 고조돼있을 수밖에 없다. 그런데 이 토론, 조금 특별하다.

토론 주체자들은 저마다 다른 11개국에서 온 외국인들이다. 가나, 독일, 미국, 벨기에, 이탈리아, 일본, 중국, 캐나다, 터키, 프랑스, 호주 등 서로 다른 문화권에서 유년시절을 보낸 이들은 현재 한국이라는 새로운 나라, 모국과는 또 다른 문화권에 적응하여 발을 딛고 살아간다는 공통점이 있다.

사실 외국인들이 우리 방송에 걸어들어와 화제의 주인공이 된 것은 어제오늘 일은 아니다. 가까이는 MBC ‘일밤’의 ‘진짜 사나이’로 예능 대세가 된 샘 해밍턴이 있고, 조금 더 들어가보면 KBS2에서 무려 4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선보인 토크쇼 ‘미녀들의 수다’를 통해 여러 외국인 여성들의 발언이 인터넷 기사로 도배가 되기도 했다. 훨씬 과거인 1999년에는 KBS2 ‘남희석 이휘재의 한국이 보인다’를 통해 국토 순례에 나섰던 중국인 보쳉, 이탈리아 브루노 외국인 콤비가 큰 인기를 끌기도 했다.

과거 방송에 등장한 외국인들은 한국어를 능숙하게 구사한다는 점만으로도 신선하게 다가올 수 있었고, 한국이라는 낯선 공간에 적응하느라 진을 빼는 좌충우돌에서 예능적인 재미를 더했다. 그리고 이들 예능에는 외국인이 태극기와 태권도를 사랑하고 김치를 잘 먹는다고 말하는 모습이 마치 약속이라도 한 것처럼 빠짐없이 등장하였고, 대다수 한국인들은 (외국인마저 인정하는) 모국의 위대함을 확인하며 불타는 애국심을 다독이며 만족했다.

하지만 JTBC ‘비정상회담’은 이들과는 확실히 결을 달리한다. 출연자들과 이야기를 나누다보면 “어머, 한국어를 정말 잘 하시네요”라는 말은 새삼스럽다. 도리어 그 말을 하는 자신이 이상하게 여겨질 정도다. 심지어 한국이라는 낯선 땅에 적응한 지도 이미 오래라 “김치는 잘 드세요?” 라거나 “한국 어디가 좋아서 이렇게 오래 살고 있는 건가요?”라는 질문을 던지기도 민망스럽다.

연출의 임정아 PD는 ‘비정상회담’을 연출하기 직전 휴직계를 내고 미국에서 일종의 안식년을 보냈다. 당시 여러나라에서 온 지인들과 어울려 이야기를 하는 자연스러운 자리에서 지금의 ‘비정상회담’을 떠올렸다고 임 PD는 말한다. 한 가지 주제를 두고 서로의 의견을 말하는 젊은 세계인들이 만들어내는 광경은 그 자체로 흥미러웠다. 주제로 다가가는 방향, 주제를 바라보는 태도가 각각 달랐다. 게다가 그들이 열띠게 이야기 꽃을 피우는 주제도 취업, 진학, 결혼 등 한국 젊은이들이 고민하는 것과 별 다를 바가 없었다. 그러니 임PD는 애초에 자신의 복귀작인 이 프로그램을 통해 기존 방송의 외국인 활용법을 답습할 목적이 없었으며, 완전히 새로우면서도 공감을 끌어낼 만한 프로그램이 될 것이라고 자신할 수 있었다.

그의 예상대로 ‘비정상회담’은 통했다. 한국인은 미국의 대학생 역시 부모로부터의 독립에 관해 고민하는 것에 신기해했다. 한국인보다 더 보수적인 터키인이 이미 미성년 때 독립해서도 버젓이 잘 살고 있는 호주의 다니엘과 대립각을 세우는 장면에서 재미를 느끼기도 했다. 무엇보다 이들의 고민이 우리의 고민과 별 다르지 않다는 점에 공감했다.

'비정상회담'의 한 장면

‘비정상회담’의 한 장면

신선하고 또 흥미로운 ‘비정상회담’은 그래서 자칫 여타의 예능들이 이미 수도 없이 걸었던 길들을 반복할라치면 매서운 채찍질이 날아들어온다. 한 예가 2회에서 개그우먼 이국주와 미스코리아 출신 정소라를 불러놓고 두 사람의 외모를 비교하는 발언들을 한 것에 비난의 목소리가 커졌는데, 이는 시청자들이 적어도 ‘비정상회담’에서만큼은 그런 식의 빤하고도 못된(?) 광경을 보고 싶어하지 않는다는 이야기와도 같다. 제작진은 급히 실수를 인정했다.

그런가하면 지난 6회 방송에서 한국기업 문화에 대한 성시경의 발언이 방송 이후 비난을 받기도 했다. 상사가 퇴근하기 전에는 정해진 퇴근시간에도 눈치를 봐야한다거나 강압적으로 회식에 참여하는 등, 지나친 업무강도 속에 힘들어하는 한국인의 기업문화를 이야기하던 중 성시경이 이를 다소 옹호하는 식의 발언을 했고 한편 성장의 원동력으로 설명한 것에 대해 시청자들은 공감할 수 없었다고 주장한 것이다.

쏟아지는 관심과 높아지는 시청률만큼 이 프로그램은 내부의 토론이 열띤 만큼, 외부의 이야기들도 시끌시끌해진 셈이다. 어쩌면 애초에 ‘비정상회담’의 취지였을지도 모르겠다. 여러 생각을 갖고 있는 이들의 자유로운 난상토론이 TV밖에서도 펼쳐져 또 다른 비정상회담으로 확장된다면, 그 사회의 또 조직의 구성원들은 서로를 좀 더 깊이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토론 와중에는 다소 목소리가 높아질지라도 끝나고는 “토론은 토론일 뿐”이라며 다시 쿨해지는 에네스와 다니엘처럼 성숙한 토론문화 역시 자연스레 자리잡을 수 있을 것이란 기대도 내심 걸어보게 된다. 그러니 시청자들 역시도 자신이 동의하지 못하는 누군가의 의견, 그것이 진행자인 성시경일지라도 그 비난을 인신공격성으로 몰아가는 것은 지양해야 하지 않을까.

글. 배선영 sypova@tenasia.co.kr
사진제공. JTB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