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파 3사 일요 예능, 편성 전쟁에서 방송 시간 합의까지

KBS2 '해피선데이', MBC '일밤', SBS '일요일이 좋다-룸메이트' 포스터(맨 위부터)

KBS2 ‘해피선데이’, MBC ‘일밤’, SBS ‘일요일이 좋다-룸메이트’ 포스터(맨 위부터)

과열되던 일요 예능 편성 전쟁이 지상파 3사의 합의로 일단락 됐다.

MBC, KBS, SBS(이하 방송 3사)는 일요일 오후 예능 프로그램 편성시간 합의의 필요성을 모두 느껴왔다며 방송 시간을 오후 4시50분으로 합의, 공식 입장을 밝혔다.

이에 따라 방송 3사는 오는 24일부터 일요일 오후 예능프로그램 KBS2 ‘해피선데이'(슈퍼맨이 돌아왔다, 1박 2일), MBC ‘일밤'(아빠 어디가, 진짜 사나이), SBS ‘일요일이 좋다'(룸메이트, 런닝맨)의 편성 시간을 오후 4시 50분에 시작한다. 종료시점은 기존과 동일한 오후 7시 55분으로, 총 185분 방송 편성으로 합의했다.

그간 방송 3사는 시청률 선점을 위해 경쟁 프로그램보다 단 1분이라도 먼저 시작하는 유동적 편성을 해 왔고, 그 결과 오후 4시 5분까지 시작 시간이 앞당겨졌다. 이로 인해 여러 문제점이 제기됐지만, 시청률 확보라는 목적 아래 변칙으로 시작 시간을 앞당겼다.

지난해 말까지만 해도 4시 20분께 방송을 시작하던 일요 예능프로그램은 슬금슬금 편성 시간을 확대해 지난 3일 편성표상으로  KBS2 ‘해피선데이’와 MBC ‘일밤’이 4시 10분 SBS ‘일요일이 좋다’가 4시 5분 편성했다. 이는 지난달 27일 KBS2 ‘해피선데이’가 편성 시간을 어기고 4시 3분께 방송을 시작하면서 KBS와 MBC 모두 편성에 대한 회의를 거듭한 끝에 조정된 결과였다.

자꾸만 빨라지는 예능 편성에 시청자들은 철저히 외면됐다. 무려 4시간이나 되는 예능 프로그램을 봐야하는 시청자들의 피로도는 극에 달했다. 하지만 방송사들은 “상대가 먼저 시간을 앞당겼으니 어쩔 수 없다”, “편성도 전략이다” 등의 반응으로 책임을 회피했다. 그 피해는 고스란히 시청자들에게 돌아갔다.

그러나 결정적으로 편성 시간은 시청률에 별다른 영향을 끼치지는 못했다. 가장 먼저 시작한 SBS ‘일요일이 좋다’가 오히려 전주보다 하락세를 보인 것은 시간 늘리기가 시청률 확보의 핵심 요인이 아니라는 점을 방증한다.

채워야 할 방송 분량이 늘어나면서 제작진의 부담은 갈수록 커졌고, 양이 늘어나면서 프로그램의 질이 떨어지는 것을 막을 수 없었다. 시청률 1%p라도 더 높이기 위해 애썼지만 승자없이 모두가 피 흘리는 양상으로 흘러갔다. 시간을 늘리기 위해 무리한 설정들이 등장해 보는 이들의 불편함도 커져갔다. 최근 ‘룸메이트’ 등 주말 예능에서 제기된 여러 논란들도 이 같은 편성 전쟁과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마침내 상황의 심각성을 느낀 방송 3사는 방송 시간을 합의, 시청자들에게 “일요일 오후 예능 프로그램에 대한 시청자 여러분의 관심과 사랑에 보답할 수 있도록, 공정한 경쟁 속에서 완성도 높은 양질의 콘텐츠를 제공하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약속했다. 단, 추석특집과 관련해서는 특집의 특이성을 감안해 각 방송사의 재량에 맞게 편성하기로 예외 상황을 뒀다.

방송 3사의 드라마 시간 자율 규제는 시청률 경쟁 속 드라마 방송 시간이 늘고 있다는 문제의식을 공유하며 지난 2008년 동시간대 드라마 방송시간을 72분으로 합의 한 바 있다. 그러나 이후에도 끊임없는 눈치작전과 변칙편성이 논란이 됐고, 3사는 이를 준수하도록 노력하겠다고 여러번 다짐해 왔다. 지난해 10월에도 3사는 드라마 방영 시간을 기존 72분에서 67분으로 5분씩 줄이고, 예능 프로그램도 75분룰을 만들어 방송 시간 규제를 약속했었다.

이에 이번에도 과연 얼마나 가겠느냐는 눈초리도 있지만, 시청자들은 방송 3사의 이 같은 합의를 반기고 있다. 시청자들은 “너무하긴 했다. 5시에 시작했어야 하는 방송들이 4시 5분이리니. 그렇게 경쟁하지 않아도 재미있으면 시청률은 나온다”, “시청률 낮은 걸 시작시간이 늦어서라고 생각하다니”, “합의했으니, 변칙편성없이 부디 지켜길”, “시청율 경쟁, 편성 경쟁 이전에, 재미와 감동 느껴지는 방송 먼저 만들었으면” 등의 반응을 보였다.

방송 3사가 시청자들을 위해 결정한 사안이니 만큼, 이번에는 오래 지속되길 기대해 본다.

글. 최보란 orchid85a@tenasia.co.kr
사진제공. MBC, KBS, SB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