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든 인디 컬렉션, 파블로프, 낭만과 원초적 욕망의 강북사운드 (part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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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더위가 꼭지 점을 찍었던 지난 7월 30일 충남 보령 대천해수욕장. 시원한 파도가 넘실대는 곳으로 유명한 곳이지만 그날따라 바람 한 점이 없어 파도는 잔잔했다. 예상치 못한 수상한 날씨만큼이나 록밴드 파블로프 멤버 4명은 그날 해변에서 가장 이상한 사람들이었다. 멀쩡하게 생긴 청년 4명이 타이거와 해골 마스크 착용에다 전자기타 2대를 들고 바다로 뛰어들어 물방울을 일으키며 난리법석이니 당연했다. 해경과 안전요원들은 주변에 다가와 “정체가 뭐냐?”며 의심어린 감시를 했다. 결국 록밴드의 언론용 퍼포먼스임을 알고는 엄지손가락을 추켜세웠다. 청소년들도 ‘연예인이다!’라며 뜨거운 관심을 보였다.

아마도 대한민국에서 전자기타를 들고 바다로 뛰어들어 공식적으로 언론에 게재될 피처사진을 촬영한 밴드는 파블로프가 최초일 것이다. 4인조 밴드 파블로프는 1987년생 서울예고 미술과 동창생들로 결성되었다. 80년대 가수겸 배우 전영록의 트레이드 이미지 ‘돌 아이’처럼 무대를 휘저으며 뜨겁게 달구는 보컬 오도함, 내공 깊은 연주력을 들려주는 리드기타 류준, 리듬과 멜로디파트를 넘나들며 공격적인 사운드를 만들어내는 리더겸 베이시스트 박준철, 그리고 10대 소년을 연상시키는 동안의 드러머 조동원이 주인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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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년대 말 고교생시절, 당시 유행하던 한국 인디음악의 선구자 크라잉넛의 조선펑크를 듣고 감명을 받고 밴드를 결성했다. 팀명은 유명한 러시아의 곤충학자 이름이 왠지 멋있어 선택했다. 문제가 발생했다. 미국에 파블로프스 도그(Pavlov’s Dog)라는 유명 밴드가 이미 있었기 때문. 이름을 바꾸려고 했지만 ‘그냥 살자. 이미 도장 찍은 거야’라는 오기로 변경을 거부했다. 2003년 서울예고 스쿨밴드로 시작했으니 밴드 파블로프의 역사는 10년이 넘었다. 정식 앨범을 발표한지도 6년이 넘었으니 나름 중고 신인밴드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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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의 관심에서 멀어졌던 인디음악이 다시금 회자되기 시작했던 2008년. 자체 제작한 데뷔 EP ‘반드시 크게 들을 것’은 선명한 사운드와 뜨거운 열정으로 한국 록의 기대주로 한껏 주목받았다. 하지만 군 입대로 인한 6년의 공백기는 밴드 이름을 팬들의 기억 너머로 봉인시켰다. 긴 공백기동안 성장기에 수혈 받았던 음악적 DNA인 ‘7080음악’에 대해 고민했다. 인천 무위도 해수욕장 공연에서 다양한 세대와 교감했던 절친 밴드인 폰부스, 핑크 엘리펀트와 함께한 공연이 결정적이었다. 공연이후 모든 세대가 공감하는 음악으로 방향타를 잡았다. 전설적인 국내 밴드와 뮤지션의 원초적인 그루브를 연구하기 시작했다. 전통적이면서도 욕망 덩어리인 자신들만의 쫀득한 사운드는 그 결과물이다.

파블로프는 “강남이 스타일이라면 강북은 사운드”라고 외친다. ‘강북’은 지역을 의미하는 동시에 음악적 지향점을 뜻한다. 고로 이들이 주창하는 ‘강북 사운드’는 서울 강북에 위치한 홍대인근 인디음악씬에서 활동하는 음악가들을 의미할 수도 있다. 파블로프 음악의 차별성은 단순히 보고 듣는 음악보다는 온 몸을 절로 들썩이게 하는 ‘그루브’에 있다. “우리는 비효율적으로 육체를 탕진하는 구닥다리 록밴드입니다. 무대 위에서 직접 악기를 연주한 사운드를 통해 한껏 끌어올린 에너지로 관객과 뜨겁게 교감하고 싶습니다.”(박준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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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블로프의 컴백작인 정규 1집 ‘26’은 타임머신을 타고 과거로 떠나는 낭만적인 시간여행을 경험시켜준다. 앨범에 수록된 12곡의 창작곡은 마치 7080 캠퍼스밴드들이 동시대 젊은 세대들을 사로잡았던 열정을 고스란히 재현한다. 2012년부터 준비에 들어갔지만 소속사에 대형사고가 터져 금년에 간신히 발표한 이 앨범엔 ‘밤과 섹스’라는 주제로 26살 서울 사내들의 복잡하고 원초적인 욕망이 뒤엉켜 있다. 과거의 명곡들을 단순 리메이크가 아닌 ‘오마주’를 통해 자신들만의 시각과 사운드로 채색한 점은 특별하다. 그러니까 청소년기에 감명 받았던 옛 가요들을 모티브로 삼아 전개한 과거와 현재가 공존시키는 자신들만의 독특한 창작 작업인 셈이다. 미술을 전공한 미술학도들답게 앨범재킷 디자인은 직접 작업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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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파블로프의 정규 1집을 듣고 단박에 매료되지는 않았다. 데뷔 EP에 비해 음악적으로 흥미로운 요소는 알겠는데 멜로디와 보컬에 대한 아쉬움이 느껴졌다. 한방에 심장을 저격하는 킬러 곡을 찾을 수 없었다. 한강 난지공원에서 열렸던 ‘2014년 그린플러그드 페스티발’ 무대와 상상마당에서 열린 앨범발매 기념 단독공연을 보고 나서야 이들 음악의 매력과 발전 가능성을 인지했다. 앨범에서는 경험하지 못한 20대 특유의 치기 넘치는 열정과 관객들을 달뜨게 했던 이들의 라이브 무대는 꽤나 매력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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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블로프가 들려주는 복고풍의 멜로디와 사운드는 한국 록의 전설적 밴드들과 강력한 연결고리를 잇고 있다. 아직 그들에게 견줄만한 세련된 사운드와 멜로디는 아니지만 앞으로 자신들만의 오리지널리티를 담보할 발전 가능성은 음악에 대한 순수한 열정에서 읽혀진다. 음악은 인간의 심성과 감성을 전달하고 교감하는 감성매체다. 이번 칼럼을 위해 파블로프 멤버들과 서울 정릉에 남아 있는 마지막 달동네와 충남 보령의 대천해수욕장에서 아무도 시도하지 않은 기록적인 피쳐사진 촬영을 진행했다. 그 과정에서 도발적인 라이브와는 달리 소년 같은 순수함을 간직한 멤버들의 열정과 인간적 매력을 발견한 후, 파블로프 음악에 대한 호감도가 급상승했다. (part2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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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사진. 최규성 대중문화평론가 oopldh@naver.com
편집. 권석정 moribe@tenas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