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남길, 좀 망가지면 어떠하리(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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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남길이 달라졌다? ‘해적: 바다로 간 산적’(이하 ‘해적’)의 장사정(김남길)은 허당끼 다분한 사내다. 산적단 두목이라는 말이 무색하게 카리스마는 온데간데없고, 흐느적흐느적 웃음을 흘리고 다니는 방법으로 상대를 교란시킨다. 고래가 삼켜버린 조선의 국새를 찾겠다며 쪽배 달랑 하나 띄우고 드넓은 바다로 향하는 그런 장사정을 두고 김남길은 말한다. “실제 내 모습과 가장 비슷한 캐릭터예요”

사실, 김남길이 드라마에서의 진중한 이미지와 달리 웃기고, 농담 좋아하고, 스태프들과 섞이길 좋아하는 배우 같지 않은 배우라는 사실을 오래 전 익히 들어 알고 있었다. 직접 만난 김남길은 소문대로 수다쟁이에 유쾌하고 친근한, 옆집 친구 같은 남자였다. 하지만 배우의 자세를 논할 때, 자신의 어제와 오늘을 날카롭게 진달할 때, 지금까지 몰랐던 얼굴이 보이기도 했다. 천상 배우의 얼굴이었다.

Q. 수염이 사라졌다. 촬영 중인 영화 ‘무뢰한’ 때문인가.
김남길: ‘무뢰한’ 때문이기도 하고, 개인적으로도 지겹기도 했다. 수염은 ‘모던 보이’때 캐릭터를 위해 처음 길렀다. 장첸이라는 배우의 이미지를 모티브로 길렀었는데 반응이 좋았다. 내가 입이 작아서 얼굴 아래 부분이 여자 같다는 얘기를 자주 들었다. 그런데 수염이 그런 단점들을 보완해 줬다. 그래서 수염을 쭉 유지하다가, ‘무뢰한’ 들어가기 전에 밀었다. 처음에는 적응이 안 됐다. 너무 어색해서. 그런데 사람이 참 간사한 게 금방 적응이 되더니 이젠 수염이 조금만 자라도 지저분해 보여서 바로 면도를 해 버린다.

Q. 일반화 할 수는 없지만 수염을 기르는 남자는, 자신이 쉽게 보이지 않으려 하는 면이 있는 것 같다. 자아가 강하다는 생각도 들고.
김남길: 없지 않은 것 같다. 나 역시 남성적인 부분을 어필하고 싶은 생각이 있었을 거다. 어릴 때는 빨리 서른이 넘고 싶었다. 중후한 느낌을 갖고 싶었거든. 그런데 시간이 지나서 보니까, 중후함이나 무게감이라는 게 수염이 있고 없고의 문제는 아니라는 걸 알았다. 그걸 깨달아 가는 중이다.

Q. 사람은 나이가 들수록 심플해지는 부분이 있다고 본다.
김남길: 맞다.여러 방향으로 가지를 치고 있던 생각들이 한쪽으로 포커스가 맞춰지는 부분이 있다. 심플해지는 것일 수도 있고, 발버둥 친다고 해서 세상이 바뀌는 게 아니라는 걸 깨우쳐 가서 일수도 있다. 세상과 타협을 한다고 할까? 어릴 때는 내가 못하는 것도 어떻게든 해내려고 아등바등 했다면, 지금은 주어진 상황 안에서 최선을 다하는 쪽으로 바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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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계속 ‘어릴 때’라는 표현을 쓰는데, 언제를 말하는 건가. 군대 가기 이전을 말하는 건가.
김남길: 아무래도. 내가 서른에 군대를 갔다. 그때와 3,4년 차이밖에 안 나지만, 서른 중반이 된 지금, 여러 부분에서 달라졌음을 느낀다. 아마 앞으로 몇 년간 더 많이 달라지지 않을까 생각한다.

Q. 서른 중반은 남자들에게 좋은 나이다. 여자 서른 중반은 꺾이는 느낌이 드는 나이인데.(웃음)
김남길:
하하하. 그런가? 그런데 남자도 어떻게 살아왔느냐에 따라 다른 것 같다.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생각하는 것들이 많이 넓어진 친구도 있지만, 여전히 철없는 친구들도 많다. 이쪽 분야가 특히 그렇다. 나보다 나이가 많고 아이를 낳고 가정을 꾸렸는데도 철없는 사람들이 많이 목격한다. 그런걸 보면 무작정 나이를 먹는다고 해서 달라지는 게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Q. 배우의 경우, 적당히 철없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본다.
김남길: 공감한다. 나도 친구들에게 “늘 들판을 뛰어다니는 소년 같이 살고 싶다”고 말한다. 그러면 다들 “지랄하고 있네~” 그러지만. 하하하. 자유롭고 싶고, 어딘가에 얽매이기 싫은 것은 많은 배우들의 특성 같다. 하지만 마냥 자유를 추구하면 곤란하지. 거기에 생각의 깊이를 얹는 게 중요하다고 본다.

Q 많은 사람들이 ‘해적’에서 코믹 연기를 펼친 당신을 두고 의외라고 말한다.
김남길: 어두운 캐릭터를 많이 맡아서 그렇지, 실제의 나는 굉장히 유쾌한 사람이다. 사람들과 어울리길 좋아하고 농담도 즐긴다. 그래서 그런지 그런 반응이 내겐 오히려 의외였다.

Q. 사실, 당신이 유쾌한 배우라는 이야기를 현장에 있는 스태프들을 통해 익히 들었었다. 스태프들과 거리낌 없이 어울리고, 장난도 잘 치고, 음담패설도 즐긴다고. 후후후.
김남길: 하하하. 현장에서 스태프 편에 서서 총대를 많이 메는 편이다. 그러다보니 제작사로부터 욕도 많이 들었다. 그런 나를 보고 10년 넘게 알고 지낸 어떤 스태프는 그랬다. “네가 그런다고 해서 스태프들이 알아주지 않는다”고. 그런데 뭐, 뭔가를 바라는 마음에 그런 건 아니다. 그랬다면 제작사와 잘 지내지 뭐하러 그런 소리를 하겠나. 다만 어릴 때 아르바이트로 붐 마이크를 잡아보고, CF 조감독도 해봐서 그런지 스태프들이 얼마나 힘든지를 잘 안다. 그땐 내가 뭔가를 주장하고 싶어도 힘이 없으니까 아무 말도 못했었다. 그에 비해 배우가 된 지금은 영향력이 조금 더 있으니 이야기를 하는 것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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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함께 작업하는 스태프들에 대한 책임감이 있는 것 같다. 그렇다면 주연배우로서의 책임감은 어떠한가. ‘군도’ ‘명량’ ‘해무’ 등 100억대의 돈이 오가는 작품들과 올 여름 전쟁 아닌 전쟁을 펼치는 중이다.
김남길: ‘해적’이 평가 절하되는 부분이 있는 걸 안다. 네 작품 중 패배자가 될 것이란 얘기가 있는 것도 알고. 그런데도 이상하게 그 부분에 있어서 마음이 편하다. 김남길이라는 배우는 약할 수 있으나, 나와 함께 한 배우나 스태프들은 결코 약하지 않다고 생각하거든. 최약체로 평가받는 것도 사실 나쁘지 않다. 괜히 기대치가 높아 관객들에게 실망감을 안기면 어떻게 하나. 관객들이 영화를 보고 “생각보다 재미있네?” 라고 극장을 빠져나가면 좋을 것 같다.

Q. 사실 영화를 보면, 배우 스스로는 민망할 만한 대사들이 꽤 있다. 그런데 유머가 더해지면서 그런 느낌이 상쇄된 느낌이다. 연기하기에도 훨씬 수월했을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김남길: 맞다. 자칫 오글거릴 수 있었던 (손)예진이와의 동굴 씬이 대표적으로 그렇지. 그런 것도 있는 것 같다. 사람들이 예진이와 두 작품을 연달아 함께 해서 부담이 없냐고 하는데, 나는 오히려 기대가 있었던 것이, 예전에는 새로운 것들에 끌렸다면 지금은 익숙함에서 오는 편안함이 더 좋다. 예진이와 바다에서 실례를 하는 씬도 시나리오 상에서는 ‘오줌을 싼다’ 한 줄 밖에 없었다. 그런데 서로 편하다 보니 괜히 장난을 던지게 되고, 상대가 그걸 또 편하게 받아주면서 예상하지 못한 장면들이 나오고 그랬다.

Q. 만약, 해적과 산적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상황이라면 어떤 인생을 살겠나.
김남길: 해적! 겨울바다를 굉장히 좋아한다. 속을 알 수 없는, 그 먹먹한 느낌이 참 좋다. 안 좋은 일이 있을 때, 홀로 겨울바다를 찾기도 한다. 재미있는 게, ‘복잡한 생각들을 내려놓고 와야지’ 하는 마음으로 가잖아? 차에서 딱 내리자마자 “에이~ 추워, 안 되겠다, 돌아가자” 이러면서 5분도 못 버티고 다시 차에 탄다. 그러면서 고민을 잊어버리는 거지. ‘내가 왜 바다에 왜 왔지?’ 하면서.(웃음)

Q. 드라마에서 주로 활동하는 배우라는 인식이 강한데, 과거의 당신은 스크린에 더 주력했었다. 2008년에는 영화 ‘강철중: 공공의 적’ ‘모던 보이’ ‘미인도’ 3편이나 했고.
김남길: 드라마 ‘선덕여왕’ 영향인 것 같다. 내가 대중적으로 알려진 게 ‘선덕여왕’을 통해서니까. 태생적으로 드라마보다 영화에 더 맞는다고 생각한다. 영화 스태프들도 그런 얘기를 많이 해 준다. “남길이는 영화만 쭉 했으면 좋겠어. 너 성향도 그렇고, 지니고 있는 매리트도 영화가 훨씬 잘 맞아”라고. 거기에 “저도 그렇게 생각하는데요, 형. 먹고는 살아야 하잖아요. 제가 장남이라 가족도 챙겨야 하고~” 라고 말하면 스태프들이 또 그런다. “너, 막내 아니야?” “저, 장남인대요?” “우하하하하. 장남이래~ 너희 부모님들 걱정 정말 많이 하겠다” “아니, 사람이 장난치는 걸 좋아한다고 해서 막내라는 법을 없잖아요” “아니야, 너는 막내 느낌이야” 대화가 늘 이런 식으로 흐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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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형제가 어떻게 되나.
김남길: 남동생이 한 명 있다. 왜 딸이 커서 엄마와 친구처럼 지낸다며? 딸이 없는 우리 어머니가 적적해 하실까봐 내가 딸 역할을 한다. 가족들과 사이가 좋다.

Q. 김남길 이전, 이한일 때의 당신. 그러니까 드라마 ‘굿바이 솔로’와 영화 ‘후회하지 않아’에 나왔던 당신을 좋아했었다. 그런데 인생이 이름 따라 간다고, 활동적인 부분에서는 이름을 바꾸고 난 후에 잘 풀린 면이 있다.
김남길: 본명으로 다시 활동한 데에는 강우석 감독님의 영향이 크다. 정지우 감독님이 이한이라고 소개를 해 줬는데도 강우석 감독님이 계속 “남길아~ 남길아~” 하셨다. 감독님 생각엔 이한이라는 이름이 뭔가 예쁘장하게 꾸민 이름 같았던 거다. 어느 날 “배우로서는 이한 보다 김남길이라는 이름이 더 좋은 것 같다. 내가 그걸 찾아주고 싶은데, 선택은 너의 몫이니 고민해 봐라”라고 하셨다. 마침 그때 당시 내가 연기에 대한 정체성으로 고민을 할 때였다. 스스로 솔직해 지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시기여서, “알겠습니다”하고 예명을 포기하고 본이름을 다시 찾았다. 그렇게 바꿨는데, 말한 것처럼 인생이 이름을 따라가서 그런지, 이전보다 훨씬 편해진 부분이 있다.

Q. MBC 공채 탤런트 31기라는 사실을 뒤늦게 알고 놀랐다. 어떻게 들릴지 모르겠지만, 어느 날 갑자기 발굴된 스타 같은 이미지가 당신에겐 있다.
김남길: 연극 무대에서 연기를 처음 시작했다. 당시 선배님들이 “연극을 하겠다는 마인드는 좋은데, 아직 젊으니까 밖에 나가서 공식적으로 평가를 한 번 받아보는 게 어떻겠니?”라고 물어오셨다. 그럴 마음이 없다고 했는데, 선배 중 한 분이 MBC, SBS, KBS 세 곳에 내 원서를 넣으셨다. SBS, KBS는 서류에서 떨어지고, MBC는 최종합격! 그러면서 방송매체 연기를 하게 된 거지, 나는 원래 공연예술에 빠져 있었던 사람이다. 드라마를 하면서, 공연할 때의 습관이 계속 나와서 욕을 많이 먹었다. 그러다가 ‘후회하지 않아’를 만났는데, 영화로 가니까 공연과 비슷한 느낌을 받았다. 그때부터 영화가 가지고 있는 매력에 대해 생각하기 시작했다.

Q 첫 스크린 주연을 맡은 ‘후회하지 않아’로 많은 사랑을 받았다. 그때 ‘후회폐인’들도 생겼다.
김남길: ‘후회하지 않아’에서 비교적 일찍 주연을 했지만, 그건 영화 소재(동성애) 때문에 다른 배우들이 접근하지 않은 덕분이었다. 스스로가 아직은 주연이 될 덕목이 아니라는 걸 알았기에, 차근차근 올라가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후회하지 않아’ 이후에도 배역의 크기에 신경 쓰지 않고 매력적인 캐릭터를 찾아 오디션을 보러 다녔다. 그러니까 나는 스타성을 가지고 빵 올라온 케이스는 결코 아닌 거다. ‘선덕여왕’으로 사랑 받을 때 크게 동요가 안됐던 것도 그 때문이다. 작품을 통해 잠시 얼굴이 알려졌다가 금방 잊혀지는 경험이 많다보니, 어느 순간 인기에 연연하지 않게 됐다. ‘선덕여왕’과 ‘나쁜 남자’를 끝내고 바로 군대를 간 것도 결과적으로는 좋았다고 본다. 만약 그때 군대에 안 갔다면 인기에 아등바등 했을지도 모르는 일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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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배우로서 지금의 나이, 어떻게 느끼나.
김남길: 어리다고 생각한다. 예전에는 이 정도 나이가 되면 뭔가 표현할 수 있겠구나 생각했는데, 막상 돼보니 모르겠다. 아직도 갈 길이 먼 것 같다.

Q. 유머와 여유. 남자로서 그런 걸 중요시 여기는 인상이다.
김남길: 남자에게 필요하다고 본다. 여유 안에서 유머가 나오는 것이고, 유머가 있어야 또 많은 사람들이 편할 수 있으니까. 예진이가 “저 오빠는 매번 사람을 웃기려고 한다”고 하는데, 내가 망가지고 우습게 보이더라도 그로인해 사람들이 즐겁다면 그걸로 충분히 좋다.

Q. 에이~ 당신도 알고 있지 않을까. 망가져도 그것이 우습게 보이는 게 아니라, 사람들에게 오히려 매력적으로 다가가고 있다는 걸.
김남길: 하하하. ‘저 사람이 현장 분위기를 편안하게 하려고 저러는 구나’는 알아주리라 믿는다. 실제로 그렇게 하면 스태프들이 많이 풀어지기도 하고. 그리고 사실, 현장에서 주연 배우들을 크게 배려해 줄 필요는 없다. 주연배우는 어차피 너무나 많은 사람들이 챙겨주니까. 하지만 신인이나 잠깐 잠깐 나오는 배우들은 다르다. 소외되는 느낌이 들지 않도록 해주는 게 중요하다고 본다.

Q. 연기를 시작하고, 소외된 느낌을 받아본 적 있나?
김남길: 소외된 느낌을 받은 적도, 반대로 감동을 받은 적도 있다. ‘모던 보이’의 경우 내 역할이 크지 않았는데도 불구하고 많은 스태프들이 챙겨줬다. 내 이름이 새겨진 의자를 주고, 촬영이 없는 날 찾아가도 단독 방을 해주고 그랬다. 자연스럽게 영화에 대한 애정이 솟구쳤다. 내 몸 바쳐서 뭔가를 해야겠다는 생각도 들고. 선배들에게 그렇게 배우니까, 나 역시 다른 현장에서는 베풀어야 한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Q. 좋은 사람들이 주위에 많았던 것 같다.
김남길: 감사한 일이다. 배우들에게는 현장이 사회생활이나 다름없다. 좋은 사회생활을 많이 하고, 좋은 상사들을 많이 만났다. 누구를 만나느냐에 따라서 그 사람의 성향이 달라질 수 있는데, 그런 면에서 나는 인복이 좋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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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서른 넷, 김남길 인생의 가장 큰 화두는 뭔가.
김남길: 어떻게 잘 사는지에 대한 고민? 요즘 ‘내 자신을 사랑하자’ 라는 생각을 자주 한다.예전에는 몰랐다. 사람들이 “즐기면서 해”하면, “먹고 살려면 미치게 해야 하는데, 당신 같으면 그럴 수 있겠냐”라고 반문했었다. 어느 순간 그런 내 자신이 불쌍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왜 이렇게 치열하게 사는가 싶기도 하고. 그러면서 나를 사랑하려고 노력하게 됐다. 노력이라고 해 봤자 별 거 없다. 그냥 음악 듣고, 여행 다니고, 집에서 오락하고…(웃음) 방법을 찾아가는 중이다.

Q. 최근에 빠져 있는 음악은?
김남길: 90년대 음악들. 예전에 형들이 “요즘 노래는 모르겠어” 하면 “에이~” 이랬는데 내가 그렇게 돼 가고 있다. 요즘 음악은 가사는 직설적인데, 감성은 없는 것 같다. 트렌드가 빨라지기는 했지만, 그때 문화가 지녔던 신선함은 결여된 느낌이다. 그때는 서태지도 나왔고, 진짜 문화라고 일컬어지는 것들이 참 많았는데…

Q. 서태지 팬이었구나.
김남길: 서태지는 지금도 좋아한다. H.O.T나 젝스키스 이런 쪽은 아니었고.

Q. H.O.T와 젝스키스를 좋아하는 남학생은 거의 없었던 걸로 기억하는데.(웃음)
김남길: 그랬지, 그랬지. 하하하.

Q. 대신 그때 핑클을 좋아하냐, SES를 좋아하느냐에 따라 남자의 성향이 읽히기는 했다.
김남길: 핑클이나 SES도 딱히 좋아하지는 않았는데… 아, 그래도 SES 앨범은 샀던 것 같아요. 걸그룹이 등장한 건 거의 처음이었으니까. 옛날이야기를 하니까 괜히 향수에 젖네. 나는 지금도 여자친구가 생기면 삐삐 선물을 해 주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굉장히 낭만적이지 않았나. 삐삐 음성 확인하려고 전화박스 앞에 줄 서고, 커피숍에서 “몇 번 호출하신 분이요!”하면 “여기요!” 하면서 손들고. 그런 게 참 좋았던 것 같다. 그런데 내가 이런 얘기를 하면 어떤 사람들은 그런다. 과거를 계속 생각하는 것은, 지금이 행복하지 않다는 뜻도 있다고.

Q. 지금, 행복하지 않나?
김남길: 그런 건 아닌데. 음… 외롭거나 그러지는 않은데, 뭔지 모를 허한 느낌은 있는 것 같다. 행복에 대해 생각해 봐야겠다.

글. 정시우 siwoorain@tenaisa.co.kr
사진. 구혜정 photonine@tenas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