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석정의 뭔걱정, 현아와 예은, 누가 옳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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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원더걸스로 함께 했던 현아와 예은이 비슷한 시기에 솔로앨범을 냈다. 둘의 앨범은 확연히 다르다. ‘음악’이 아니라 ‘의도’가 다르다는 것이다. 현아는 앨범 ‘에이 토크(A Talk)’를 통해 대중이 원하는 것을 보여주고 있고, 예은은 핫펠트라는 예명으로 낸 앨범 ‘미?(Me?)’를 통해 자신이 원하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누구나 예상했겠지만, 현아는 타이틀곡 ‘빨개요’를 통해 상당히 섹시한 퍼포먼스를 선보였다. ‘야함’의 수위로 따지면 전작들인 ‘버블팝’ ‘아이스크림’, 그리고 ‘트러블메이커’를 가볍게 뛰어넘는다. 현아는 솔로활동을 통해서는 의외로 섹시함보다는 발랄한 퍼포먼스를 해왔다. 하지만 ‘빨개요’에서는 작정한 듯 야해졌다. 때문에 여느 때보다 논란도 거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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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부터 묘한 ‘빨개요’의 뮤직비디오는 온갖 성적 암시로 가득 차 있다. 상의를 탈의하고 원숭이를 안고 있는 현아의 모습부터 자극적이다. 여기에 현아의 몸매의 선을 강조한 의상과 안무가 이어진다. 안무 몽키 댄스에 대해 현아는 “여가수가 하이힐을 신고 몽키 댄스를 추면 과연 예쁜 그림이 나올까 고민도 됐다”고 말했는데, 이 원숭이 동작을 차용한 안무는 역시나 기승전‘섹시’로 귀결된다. 동요를 차용한 가사도 마찬가지. ‘원숭이 엉덩이는 빨개, 빨간 건 현아, 현아는 예스’라는 묘한 가사는 동요를 떠올리게 하는 것은커녕 오히려 섹시 퍼포먼스의 퍼레이드인 뮤직비디오를 화룡점정하고 있다. 일일이 말로 표현하기 힘들만큼 섹스에 대한 비유와 상징들이 난무하는 영상은 한 번 봐도 야하고, 두 번 보면 더 야하다. 이러한 수위 때문에 현아는 화제를 모은 만큼, 비난도 감수해야 했다.

소속사 큐브엔터테인먼트는 비난을 받을 것을 뻔히 알았을 텐데 이 정도로 야하게 할 필요가 있었을까? 사실 가까이서 본 현아는 섹시하기보다는 귀여운 캐릭터에 가깝다. 하지만 대중은 현아에게 귀여움을 바라지 않는다. 본의 아니게 현아는 섹시함에 있어서 국가대표 비슷한 무언가가 됐고, ‘빨개요’는 대중이 기대하는 것에 충실할 뿐이다. 대중이 원하는 것을 주는 것은 엔터테이너의 덕목이 아니겠는가? 섹시함이 현아의 달란트라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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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예은은 대중이 원하는 것이 아닌, 자신이 원하는 음악을 했다. 핫펠트라는 이름으로 낸 ‘미?’는 꽤 충격적인 앨범이라 할 수 있다. 먼저 걸그룹 멤버가 싱어송라이터로 전곡을 작사 작곡한 앨범을 낸 것은 이번이 거의 처음이다. 핫펠트가 말하고자 하는 이야기들을 곡으로 만들었고, 이를 이우민 프로듀서가 완성시켜줬다. 이 앨범은 원더걸스를 만든 박진영 JYP 대표 프로듀서의 손을 전혀 거치지 않았다. 곡을 만든 핫펠트의 고집이 반영된 음악들은 원더걸스의 스타일과는 별 상관이 없는 꽤 낯선 음악들이다.

SM, YG, JYP 3사를 통틀어 뮤지션의 의견을 이토록 존중한 앨범은 악동뮤지션을 제외하고는 처음이라 할 수 있다. 따지고 보면 악동뮤지션의 앨범 ‘플레이(PLAY)’는 상업적으로 성공을 거둘만한 음악이었지만, 핫펠트의 ‘미?’는 상업적인 것과 거리가 멀다. 철저한 상업 작곡가인 박진영은 핫펠트의 음악이 상업적으로 성공하기 힘들 것이라는 것을 애초에 알았을 것이다. 회사의 입장을 생각했다면, 히트할만한 곡을 억지로라도 넣었겠지만, 핫펠트는 그러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앨범은 JYP의 이름을 달고 나왔다. 의리로 앨범을 내준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다. 오해하지 마시길. ‘미?’는 의외로 완성도가 높은 편이다. 록부터 EDM, 발라드 등 각양각색의 음악들은 예은, 아니 핫펠트의 욕심을 잘 보여준다. 각각의 곡들은 장르적인 특징을 잘 살리고 있으며, 예은의 가사는 억지스럽지 않아 공감을 유도한다.

돌이켜보면 ‘미?’와 같이 상업성을 배제하고 아티스트의 의견을 존중한 앨범이 3사에서도 한 번쯤은 나와 줄 때가 됐다. 소녀시대, 원더걸스라고 해서 남들이 만들어준 완벽한 음악과 퍼포먼스만 하라는 법은 없으니 말이다. 조금은 부족하고, 개인의 취향에 매몰된 음악이라 할지라도, 개성을 살리는 것은 뮤지션의 중요한 덕목이다. 이 앨범이 ‘텔 미’ ‘노바디’와 같은 메가 히트곡을 내기는 어렵겠지만, 핫펠트에게는 뮤지션으로서 행보에 탄탄한 반석이 돼줄 것이다.

대중이 원하는 것을 보여준 현아, 자신이 원하는 것을 보여준 예은, 둘 중에 누가 더 대중가수의 역할에 부합하는가? 선택은 글을 읽고 있는 당신에게 맡긴다.

글. 권석정 moribe@tenasia.co.kr
사진제공. 큐브엔터테인먼트, JYP엔터테인먼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