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쿠스틱 블랑, 남고 싶지 않은 밴드의 하얀 이야기(인터뷰)

어쿠스틱 블랑 박영신, 이준호, 박기영(왼쪽부터)

어쿠스틱 블랑 박영신, 이준호, 박기영(왼쪽부터)

가수 박기영이 새로운 모습으로 돌아왔다. 여성 싱어송라이터이며 시원시원한 창법으로 ‘시작’, ‘블루 스카이’, ‘마지막 사랑’ 등을 선보였던 박기영이 어쿠스틱 블랑(Acoustic Blanc)이란 밴드로 변신했다.

박기영과 어쿠스틱 밴드, 어떻게 보면 생소할 수도 있겠지만 그 조합은 잔잔하고 조화로웠으며 가장 박기영스러운 모습이었다. 박기영은 대학 후배이자 많은 가수들의 세션을 맡아온 베이시스트 박영신, 한국인 최초로 스페인 바르셀로나 리세오음악원에서 플라멩고 기타 최고 과정을 마친 기타리스트 이준호와 함께 손을 잡았다.

어쩌면 다른 길을 걸어오고 다른 색을 갖고 있는 세 사람이었지만 서로의 부분을 채워주고 함게 어우러지며 ‘어쿠스틱 블랑’이란 새로운 이름을 만들었다.

Q. 최근 어떻게 지냈는지 궁금하다. 근황이 어떻게 되는가.
이준호 : 앨범을 준비하고 있었다. 공연 준비도 하고.
박기영 : 나는 딱 두 가지에만 몰두했다. 아이 보고, 음악하고. 하하.
박영신 : 앨범에 무조건 집중하며 지냈다.

Q. 박기영은 트위터를 통해 딸 ‘벨라’를 공개하기도 했다. 엄마로써 어떤 점이 재밌고 흥미로운가?
박기영 : 모든 것이 흥미롭다. 아이는 매일 매일이 다른 것 같다. 어느 날 아이가 서랍을 열며 “어? 이거 어딨지?”라고 말을 하는데 그런 말을 한 것은 처음이었다. 정말 신기하더라.

Q. 벨라는 싱어송라이터인 엄마 덕분에 좋은 음악을 많이 듣고 자랄 것 같다.
박기영 : 내가 집에서 주로 작업을 하니 벨라는 늘 음악을 듣는다. 아마 세상 모든 사람이 음악을 하는 줄 알지도 모른다. 벨라도 음을 곧잘 따라한다. 목소리도 예쁘다. 히히.

Q. 선공개곡이었던 ‘벨라 왈츠’는 KBS2 ‘슈퍼맨이 돌아왔다’에 삽입되기도 했다. 딸의 이름을 넣어 만든 곡이라 더 뜻깊을 것 같다.
박기영 : 준호 오빠가 코드를 만들고 내가 멜로디를 입혔고 영신이가 가사를 붙였다. 사실 다 같이 곡을 써오기로 했는데 영신이 빼고 우리 둘은 못해온 것이다. 한번 씩 혼나고 만들었다. 하하.
박영신 : 기영 언니는 아무래도 아기가 있으니 따로 집중해서 음악 작업을 할 여건이 되지 못한다. 그래서 숙제로 곡 작업을 녹음해오기도 했다. ‘벨라 왈츠’는 바보 같은 사랑, 아무 것도 따지거나 재지 않는 사랑의 첫 감정을 담았다. 벨라의 이름을 붙인 것도 아이들의 순수한 사랑과 좋아하는 느낌을 표현하고 싶은 이유였다. 벨라도 노래를 듣고 좋아했다.
박기영 : 맞다. ‘벨라 왈츠’는 가사가 너무 예쁘고 좋았다. 벨라가 음악을 듣고 춤을 추며 반응을 해줘야 우리도 뭔가 안심이 되더라. 하하.

BRA_5807-2

Q. 세 사람은 어떻게 만나서 한 팀이 됐는지 궁금하다.
박기영 : 영신이와 나는 서울예대 실용음악과 1년 선후배 사이다. 학교를 휴학한 뒤 복학하면서 영신이와 함께 다니게 됐다. 그리고 지난 2004년부터 밴드 활동을 했었다.
이준호 : 스페인에서 4년 8개월 동안 유학 생활을 했다. 그 곳에서 플라멩고 기타를 전공했다. 한국에 귀국했을 당시 친 누나가 기영이와 친분이 있었다. 당시 기영이는 보컬과 기타가 함께하는 음반을 계획하고 있었다. 기영이가 만삭일 때 처음 봤는데 “오빠 나 11월 쯤 아이가 나온다. 그 뒤에 연습을 하자”며 차근차근 계획을 말했다. 그 모습을 보고 엄마는 위대하단 생각이 들었다. 하하. 그렇게 함께 하게 됐다.

Q. 왠지 세 사람의 친숙한 모습으로 오래 전부터 알고 지냈을 느낌이었는데 신기하다. 그렇다면 각자 첫 인상은 어땠는가?
박영신 : 기영 언니는 얼굴이 정말 조그맸다. 아마 내가 살며 본 사람 중 가장 조그만 얼굴이었고 예쁘다 생각했다. 언니와 나는 코드가 잘 맞았다. 당시 주변 분들은 참고 있는데도 언니와 나만 욱하기도 했다. 히히. 준호 오빠는 처음에 날카로운 이미지가 있었다. 그런데 조금 보니 부드럽고, 자상하고 유한 느낌이었다. 말할 때도 너무 유하다 못해 졸립기까지 하다. 하하.
이준호 : 사진만 보고 나에 대해 까칠하고 사납다고 느끼는 분들이 많으시더라. 아니다. 원래 여동생에 누나까지 있었고 함께 하는 플라멩고 무용 팀도 여성 분들이 많고 그렇다. 항상 ‘여자는 미래다’고 말한다니까.
박기영 : 음악을 하며 어린 나이에 필드로 나왔다. 음악을 하며 사람들에게 치이며 상처받은 일이 많았다. 그래서 지금도 의리 있고, 착한 분들을 좋아한다. 두 멤버는 아는 사람들 중 그런 요소를 갖추고 있는 최고의 사람들이다. 음악 하는 사람들의 연주나 노래를 들으면 그들의 성품이 느껴진다. 준호 오빠의 연주를 듣고 굉장히 꼼꼼하고 순한 사람이란 생각이 들었다. 영신이는 어릴 때부터 봐왔는데 정말 의리 있는 친구다. 이렇게 잘 맞는 사람들과 만나서 너무 감사한다.

Q. 어쿠스틱 블랑이라는 팀명은 어떻게 만들어 진 이름인가?
박기영 : 내가 지었다. (박영신 : 언니가 이런 재능이 있다) 불어에 흰색을 뜻하는 블랑(Blanc)이란 단어가 있다. 우리 음악도 잠자기 전 모든 생각을 비워내야 하는 것처럼, 블랑이 뜻하는 하얀 느낌처럼 자신이 그리고 싶은 음악을 하자는 생각이었다. 멤버들 모두 몸 자체가 어쿠스틱한 이들이기에 어쿠스틱과 블랑을 합쳤다.

Q. 그동안 활동해온 분야가 조금은 다른 세 사람이었다. 함께 작업한다는 것이 걱정되거나 하는 점은 없었는지?
이준호 : 처음에 기영이를 봤을 때 굉장히 유명한 가수고 신기했다. 같이 음악을 하자는 제안에 겁부터 났다. 그동안 나는 클래식 음악을 계속 해왔고 클래식 기타 앙상블 팀에서 10년 이상 있었다. 유명한 가수와 대중음악을 함께 할 수 있을지 걱정됐다. 하지만 우리가 서로의 색을 잘 조화시킨다면 재밌는 것이 나오지 않을까 기대도 됐다.
박기영 : 사실 나 또한 오빠에게 거절당할까봐 걱정했다. 모두 그렇지는 않지만 클래식을 하시는 분들은 특유의 곧은 심지가 있다. 최근 많이 무너지긴 했지만 예전에는 클래식 연주하시는 분들의 대중음악을 향한 시선이 곱지만은 않았다. 그래서 걱정이 됐었다. 하지만 만나보니 아니었다. 함께 즐겁게 하게 됐다.
이준호 : 나는 실력있는 가수를 내가 망치는 것이 아닌가 걱정했었어. 하하. 그래도 하길 잘한 것 같다.

Q. 세 멤버 모두 각자 분야에서 유명한 실력자들이다. 하지만 대중들에게는 아무래도 ‘박기영 밴드’의 이름이 강한 것은 사실이다. 한편으로는 박기영이 어떻게 밴드를 이루게 됐는지 궁금해하는 시선도 많다.
박기영 : 돌파구가 필요했다. 음악 본질에 대한 획이랄까… 혼자서 많이 외로웠다. 여럿이서 상의한 뒤 이야기를 종합하고 고민하는 다른 밴드를 보며 부러워했다. 밴드라는 것 자체가 매력적이며 한번 발을 담그면 못나가는 부분인 것 같다. 여러 밴드들을 보면서 내 것을 100% 하려하면 안 된다는 것을 느꼈다. 그런 면에서는 두 사람과 정말 잘 만난 것 같다. 함께 스케줄이 있는 날이면 소풍 가는 어린 아이처럼 설렌다.
박영신 : 그동안 밴드를 많이 하며 여러 모습의 팀들을 봤다. 기영 언니가 처음에 밴드를 제안했을 때 작은 편견이 있었다. ‘언니가 과연 잘 할까?’와 같이 언니에게 맞춰줘야 할 것 같은 생각도 들었다. 하지만 의외로 언니가 잘 받아준다. 그리고 굉장히 쿨하다. 언니의 모습을 보며 ‘그동안 외로웠구나, 밴드 좋아하는 구나’라고 느꼈다.
박기영 : 내가 하고 싶은데로 다 하려면 혼자 해야한다. 밴드는 솔로 음악과 차별화 돼야한다. ‘톡톡톡’ 녹음을 할 때 엔지니어 분께서 내가 솔로 가수였으니 목소리를 부각시켜 믹싱을 해주셨다. 하지만 그러면 안될 것 같아 수정을 요청했다. 각자 맡은 공간이 있고 조화롭게 맞아야 한다.

BRA_5428

Q. 어쿠스틱 블랑의 이번 앨범에는 포크, 재즈, 왈츠, 월드 뮤직 등 다양한 음악이 담겼다. 지향하는 음악이 있다면 어떤 것일까?
박기영 : 월드 쪽으로 많이 갈 것 같다. 그런데 우리는 정식으로 공부한 사람들이 아니다. 우리만의 월드가 아닐까.
이준호 : 요리의 예를 들면 똑같은 재료를 사용해도 만드는 사람마다 맛이 다르다. 규정을 짓는 것 보다 우리만의 재료로 여러 가지를 해보고 싶다.
박영신 : 우리 음악은 직접 들어야 가장 좋은 것 같다. 라이브 무대 경험을 통해서 앞으로도 라이브를 많이 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Q. 라이브 무대 이야기가 나왔는데 오는 15, 16일 어쿠스틱 블랑은 단독 콘서트 ‘어쿠스틱 블랑 화이트(Acoustic Blanc White)’를 개최한다. 어쿠스틱 블랑으로는 첫 단독 콘서트인데 느낌이 어떤가?
박기영 : 홍대에 위치한 벨로즈에서 공연을 한다. 아주 조그만 소극장이다. 우리 음악은 소규모에서 집중력 있게 시작해야 한다. 어쿠스틱 블랑이 매일 극장으로 출근하고 공연하는 밴드가 됐으면 좋겠다. 3년 전이었나 미국 라스베이거스에 남편과 갔었는데 셀린 디온의 콘서트를 보게 됐다. 셀린 디온의 공연장 리모델링 비용만 4,500억원이란 이야기를 듣고 놀랐다. 티켓값도 비쌌는데 하나도 아깝지 않았다. 그 공연장은 셀린 디온의 사운드, 온도, 습도까지 모두 맞췄다. 공연을 보는 내내 음반을 듣는 것처럼 굉장했다. 꿈을 꾸는 느낌이었다. 그 모습을 보고 나도 나중에 저런 전용극장이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공연이 끝난 뒤 행복했다. 어쿠스틱 블랑도 최상의 어쿠스틱 사운드로 관객들을 감동시키고 싶다.

Q. 박기영에 대해 많은 사람들은 ‘90년대 아이유’라는 이야기를 하기도 한다.
박기영 : 하하. 정말 황송하다. 아이유의 팬이다. 후배 중 윤하와 아이유를 가장 좋아한다. 한 인터뷰에서 아이유가 나에 대해 신비한 목소리라 언급했다던데 정말 고마웠다. 윤하와는 실제로도 굉장히 친하다. 후배들을 보며 앨범의 흥행과 상관없이 귀감이 되고, 잘하는 선배의 모습을 보여줘야겠단 생각이 들었다. 늘 힘이 되는 후배들이다. 열심히 하는 후배들이 예쁘고 음악할 맛이 난다.

Q. 어쿠스틱 블랑은 대중들에게 어떤 밴드, 어떤 가수로 남고 싶은지 궁금하다.
이준호 : 우리는 누가 뭐라 하던 계속 음악이 좋아서 할 사람들이다. 대중들께서도 그렇게 지켜봐주셨으면 좋겠다. 이문세 씨를 어릴 때부터 좋아했는데 음악을 들으면 계속 한 공간에서 지내는 사람 같은 느낌이 들었다. 그 분의 음악을 듣고 좋아하며 ‘이렇게 변하시는 구나’라는 생각도 들고 나도 변함을 느낀다. 나 역시도 대중과 함께 지내는 그런 관계가 됐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박영신 : 음악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그렇겠지만 어쿠스틱 블랑도 좋은 음악을 많이 만들고, 계속 들려줄 수 있고 라이브를 잘하는 그런 밴드가 되고 싶다.
박기영 : 남고 싶지 않은 밴드가 되고 싶다. 남기 보다는 계속하는 그런 밴드가 되고 싶다. 어느 시점에 남고 있는 사람이 되고 싶지 않다. 2014년 현재 어쿠스틱 블랑이 활동하고 있듯이 2024년에도 우리는 계속해 전진하며 발전하는 음악을 했으면 좋겠다. 뒤돌아온 것에 대해 후회하기 보다는 앞을 보며 전진하고 싶다. 또 나와 함께 지내는 사람들에게 인정받고 싶은 소망도 있다.

글. 최진실 true@tenasia.co.kr
사진제공. 포츈엔터테인먼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