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했수다② ‘해투3’ 윤고운 ‘정도전’ 이재훈 PD, 예능과 드라마가 만나다

이재훈 PD(왼쪽)와 윤고운 PD

이재훈 PD(왼쪽)와 윤고운 PD

예능 PD와 드라마 PD가 만났다. KBS2 ‘해피투게더3(이하 해투3)’의 윤고운 PD와 KBS1 ‘정도전’의 연출을 맡았던 이재훈 PD는 ‘해투3-정도전 스페셜’ 편을 계기로 인연을 맺었다.

인터뷰를 핑계 삼아 술잔을 기울이다 발견한 사실은 ‘예능과 드라마는 정말 다르다’는 것, 그리고 ‘PD들은 정말 자기 영역 외에는 잘 모른다’는 점. 어찌 보면 최근 반향을 일으키며 각자의 분야에서 주목받은 두 PD의 이야기에는 ‘의외의 재미’와 ‘깨알 같은 정보’들이 가득했다. 두 PD 모두 똑같이 나름의 ‘직업병’을 자랑(?)했다는 점도 흥미롭다. 기자보다도 더 인터뷰의 분량과 구성을 고민하던 두 사람은 그야말로 ‘천상 PD’였다.

“무언가를 만드는 게 PD”라며 늘 새로운 무언가를 쫓는다는 이들. 두 PD의 시선으로 바라본 ‘예능과 드라마’의 이야기를 인터뷰로 풀어봤다.

취했수다: ‘취중에 진담이 나온다’고 했던가. ‘각자의 삶’을 안주 삼아 인터뷰이와 인터뷰어가 함께 술잔을 기울였다. 취했고, 그래서 말이 많아졌다. 그 생생하고도 진솔한 이야기를 정리해봤다. <편집자 주>

Q. 예능과 드라마는 정말 다를 것 같다. PD로서 서로의 영역에 대한 판타지도 있을 듯하고.
윤고운 PD(이하 윤): 예전에 ‘그들이 사는 세상’이라는 드라마가 있지 않았나. 그 드라마 이후 드라마국 PD들이 정말 부러워졌다. 실제로 배우들과 선후배라고 친근하게 부르니까. 우리는 ‘선생님’이라고 부르거든. 뭔가 드라마는 매일 보고 스킨십이 많아서 그런지 인간미가 넘치는 느낌이다.
이재훈 PD(이하 이): 항상 그런 건 아니다. 어쨌든 드라마 PD는 현장에서 배우들과 부딪히는 일이 많아서 관계의 애매한 선을 유지해야 한다. 누구나 ‘선생님’이라고 부르면 왠지 다 대접해드려야 할 것 같은 느낌이다. 그 미묘한 선을 지키는 게 쉽지 않다.

Q. 일단 주어진 포맷부터 다른 것 같다. 프로그램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드라마와 비교하면 예능은 포맷이 유동적이다.
이: 포맷이 고정된 게 아니라서 힘들겠다.
윤: 매회 출연자에 따라 포맷을 맞춰야 하니까.
이: 재미없는 출연자 섭외되면 진짜 난감하겠다, 하하.
윤: 그래도 유재석, 박명수가 정말 잘하니까 어떻게든 살려낸다. 톤을 잡는 게 문제지. 재미라는 건 ‘빵빵’ 터지는 데서만 발생하는 것은 아니라고 본다. 때로는 진솔한 이야기가 더 와 닿을 때도 있고. 그래서 요즘에는 ‘웃음’에 대한 강박을 버렸다. 다양한 시도를 할 수 있는 틀을 만드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Q. 예능이 포맷의 문제라면, 드라마는 소재를 어떻게 푸느냐가 숙제일 것 같다. 특히 KBS의 경우에는 ‘공영방송’ 타이틀을 달고 있어 제약이 더 많지 않나. 케이블, 종합편성채널 같은 경우에는 점차 타깃 시청자층에 맞춘 프로그램이 늘고 있는데 말이다.
이: 사실 전체 드라마 수는 많으니까, 그냥 ‘재미’만 있는 드라마도 한두 편은 만들어도 될 법하다. 근데 지상파에서는 그게 어렵다. 영화만 해도 코믹극, 소동극, 잔혹극 등 다양한 소재를 다루지만, 꼭 ‘교훈’이 있는 건 아니지 않나. KBS PD들은 항상 뭔가 메시지를 전해야 할 것만 같은 강박을 어느 정도 갖고 있다. 아예 기획의도를 쓸 때도 논술문 쓰듯이 하고, 하하하. 주제가 무거운 것도 문제지만, 메시지 전달에 천착하면 재미가 없어질 위험이 있어 걱정이다.

이재훈 PD 윤고운 PD

Q. 상대적으로 제작비가 적다는 점도 어려움을 키우는 요인일 것 같다.
이: 캐스팅이 안 된다. 마치 모래주머니를 차고 달리는 듯한 느낌. 그래서 개런티가 싸고 안 알려진 배우 중에서 먼저 찾기 시작한다.
윤: ‘정도전’도 그랬나?
이: 사극은 다르다. 사극을 할 수 있는 배우가 많지 않으니까. 주연 배우들도 그렇지만, 조·단역 배우 캐스팅도 쉽지 않다. 사극에서 필요로 하는 조건들, 예를 들면 ‘말타기’ 같은 능력을 갖춘 분들을 찾는 것도 일이다. 장기적으로는 사극을 위해서라도 ‘배우 풀’을 더 확장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Q. 요즘에는 통섭, 콜라보레이션 같이 장르의 벽을 허무는 게 인기다. 그런 작업을 해보고 싶은 생각은 없나.
이: 물론 있다. 특히 최근 들어 그런 과정을 거친 다양한 작품들이 사랑받고 있지 않나. 다만 아직 지상파 채널에서는 그런 시도를 하기에는 조금 어려움이 따른다고 생각한다.
윤: 예능과 드라마도 결국에는 사람에 대한 이야기를 다룬다는 점에서 똑같은 부분이 있다. 문제는 어떤 방식으로 그 이야기를 풀어내는가 하는 것이다.

Q. 그렇다면 두 분이 각각 예능, 드라마 직군을 선택한 이유는 무엇인가.
윤: 성향이 맞아서랄까. 예능은 순발력, 애드리브 등이 중요하다. 연출 자체도 출연자들이 다양한 상황을 맞을 수 있도록 오픈된 상황을 조성하는 식이다. 근데 그게 나와 잘 맞는다. 나는 성격 자체가 사전에 기획하고 꼼꼼하게 계산하는 것보다 예측불허의 상황을 즐기는 성향이다. 또 예능은 토크쇼 외에도 음악 프로그램, 개그 프로그램 등 다양한 범위로 이야기를 확장해 나갈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그 부분에서 매력을 느꼈다.
이: 사실 대학에 다닐 적에는 영화감독을 꿈꿨었다. 하지만 막상 무언가를 해보려고 해도 마음처럼 잘 되지는 않았다. 매일 깨작깨작 뭔가를 쓰는 데 시나리오 한 편을 완성해본 적은 한 번도 없었다. 집에서 반대도 심했고, 하하하. 그리고 대학교 4학년 때 드라마 PD를 준비하는 데, 마음이 너무 편해졌다. 매일 무형의 무엇인가를 쫓다가 상식 공부하고, 논술·작문 한 편씩 쓰고 나니까 뿌듯함이 밀려오더라. 어떻게 보면 현실과 꿈의 접점을 찾은 셈이다.

Q. 좋아하던 일이 직업이 되는 게 꼭 좋은 일만은 아니었을 것 같다. 회의감을 느낀 적은 없었나.
이: 나도 나름대로 감정의 섬세함이 있었던 사람인데, 조연출 때 다 무뎌졌다, 하하. 영화는 1년에 2시간을 찍는데, 드라마는 1주일에 2시간을 찍는다. 뭔가 다른 생각을 할 겨를이 없다. 기계적으로 일하는 시간이 많아지더라. 자막도 예능과는 다르지 않나. 드라마는 직업, 직책, 이름, 역사 소개하는 게 전부다. 소모적인 일을 반복할 때면 회의감이 들 수밖에 없다.

이재훈 PD

Q. 반대로 보람을 느끼는 순간도 있을 것 같다.
이: 아무래도 시청자의 뜨거운 반응을 볼 때겠지. ‘정도전’이 특히 그랬다. 개인적으로는 아버지께서 동네에서 으쓱하셨다고 할 때 기분이 좋더라. ‘이 순간을 위해 조연출 7~8년을 버텼구나’ 하는 생각도 했다.
윤: 나는 아마도 섭외 성공했을 때? 하하하. 조재현 씨가 ‘해투3-정도전 스페셜’ 편 출연 승낙했을 때 대단히 짜릿했다. 캐스팅하려고 상갓집부터 산골까지 안 가본 곳이 없다니까. 정말 이럴 때 보면 나도 이 일이 천직이다 싶다.
이: 어떤 형태든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것’이 PD들의 공통적인 성향인 것 같다. 물론 그 결과물이 좋아야겠지만, 하하.

Q. 나중에 두 분이 한 번 함께 작업해보는 건 어떨까. 왠지 걸작이 나올 것 같다, 하하.
윤: 우린 뭔가 통하는 게 있다니까. 다음에 작품이나 하나 같이 해보자. 콜라보레이션으로, 어때?
이: 지금은 좀…. 한 5년만 더 있다가 다시 물어봐 주세요, 하하하.

 

취했수다① ‘정도전’ ‘해투3’ PD, “‘정도전’ 뒷이야기가 궁금하세요?”

 

글. 김광국 realjuki@tenasia.co.kr
사진. 팽현준 pangpang@tenas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