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했수다① ‘정도전’ ‘해투3’ PD, “‘정도전’ 뒷이야기가 궁금하세요?”

이재훈 PD, 윤고운 PD, 텐아시아 김광국 기자(맨 왼쪽부터)

이재훈 PD, 윤고운 PD, 텐아시아 김광국 기자(왼쪽부터)

이렇게 짙은 여운을 남긴 작품이 또 있었을까 싶다. 지난 1월 4일 첫 전파를 탄 KBS1 ‘정도전’은 근 6개월간 주말을 뜨겁게 달궜다. 작품이 끝난 뒤에도 열기는 좀처럼 식지 않았다. 시청률도 시청률이지만, 더 놀라웠던 것은 시청자들의 체감 반응이다. 온라인상에서는 여전히 주요 인물들의 대사가 유행어처럼 회자되고, 일부 작품 팬들은 자발적으로 ‘정도전’ DVD판 발매 운동을 추진 중이다. 가히 KBS 사극의 역사를 새로 쓴 작품이라 부를 만하다.

‘정도전’이 종방한 지도 어느덧 한 달이 돼가던 어느 여름날, 작품과 직간접적으로 얽힌 두 명의 PD를 서울 모처에서 만났다. ‘정도전’에 강병택 PD와 함께 공동 연출로 이름을 올린 이재훈 PD와 KBS2 ‘해피투게더3(이하 해투3)’의 연출을 맡은 윤고운 PD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정도전’의 현장 일선을 누빈 이 PD와 ‘정도전 스페셜’ 편으로 화제의 중심에 섰던 윤 PD가 기억하는 ‘정도전’은 과연 어떤 작품일까. 작품이 끝난 뒤에야 말할 수 있었던 ‘정도전’의 뒷이야기를 들어봤다.

취했수다: ‘취중에 진담이 나온다’고 했던가. ‘각자의 삶’을 안주 삼아 인터뷰이와 인터뷰어가 함께 술잔을 기울였다. 취했고, 그래서 말이 많아졌다. 그 생생하고도 진솔한 이야기를 정리해봤다. <편집자 주>

Q. 드라마 PD와 예능 PD의 만남이 성사됐다. 이것도 나름의 ‘콜라보레이션’이라고 볼 수 있을까, 하하. 두 분이 어떻게 인연을 맺게 됐는지 궁금하다.
이재훈 PD(이하 이): 현장에서 처음 뵀다. 윤 선배(윤고운 PD)가 ‘정도전 스페셜’ 편 섭외 차 문경에 오셨었거든.
윤고운 PD(이하 윤): 그리고 용인민속촌 마지막 촬영 때 두 번째로 만났지. ‘해투3’ 출연 관련해서 연락을 주고받는데 이 PD가 “나중에 ‘해투3’ 녹화 놀러 갈게요”라고 하더니, 정말 녹화장에 왔지. 그때부터 가까워지기 시작한 것 같다.
이: 근데 막상 처제랑 아내까지 대동하고 현장에 갔는데, 아이가 울어서 오프닝만 보고 나왔지. 생각할수록 억울하네, 하하하.

Q. 작품 이야기부터 시작해보자. ‘정도전’이 잘되면서 출연 배우들에 대한 관심도 크게 늘었다. 그분들의 실제 모습은 어땠나.
이: 장점부터 시작해볼까? 하하. 조재현 선배는 ‘꼰대’(은어이기는 하나, 뉘앙스를 살리기 위해 그대로 실었다) 같지 않아서 좋았다. 아무래도 나이 차가 많이 나면 세대 차이가 느껴지기 마련인데, 재현 선배는 그런 게 없었다. 자기주장만 내세우지도 않는 편이고, 무엇보다도 굉장히 유머러스하다.

Q. 유동근 씨는 어떤가.
이: 정말 애처가시다. 워낙 ‘상남자’ 스타일이라 남성미가 넘치신다. 한 번은 현장에 전인화 선배가 오신 적도 있다. 그때는 모두 놀랐었지.

Q. 임호 씨와 안재모 씨는 어땠나. 현장에서는 거의 막내뻘이다 보니 어려운 점도 많았을 듯한데.
이: 예의는 바른데, 의외로 둘 다 기가 세다. 처음에는 힘들어 한 부분도 있지만, 시간이 갈수록 주눅 들지 않고 자기 페이스를 찾아가더라. 선동혁 선배는 사람이 좋다.
윤: ‘해투3’ 녹화 때도 느꼈다. 정말 선한 사람이라는 느낌을 받았다. 유동근 선생님과 각별하시더라고. 두 분이 서로를 챙기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Q. ‘정도전 스페셜’ 편도 반응이 뜨거웠다. 예능에 익숙지 않은 분들을 어떻게 ‘해투3’에 모셨나.
이: 삼고초려 하셨지 않나.
윤: 아니 사고초려다, 하하. 가장 먼저 찾아간 게 유동근 선생님이다. 근데 처음 갔을 때 단번에 거절하셨다. 나가서 못 웃길 것 같다고 예능에 대한 부담이 크다고 하시더라. 두 번째로 문경에 찾아가서야 허락을 받아냈다.

Q. 다른 배우분들의 섭외에는 어려움이 없었나.
윤: 물론 있었지, 딱 한 명. 하하. 조재현 씨의 섭외가 정말 한 편의 드라마였다. 다른 일정과 건강 문제로 처음에는 출연을 거절했었다. 또 ‘해투3’에서 본인이 언급한 부분이기는 한데, 작품과 관련해서 여러 평이 오가면서 심적 부담을 크게 느끼신 것 같았다.

Q. 근데 결국 ‘해투3’에 출연했다. 어떻게 설득했나.
윤: 문경 세트장을 처음 찾아간 날은 허탕을 쳤다. 두 번째 찾아 갔을 때도 정중히 거절하셨다. 근데 마침 조재현 씨가 서울로 올라가신다는 거다. 그래서 설득을 좀 더 해볼 요량으로 “서울까지만 태워주시면 안 될까요?”라고 물었다. 차를 타고 가면서도 작업을 걸었지. 대본을 보시기에 “정말 멋있으세요”라고 멘트도 하고, 하하하. 서울 도착해서 마지막으로 한 말씀 드렸다. “내일까지만 찾아오겠습니다. 내일도 거절하시면 더는 안 올게요”라고. 그때 조재현 씨가 이러시더라, “출연은 어려운데, 내일 스텝들과 함께 저녁을 먹을 거니까 와서 저녁이나 드시고 가라”고. 다음날이 세트 마지막 촬영이었다. 현장에 가보니까 조재현 씨가 출장 뷔페를 쏘신 거다. 마침 스태프와 함께 소주를 마시고 계시더라. 평생 소주는 안 먹는 성격인데, 조재현 씨가 주셔서 받아들었다. 그것도 종이컵에 한가득.

Q. 와, 정말 섭외가 보통 일은 아닌 것 같다. 얼마나 마셨나.
윤: 한 3~4잔? 조재현 씨부터, 강 선배(‘정도전’ 강병택 PD), 조명감독님까지 한 잔씩 받으니까 끝이 없더라. 마지막까지 가니까 기회가 왔다. 다들 마지막 촬영 끝나고 약속이 있어서인지 사람이 적어 음식이 다 남은 거다.
이: 아, 그날 야외 촬영이 남아있어서 사람이 없었을 거다. 한 절반 정도는 현장에 가 있었거든.
윤: 어쨌든 조재현 씨가 음식이 남으니까 굉장히 슬퍼하시더라. ‘트리플A’형이시지 않나. ‘여기서 점수를 따야겠다’ 싶었다. 바로 “아주머니, 음식 남은 거 싸게 지퍼백 좀 주세요”라고 그랬지, 하하. 사람들이 다 빠지고 잔디밭에서 막내 PD랑 조재현 씨랑 셋이서 앉아 술을 먹게 됐다. “나와 주실 거죠?”라고 또다시 물었지. 그러더니 말없이 어딘가 전화를 걸어서 “나 그날 7시 반까지 못 간다. 11시까지 간다”고 말하고 끊으시더라. 출연하신다는 이야기였지. 원래 연극하는 후배들 밥을 사주시기로 했었는데 ‘해투3’ 녹화 때문에 약속을 미루셨다.

Q. 아, 조재현 씨가 평소 그렇게 연극을 하는 후배들을 그렇게 챙긴다고 들었다.
이: 유명하시지 않나. 오죽하면 별명이 ‘대학로의 열린 지갑’이다, 하하하.

이재훈 PD(왼쪽)와 윤고운 PD

Q. ‘해투3’ 나와서 춤추시는 장면만 봤을 때는 이런 비화가 있는지 꿈에도 몰랐다.
윤: 유동근 선생님의 공이 컸다. 섭외 때문에 문경 갔을 때 대뜸 물으시더라, “어떻게 재밌게 만들 거야. 구성 아이디어 좀 말해봐”라고. 그때 대충 듣고 나서 아이디어를 주셨다. “일단 선동혁을 섭외해. 내가 그 친구에게 창(唱)을 시킬게. 나랑 창하면서 분위기를 띄우면 영규 형에게 ‘카멜레온’을 부르게 할게. 내가 시키면 마지못해 하지 않겠어? 그리고 마지막에 분위기가 절정에 오르면 재현이가 ‘곱사춤’을 추는 거지.”

Q. 그럼 유동근 씨를 제외한 나머지 출연자는 그 상황을 전혀 모르고 들어간 건가.
윤: 그렇죠. 아무도 몰랐다. 또 거기서 발생하는 재미가 있으니까.
이: 아, 곱사춤 정말 재밌었는데. ‘아수라장’ 자막 뜰 때가 피크였지.

Q. 특히 ‘정도전 스페셜’ 편이 흥미로웠던 이유는 드라마가 끝난 뒤에 방송됐다는 점이었다. 보통 드라마 시작 전에 홍보 차원에서 출연하는 경우는 있어도, 끝나고 나오는 일은 없지 않았나.
이: 축하연 같은 느낌도 있었다. 홍보할 때 나오면 배우들끼리도 어색해서 재밌는 그림이 안 나오지 않나.
윤: 마지막 방송을 함께 봐서 더 뜻깊었던 것 같다. 원래 계획에는 없는 부분이다. 녹화하다 보니 어느덧 방송 시간이 다 됐더라. 쉬는 시간에 유동근 선생님 찾아가서 같이 보는 게 어떻겠냐고 물으니 흔쾌히 좋다고 하시더라. 또 “따른 분들에게는 ‘오늘 방송국 지침이다’고 거짓말하라”고까지 말씀하셨다.

Q. 참, 가슴 먹먹한 순간이 많았다. 배우들이 자기 출연분 보면서 몰입하는 모습도 신선했고.
윤: 그렇게 될 줄은 몰랐는데, 정말 빠져드시더라. 선동혁 선생님은 대사도 따라 하시고. 유동근 선생님과 조재현 씨는 눈물도 훔쳤다.
이: 아, 진짜 눈물 많으세요. 사실 이성계 역이 대본상에는 그렇게 많이 우는 캐릭터가 아니었다. 성계탕도 그렇고. 대본에는 ‘눈물을 삼킨다’라고 나왔을 뿐인데, 감정 이입이 제대로 되셨는지 통곡을 하셨지.

이재훈 PD(왼쪽)와 윤고운 PD

이재훈 PD(왼쪽)와 윤고운 PD

Q. 방송 내내 유동근 씨의 연기가 화제였다. 임호 씨는 텐아시아와의 인터뷰에서 “함께 붙을 때면 숨도 못 쉴 정도의 긴장감이 느껴졌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 리허설 때와 녹화 때의 연기가 완전히 다르다. 마치 상대방을 놀라게 하는 걸 즐기시는 것처럼 보일 정도다. 거의 모든 신이 그랬다. 항상 대본에 나온 것 외에 한 가지를 더 준비해오시더라. 나도 그렇지만, 현장에서 호흡을 주고받는 배우들은 더 놀랐을 것 같다. 나중에는 유동근 선배의 콘티는 러프하게 짰다. 자유롭게 캐릭터를 풀어낼 수 있도록 해드리고 싶었다.

Q. 아무튼, 정말 대단한 드라마였음은 틀림없다. 사극으로는 이례적으로 종방연까지 이슈가 됐다.
이: 특히 배우분들 패션이 화제였지. 온라인에서는 ‘패션 테러리스트’라고까지 표현하더라, 하하하. ‘찌찌 단추’부터 ‘터키 악마의 눈 벨트’까지 두루 화제였다. 누가 “‘해투3’는 사우나 복으로 통일해서 다행이다”고 쓴 댓글을 보고 엄청나게 웃었던 기억이 난다.
윤: 조재현 씨는 좋던데, 내추럴하고.
이: 좋았죠. 그 ‘택시기사 선글라스’만 아니었다면. 그 연배에 그런 옷을 소화하신다는 게 대단한 일이지. 아, 재현 선배가 이거 보시면 안 되는데, 하하하.

 

취했수다② ‘해투3’ 윤고운 ‘정도전’ 이재훈 PD, 예능과 드라마가 만나다

 

글. 김광국 realjuki@tenasia.co.kr
사진. 팽현준 pangpang@tenas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