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화하는 팬덤① 사랑을 사랑으로, 기부 문화 앞장서는 팬덤

팬덤이 진화하고 있다. 팬덤은 자신이 좋아하는 스타를 위해 순수한 마음으로 모인 팬들의 집합이다. 스타의 활동 영역이 넓어지고, 스마트폰 등 정보기술이 발달하면서 팬덤의 활동 영역도 함께 넓어지고 있다. 팬덤은 스타에게 팬레터를 보내거나 공연장을 찾아가는 단순한 응원 활동을 넘어서 스타가 가진 긍정적 영향력을 확대 재생산하고 있다. 스타보다 먼저 앞장서서 기부를 통해 선행을 펼치고, 직접 문화 행사를 만들기도 한다. 사생팬 등 얼룩진 팬문화를 건전하게 만들기 위한 자체 정화 활동도 이뤄지고 있다. 팬덤은 더 이상 스타만 바라보는 수동적인 존재가 아니다. 능동적인 활동 주체로 변화하고 있다.

쌀화환, 스타숲, 우물 등 팬덤의 기부활동이 다양하게 이뤄지고 있다.

쌀화환, 스타숲, 우물 조성 등 팬덤의 기부활동이 다양하게 이뤄지고 있다.

팬덤 진화의 가장 긍정적인 사례는 기부 문화다. 가장 대표적인 경우가 쌀화환이다. 콘서트나 제작발표회에서 흔히 발견할 수 있는 쌀화환은 지난 2007년 8월 신화 신혜성의 콘서트 축하를 시작으로 기본적인 문화로 자리 잡았다. 기부된 쌀은 자선단체를 통해 결식아동을 위해 쓰인다. 쌀화환 업체 드리미 관계자는 “2007년부터 시작된 쌀기부는 매년 증가해 2009년부터 2012년까지는 매년 200% 증가율을 보였다”며 “바로 지난 7월 29일 열린 MBC ‘야경꾼일지’ 제작발표회에서 유노윤호의 이름으로 기부된 쌀의 양이 32.5톤으로 최고 기록을 경신했다”고 전했다. 이어 관계자는 “쌀화환은 이제 완전히 자리를 잡았다. 아이돌뿐만 아니라 기성가수, 스포츠 스타들의 팬들도 쌀화환을 이용한다”고 전했다.

쌀화환으로 시작된 기부문화는 점점 규모를 키우고 있다. 스타의 생일이 되면 아프리카나 동시아 지역에 기부를 했다는 소식이 심심찮게 들려온다. 최근에도 지난 7월 4일 비스트 윤두준의 생일을 맞아 팬클럽이 캄보디아에 우물을 기증했다. 윤두준 팬클럽은 지난 해에도 우물을 기증했으며, 같은 그룹 멤버 장현승의 생일에도 팬클럽은 미얀마와 캄보디아에 우물을 기증했다. 틴탑 니엘의 팬도 니엘의 성년을 맞아 우물을 기증했다. 이밖에도 배우 한지혜, 그룹 소녀시대 등 내로라하는 스타들의 이름으로 우물이 만들어지고 있다. 우물뿐만 아니라 낙후 지역의 책걸상 지원, 난청 어린이 수술 지원, 백내장 어린이 수술 지원 등 다양한 방식으로 기부가 이뤄지고 있다. 신화숲, 엑소숲, 동방신기숲 등 스타숲도 활발히 조성되고 있다. ‘조공’을 불리던 일반적인 선물 전달 형태가 ‘기부’라는 이름으로 재탄생돼 사회의 발전에 기여하는 선순환 구조에 동참하고 있는 것이다.

인피니트 팬클럽이 펼친 선행

인피니트 팬클럽이 펼친 선행

이에 따라 스타가 직접 기부문화 조성을 위해 나서기도 한다. 그룹 B1A4는 해마다 콘서트에서 화환 대신 안 쓰는 학용품을 팬들에게 기부 받는다. 평소 사용하지 않는 문제집, 공책, 필기구 등을 모아 공부방에 전달하는 등 팬들과 함께 선행을 펼쳤다. 그룹 B.A.P도 지난 3월 서울 콘서트를 앞두고 팬클럽 이름인 ‘베이비’이름으로 유니세프에 수동식 물 펌프를 후원해 역조공을 펼치기도 했다. 리더 방용국은 글로벌 트위터 시상식인 제 6회 쇼티 어워즈(Shorty Awards)의 ‘자선활동(CHARITY)’ 부문에 후보로 오르기도 했다.

이러한 팬덤의 선행 활동은 일회성에서 그치지 않고 조직적으로 이뤄져 또 다른 단계에 접어들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는 인피니트의 팬클럽이다. 인피니트 팬클럽은 대표 팬사이트 무리수가 주축이 돼 올해 ‘2014 프로모션 프로젝트’라는 타이틀로 선행 활동에 앞장서고 있다. 이들은 지난 2012년부터 네이버 해피빈을 통해 약 380만 원을 불우한 환아들과 미혼모를 위해 기부했다. 뿐만 아니라 헌책 기부 단체 부기즈와 결연을 맺어 한 달 동안 1,169권의 책을 기부했다. 인피니트 팬클럽은 사회 공익적 기부뿐만 아니라 심야 시간대 방청객들을 위해 서포트 활동도 펼쳐 가수의 대중적 이미지 쌓기에 주력하는 모양새다.

흔히 팬덤을 두고 ‘빠순이’라며 손가락질하는 사람들이 많다. 조공이 기부로 진화했다지만, 밥 먹여주는 것도 아닌 팬덤 활동에 왜 힘을 쓰냐는 것이다. 100% 이해를 바라진 않는다. 좋아하는 누군가를 위해 자신을 희생해 본 경험은 누구나 있지 않을까. 그렇지 않은 사람들에게 안도현 시인의 ‘너에게 묻는다’라는 시를 읊어주고 싶다. ‘연탄재 함부로 발로 차지 마라/ 너는/ 누구에게 한번이라도 뜨거운 사람이었느냐’

진화하는 팬덤② 수용자에서 생산자로..이제는 문화 창조자, 팬덤

글. 박수정 soverus@tenasia.co.kr
사진제공. 드리미, 트리플래닛, 니엘 팬페이지, 인피니트 팬클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