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사계절 바버렛츠 들려줘요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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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소희, 안신애, 김은혜(왼쪽부터)

“이거 보세요.”

기억에 남는 공연을 묻자 안신애가 노트북을 가지고 와 영상을 보여준다. 영상 속 바버렛츠(안신애, 김은혜, 박소희)는 웬 시골장터에서 각설이와 함께 덩실덩실 춤을 추며 ‘노란 샤쓰 입은 사나이’를 열창한다. 정신 줄 놓은 가시내들이 노래를 하자 동네 주민들이 난리가 났다.

“봉평 메밀꽃 축제에 갔다가 품바대회 대상 수상자 분이 공연 하시 길래 우리도 노래시켜달라고 했어요. 술도 안마시고 맨 정신으로 이러고 놀았어요. ‘너희는 뭐하는 애들이냐’고 물으셔서 가수라고 대답하기 민망해서 노래패라고 했더니 좋아하시더라고요 그 곳에 젊은이들은 저희 셋뿐이었답니다.”

이처럼 바버렛츠의 매력은 남녀노소 가리지 않는다. 계보를 따지고 들어가면 1900년대 초 미국의 바버샵 아카펠라까지 거슬러 올라가야 설명이 되지만, 굳이 그럴 필요는 없다. 그저 세 명의 화음에 귀를 기울이고 있노라면 기분이 좋아지니까. 해외에서도 반응이 좋다. 바버렛츠가 커버한 로네츠의 ‘비 마이 베이비(Be My Baby)’ 는 동영상 콘테스트 사이트 ‘vube.com’에서 500만 조회 수를 넘으며 ‘이달의 동영상’ 30위에 랭크되기도 했고 케이팝 블로그에서 인터뷰 요청도 줄을 잇고 있단다. 이쯤 되면 전방위적으로 사랑받는 걸그룹이 아닌가?

작년 여름 바버렛츠의 공연을 처음 봤을 때 깜짝 놀랐었다. 50~60년 미국에서나 볼 수 있었던 3인조 여성 보컬그룹인 로네츠 또는 한국의 김시스터즈와 같은 예스러운 편성을 너무나 맛깔나게 소화해냈기 때문이다. 마이크 한 대를 가운데 놓고 노래하는 편성 외에 의상, 헤어스타일까지 옛 스타일을 표방한 제대로 된 두왑 그룹이었다. 세 명의 목소리가 한 대의 마이크를 통해 흐르는 하모니도 좋았지만, 익살스런 표정도 일품이더라. 그날 공연에 이효리도 나왔는데, 공연장을 나설 때는 바버렛츠만 가슴에 남았다. 이후 약 1년 사이에 바버렛츠는 입소문만으로 이름이 알렸고, 드디어 첫 정규앨범인 ‘바버렛츠 소곡집 #1’을 지난 5월 말 발표했다. 6일 벨로주에서 단독공연을 앞두고 있는 바버렛츠를 만났다.

Q. 작년 김태춘의 단독공연 ‘패배자대부흥성회’에서 바버렛츠 공연 처음 봤어요. 노래가 무척 좋아서 깜작 놀랐죠. 그날 공연 이효리 씨 게스트로 나오는 것도 몰랐는데 여러모로 좋았네요.
신애: 저희도 이효리 씨 게스트로 나오는지 몰랐어요. 그날 분위기 좋았죠. 노래도 잘 된 편이어서 저희도 평소 안 하던 개그를 좀 했어요.

Q. 언제 앨범이 나올지 무척 기다렸어요.
은혜: 저희도 앨범이 나와서 후련해요.
신애: 녹음은 2월 말부터 시작했어요. 원래는 EP로 낼까 생각했는데 세월호 사태로 미뤄지면서 몇 곡을 추가해서 정규가 됐어요.

Q. 처음에는 EP를 낼 생각이었군요.
은혜: 봄여름가을겨울 이렇게 계절별로 내면 어떨까 했어요. 이번 앨범에서 ‘한 여름밤의 꿈’ ‘비가 오거든’ 등의 여름노래들을 빼면 봄노래들이에요. 그런 식으로 가을, 겨울 버전으로 낼 생각을 했죠.

Q. 겨울은 안 어울리지 않을까요?
바버렛츠: 겨울하면 바버렛츠예요!
은혜: 우리가 가장 바쁜 시즌이 크리스마스 시즌이에요. 저희 의상 중에 크리스마스를 위한 망토 의상도 있죠. 캐럴 풍의 자작곡들도 있어요. 그 외에 가을을 위한 프로젝트도 있는데 기밀이라 말씀드릴 수 없네요. 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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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세 분이 어떻게 만났나요?
은혜: 재작년에 신애 언니가 ‘미스터 샌드맨(Mr. Sandman)’을 무척 해보고 싶어서 저랑 소희를 불렀어요. 신애 언니와는 한 재즈 밴드에서 노래를 했어요. 제가 이명건 트리오의 화요일 보컬, 언니가 목요일 보컬이었죠. 지나가는 길에 맥주 한 잔 하러 들렀는데 언니가 노래하고 있었죠.
신애: 그때 은혜 처음 봤을 때에는 친해질 줄 몰랐는데, 내가 무슨 생각으로 은혜에게 같이 하자고 했는지….
은혜: 언니가 나의 마법에 넘어간 거지.
신애: 소희는 제가 노래를 가르치던 학생이었는데 워낙 잘해서 함께 하게 됐어요.

Q. 왜 옛날 노래 ‘미스터 샌드맨’을 하려 했나요?
신애: 좋아한지 오래된 곡이에요. 원래 R&B를 좋아해서 열심히 찾아 듣다보니 50~60년대 보컬그룹, 또 20~30년대 블루스 등에 익숙해져 있었어요. 그러다 유튜브에 커버 영상 전문으로 올리는 팜플라무스(Pomplamoose)라는 팀이 이 곡을 하는 걸 봤는데, 해보면 재밌을 것 같아서요. 그래서 이 친구들을 모으게 됐죠.

Q. 주위에 바버렛츠와 같은 음악을 하는 팀이 없기 때문에 연습이 쉽지 않았을 것 같아요.
은혜: 어려운 건 둘째 치고 너무 재밌었어요. 한 사람씩 돌아가며 ‘밤밤밤밤, 밤밤밤밤, 밤밤밤밤밤’ 이렇게 노래하는 게 마치 DDR 게임을 하는 기분이었어요. 그런데 점점 보는 사람들이 많아지면서 어려워지기 시작했죠.

Q. 셋이 연습을 시작한 후 공연하기까지 얼마나 걸렸어요?
신애: 연습 후 3주 만에 공연을 했어요. 노영심 언니에게 팀을 하고 있다니까 자선공연에 불러주셨어요. 그날 이문세, 윤종신, 원모어찬스, 킹스턴 루디스카 등 쟁쟁한 팀들이 나왔었죠. 2012년 11월 엄청 추울 때였어요.

Q. 바버샵 아카펠라 스타일을 해서 팀 이름이 바버렛츠라고 알고 있어요. 바버샵 아카펠라가 뭐죠?
신애: 일종의 재즈 아카펠라라고 보시면 되요. 피아노 트리오, 재즈 퀄텟과 같은 편성 형태죠.
1920년대 미국에서는 이발소가 약간 클럽과 같은 곳이었는데 남성들이 4중창을 만들어 나비넥타이 메고 나와 노래를 고급스런 느낌으로 노래를 했다고 해요. 거기서 유래한 편성의 이름이에요.

Q. 콘덴서 마이크 한 대로 노래하는 아이디어가 좋은 거 같아요.
신애: 당시 중창단에서 빠트릴 수 없는 콘셉트죠. 그때는 다 그런 방식으로 녹음을 했으니까요.
은혜: 사실 공연장에서는 별로 반기지 않아요. 다른 팀들은 그렇게 하지 않으니까요. 콘덴서 마이크는 소리 잡기가 까다로워서 좀 더 수고스럽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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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앨범 발매 쇼케이스 때 바버렛츠와 강승원, 선우정아 등 친한 동료들이 돌아가면서 노래하는 걸 보는데 정말 좋더라고요. 특히 강승원 씨는 혼자 기타 치면서 노래하는 모습이 진짜 멋지더라고요. 강승원 씨가 바버렛츠를 정말 칭찬을 많이 하시던데.
신애: 승원 아저씨 최고죠. 2011년경에 술자리에서 우연히 뵙게 됐어요. 술 마시다가 노래 한 번 해보라 하셔서 불렀는데 좋아해주시더라고요. 승원 아저씨는 ‘이소라의 프로포즈’ ‘윤도현의 러브레터’ ‘이하나의 페퍼민트’ ‘유희열의 스케치북’ 음악감독을 쭉 하시면서 노래 잘하는 가수들은 다 보셨을 거예요. 저희를 좋아해주시는 건 정말 친구 같아서 그러신 것 같아요. 우리는 뭔가 비슷한 영혼을 가진 사람들 같아요.

Q. 선우정아 씨 인터뷰할 때 신애 씨 이야기를 하더라고요. 정말 실력이 대단한 동생이라고.
신애: 고등학교 선후배 사이에요. 당시 강동구에서 정아 언니가 유명했어요. 공부도 잘하고, 음악도 잘해서. 제가 축제 다음날 정아 언니네 학교로 전학을 갔는데 축제에서 가장 잘한 팀들 다시 공연을 한다고 해서 보러 갔죠. 거기에 정아 언니가 있었어요. 언니들 네 명이 ‘레이디 마마레이드’를 하는데 당시 의상이…. 참 충격적이었어요. 커다란 별 귀고리를 하고.
은혜: 내가 정아 언니 처음 봤을 때는 날개를 달고 있었어.
신애: 바버렛츠 하기 약 1년 전부터 정아 언니랑 둘이서 프로젝트를 했어요. 정아 언니가 저에게는 자극을 주는 존재였어요. 저는 음악을 하면서 작곡가, 프로듀서가 옆에 붙는 그림에 익숙해졌는데 언니는 옆에 도와주는 사람이 없는데도 혼자서 작업을 척척 다 해내는 거예요. 그걸 보면서 스스로 해봐야겠다고 마음먹게 됐죠.

Q. 세 분은 어떻게 음악을 시작하게 되셨나요?
소희: 전 유치원 다닐 때부터 TV 보면서 매일 노래하고 춤추고 그랬어요. 노래를 하며 살게 될 거라고 어렸을 때부터 생각했죠. 전 바버렛츠가 첫 팀이에요.
은혜: 대학교에서 흑인음악 동아리를 하다가 제대로 해보고 싶어서 휴학을 하고 재즈 아카데미에서 정식으로 음악을 배웠어요. 그때 JHG라는 팀을 했는데 ‘자라섬 국제 재즈 페스티벌’에 나가게 됐죠. 그게 데뷔 무대였어요.
신애: 전 중학교 때에는 댄서였어요. 제가 UCC 1세대였는데 S.E.S.의 ‘꿈을 모아서’ 커버 영상이 꽤 널리 퍼졌답니다. 그래서 춤을 추려고 했는데 주위에서 보컬을 해볼 생각 없냐고 해서 노래를 하게 됐어요. 고등학교 1학년 때부터 코러스 세션을 했어요. 처음 코러스 녹음한 곡이 플라이 투 더 스카이의 ‘미씽 유(Missing You)’였어요. 그 뒤로 열심히 해서 실연자 협회에 등록된 곡이 110곡정도 되더라고요.

Q. 신애 씨는 바버렛츠 노래를 직접 만들잖아요. 곡은 언제부터 썼어요?
신애: 곡은 고등학교 때부터 썼어요. 그 때는 누가 제 노래를 좋다고 해준 적이 없어서 의기소침하기도 했어요. 내가 느낀 것을 노래로 만들었을 때 사람들이 공감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된 건 바버렛츠를 하면서부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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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바버렛츠는 음악 못지않게 의상, 메이크업이 중요하잖아요. 직접 다 준비하나요?
은혜: 저희들이 다 하죠. 예전 스타일의 메이크업 방식이 있어요. 아이라인을 길게 빼고, 입술을 빨갛게 칠해서 강조하죠. 머리는 신애 언니가 해줘요. 언니가 정말 잘해요. 처음에는 준비 시간이 2~3시간 걸렸는데 이제는 1시간이면 끝!

Q. 무척 잘 어울려요.
은혜: 처음에는 진짜 어색했어요. 그런데 점점 자연스러워지더라고요.

Q. 노래 영상이 많은데 누가 찍어주는 사람이 있어요?
소희: 저희가 직접 찍어요. 삼각대로 카메라 놓고.

Q. 찾아보니 ‘봄맞이’는 어디 산기슭 시냇가 옆에서 찍었던데?
소희: “우리가 연습을 하러 봉평에 6박7일로 산공부를 갔어요. 옛 가수들의 영상을 보면 정말 화음이 너무 대단한데, 우리는 왜 저렇게 할 수 없을까 고민이 됐죠. 그래서 인터넷이 없는 곳으로 떠나서 연습만 하다고 오자고 간 거예요. 저희가 연습량이 정말 많아야 해요. 자투리 시간 내서 연습하는 정도로는 어림도 없죠. 그래서 산에 갔는데…. 결국 잘 놀다 왔죠. 하하하. 우리끼리 밥 해먹고, 아침에 산책도 하고.

Q. 바버렛츠 유튜브 영상을 봤는데 많은 곡을 커버했더라고요. 어떤 팀들의 곡들을 연습했죠?
신애: 50~60년대 보컬 그룹들을 열심히 연습했죠 로네츠, 슈렐즈, 마블렛츠, 크리스탈스, 코데츠, 앤드류 시스터즈 등등.

Q. 바버렛츠 첫 자작곡이 ‘사랑의 마음’이죠?
신애: 3도 진행을 가지고 놀다가 자연스럽게 만든 곡이에요. 미솔솔미솔, 라도도라도 이렇게. 가사는 이난영의 ‘봄날은 간다’의 ‘연분홍 치마가 봄바람에 휘날리더라’를 오마주하기도 했죠.

Q. 첫 자작곡이라 좋았겠어요.
소희: 정말 좋았죠.
신애: 지금 들으면 졸려요. 노래 부르다가 잘 것 같아요.
은혜: 누웠을 때 들으면 잠이 잘 와요. 긴장이 사르륵 풀리는 노래.

Q. 앨범에는 김시스터즈가 노래한 이난영의 ‘봄맞이’도 실렸어요. 이런 옛 가요를 접하기가 쉽지 않을 텐데.
신애: 김시스터즈를 커버하려고 곡을 찾다가 알게 된 곡이에요. 예전에 윤복희 선생님이 ‘무릎팍 도사’에 나오신 것을 보고 60년대 코리안 키튼즈 BBC 영상을 찾아보다가 김시스터즈까지 알게 됐어요. 보자마자 반했죠. 정말 대단했어요.

Q. 앨범에 담긴 신애 씨 자작곡들도 완전히 옛날 풍이에요.
신애: 요새도 미군 방송, AFKN을 들으면 예전 두왑 풍의 곡이 많이 나와요. 특히 광고음악들. 저희 곡 만드는 모습 보실래요? (안신애가 노트북을 켠다. 처음 만나 미스터 샌드맨을 맞추는 장면, ‘가시내들’을 만드는 장면들이 지나간다. 어설프던 화음이 차차 하나가 돼 간다) 저희는 연습 안 하면 스트레스 받아요. 연습 안 하면 ‘지금 뭐하고 있는 거지?’ 라는 생각이 들어요. 물론 인터뷰, 공연, 사진 촬영, 의상 준비, 해외 이메일 인터뷰 답장 쓰는 것도 너무 즐거운데 그런 것들이 연습 시간보다 많으면 스트레스를 받는 거죠.

Q. 해외에서도 반응이 좋다고 들었어요.
신애: 신기하게도 미국, 유럽, 브라질, 페루 이런 데서 반응이 와요. 케이팝 사이트 같은 곳에서 앨범 리뷰가 나오고 인터뷰 제의가 오는 걸 보면 신기해요. 우리고 김시스터즈, 윤복희 선배님처럼 해외로 나가보고 싶은 욕심이 있어요. 저희 노래 ‘쿠커리츄’의 가사 ‘간절히 원하면 안 되는 게 하나도 없죠, 온 세상이 도와준대, 오늘은 서쪽에서 내일은 동쪽에서’가 바로 외국에 나가고 싶은 바람을 이야기한 거예요.

Q. 그럼 이제 목표는 해외진출?
바버렛츠: 해외로 가는 바버렛츠! 하하하.

Q. 바버렛츠는 콘셉트가 너무 확실해서 차기작에서 또 다른 스타일을 시도하는 게 힘들 수도 있을 것 같아요.
신애: 에이미 와인하우스의 경우도 복고이지만, 그 이상의 것들이 나오잖아요. 저희도 해보고 싶은 게 정말 많아요. 고전적인 스타일 위로 캐럴, 디스코, 90년대 TLC 같은 풍의 음악 등을 해볼 수도 있죠. 기대해 주세요!

Q. 해외에 진출한다면 누구와 협연을 해보고 싶나요?
바버렛츠: 퍼렐 윌리엄스, 브루노 마스.

글. 권석정 moribe@tenasia.co.kr
사진. 팽현준 pangpang@tenas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