썸남썸녀③ 가요계가 ‘썸’을 다루는 방식

썸은 확실히 2014년 가장 뜨겁게 달아오른 유행어다. 10대는 물론, 20~30대에 이제는 중장년층까지도 ‘썸탄다’라는 말의 의미를 가늠하고 인기를 체감하고 있다.

썸의 어원은 ‘정확하지 않은 어떤 것’과 ‘중요한 것’이라는 뜻을 동시에 가진 영어 ‘썸씽(something)’이다. 21세기 한반도의 포털사이트 국어사전에서는 ‘관심가는 이성과 잘 돼가는 감정’이라고 썸을 정의 내린다. 국어사전보다 더 정확히 이 단어의 분위기를 설명해주는 것은 다름 아닌 노래 가사다. 바로 정기고와 소유의 ‘썸’에 등장한 ‘니꺼인 듯 니꺼 아닌 니꺼 같은 너’, ‘내꺼인 듯 내꺼 아닌 내꺼 같은 너’가 그것.

정리하자면 무슨 사이인 것인지 헷갈린다는 연애의 전초전, 혹은 연애에 이르기엔 애매모호한 모든 불확실한 관계들에 대한 정의다. 그러니 썸은 2014년 별안간 등장한 관계가 아니라 인간사의 케미스트리가 흐르기 시작하며 생긴 모든 흐릿한 감정에 마침내 부여된 선명한 이름인 셈이다.

‘모호하나 긴장감 있는, 불확실하나 짜릿한’ 재미난 미덕을 갖춘 썸은 그렇게 존재가치를 인정받으며 대중매체로까지 진출한다. TV, 가요, 영화 등은 ‘썸’을 어떤 방식으로 소비하고 있을까. 가요계의 방식을 들여다본다.

# 방식 1) 듀엣 열풍의 비밀, 너도 나도 썸타는 가요계

듀엣곡 열풍

산이와 레이나, 개리와 정인, 정준영과 윤하, 소유와 정기고(왼쪽위부터 시계방향)

소유와 정기고가 부른 ‘썸’의 성공 때문일까. 지난 2월 발표된 ‘썸’ 이후 가요계는 듀엣 바람이 불기 시작한다. SM더발라드가 소녀시대 태연과 샤이니 종현, 엑소 첸과 종현 등의 듀엣곡을 연달아 발표했고, 케이윌과 마마무, 걸스데이 민아와 래퍼 딘딘, 걸스데이 소진과 래퍼 크루셜스타, 씨스타 효린과 매드클라운, 신인그룹 하이포와 아이유, 정인과 개리, 정준영과 윤하, 산이와 애프터스쿨 레이나, 이해리와 신용재, 울랄라세션과 아이유 등 유행하듯 듀엣 음악이 등장했다.

특이한 점은 듀엣 형태가 단순 피처링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정말 썸을 타듯 동일한 선상에서 노래를 부르는 형식의 정식 듀엣이 주를 이뤘다. 또한, 소속사의 철저한 계산 아래 듀엣 프로젝트가 선정됐다기보다 친분이나 우연한 기회로 함께하게 된 듀엣이 썸 열풍으로 이어졌다. 산이와 레이나는 우연히 한 녹음실에서 마주쳤다가 일사천리로 듀엣곡을 발표했고, 정준영과 윤하는 평소 가요계 절친으로 유명한 두 사람이 스스로 듀엣 프로젝트를 오랫동안 기획해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아이유와 하이포의 경우, 하이포 멤버 김성구와 아이유가 연습생 시절부터 쌓아온 절친한 관계가 아이유의 전폭적인 지원사격으로 이어졌다.

# 방식 2) 왜 썸을 탈까요? ‘썸’의 경제학

하이포 아이유(위쪽)과 투하트

하이포 아이유(위쪽)과 투하트

가요계에서 썸이 끊이지 않는 이유는 썸이 가져다주는 시너지가 쏠쏠하기 때문이다. 이전부터 유명 가수와의 듀엣이나 피처링을 통해 인지도를 쌓는 경우는 많았지만, 썸 열풍이 불기 시작하면서 듀엣이 선사하는 ‘인지도 상승’의 열매는 더욱 달콤해졌다.

정기고는 씨스타 소유와 부른 ‘썸’으로 그 열매를 가장 많이 딴 사람이 됐다. 씨스타 소유는 이전부터 매드클라운과 ‘착해빠졌어’, 홍대광 ‘굿바이’ 등으로 이미 듀엣으로 정평이 난 가수다. 이에 정기고는 소유라는 든든한 지원군이 있어 기분 좋은 출발을 할 수 있었다. 신인 그룹 하이포도 아이유라는 국민여동생 출신이자 뮤지션 아이유의 도움이 컸다. 아이유는 ‘봄 사랑 벚꽃 말고’의 노래뿐만 아니라 작사, 뮤직비디오에까지 참여했다. 이에 하이포와 아이유는 9대 음원차트 1위는 물론 지난 5월 11일 결방된 SBS ‘인기가요’에서 1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신인 그룹으로선 이례적인 성과다. 신인 걸그룹 마마무도 올해 초 휘성, 케이윌과 함께 발표한 ‘썸남썸녀’가 좋은 반응을 얻어 인지도 상승 효과를 톡톡히 봤다.

그렇다고, 인지도가 있는 쪽이 무조건 희생하는 것은 아니다. 인지도를 함께 나눴다면, 음악성으로 보상받는다. 대표적인 경우가 언더그라운드 출신 가수와 걸그룹 보컬의 만남이다. 인지도가 부족한 가수는 걸그룹의 팬덤과 대중적인 인지도를 통해 자신을 알린다. 대신 걸그룹 보컬은 그룹의 노래가 아닌 곳에서 자신의 실력을 온전히 발휘할 수 있는 기회를 얻어 음악성을 인정받을 수 있는 계기를 만든다. 씨스타 소유가 계속된 콜라보레이션 성공으로 실력을 인정받은 경우이며, 레이나는 산이와의 ‘한 여름밤의 꿈’에서 오렌지캬라멜 ‘까탈레나’ 속 모습을 완전히 탈피해 애프터스쿨 메인보컬의 위엄을 되살렸다. 걸스데이의 민아와 소진도 각각 래퍼 딘딘과 크루셜스타와 함께 입을 맞춰 다양한 모습을 드러냈다.

SM더발라드와 투하트 같은 이색적인 썸 사용법도 있다. SM더발라드는 소녀시대, 샤이니, 엑소 등 SM 소속 그룹의 메인보컬이 뭉쳐 발라드를 발표하는 프로젝트. 이는 그룹 활동에서 볼 수 없는 메인보컬의 애절한 감성과 폭발적인 가창력을 알릴 수 있는 역할을 한다. 샤이니 키와 인피니트 우현이 뭉친 남성 듀오 투하트 또한 남녀듀엣 못지않은 케미스트리를 발산하며 썸 열풍에 가세했다. 투하트는 샤이니와 인피니트가 SM엔터테인먼트 계열이라는 점을 상징적으로 드러내면서 이들의 또 다른 음악적 세계를 알려 인지도와 음악성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았다.

듀엣은 대부분 프로젝트성 시도로 이뤄져 정식 앨범보다는 상대적으로 적은 노력이 들지만, 파급력만큼은 크다는 점에서도 각광받는다. 인지도, 음악성 그리고 가성비까지 좋은 ‘썸’의 경제학이다.

# 방식 3) 썸의 진짜 흥행공식

소유(왼쪽)와 정기고

소유(왼쪽)와 정기고

썸을 탄다고 모두 다 커플이 되는 것이 아니듯이 가요계의 썸도 모두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썸의 성공 신화를 연 주인공은 서문에서 밝혔듯 ‘썸’이라는 단어를 대중매체로 진출시킨 소유와 정기고의 노래 ‘썸’이다. ‘썸’은 지난 2월 7일 공개되자마자 음원사이트 1위를 올킬하며 심상치 않은 출발을 보였다. 국내 최대 음원사이트인 멜론에서 무려 7주 연속 주간 차트 1위를 기록했으며 음악방송 또한 11관왕을 차지하면서 남녀노소 두루 사랑받았다.

‘썸’이 열풍을 이끌 수 있었던 데에는 공감 가능하며 쉽게 와 닿는 반복적인 가사에도 있지만, 이를 부르는 가창자들의 능력도 큰 역할을 했다. 소유의 허스키하면서도 매력적인 가성과 정기고의 부드러운 음색이 절묘하게 조화를 이루면서 실제 썸을 타는 듯한 달달한 효과를 불러일으킨 것. 또한, ‘썸’은 과하지 않은 작법으로 가요와 R&B를 적절히 섞어 멜로디마저도 썸 타는 듯 달콤함을 선사했다. 가사, 멜로디, 노래 모두 썸을 타듯 달콤하게 이어지며 썸의 삼위일체를 이뤘다. 하이포와 아이유, 개리와 정인, 산이와 레이나 등 음원차트에서 좋은 성적을 거둔 듀엣의 면면들을 살펴보면 저마다의 삼위일체를 이룬 모양새다.

우리는 흔히 썸을 탈 때, 상대방의 반응을 유심히 보게 된다. ‘어떤 말을 하면 좋아할까’, ‘어떤 말을 해야 날 좋게 볼까’ 생각하며 끊임없이 휴대폰을 만지작거리며 메시지를 썼다 지워본다. 때로는 좋아하는 마음을 숨기면서 상대방의 반응을 떠보기도 하고, 밀고 당기기도 시전하면서 끊임없이 상대를 탐구한다. 무엇보다 좋은 마음이 있어야 비로소 썸은 사랑이 된다. 가요계에서 썸도 마찬가지 아닐까. 환상의 듀엣을 위해 서로의 장점을 살펴보고, 단점을 보완한다. 끊임없이 서로를 탐구해 결과물을 내놓지만, 무엇보다도 대중이 좋아하는 음악이 바탕이 돼야 썸은 성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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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박수정 soverus@tenasia.co.kr
사진제공. 스타쉽엔터테인먼트, SM엔터테인먼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