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도전’은 끝났지만 여운은 계속된다..명장면 BEST3

 

정도전

KBS1 ‘정도전’ 방송화면

KBS1 대하사극 ‘정도전’이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정도전’은 600년전 고려 말 조선 초를 시대적 배경으로, 현 시대와도 절묘하게 맞아 떨어지는 정치적 상황들을 그려내며 대하사극의 부활을 이끌었다. 반전을 거듭하는 뒤집기 정치의 묘미, 강렬한 캐릭터와 극적인 스토리 전개 등이 익숙한 역사적 사실을 소재로 하고 있음에도 끊임없이 긴장감을 선사하했다. 특히 선굵은 인물들이 저마다의 이상을 풀어놓은 대사들은 시청자들의 공감을 얻으며 명장면으로 남았다.

#1. ‘성계탕’을 먹으며 눈물을 흘리는 이성계  

조선 태조 임금 이성계(유동근)는 캐릭터에 걸맞게 군주와 국가의 역할에 대해 생각하게 만드는 명대사를 선보였다. 이성계는 백성을 지켜주고 보듬어주지 못하는 왕이라면 갈아엎어야 한다고 생각했고 이런 생각이 그를 역성혁명으로 이끌었다.  권력에 대한 욕심이 없기에 정도전으로부터 용상에 오를 인물로 지지를 받은 이성계는 “전쟁터에서 적을 이기는 거보다 중요한 게 뭔 줄 아니? 그건 싸우기도 전에 적이 제 풀에 항복을 하게 만드는 것이다. 그건 칼로 하는 게 아니라 인망, 마음으로 하는 것이지”, “힘없는 백성 목숨을 지키는 거이 나라가 할일 아닙니까” 등 거친 말투 속에 단순하면서도 명료한 진리를 담았다.

특히 종전 사극에서 이성계를 야심차고 추진력 있는 인물로, 정도전(조재현)은 역성 혁명에 강한 신념을 지닌 인물로 일관되게 표현했다면  ‘정도전’에서는 변화하는 정치적 상황에 따라 끊임없이 고뇌하고 갈등하는 이성계의 모습을 입체적으로 그려냈다. 42회에서는 세자 책봉을 두고 고뇌하던 이성계는 동생 이지란과 저잣거리로 나섰다가 ‘성계탕’을 먹게되는 모습이 그려졌다. 성계탕은 돼지고기탕으로 , 주모는 “고려가 망하자 개경 사람들이 몰래 최영 장군 제사를 지내는데 제사상에 올라가는 돼지고기를 성계라고 부른다. 제가가 끝나면 성계를 난도질해서 탕을 끓여먹으며 나라 망한 울분을 푼다”고 대답한다. 성계탕을 한 입 떠 먹으며 눈물을 흘리는 이성계의 모습은 어떤 사극에서보다 시청자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정도전’의 매력은 이처럼 역사 속 인물을  극적인 캐릭터로 재현하면서도 동시에 살아 있는 인간으로 그려냈다는 데 있다.

#2. 정몽주와 이성계의 독대  “못난 부모라고 외면하면 어찌 자식이라 할 수 있을까.”

지조와 충효의 상징인 정몽주(임호)는 한때 정도전과 뜻을 함께 했지만 서로 다른 신념 때문에 처절하게 대립했다.  앞서 사극에서 정몽주가 오로지 고려에 대한 충절로만 가득찬 인물로 그려진 반면,  ‘정도전’에서는 정도전 또한 고려의 위기를 알고 있으면서도 이를 끌어안고 더 나은 고려를 만들고자 하는 충심을 그려냈다. 고려를 부모에 비유하며 애증의 마음을 드러낸 것은 시청자들의 깊은 공감을 사기도 했다.

34회에서는 이런 정몽주와 역성혁명을 꿈꾸는 정도전의 본격적인 싸움이 시작됐다. 정도전은 창왕에게서 이성계로 왕 위를 넘기기 위해 선위를 주장했고, 창왕의 자리를 지킬 수 없음을 깨달은 정몽주는 이성계에 독대를 청해 창왕을 폐하고 공양왕을 옹립할 것을 제안했다. 정몽주의 제안에 놀란 이성계는 “포은에게 이런 면이 있으까”라면서도 “왕 위에 오르는 것이 내 진심이라면 어쩔게인가?”라고 말한다. 그러자 정몽주는 “즉위식에 자결해야할 것”이라고 강직한 면모를 보인다.

이성계가 “성 씨 지키는 것이 목숨보다 중한가? 이런 개떡 같은 나라가 그렇게도 좋쓰까?”라고 다시 묻자 정몽주는”고려 아닌 땅에서 숨 쉴 수 없다. 못난 부모라고 외면하면 그것을 어찌 자식이라 할 수 있을까. 못난 부모라서 더욱 애착이 가고 가슴이 아린다. 고려는 대감이 피 흘려 지킨 나라다. 정창군을 보위에 올리고 고려의 충신으로 남아 달라”라고 말한다. 정몽주의 의견에 사대부들이 흔들린 것을 직감한 이성계는 “포은의 말대로 합시다”라고 짧게 말하며 대업을 미룬다.

이성계의 대업에 사사건건 반대를 하는 정몽주의 모습이 답답해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정몽주는 자신이 태어난 왕 씨 고려를 평화롭게 지키고, 그 안에서 새로운 정치를 펼치고자 한다. 이는 자신의 안위를 위한 것이 아니라 그것이 옳다고 믿기 때문이다. 정몽주가 강직한 정치인의 표상으로 아직까지 남아 있음은 이 때문일 것이다.

# 3. 정도전의 죽음 “이 나라 모든 성씨를 합쳐서 뭐라고 하는지 아느냐. 백성이다.”  

‘정도전’이 시청자들의 사랑을 받은 배경에는 정도전이 끊임없이 외쳤던 민본주의의 재조명이 큰 역할을 했다. 정도전은 2회에서 공민왕(김명수 )에게 맹자는 “백성이 가장 귀하고 사직이 그 다음, 군주는 가장 가벼운 것이라 했다”며 “백성의 고통이 가장 중요한 것”이라는 생각을 밝히며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정도전의 이 말은 조선을 건국하게 된 혁명 사상의 기본과도 일맥상통한다. 정도전은 이 가치관을 통해 제도와 신하에 의해 왕권이 견제를 받고, 민생이 정치의 중심이 되는 민본주의 를 꿈꿨다. 마지막회에서 죽음을 맞는 순간까지도 정도전은 한결 같이 자신의 신념을 드러냈다. 이방원은 정도전을 자신의 신하로 만들기 위해 회유했다. 자신은 정도전이 주창하는 요동정벌. 사병혁파. 병농일치. 중농. 민생. 그 밖에 정도전이 떠드는 모든 것을 받아들일테니 재상정치만 포기하라고 일렀다.

정도전은  재상정치 없이는 민본의 대업이 불가능하다고 단언했다. 그는 “임금은 이 씨가 물려받았지만 재상은 능력만 있다면 성씨에 구애받지 않는다. 이 나라 모든 성씨를 합쳐서 뭐라고 하는지 아느냐. 백성이다. 왕은 하늘이 내리지만 재상은 백성이 낸다. 해서 재상이 다스리는 나라는 왕이 다스리는 나라보다 백성에게 더 가깝고, 더 이롭고 더 안전한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에 군왕정치를 추구하는 이방원은 이 나라의 주인은 군왕이라고 반박했지만, 정도전은 “틀렸다. 나라의 주인은 백성이다”라며 자신이 생각하는 임금은 백성을 위해 존재하는 도구라고 강조했다. 결국 정도전은 마지막까지 자신의 정치소신을 지키며 의연한 죽음을 맞았다.

한편 지난 29일 방송된 ‘정도전’ 마지막회는 시청률 19.0%(닐슨코리아 전국기준)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28일 방송분의 시청률 16.6%보다 2.4%P 상승한 수치다. 자체 최고시청률은 지난달 11일 36회 방송분이 기록한 19.8%다.

글. 최보란 orchid85a@tenaisa.co.kr
사진. KBS1 ‘정도전’ 방송화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