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뭐 봤어? ‘정도전’, 허망하게 무너져 버린 정도전의 뒷심이 아쉽다

KBS1 '정도전' 방송 화면 캡처

KBS1 ‘정도전’ 방송 화면 캡처

KBS1 ‘정도전’ 마지막 회 2014년 6월 29일 오후 9시 40분

다섯 줄 요약
남은(임대호)과 술자리를 가지며 요동정벌을 위해 마지막 포부를 말하던 정도전(조재현)은 병사들을 이끌고 자신을 찾아온 이방원(안재모)과 맞닥뜨린다. 마지막까지 자기 뜻을 굽히지 않았던 정도전은 죽음의 순간에 나타난 정모주(임호)의 환영을 따라 세상을 떠나고, 이방원은 세자 방석까지 죽인 뒤 결국 왕위를 찬탈한다.

리뷰
정도전의 시대가 저물었다. 지난 1월부터 6개월간 숨 가쁘게 달려온 이들의 이야기는 50회에 이르러서야 마침표를 찍었다. 왕자의 난과 정도전의 죽음, 이토록 명백한 역사적 사실이 종국에 허망하게 느껴지는 까닭은 무엇일까.

사실 ‘정도전’의 백미는 너무나도 유명한 역사 인물의 재해석과 익숙한 사건의 극적 변주에 있었다. 앞서 서찰로 ‘하여가’와 ‘단심가’를 주고받던 이방원-정몽주의 모습이나 선지교 최후신이 그러했다. 따라서 ‘정도전’의 모든 극적 얼개는 한 점을 향할 수밖에 없었다. 바로 정도전의 최후이다. 특히 이 부분은 ‘정도전’이 그간 사극에서 다소 기능적으로 그려져 왔던 인물인 정도전을 중심에 놓은 작품인 터라 더욱 그러했다.

결말은 예상대로였다. 조선왕조실록에 따르면 정도전이 최후에 이르러 자신의 목숨을 구걸하고 있다고 기록하고 있으나, 이 작품에서 그렇게 그려질 리 만무하다.

방석의 세자 책봉 이후 하륜을 등에 업고 복수의 칼날을 갈아온 이방원은 정도전과 맞닥뜨린다. 몇 차례 상대방의 신념을 확인하는 대화가 오간 뒤 이방원은 결국 칼을 뽑아든다. 죽음의 순간을 앞둔 정도전은 훗날 ‘삼봉집’을 통해 기억될 ‘자조(自嘲)’를 읊은 뒤 먼저 떠나보낸 ‘금란지교’ 정몽주와 함께 돌아올 수 없는 길을 떠난다. ‘정도전’이 그려낸 정도전의 최후이다.

예견된 결말에 때아닌 허망함이 느껴진 것도 이즈음이다. ‘정도전’의 결말부에서는 역사적 논란의 소지가 있는 부분을 최소화하려는 의지는 읽히나, 50회를 끌어온 이야기에 방점을 찍는 뒷심은 부족했다. 매 순간 정도전을 중심으로 이인임(박영규), 이색(박지일), 정몽주 등과 대립구도를 짜온 ‘정도전’은 이방원과의 일전에서는 유독 힘이 달려 보였다. 역시 예정된 결말이 ‘주인공의 죽음’이라는 점은 제작진 입장에서도 여간 풀어내기 어려운 일이 아니었을 것이다.

그럼에도 메시지는 분명히 살아남았다. 엔딩 크레디트가 올라가는 순간, 정도전은 말한다. “두려움을 떨쳐라. 저마다 가슴에 불가능한 꿈을 품어라. 그것이 바로 그대들의 대업, 진정한 대업”이라고. ‘정도전’ 속 정도전의 시대는 그렇게 저물었다.

수다 포인트
– 문득 피천득의 ‘은전 한 닢’이 떠오르네요. 이방원이라면 “이 왕위 하나가 갖고 싶었습니다”라고 말하지 않았을지.
– 자신의 마지막 친구를 베어버린 아들을 어찌할 도리가 없는 이성계의 모습이 참으로 안타깝네요. 역시 영원한 것이란 없나 봅니다.
– 정몽주의 등장에 깜짝 놀란 1인. 이게 ‘정도전’의 마지막 판타지인가요?

글. 김광국 realjuki@tenasia.co.kr
사진. KBS1 ‘정도전’ 방송 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