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닥터 이방인’ 진혁 PD의 뚝심, 연출자로서의 미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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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 ‘닥터이방인’의 연출자 진혁 PD는 빤한 길을 가는 법이 없다. 연출자로서 당연한 욕심이다. 새로운 장르에 대한 욕구나 신선한 발견에 대한 욕망은 창작자로서 당연히 갖춰야 하는 덕목인데, 이를 현실화시키는 것은 그만한 능력이 따라야 가능한 일이다. 전작 ‘검사 프린세스’, ‘시티헌터’, ‘주군의 태양’은 굳이 언급할 필요도 없다. 현재 선보이고 있는 ‘닥터 이방인’ 역시 그리 호락호락한 작품이 아니다.

멜로에 첩보, 그리고 메디컬까지 혼합된 이 드라마는 어느 하나 놓치지 않겠다는 연출자나 작가의 다분한 의지 속에 험난한 길을 걷기 시작했다. 진혁 PD의 말대로, 장르물은 미국 드라마처럼 10부나 11부 분량에서 감정이나 사건 정리가 수월하다. 이에 2배나 되는 20부작이라는 긴 흐름 속에 극을 전개하다 보면 인물들간 감정소비가 많아져 긴장감을 떨어뜨리기도 한다. 그렇지만 한국 드라마의 시스템적 한계 속에서도 새로운 장르에 대한 시도를 지속적으로 하는 이유는 이런 시도들이 이어져야만 국내 드라마가 더욱 풍성해질 수 있다는 믿음 때문이다.

또 하나 그의 미덕은 배우의 새로운 얼굴을 발견하려는 꾸준한 시도에 있다. ‘검사 프린세스’에서는 김소연이 그 주인공이었고, ‘시티헌터’는 이민호가 그러했다. 이어 ‘닥터 이방인’에서는 이종석, 박해진, 강소라, 진세연 등 젊은 배우들에게 또 다른 얼굴로 발견될 수 있는 기회를 부여했다. 덕분에 이종석은 전작 ‘너의 목소리가 들려’에 이어 또 한 번 연기에 물이 올랐다는 호평을 받는 것에 성공한다. 박해진 역시 전작 ‘별에서 온 그대’의 신드롬급 인기에도 불구하고 완전히 새롭고도 서늘한 변신을 한 배우로 기록되었다. 극중 라이벌로 설정돼 내내 맞부딪히는 두 배우는 극명하게 다른 캐릭터를 연기하는데 누구 하나 돋보이려 노력하기보다 작품 안에 스며들려는 마음가짐이 느껴진다. 이는 배우의 공이기도 하지만 연출자의 능력이기도 한 영역이다.

여배우 강소라, 진세연 역시도 마찬가지. 남자 주인공이 극을 끌어가는 장르물에 경우, 여자 주인공들은 부수적 인물로 그려지는 경우가 빈번한데 이들이 연기하는 캐릭터 역시도 극의 분명한 축을 담당하고 있다. 따라서 강소라와 진세연 역시 소비되지 않고 깊고도 풍부한 감정연기를 보여줄 수 있는 충분한 기회를 부여받았다.

안정적 선택은 말그대로 안정적이라, 실패의 위험이 적은 선택이 된다. 자신이 가장 잘 하는 장르, 배우가 가장 잘 하는 연기를 고집하는 쉬운 길도 있다. 그렇지만 새로움을 향한 갈망과 시도들은 때로는 실패할 수 있을지언정, 성장과 발전의 동력으로 작용한다. 물론 그럼에도 불구하고 ‘닥터 이방인’이 월화극의 치열한 경쟁 가운데 유일한 두자릿수 시청률로 1위를 기록한다는 점에서도 진혁이라는 연출자의 능력은 입증되고 있다.

글. 배선영 sypova@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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