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산! 2014 상반기① 케이블 종편의 약진, ‘별그대’ 빈자리는 사극 장르물이 채워

행운을 가져오는 ‘청말띠’의 해라고 일컬어지는 갑오년도 어느덧 상반기가 훌쩍 지나갔다. 올 상반기 방송가는 4월 벌어진 세월호 참사로 어느 때보다 슬픔과 애도를 표하는 분위기가 이어졌다. 또 세월호 사건 보도에 따른 방송가 자성의 목소리와 후폭풍도 적지 않은 파장을 이끌어내기도 했다. 외적으로는 경기 불황에 따라 지상파 방송사의 광고 규모가 대폭 축소되면서 방송사들도 힘겨운 보릿고개를 겪기도 했다. 그럼에도 케이블TV와 종합편성채널의 약진과 함께 속속 등장한 참신한 드라마·예능 프로그램은 기대 이상의 몫을 해내며 각광받았다.

상반기 방송가를 주름잡은 몇 가지 키워드를 드라마, 예능, 시사보도에 걸쳐 정리해봤다.

별그대_4인

중국에서 큰 인기를 누리고 있는 SBS ‘별에서 온 그대’

대세가 된 복합장르, ‘신(新) 한류’ 이끌었다

SBS ‘별에서 온 그대(이하 별그대)’를 빼놓고 상반기 드라마를 논할 수 있을까. 그야말로 2014년 상반기는 ‘별그대’로 시작해 ‘별그대’로 끝났다. 400년 전 지구에 떨어진 외계인 도민준(김수현)과 톱스타 천송이(전지현)의 사랑이라는 다소 허무맹랑(?)한 이야기는 수많은 패러디와 드라마 폐인을 양산하며 신드롬 급 인기를 누렸다.

‘별그대’는 대내외적으로 많은 성과를 거둔 작품이다. 여전히 13년 전 영화 ‘엽기적인 그녀’의 이미지를 떨쳐내지 못했던 전지현은 ‘별그대’로 톱스타의 존재감을 확인케 했고, 외계인으로 분한 김수현은 자신의 이름값을 톡톡히 했다. 박해진 또한 ‘별그대’의 최대 수혜자 중 한 명. 그는 이 작품을 토대로 차세대 한류 스타 대열에 합류했다.

또 한 가지 주목할 만한 사실은 ‘별그대’가 ‘신(新) 한류’를 불러왔다는 것. 일본 시장에 의존하는 경향이 강했던 한국 드라마는 ‘별그대’를 타고 광활한 중국으로까지 영역을 확장했다. ‘별그대’의 인기는 급격한 경제 성장과 함께 문화 소비력이 크게 늘어난 중국의 위상을 실감케 했다.

‘별그대’ 이후에도 방송가의 복합장르에 대한 애정공세는 계속됐다. 특히 ‘별그대’로 기대 이상의 재미를 본 SBS는 의학드라마와 스릴러를 결합한 ‘닥터 이방인’과 수사물에 로맨스를 더한 ‘너희들은 포위됐다’를 차례로 선보였다. 이들의 인기가 지속될지도 하반기 방송가의 주요한 관전 포인트.

JTBC '밀회' 포스터

JTBC ‘밀회’ 포스터

케이블·종합편성채널의 약진, 당당히 ‘빅(BIG)4’로 자리매김

tvN 등 케이블채널과 JTBC로 대표되는 종합편성채널도 완성도 높은 작품을 쏟아내며 지상파 3사에 이어 ‘빅4’로 자리 잡았다. 지난해 ‘응답하라 1994’로 흥행에 성공한 tvN은 2014년 상반기 ‘로맨스가 필요해 시즌3’, ‘응급남녀’, ‘갑동이’ 등 작품을 선보이며 자사의 역량을 입증했다. 신선한 기획을 토대로 지상파채널 제작진의 영입으로 제작 기반까지 다진 tvN의 성공은 어찌 보면 예정된 일이었는지도 모른다.

상반기 방송가에 가장 신선한 충격을 전한 주인공은 또 있다. 바로 ‘밀회’로 단숨에 종합편성채널 사이에서 독보적인 존재감을 드러낸 JTBC. ‘안판석 PD-정성주 작가’의 조합에 김희애, 유아인을 캐스팅한 ‘밀회’는 종합편성채널 드라마의 역사를 새로 썼다. 특히 ‘밀회’는 예술계와 상류층의 비리를 폭로하는 드라마적 메시지에 완성도 높은 극본과 연출로 그간 우려로 가득 찼던 종합편성채널의 드라마 제작에 대한 인식을 뒤집는 성과를 거뒀다.

SBS '신의 선물-14일'(위쪽), '쓰리 데이즈' 포스터

SBS ‘신의 선물-14일'(위쪽), ‘쓰리 데이즈’ 포스터

장르물 전성시대, 완성도는 ‘글쎄’

장르 드라마에 대한 방송가의 도전도 계속됐다. SBS는 ‘신의 선물-14일’과 ‘쓰리 데이즈’를 동시에 선보이며 안방극장을 달궜다. 최근 종방한 OCN ‘처용’, tvN ‘갑동이’와 현재 방송 중인 OCN ‘신의 퀴즈 시즌4’도 독특한 소재와 쫄깃한 서사 전개로 관심을 끌었다.

하지만 이들의 인기가 계속될지는 미지수이다. 각 방송사는 높아진 시청자의 눈높이를 맞추기 위해 절치부심 끝에 장르 드라마를 내놓았지만, 아직 장르물은 시청자층이 제한적이라는 평이 주를 이룬다. 또 소위 ‘미드(미국 드라마) 식 장르물’을 만들기에는 국내 드라마 제작 환경이 열악하다는 점도 지적된다. 이에 한 지상파채널의 드라마 PD A 씨는 “시청자의 눈높이는 ‘미드’에 맞춰져 있는데 여전히 국내 드라마 제작환경은 주먹구구식”이라고 아쉬움을 토로하기도 했다. 저조한 시청률로 다소 부진했던 장르 드라마가 하반기에도 시청자를 만날 수 있을지에 귀추가 주목된다.

MBC '기황후'(위쪽), KBS1 '정도전' 포스터

MBC ‘기황후'(위쪽), KBS1 ‘정도전’ 포스터

여전히 뜨거운 사극의 인기, ‘퓨전 사극’ 바통 ‘정통 사극’이 이었다

침체기에 빠졌던 사극도 2014년에 이르러 활기를 되찾았다. 포문은 MBC가 열었다. 총 51부작으로 지난해 10월부터 전파를 탄 MBC ‘기황후’는 방송 내내 ‘역사 왜곡 논란’에 시달리면서도 30%에 육박하는 시청률을 기록하며 순항했다.

‘기황후’의 뒤는 KBS1 ‘정도전’이 이었다. 일찍이 유동근, 서인석, 선동혁 등 ‘사극 특화 배우’들의 캐스팅으로 기대를 모았던 ‘정도전’은 ‘영원한 일요일 예능의 강자’로 불리는 KBS2 ‘개그콘서트’의 시청률을 뛰어넘는 기염을 토했다.

특히 이들은 ‘사극은 중·장년층의 전유물’이라는 과거의 통념을 깼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공교롭게도 두 작품 모두 역사적 사건의 얼개보다도 인물 간의 대립에 초점을 맞추며 사극의 진화를 이끌었다. 흡사 ‘미니시리즈’를 떠올리게 하는 현대적 사극은 젊은 세대에게도 크게 어필했다. 오는 29일 종방을 앞둔 ‘정도전’의 경우 온라인상에서 여느 미니시리즈 못지않은 인기를 누리며 패러디와 풍자의 대상이 되었을 정도.

KBS2 '빅맨' 포스터

KBS2 ‘빅맨’ 포스터

되살아난 현실 비판 메시지, 어두운 사회상을 꼬집다

그간 다소 주춤했지만, 메시지가 강한 작품들이 연이어 등장했다는 점도 눈길을 끈다. 최근 종방한 KBS2 ‘빅맨’, ‘골든 크로스’, MBC ‘개과천선’이 바로 그것. ‘빅맨’은 배우 강지환을 앞세워 진정한 리더의 자질이 무엇인지를 물었고, 김명민의 ‘개과천선’은 현실 사회를 떠올리게 하는 가상의 사건들을 통해 엘리트의 덕망을 제시했다. 또 ‘골든 크로스’는 김강우와 정보석의 대립으로 ‘상위 1%’에 대한 신랄한 비판으로 극적인 느낌을 자아냈다.

종국에 거머쥔 성적표는 제각각이었으나 현실 사회에 대한 날 선 비판을 담은 이들은 한국 드라마의 역량을 한 단계 끌어올렸다는 게 공통적인 평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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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김광국 realjuki@tenasia.co.kr
사진제공. KBS, MBC, SBS, JTB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