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eyes, ‘트랜스포머4’ 뇌는 잠시 집에 두고 가세요 > 오토봇은 반갑지만…

트랜스포머4

정부는 시카고 결전으로 도시가 황폐해지자 인류의 안보를 이유로 외계 로봇을 무차별적으로 탄압한다. 이런 와중에 고물 트럭의 모습으로 숨어있던 옵티머스 프라임이 발명가 케이드 예거(마크 월버그)의 도움으로 깨어난다. 그와 동시에 어둠의 세력도 야심을 드러낸다. 예거와 그의 딸 테사(니콜라 펠츠)는 오토봇과 동행, 악당들에 맞서 싸운다. 12세 이상 관람가, 25일 개봉.

정시우 : 욕해도(말려도) 볼 거면서. ∥ 관람지수 (취향 따라 3에서 7까지)
황성운 : 오토봇을 다시 볼 수 있다는 건 매우 흥분되는 일이다. 그래도 좀 더 많은 고민이 필요했다. ∥ 관람지수 6

뇌를 굴리면 안 된다. 심신이 피로해지니까. 꽉 짜인 내러티브를 기대하는 것도 이롭지 않다. 마이클 베이가 보여주고 싶은 것은 시각적 스펙터클이지, 다사다난한 인간사가 아니니까. ‘트랜스포머4’ 탑승에 필요한 준비운동은 간단하다. 머리를 비우는 일이다. 런닝타임이 무려 164분이나 되니, 잠을 미리 푹 자두는 것도 도움이 되겠다. 한 가지 더 당부하자면, 이 영화 때문에 싸우지들 말 것. 이전 시리즈들이 알려준 교훈이 있다면 ‘트랜스포머’ 시리즈는 무엇을 원하느냐에 따라 완전히 다르게 읽히는 영화라는 점이다. 멋들어진 볼거리를 기대하며 극장을 찾은 친구 앞에서 플롯의 엉성함을 공격해 봤자 소용없다. 그랬다가는 의만 상하기 십상이다.

3년만이다. 로봇들을 떠나보낼 줄 알았던 마이클 베이, 미련도 크지. 결국 이별의 시간을 유예했다. 진짜 작별한 것은 (발음하기도 힘들었던)샘 윗윅키(샤이아 라보프) 뿐이다. 샤이아 라보프의 빈자리엔 마크 월버거가 대신 앉았다.

새롭게 단장한 영화의 결과물은 예상을 크게 빗겨가지 않는다. 실망스럽진 않다. 더 이상 혁신적이거나 놀랍게 다가오지 않을 뿐이다. 영화는 다시 한 번 관객들을 동어 반복쟁이로 만든다. 약점과 강점이 매번 똑같기 때문이다. 로봇 묘사가 섬세하고, 볼거리가 넘쳐나고, 유머가 조약한 가운데, 캐릭터는 어김없이 평면적이다. 시각적 쾌감이 뒤로 갈수록 점차 효력을 잃어가는 한계효용체감의법칙도 어김없이 되풀이된다. 극 초반 로봇의 약삭빠른 변신에 연신 감탄을 연발하다가, 뒤로 갈수록 심드렁해지는 식이다.

그러한 약점을 뻔히 알면서도 이야기를 164분으로 늘려 놨다길래 뭔가 새로운 비책이 있을 줄 알았는데, 별거 없다. 중국 합작의 결과물로 보이는 베이징과 홍콩 로케이션 촬영이 차별화라면 차별화일까. 문제는, 중국 분량이 일견 사족 같아 보인다는 점이다. 그러니까 이야기가 자연스럽게 중국으로 옮겨간 게 아니라, 합작을 위해 끼워 넣은 듯한 수상한 냄새가 난다. 의도한 것이든 아니든, 극 중반 무대가 중국으로 가면서 이야기가 헐거워진 게 사실이다.

로봇들은 전편에 비해 신선함은 사라졌다. 대신 섬세함을 입었다. 변신에서 오는 쾌감이 줄어든 대신, 개성이 조금 더 강화된 느낌이다. 무엇보다 ‘싸우고 있는 저 로봇이 내 편인지 네 편인지 혼동됐던’ 지난 시리즈의 단점이 많이 개선됐다. 적군/아군 구분에 신경 쓴 티가 역력하다. 샘의 하차로 그의 ‘절친’ 범블비의 활약은 크게 줄어든 가운데, 옵티머스 프라임(옵대장)의 비중이 크게 늘었다. 흥미로운 것은 옵대장과 샘의 관계가 ‘부자(父子)’같았다면, 예거(마크 월버그)와 옵대장의 관계는 동병상련 ‘동지(同志)’ 같다는 점이다.

예거는 금지옥엽 딸이 어디로 튈지 몰라 식은땀을 빼고, 옵대장은 자신이 자리를 비운 사이 기강이 해이해진 오토봇 로봇들을 다스리기 위해 안간힘을 쓴다. 교장선생님 뺨치는 설교쟁이 옵대장의 교훈 설파는 이번에도 구구절절하다. 책임감으로 똘똘 뭉친 ‘딸바보’ 예거의 잔소리도 옵대장 못지않다. 세계평화 운운하는 옵대장이나, ‘치마가 너무 짧은 게 아니냐’고 딸에게 면박 주는 예거나 성격적인 매력은 납작하다. 90년도에나 먹힐 이야기를 그리도 장황하게 하다니.

하지만 앞에서도 말했듯, 취향을 타는 영화다. “블록버스터에서 뭘 바래?”라고 하는 관객들에게 ‘트랜스포머4’는 ‘필견’의 영화일 수밖에 없다. 스펙터클로 승부하겠다는 영화에서 인생의 깊이를 찾으려는 수고는 하지 않는 게 좋다. 주인공의 연식이 높아졌다고 해서 ‘키덜트’ 취향의 영화가 갑자기 ‘다크 나이트’가 되는 것은 아니니, 이 점도 유의하길. 단순함은 이 시리즈의 운명이다. 어쩌면 그래서 지금까지 전 세계적인 흥행을 기록해 온 것일지도. 단순한 영화를 ‘뭔가 있어 보이게끔’ 만드는 것도 대단한 능력이다. 진심이다.

(‘2eyes, 오토봇은 반갑지만…’ 보러가기)

글. 정시우 siwoorain@tenas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