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대에서 빛이 나는 사람, 태양 (인터뷰)

태양

태양이 세상에 다시 뜨기까지 4년이란 시간이 걸렸다. 그동안 그룹 빅뱅으로서, 싱글 활동으로서 잠깐씩 빛을 비췄지만, 솔로 태양의 진짜 음악이 담긴 정규 2집은 이제야 세상에 떴다. 태양이 세상을 환하게 비추듯 가수 태양의 앨범도 지난 2일 발표되자마자 음원차트를 올킬하며 세상을 밝혔다.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에서도 태양은 눈부셨다. 태양은 빌보드 앨범차트인 ‘빌보드200′에서 112위에 오르면서 한국 남자가수로는 이 차트에서 최고 순위를 기록했고, 각국 아이튠즈 앨범 차트 1위, 영미권 R&B/SOUL 앨범차트 1위, 일본 아이튠즈 팝 앨범 차트 1위 등 무수한 기록을 남기며 국내외를 석권했다.

태양이 더 밝은 빛을 낼 수 있었던 데에는 지난 4년간 끊임없이 자신을 찾아 헤맸던 태양의 음악적 고민에서 비롯됐다. 사랑도 하고, 여행도 하며 자아를 찾는 여정을 떠났던 태양은 비로소 ‘어떤 가수가 될 것인가’라는 근본적인 질문의 답을 찾았다. 그리고 그 4년간 고민했던 흔적을 오롯이 이번 앨범에 담았다. “가수다운 가수가 되겠다”는 태양은 퍼포먼스라는 자신의 특기를 배제하고 보컬을 강조한 ‘눈, 코, 입’을 타이틀곡으로 선정하면서 자신의 진짜 모습을 본격적으로 드러내기 시작했다. 앞으로 더욱 빛날 태양의 모습, 음악으로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Q. 4년 만에 발표한 정규 앨범인데 국내외로 반응이 정말 좋다. 기분이 어떤가?
태양 : 누군가를 축하해줘야 할 것 같은 기분이다. 뭐라 그래야 될까… 내가 잘되는 느낌이 아닌 것 같은 오묘함이 있다. 너무 오랜만에 발표한 앨범이라 그런지 내 일 같이 느껴지지 않는다. 하하.

Q. 4년 동안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태양 : 우여곡절도 있는데 음악적 고민을 가장 많이 하게 됐다. 중간 중간 나에게 찾아왔던 사랑이라든지 그런 것들에서 느끼는 감정들의 변화가 많았다.

Q. 양현석 대표가 ‘눈, 코, 입’이 단일 타이틀곡이 된 이유는 “태양이 녹음실에 들어가 첫 소절을 부르는 순간 지난 수년간의 계획들이 한 순간에 무너지는 강력한 느낌을 받았던 곡”이라 했다. 태양은 어떤 느낌을 받았나? 
태양 : 사실 처음 팀을 꾸려서 ‘눈, 코, 입’을 만들고 녹음하고 데모 버전의 목소리가 입혀질 때 이것을 내가 부르면 신선할 것이란 느낌이 들었다. 그때의 내 감정이 그 노래와 정말 100% 맞아 떨어질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Q. 그런데 태양이라면 퍼포먼스가 빠질 수 없는데 보컬이 더 극대화한 노래여서 걱정이 되진 않았나?
태양 : 아쉬움도 있다. 그런 모습을 기대하고 있었을 것이고, 그런 것들을 보여주지 못하는 것에 나 조차도 아쉬움이 있었다. 사실 그동안 많이 보여줬으니 이번에는 더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을 받는 노래를 만든다는 것이 가장 큰 목표다. 그래야 더 다양한 모습을 이번 앨범 이후에도 보여드릴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Q. 퍼포먼스가 배제된 노래지만, 태양의 무대만 보면 퍼포먼스를 보는 듯한 그루브감이 느껴진다. 리듬을 탈 수밖에 없는 본능적인 감각이라고 할까. 그 감각의 비결과 힘의 원천이 뭘까?
태양 : 음악에 맞게 움직이는 것 같다. 음악이 주는 솔직한 느낌을 표현하는 것이기 때문에 그래서 그런 움직임이 나오는 것 같다. 무대 위에 올라가는 힘의 원천이라면, 음악을 들어주는 사람들이 아닐까. 그리고 무대에 서는 시간만큼 음악과 하나가 되서 표현하는 자유로움에서 힘이 나오는 것 같다.

태양

Q. 뮤직비디오도 연일 화제였다. ‘눈, 코, 입’ 뮤직비디오는 원테이크 기법이어서 보통 뮤직비디오 촬영보다 훨씬 더 짜임새 있는 준비가 필요했다. 어땠나?
태양 : 모든 게 완벽하게 세팅된 다음에 들어 가야해 리허설도 많이 해야 했다. 보통 컷이 많은 뮤직비디오의 경우, 대기하는 동안 푹 쉬거나 다른 모습들을 보여줄 수 있었는데 이번에는 한 번의 감정과 한 번의 테이크로 전체를 끌고 가야 했다. 그래서 대기시간동안 계속 뭔가 준비하고, 감정을 끊이지 않게 감정을 붙잡고 있는 게 가장 힘들었다.

Q. 근육에 관한 이야기도 많이 나왔다. 예전부터 몸이 좋기로 유명했지만, 상의 탈의한 모습이 집중적으로 나오는 뮤직비디오기에 부담도 있었겠다.
태양 : 아픔을 표현해야 하는 노래기 때문에 근육이 우락부락하게 있어야 하기 보다는 조금 더 슬림한 느낌이 필요했다. 그래서 식단 조절을 오랜 기간 세게 했다.

Q. 디안젤로의 ‘언타이틀드’를 연상케 한다는 평도 있었다. 이번 앨범을 준비하면서 가장 참고하거나 닮고 싶었던 뮤지션이 있다면?
태양 : 뮤직비디오는 한 가지의 감정을 갖고 표현하자는 것에서 시작했다. 디안젤로 뮤직비디오를 모티브로 삼은 것은 아닌데 일단 원테이크로 제 감정을 이어 가자는 아이디어가 나왔다. 비주얼 측면에서는 주변 사람들이 난 옷을 입는 것보다 옷이 없는 게 멋있다는 이야기를 자꾸 하셔서… (웃음) 이번 활동은 옷을 입지 말라고 이야기도 하셔서 그런 느낌이 나온 것 같다. 가수로서 음악적으로 항상 영향을 받는 사람은 마이클 잭슨이다. 조용필 선배님이나 중간 중간 신예 R&B아티스트들의 영향을 굉장히 많이 받았다.

Q. ‘새벽 1시’ 뮤직비디오도 화제를 모았다. 민효린과의 수위 높은 장면과 키스신도 있어 연기에 대한 욕심도 느껴지던데.
태양 : 연기를 하고 싶다는 생각은 잘 들지 않는다. 내가 하고 있는 음악에서 이해도를 높이고, 사람들을 이해시키기 위해 내가 느낀 느낌을 굉장히 괜찮게 표현하는 것 같다. 대본이 있고, 대사를 해야 하는 연기에는 자신은 없다. 내 캐릭터 그대로 가지는 대본이 있다면 크게 어렵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도 했다.

Q. 멤버들이 뮤직비디오를 보고 뭐라고 하든가.
태양 : 그냥 멋있다고 하더라. (웃음)

Q. 민효린과의 조합도 의외였다. 캐스팅 이유는 무엇인가?
태양 : 항상 뮤직비디오에 여주인공이 필요하다고 하면 나는 연결돼있는 사람들이 많이 없어서 난처해진다. 그런데 시간은 다가오고 빨리 결정해야 하는데 너무 모르는 사람만 하는 것보다 아는 사람을 하는 게 낫다고 생각했다. 민효린 씨가 마침 아는 사람의 친구였고, 소개를 받아서 부탁했는데 흔쾌히 들어주셨다.

Q. 사실 민효린의 코가 워낙 예쁘기로 유명한데 ‘눈, 코, 입’에 맞춰 눈, 코, 입이 예쁜 여배우를 캐스팅한 줄 알았다. 하하.
태양 : 원래 ‘새벽 1시’ 뮤직비디오를 꽤 오래 전에 먼저 찍었다. 그런데 ‘눈, 코, 입’의 아이디어가 나오면서 그러면 ‘새벽 1시’와 연결 짓자는 이야기가 나왔다. 말씀하신대로 눈, 코, 입이 워낙 아름다우신 배우니까. (웃음)

태양 '눈, 코, 입' 뮤직비디오 캡처

태양 ‘눈, 코, 입’ 뮤직비디오 캡처

Q. ‘아름다워’와 ‘러브 유 투 데스’를 들으면 후반부에 나오는 여성의 목소리가 궁금증을 자아낸다.  
태양 : 둘 다 씨엘이다. 사실.. 스튜디오에 가장 많이 오는 친구가 씨엘이다. (웃음) 작업을 하다보면 빨리빨리 그 곡에 필요한 목소리를 넣어야 하는데 씨엘이 최적이었다. 더군다나 그런 류의 음악을 이해하고, 가장 잘 표현하는 멤버가 씨엘이다. 다른 사람이 생각나지도 않았다.

Q. 지난 4년이 자신을 찾기 위한 여정이었다는 표현을 봤다. 지금은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전보다 잘 알게 됐다는데 태양은 어떤 사람인가?
태양 : 내가 찾은 나는 나인 것 같다. 하하. 굉장히 새로운 모습을 많이 찾았다. 음악을 만들기 위해 진짜 여행을 많이 하기도 했지만, 내면에 있는 세계에 대해 여행을 많이 한 기분이 들었다. 내가 사실 데뷔한지 9년째인데 쉬지 않고 일을 하다 보니 정작 내가 원하는 어떤 것들, 나에 대한 성찰에 대해 잊을 때가 많았다. 이번 여행을 통해 내가 원하는 음악이 무엇인지 내가 어떤 가수가 되고 싶은지 확실한 모습을 찾기도 했다. 한 살 한 살 먹다보니까 새로운 경험도 많이 하게 되지 않나. 예전에 그런 경험이 내가 생각했던 모습에 갇혀서 받아들이지 않았다면 이제는 확실한 나를 찾았으니 받아들이게 됐다. 받아들이게 되다보니 내가 그전에 알지 못했던 감정을 느끼게 됐고, 또 다른 새로운 나의 모습도 찾게 됐다.

Q. 이번 앨범은 4년에 걸쳐 만들어서 인트로인 ‘라이즈(Rise)’나 ‘버리고’ 같은 노래들은 이미 오래 전에 부른 노래라고 들었다. 앨범 발표를 앞두고 예전 노래를 다시 들었을 때 새롭게 느낀 건 없었나?
태양 : 물론 보컬적으로나 감정적으로나 깊이는 지금이 훨씬 더 좋다. 시간이 지나고 느낀 것이 더 많으니까. 앨범을 마무리 짓고 녹음 다시 들을 때 다시 녹음을 해야 될까 고민도 했다. 그런데 그와 같이 드는 생각은 그래도 그때의 감정, 그때의 에너지는 지금과는 또 다른 것이기 때문에 그대로 남겨 두고 4년간의 자취를 보여드리는 것이 낫지 않을까 생각이 들어 굳이 건들지 않고 놔뒀다.

Q. 원래 래퍼였는데 탑이 양현석 대표 앞에서 ‘아이 빌리브 아이 캔 플라이’ 부르는 것을 이어 받아서 부른 것이 계기가 돼 보컬이 됐다고. 원래 래퍼가 꿈이었는데 보컬을 하게 돼 혼란은 없었나?
태양 : 나는 어찌됐든 음악이 좋았던 것이고, 장르에는 제한을 두지 않으려 했다. 물론 그 당시에는 꽂혀있던 것이 랩이었는데 노래를 조금씩 부르기 시작했던 것을 보니 노래에도 관심이 많았었던 것 같다. 본격적으로 하게 될 줄은 생각하지 못했을 뿐이지. (웃음)

Q. 요즘에 뭐에 꽂혀 있나?
태양 : 요즘은… 글쎄. 물론 활동을 하고 있기 항상 무대를 생각하고 있다. 그 외에 나무, 꽃, 인테리어에 꽂혀 있다. 아직 잘 알지 못하는데 끌린다.

태양

Q. 이번 앨범을 통해서 자작곡도 공개했는데 앞으로 프로듀서로서도 활약하는 모습을 볼 수 있을까?
태양 : 자작곡 이유는 난 나의 곡을 만들고 싶고, 나의 세계를 표현하고 싶던 것이었다. 내가 남한테 옷을 입혀줄 정도로 프로듀서의 능력이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나조차도 내가 어떻게 해야 할지 구체적으로 풀어내는 능력이 부족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프로듀서로서 길을 가고 싶은 생각은 없다. 어찌 됐든 아티스트, 좋은 음악을 하는 사람이 되고 싶은 것이 목표다.

Q. 빅뱅의 태양과 솔로 태양은 가장 큰 차이점은 뭘까?
태양 : 음악적이든 그 외적이든 내가 감당해야 하는 부분이 다른 것이 가장 큰 차이점인 것 같다.

Q. ‘거짓말’이 원래 지드래곤 솔로곡에서 빅뱅의 노래로 된 노래라는 것은 많이 알려진 사실이다. 그렇다면 거꾸로 빅뱅 노래 중에 태양의 솔로로 바꾸면 잘 소화할 수 있을 것 같은 노래가 있나?
태양 : 내가 혼자 불렀을 때 가장 잘 맞다고 생각하는 곡은 ‘배드 보이(Bad Boy)’ 같은 노래다. 또 ‘필링(Feeling)’!

Q. 많은 변화가 있었고, 그동안 겪었던 많은 고민도 담긴 것 같다. 사람들이 이것만은 놓치지 않고 봐주셨으면 하는 부분이 있나?
태양 : 이번 앨범에 담긴 의미도 그렇고 이번 앨범을 주의 깊게 들어주신 분들은 내가 어떻게 4년을 보냈는지, 무엇을 느꼈는지 그대로 잘 느끼고 계시는 것 같아 그것을 발견할 때 가장 기분이 좋다. 그냥 가볍게 들어보신 분은 느낄 수가 없겠지만, 그 분들한테는 앞으로 보여드릴 모습이나 음악들로 내가 이 음악을 불렀을 때 겪은 고민과 느낌을 고스란히 전달할 수 있는 아티스트가 됐으면 좋겠다.

Q. 4년 만에 앨범이다. 다음 앨범을 만날 때도 오래 기다려야 하는 것인가.
태양 : 이번 앨범이 4년이 걸린 만큼 개인적으로는 아쉬운 부분도 있다. 만족하지 못하는 이런 느낌은 평생 이 직업을 하고 있는 한은 계속 느낄 것 같다. 그렇기 때문에 계속 다음을 향해 가고 싶은 마음이 크다. 많은 것들을 줄 수 있다면 몇 년이 걸리든 간에 결과적으로 좋은 음악, 나의 진정성이 담긴 앨범을 만드는 게 가장 중요하다. 바람이라면 그것이 빨리 이뤄졌으면 좋겠다는 것이다. (웃음) 이번 앨범을 만들면서 느꼈는데 시간은 내가 노력을 해야겠지만, 정말 내가 노력한다고 되는 일도 아니더라. 모든 것이 잘 맞아 떨어질 때가 있는데 그때가 빨리 왔으면 좋겠다.

Q. 기다렸고, 또 앞으로도 기다릴 팬들에게 한 마디 한다면.
태양 : 앨범을 내고 난 다음, 앨범을 내기 전에도 고민을 안겨드리고 걱정을 안겨드린 것 같아 죄송한 마음이다. 그냥 이런 나를 좀 더 믿고, 앞으로 내가 가진 모습들이 변하지 않고 활동할 테니 믿고 지켜봐주셨으면 좋겠다.

Q, 마지막으로 근본적인 질문이다. 앞으로 태양은 어떤 가수가 되고 싶은가?
태양 : 가수다운 가수가 되고 싶다. 말로 표현하기 힘든데 나의 삶은 통해서도 가수다운 가수가 무엇인지 보여드리고 싶고, 음악을 통해서 보여드리고 싶다. 지금은 어떤 것이 가수다운 모습인지 머리로도 알겠고, 그런 것들이 자연스럽게 몸에 배여 나가고 있는 과정인 것 같다. 가수다운 가수는 좋은 음악보다 진짜 음악을 해야 한다. 자기를 표현해야 하는 능력도 있어야 한다. 가장 중요한 것은 무대를 통해서 사람을 만나야 한다. 다른 곳이 아니라 가장 무대에서 빛이 나는 사람이 가수다운 가수다.

글. 박수정 soverus@tenasia.co.kr
사진제공. YG엔터테인먼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