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덕여왕> vs <PD수첩>

<선덕여왕> 50회 MBC 월-화 밤 9시 55분
“그만할래요.” 이 한 마디를 남기고 미실은 떠났다. 정치로부터, 신국으로부터, 삶으로부터. 정말이지 그는 지쳐보였다. 언제나 자신만만하던 그가 모든 욕망을 내려놓고 자살한 모습에 덕만처럼 고별의 예를 갖춘 이가 적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국경 수비를 위해 자신을 지원하러 온 군대를 회군시키는 대승적 결단에도 불구하고 미실을 시대의 영웅으로 추모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 그는 “사다함을 연모하듯 신국을 연모해서” 나라를 가지고 싶었다고 고백했다. 그래서 그는 동서남북 국경 모두에서 자신의 피를 뿌리며 나라를 지켰다. 이에 대해 덕만은 “잠시나마 미실에게서 진정한 왕을 봤다”고 밝혔다. 하지만 정말 그러한가? 백성에게 희망을 주는 것이 간교한 것이라 일갈했던 미실이 지키고자 했던 나라란 과연 무엇이었을까. 국토와 국권을 지켰을지 모르지만 과연 그는 그 울타리 안에서 숨 쉬는 하나하나의 삶 역시 연모하고 소중히 여겼을까. 아쉽게도, 아니면 다행히, 미실의 죽음으로 그 질문은 질문으로만 남게 됐다. 그리고 이제 어쩌면 우리는 더 불편한 질문을 마주해야 할지도 모르겠다. 정치적 라이벌조차 탐을 내는 수완을 지닌 유능하되 독단적인 지도자와 독단적이지 않은지는 잘 모르겠고 무능한 건 거의 확실해 보이는 지도자 중 누가 왕이 되는 게 더 나았을 것인지에 대해. 이제부터의 <선덕여왕>은 이 드라마가 나중에 어떻게 기억될 것인지에 대한 인증의 길을 걷게 될 것이다. 미실에게서 진정한 왕을 보고, 그에게 사부가 되어줄 것을 원하지만 그래도 왕은 (성골인) 내가 되어야 한다고 굳게 믿는 덕만의 신념은 과연 영웅 서사의 반복에 그치지 않고, 미실의 시대와 단절한 동시대의 이상으로 이어질 수 있을까.
글 위근우

<PD수첩> MBC 화 밤 11시 15분
모 기자의 농담을 빌려 말하자면 ‘빨갱이 드라마’ <선덕여왕>과 <PD수첩>이 연달아 방영되는 화요일은 어느 집단에게는 월요병보다 더한 스트레스를 유발하는 날일 것이다. 더욱이 어제의 <PD수첩>은 최근 그들로 하여금 짜증을 넘어선 신경증 상태에 이르게 한 ‘친일인명사전 논란’을 다뤘으니 역시 대표적인 ‘좌빨’ 프로그램다웠다. 하지만 그들의 오해와 달리 <PD수첩>의 진정한 공감의 힘은 정치적인 거대담론을 다룰 때보다 우리 사회의 주변부에서 건져 올리는 작고 낮은 목소리들을 들려줄 때 더 빛을 발한다. 그것은 주로 소외당한 약자들의 아픔과 분노의 외침일 때가 많지만, 지난 주 방송된 ‘행복을 배우는 작은 학교’ 시리즈처럼 희망과 치유의 목소리일 때도 있으며, 어제 친일인명사전을 다룬 ‘생생이슈’ 코너 뒤 방송된 ‘범죄 피해, 그 후’ 같이 익숙한 일상의 그늘을 조명하는 시선일 때도 많다. 특히 강력 범죄 피해자 1백 만 명 시대에 국가의 책임을 질문한 어제의 방송에서 그 피해자들의 고통은 바로 지금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는 일상적 비극이라는 점에서 큰 충격이었다. 1년 전 중학교 교사로 안정된 삶을 누리다가 귀가 중 철없는 10대들에게 강도 상해를 당하고 하루아침에 전신마비환자가 된 한 가장과 그의 가족은 1억 원에 달하는 병원비 때문에 더 고통스러운 나날을 살아가고 있다. 역시 지난해 논현동 고시원 방화 살인 사건의 한 피해자는 아직도 그때의 상처와 기억 때문에 정상적인 사회생활을 하지 못하고 있고, 유영철 사건 당시 어머니와 아내, 아들을 잃은 한 유가족은 5년째 악몽과 분노에 시달린다. <PD수첩>은 그들의 안타까운 목소리와 함께 그에 대한 국가적 대책이 턱없이 부족한 현실을 비판한다. 이들에 대한 국가적 책임을 명시한 ‘대한민국 헌법 30조’의 존재에도 불구하고 국가적 지원은 실제 피해자 수의 1%에도 못 미친다는 것이다. 아무리 다양한 주제와 이슈를 다루어도 21세기 한국 사회의 가장 큰 화두는 여전히 그렇게 또다시 생존으로 귀결된다.
글 김선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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