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 프로 현주소① ‘그것이 알고 싶다’ PD, “공분(公憤)은 현실 개선의 밑거름”

SBS '그것이 알고 싶다'의 장경수, 박진홍,  배정훈, 류영우 PD(왼쪽부터)

SBS ‘그것이 알고 싶다’의 장경수, 박진홍, 배정훈, 류영우 PD(왼쪽부터)

2014년 대한민국 시사 프로그램은 어디로 향하고 있나. 지난 4월 16일 전 국민을 비탄에 빠지게 한 세월호 침몰 참사는 정부와 언론의 무능함을 되돌아보게 한 계기였다. 비판적인 시각을 잃은 채 영혼 없이 반복되는 ‘자기 복제 보도’는 세월호 침몰 참사가 낳은 또 다른 참사였다.

“그 차디찬 바다 밑에서 어른들의 말을 믿고 어른들이 구해주기를 기다렸을 아이들과 아직 그날의 공포에서 벗어나지 못했을 생존자에게 드리고 싶은 말이 있습니다. 부끄럽고 무기력한 어른이라 죄송합니다. 지켜주지 못해 미안합니다. 고인들의 명복을 빕니다.”

진정성 담긴 말 한마디가 더욱 값지게 느껴졌던 이유도 여기에 있다. SBS 시사 프로그램 ‘그것이 알고 싶다’의 진행자 김상중의 가슴 먹먹한 클로징 멘트는 세월호 국면에 ‘진짜 정보’를 애타게 찾던 이들의 갈증을 해소했다. 일목요연하게 사건의 이면의 집요하게 파고든 ‘그것이 알고 싶다’의 치밀함은 유례없는 재방송 편성으로 돌아왔고, 재방송 시청률이 본 방송 시청률을 앞지르는 기염(시청률 조사회사 닐슨 코리아 기준, ‘그것이 알고 싶다’ 본 방송은 전국 시청률 6.5%, 재방송은 8.3%를 기록)을 토했다.

이를 단순히 ‘세월호 효과’라고 부를 수는 없다. 김상중의 진심이 기폭제가 됐기는 하지만, 세월호 관련 특집 편은 사실상 ‘그것이 알고 싶다’가 축적해온 취재 노하우와 제작능력이 뒷받침됐기에 가능했던 일이기 때문이다.

다시금 국민의 관심을 되찾은 ‘그것이 알고 싶다’에 기대감을 걸어보는 것도 이 때문이다. 지난 1992년 3월 31일 이래 줄곧 대중의 곁에서 사회의 어두운 부분을 파헤쳐온 ‘그것이 알고 싶다’의 장경수, 박진홍, 배정훈, 류영우 PD를 만나봤다. 그들과 나눈 짧지만, 무게감 있던 대화 속에 시사 프로그램의 나아갈 방향과 ‘그것이 알고 싶다’의 미래가 있었다.

Q. 다뤘던 주제에 따라 반응 차가 있기는 했지만, 유독 ‘세월호 참사의 불편한 진실’ 편은 큰 반향이 일었던 것 같다. 이유가 무엇이라 생각하나.
장경수 PD: 사회 분위기 때문이 아닐까. 최근 들어 사람들이 ‘공정하다’, ‘정의롭다’와 같은 말에 대한 의미를 다시 생각하기 시작한 것 같다. 여러 사회적 사건들을 보며 그런 부분이 전혀 충족되지 않는다고 느끼는 분들이 늘어난 거지. 특히 세월호 국면은 생각지도 못한 큰 참사가 아니었나. ‘그것이 알고 싶다’를 통해 세월호 편을 통해 사회에 결여된 공정함, 정의감의 충족을 경험한 분들이 많지 않았나 싶다.

Q. 진행자 김상중에 대한 이야기도 빼놓을 수 없겠다. 세월호 편에서 보인 눈물은 시청자들 사이에서 두고두고 회자되는 분위기이다.
배정훈 PD: 김상중 선배가 대본 리딩할 때부터 감정이 좋지 않았다. 녹화에 들어가니 감정 조절이 잘 안 되는 것 같더라. 결국, 클로징 멘트를 재녹화했는데 두 개의 녹화분을 놓고 논의 후 전자를 택했다. 진정성이 우선이라는 판단에서였다.

장경수 PD

장경수 PD

Q.  ‘그것이 알고 싶다’는 문성근, 정진영, 박상원 등 진행자의 이름을 걸고 진행되는 MC의 역량이 중요한 프로그램 중 하나였다. 특히 김상중은 지난 2008년 이래 7년간 프로그램 진행을 맡고 있는 최장수 진행자이다. 단순히 진행자로만 역할을 한정할 수는 없을 것 같다.
장경수 PD: 전달자의 역할은 뛰어넘었다. 또 한 사람의 제작진이자, ‘그것이 알고 싶다’의 첫 번째 시청자다. 그가 가장 먼저 방송을 본다는 부분이 중요하다. 제작진의 의견을 수용하면서 자신만의 언어로 메시지를 전달하려고 노력하더라. 자신의 역할을 제작진과 시청자의 ‘중간자’로 설정하고 있는 셈이다. 이야기를 전달하는 방식을 굉장히 치열하게 고민한다. 세월호 국면 때는 “팽목항에서 진행을 해보면 어떻겠냐”는 의견까지 주시더라. 프로그램에 대한 애정과 열정이 정말 대단한 분이다.

Q. 포맷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자. ‘그것이 알고 싶다’는 굉장히 세련된 문법과 볼거리를 동시에 갖춘 시사 프로그램이라는 느낌이다. 그게 최근 젊은 세대에게 프로그램이 다시금 어필하고 있는 이유인 것 같기도 하고.
박진홍 PD: 최근에 팬덤이 생긴 것도 같은 이유인 것 같다. 타 채널의 경쟁 프로그램과 비교해서 ‘그것이 알고 싶다’만의 범죄·사건 전달 기법을 확립한 것도 컸다. 예컨대 ‘CSI’ 시리즈와 같은 미국드라마에 익숙한 젊은 세대에게도 소구할 수 있는 신선한 양식을 가졌다는 게 ‘그것이 알고 싶다’의 특화된 부분이라고 할 수 있겠다. ‘그것이 알고 싶다’에는 다수 PD가 있는데 보통 최근까지 제작을 맡아온 PD들은 10년 차 이상이다. 그들의 노하우와 젊은 PD들의 영상 감각이 더해지니 좋은 그림이 나올 수밖에.
장경수 PD: 마치 영상 세대의 PD들이 시사와 만나면서 새로운 장르를 만들어낸 것 같은 느낌이다. 시사프로그램의 전형적인 틀을 깼다는 점에서 의미가 적지 않다.

Q. 결국, 시사프로그램도 변화가 필요하다는 이야기로 정리할 수 있겠다. 특히 요즘처럼 사회문제에 대한 관심도가 낮아진 상황에서는 더 그럴 필요가 있겠다.
장경수 PD: 좋은 것은 살리면서 새로운 것을 추가해야 한다. 정차하지 않고 역동적으로 만들어나가는 게 중요하다. 그 과정 중에 가장 중요한 건 ‘진정성’이다. 사회의 큰 틀 안에서 이야기를 어떻게 풀어나갈 것인지에 대한 치열한 고민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Q. 대중과 이슈 사이의 접점을 찾는 게 중요하겠다. 취재 아이템은 어떻게 선정하나.
장경수 PD: 시청자들이 ‘원하고 궁금해하는 이야기’와 ‘필요한 이야기’가 있다. 어떻게 균형을 맞출 것인지를 고민하고 있다. 또 단순히 이슈가 되는 프로그램만을 다루기보다는 전체적인 균형을 생각하며 ‘원하는 이야기’와 ‘필요한 이야기’를 배분하는 편이다.

Q. 아이템을 선정하고 나면 어떻게 다룰 것인지에 대한 문제가 남는다. 이 부분은 시사프로그램의 본질적인 고민이기도 하다.
배정훈 PD: 쉽게 대답하기 어려운 부분이다. 사안마다 달라지는 것 같다. 내가 ‘그것이 알고 싶다’에 온 뒤 처음 연출한 방송분이 ‘홀로코스트, 그리고 27년-형제복지원’ 편인데, 그때도 이 문제에 대한 고민이 가장 컸다. ‘피해자의 실상을 어디까지 보여줄 것인가?’, ‘사건 자체를 알릴 것인가, 그 이면의 진실을 심도 있게 파헤칠 것인가?’ 등의 문제를 놓고 고민을 계속했다.

박진홍 PD

Q. 최근 ‘그것이 알고 싶다’가 다시금 주목받기 시작한 것은 상당히 고무적이다. 하지만 여전히 시사 프로그램의 위기를 지적하는 시선도 존재한다.
박진홍 PD: 시사 프로그램이 사회와 따로 움직이는 건 아니라고 생각한다. 오히려 연동하는 것에 가깝다. 사회가 민주화됨에 따라 시사 프로그램도 이와 상호작용을 하는 것이다. 1987년 6월 항쟁을 계기로 사회민주화와 언론민주화가 함께 진행되면서 시사 프로그램의 소재가 쏟아졌고, 원래는 공적담론에 들어와 있지 않던 것들(성폭행, 가족 폭력 등)이 시사 프로그램을 통해 공적영역에서 다뤄지게 됐다. 또 정부기관이나 시민단체가 해야 할 역할을 하지 못하는 것을 일정부분 시사 프로그램이 대신한 경향도 있다. 이후 2000년대에 접어들면서 시사 프로그램이 이전에 다뤘던 거대담론이 다른 뭔가를 고민해야 할 시기에 직면하게 됐다.

Q. 그렇다면 그 이후의 시사 프로그램의 역할은 어떻게 규정할 수 있을까.
박진홍 PD: 그 부분에 대해서는 과거 이영돈 PD(종합편성채널 채널A 전무)가 제작한 KBS1 ‘소비자고발’과 같은 프로그램이 시사 프로그램의 새로운 영역을 개척한 것으로 평가할 만하다. 하지만 이명박 정권 이후부터 다시 언론 자유의 문제나 거대담론의 이슈가 영역으로 돌아오고 있는 것 같다. 시사 프로그램의 역할에 대한 지속적인 논의와 고민이 필요하다고 생각되는 까닭이다.

Q. 근래에 들어 ‘그것이 알고 싶다’에도 변화의 바람이 부는 것 같다. ‘일베와 행게이 어디에나 있고, 아무 데도 없다(이하 일베와 행게이)’ 편이나 ‘48인의 도플갱어!-신입생 엑스맨은 누구인가’ 편은 논의 주제를 확장해 나가려는 ‘그것이 알고 싶다’의 의지가 읽히는 부분이다.
장경수 PD: ‘일베와 행게이’ 편의 경우에는 접근 방식부터 차별점을 둬야 했던 기획이었다. 방송을 기획할 때만 해도 이 주제와 관련해 찬반양론이 있었다. 하지만 이런 부분이 사회상을 반영하고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접근해나간 것이다. 또 사건을 이야기로 풀어나가는 ‘그것이 알고 싶다’만의 색깔도 잘 드러낼 수 있었던 기획이라고 본다.

SBS '그것이 알고 싶다'의 장경수, 박진홍,  배정훈, 류영우 PD(왼쪽부터)

SBS ‘그것이 알고 싶다’의 장경수, 박진홍, 배정훈, 류영우 PD(왼쪽부터)

Q. 아무래도 시사 프로그램인 터라 ‘그것이 알고 싶다’에는 십여 명에 가까운 연출자가 있다. 연출자에 따라 방송의 색깔은 달라지겠지만, 그럼에도 일관되게 가져가는 ‘그것이 알고 싶다’만의 정체성이 있을 것 같다.
장경수 PD: 지금까지 ‘그것이 알고 싶다’를 연출하며 가장 집중했던 부분은 바로 ‘공분(公憤)’이었다. 속된 말로 ‘깊은 빡침’이라고 하는 것 있지 않나, 하하. 우리끼리는 사람들의 관심을 환기하고 부조리에 대응해야겠다는 마음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공분’을 계속 살려 나가자고 이야기한다.
배정훈 PD: 사실 내가 PD를 꿈꾸게 된 것도 ‘그것이 알고 싶다’ 때문이었다. ‘그것이 알고 싶다’는 그만큼 전통이 있고 오래된, 지켜나갈 만한 가치가 있는 프로그램이다. 취재 과정에서 프로그램에 대한 대중의 관심과 신뢰를 확인할 수 있었다. 그 전통성을 지켜나가면서 나름의 색깔을 담아내는 게 우리 모두의 숙제라고 생각한다.
류영우 PD: 물론 6주라는 시간이 아이템 선정부터 취재까지 모두 진행하기에는 무척이나 짧은 시간이다. 하지만 ‘그것이 알고 싶다’의 연출진인 만큼 주어진 시간 내에 최대한 완성도 있는 이야기를 전하려 한다. 이 과정에 가장 중요한 부분은 ‘사실관계 확인’이라고 생각한다. 정파적인 세상에서 사실관계의 확인을 취재의 최우선 과제로 삼고 있다. 이런 부분이 후에 후배들에게도 ‘그것이 알고 싶다’와 함께 물려줘야 할 덕목이 아닌가 싶다.

글. 김광국 realjuki@tenasia.co.kr
사진. 팽현준 pangpang@tenas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