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너뷰 조세호① 웃음에 영혼을 판 남자(인터뷰)

조세호

잠룡(潛龍)의 비상일까. 근래에 들어 개그맨 조세호의 활약상이 눈부시다. 출연 프로그램의 면면만 봐도 화려하다. SBS가 야심 차게 내놓은 ‘일요일이 좋다-룸메이트(이하 룸메이트)’에서 원맨쇼에 가까운 활약을 펼치는가 하면 케이블채널 tvN ‘코미디빅리그(이하 코빅)’, ‘로맨스가 더 필요해’, ‘렛츠고 시간탐험대2’에서도 요직을 맡고 있다. 또 오는 8월에는 신동엽, 윤진서, 클라라 등 스타들이 총출동하는 SBS ‘패션왕 코리아2’로 시청자를 만나게 된다. ‘예능프로그램 섭외 1순위’라는 수식도 그냥 나온 게 아니다.

한때 ‘양배추’라는 이름으로 활동했던 그는 최근 ‘조세호’라는 자신의 본명을 들고 나와 제2의 전성기를 맞았다. 하지만 그는 ‘차세대 예능 대어’로 주목받고 있는 소감을 묻자 “그런 건 잘 모르겠다”며 “나는 그저 웃기는 게 좋을 뿐”이라는 희대의 명언을 남기고야 만다. 개그에 대한 한결 같은 지조를 자랑하는 이 남자, 과연 어디까지 뻗어 나갈 수 있을까.

이너뷰: 이너(Inner)와 뷰(View)를 더한 합성어. 취재한 내용을 토대로 스타들의 내밀한 속내를 파헤쳐 본다. <편집자 주>

Q. 고정 프로그램 수만 해도 5개를 훌쩍 넘긴다. 대세가 따로 없다. 다시금 이슈의 중심에 선 기분이 어떤가.
조세호: 많은 분이 관심을 보여주시니 감사할 따름이다. 근데 솔직히 ‘핫하다’ 이런 건 잘 모르겠다.

Q. 특히 ‘룸메이트’에 출연하며 인지도가 급상승했다. 거의 원맨쇼급 활약을 펼치고 있지 않나.
조세호: 개인적으로도 애착을 강하게 느끼는 프로그램이다. ‘웃겨야 한다’는 강박관념보다도 같이 사는 사람들과 나누는 시간이 많아서 즐겁다. ‘룸메이트’에서는 거의 억지로 웃기려고 노력하지 않는다. 나름대로 방송을 좀 해보니까, 인위적인 모습보다는 자연스럽게 사람 살아가는 이야기가 담길 때 반응이 좋은 것 같더라.

Q. 그러니까 ‘룸메이트’ 속 모습이 당신의 실제 모습이다, 그런 이야기인가.
조세호: 인품까지는 잘 모르겠다, 하하하. 워낙 어린 나이에 데뷔해서인지 내 이야기를 하는 것보다는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는 게 편하고 익숙하다. ‘룸메이트’는 프로그램 특성상 그런 개인적인 성향이 방송에 드러날 부분이 많으니까 뜻하지 않게 나의 숨은 매력이 드러나는 게 아닌지, 하하.

조세호

Q. 사실 당신은 어느덧 데뷔 13년 차를 맞은 중견 방송인 축에 속한다. 이렇게 뒤늦게 ‘잠룡’이라는 식으로 조명받는 게 썩 유쾌하지만은 않을 것 같기도 한데.
조세호: 그 반대다. 정말 듣고 싶었던 이야기이다. ‘확 잘됐다’ 이런 느낌이 아니라서 더 좋은 것 같다. 꽤 오랜 시간이 걸리기는 했지만, 이제야 나의 진정성을 봐주시는구나 싶은 마음이다. 그간 쌓아놓은 이미지가 있어서 이제는 어디를 가도 ‘어디 너 이야기 한 번 들어보자’는 분위기가 형성된 것 같다.

Q. 무명시절이 꽤 길었다. 부침도 겪었고. 힘든 시간을 어떻게 견뎌냈는지도 궁금하다.
조세호: 힘들다기보다는 많이 배우는 시간이라고 생각했었다. 어릴 적에는 ‘모두가 나만 사랑해줬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강해서 방송을 해도 조급했다. 그때 남희석 형님이 큰 힘이 돼주셨다. 어느 날 방송을 같이하는 데 희석 형님이 내가 말을 하지 못하도록 하면서 “서두르지 마라”고 하시더라. 처음에는 이해가 안 됐는데 시간이 흐른 뒤에 깨닫게 됐다. 한 프로그램에서 어떤 사람을 섭외할 때는 그만한 이유가 있고, 출연자로서 해야 하는 몫이 있다는 걸. 요즘에는 의식적으로 여유를 가지려고 노력하는 편이다.

Q. ‘양배추’라는 이름을 하사(?)한 남희석과의 인연은 너무나도 유명하다.
조세호: 희석 형님은 내가 스무 살에 SBS 개그맨 시험 볼 때 진행을 봐주셨다. 이후에 내가 개인적으로 희석 형님의 팬이라서 팬클럽 모임에 참석한 뒤 지금까지 인연을 맺게 됐다. 그때 소주 한잔 하면서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눴는데, 좋은 이야기를 많이 해주셨다. 지금도 내가 친형처럼 믿고 따른다.

Q. 그런 남희석이 지어준 이름을 바꾼 이유가 무엇인가.
조세호: 자격지심 때문일지도 모른다. 결혼해서 아이를 낳았는데, 그 아이에게 누가 “너희 아빠가 양배추니?”라고 물으면 얼마나 슬프겠는가, 하하. 사실 이름이 나의 가능성을 한정 짓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다. 물론 고민도 깊었다. 많은 사람이 양배추로 나를 기억하고 있는데 이제 와서 이름을 바꾸는 게 무슨 의미가 있나 싶기도 했다. 하지만 나도 나이가 서른이 넘었고, 지금부터는 내 이름으로 사람들에게 기억되고 싶다는 마음이 강했다.

Q. 남희석은 그에 대해 별말이 없었나.
조세호: 희석 형님은 “전적으로 네가 알아서 하라”고 하시더라. 결정을 내린 뒤 이름을 바꿔 슬 타이밍을 보고 있었는데 MBC ‘공감토크쇼 놀러와’ 출연 당시 유재석 형님이 “이왕 그렇게 결정한 거면 오늘부터 (실명을) 쓰라”고 말씀해주셔서 그때부터 실명을 쓰게 된 거다. (Q. 바뀐 이름에 만족하나.) 지금은 정말 좋다. 단순히 이름만 바꿨을 뿐이지만, 좀 더 인간 조세호의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조세호

Q. 다양한 프로그램에 출연 중인데도 여전히 ‘코빅’으로 무대에 서고 있다. 보통 방송으로 진출하면 ‘무대’보다는 ‘방송’에 집중하지 않나.
조세호: 솔직히 말씀드리면 내가 언제 어떻게 될지도 모르니까, 하하하. ‘코빅’에 서면서 배우는 게 많다. 본업이 개그이다 보니 내가 무엇을 잘할 수 있는지도 확인하게 되고, 선후배 개그맨들과의 관계에서 얻는 것도 많다.

Q. 일반적으로 타 방송사 개그프로그램은 빡빡한 일정으로 유명하다. 일주일 내내 연습과 리허설을 반복하느라 다른 일정을 소화할 여력이 없다고도 하던데.
조세호: 그 부분에서 미안함을 많이 느낀다. 그래도 ‘코빅’은 비교적 자유롭게 개인 일정을 조절할 수 있는 편이다. 또 선배 개그맨들의 말도 한몫했다. 장동민, 유상무 등 선배들이 “아무리 시간이 부족해도 코미디 무대가 잘되게 하려면 우리가 그 무대에 서는 게 좋지 않겠느냐”고 하더라. 모두 책임감과 노력이 더해져야 할 수 있는 일들이다.

Q. 당신은 특유의 패션 감각으로도 유명세를 탔다. 모 인터뷰에서는 “개그맨이니까 더 잘 입고 다녀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직업에 대한 자부심이 느껴지는 대목이었다.
조세호: 내가 입고 다니는 옷이 누리꾼들의 입에 오르내리는 것도 모두 고정관념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예전에 희석 형님도 내게 “못 나갈 때 더 좋은 것을 입는 게 중요하다”고 말한 적이 있다. 결국, 이미지가 관리에 대한 이야기이다. 내가 옷에 관심이 많은 건 개인적인 취향이기도 하지만, 개그맨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깨고 싶은 의도도 있다. 가수도, 배우도 모두 자신을 꾸미고 가꾸는 데 개그맨만 그걸 못할 이유가 어디에 있나.

Q. 확실히 예전보다는 희극인들에 대한 시선이 많이 긍정적으로 바뀌었다.
조세호: 수명이 길어졌다. 보통 40대가 넘으면 개그맨들은 설 무대가 없었다. 요즘에는 그런 한계가 많이 없어진 것 같다.

조세호

Q. 장기적으로 당신이 꿈꾸고 있는 일들은 무엇인가. 국민 MC 자리를 넘보나, 하하.
조세호: MC도 좋고, 그게 아니더라도 기회만 닿는다면 다 해보고 싶다. 하지만 정작 내가 가장 관심이 많고 애정이 깊은 건 다름 아닌 ‘웃음’이다. 웃기는 게 정말 너무 좋다. 예전에 일본 유명 개그맨 마츠모토 히토시가 출연한 다큐멘터리 ‘웃음에 영혼을 판 남자’를 보고 깊은 감명을 받았다. 한 인간이 평생을 걸만한 무언가를 찾았다면 그게 정말 행복한 일이 아닐까.

Q. 정말 ‘웃음’ 자체에 대한 애착이 대단한 것 같다. 끝으로 다시금 당신에게 돌아온 팬들에게 한마디 해 달라, 하하하.
조세호: 요즘에는 무작정 ‘좋아해 주세요’라는 말을 못한다. 그런 게 욕심이 아닌가. 다만 나는 어느 프로그램에 출연하든 매 순간 최선을 다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그 안에 담긴 진정성을 봐주셨으면 좋겠다. 방송을 보시면서 그저 마음이 시키는 대로 편하게 웃어주신다면 그것만으로도 충분할 것 같다.

글. 김광국 realjuki@tenasia.co.kr
사진. 구혜정 photonine@tenas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