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뭐 봤어? ‘정도전’ 배신이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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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1 대하드라마 ‘정도전’ 48회 2014년 6월 22일 오후 9시 40분

다섯 줄 요약
정도전(조재현)은 무주공산인 요동을 점령해야 한다고 이성계(유동근)에게 아뢰고, 조준(전현)은 이를 강하게 반대한다. 결국 이성계는 요동정벌을 만류하고 정도전을 동북면 순찰사로 좌천시킨다. 군권을 쥔 조준은 명을 자극할까봐 군사훈련을 미룬다. 헌데 요동정벌을 반대했던 이성계는 갑자기 직접 칼을 잡고 군사훈련에 나서며 분위기를 반전시킨다. 그리고 정도전에게 요동정벌을 위해 도당으로 복귀하라는 편지를 쓴다. 이 사실을 안 이방원(안재모)은 거병을 모의하게 된다.

리뷰
정도전은 조선을 건국할 때부터 요동정벌을 마음먹고 있었다. 국방 없이 진정한 민본은 불가능하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사대주의자인 조준에게 정도전은 “전쟁이 아니라 무주공산 다름없는 땅을 점령하자는 것이다. 여진이 통합해 나라를 세우면 사대라는 미명 하에 굽신거리는 우리는 어찌 되겠느냐. 우리도 고구려가 말갈족을 복속한 것처럼 해야 한다”는 전략을 설명한다. 즉, 정도전은 향후 여진족의 통합까지 내다본 것이다. 허나 조준은 끝까지 뜻을 굽히지 않는다.

명에 간 사신들이 강씨(이일화)의 죽음을 기리려 상복을 입었다가 주원장의 명으로 참수됐다는 비보가 들려온다. 사대부들은 “대국과 삼한이 함께 한 후로 이처럼 참담한 사태는 없었다. 국상을 당해 상복 입은 것을 참형에 처한 것은 변방 오랑캐도 하지 않는 짓이다 이번에는 그냥 넘길 수 없다. 본때를 보여줘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조준은 “나라와 나라 사이의 마찰은 언제든 존재한다. 불의를 당했다 해서 소국이 대국을 범하는 것은 멸망으로 이어진다. 설사 명이 굴욕을 줘도 참으면서 사대의 예를 정착시켜야 한다. 이것이 조선의 숙명”이라고 말한다. 이에 정도전은 “역겨운 소리 집어쳐라”고 쏘아붙인다.

정도전으로서는 자신의 오른팔 역할을 했던 조준이 훼방을 놓는 것을 참을 수 없다. 헌데 이성계는 “주원장 간나새끼를 용서할 수 없다. 허나 억울해도 참아야 한다. 우린 아직 주원장을 이길 힘이 없다”고 말한다. 그리고 군권을 조준에게 맡기고 정도전을 동북면으로 내려가라 명한다. 결국 좌천된 정도전. 뜻을 같이 한 군주에게 따돌림 당하는 정도전은 벙어리냉가슴이다. 아마도 배신감이 이만저만이 아닐 것이다.

사실 이성계는 정도전과 한마음 한뜻이었다. 이성계는 동북면에 있는 정도전에게 편지로 “그간 내 임금 노릇 하느라 힘들었는데 요동정벌 이야기 꺼내니 귀가 번쩍 기운이 솟는다. 그런데 그렇게 중대한 일을 대놓고 떠들면 안 된다. 그래서 삼봉을 내 눈 감고 동북면으로 빼낸 것이다. 이젠 돌아오라. 나와 힘 합쳐 요동을 치자. 주원장 갓나새기 쭉다리를 분지르자”고 말한다. 정도전은 운다. 사나이의 눈물이 뚝뚝 떨어진다. 이 정도로 뜻이 통하는 군주가 있기에 정치를 할 맛이 나는 것일 게다. 아무리 지략이 뛰어나도 씨알도 안 먹히는 군주라면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정도전은 이방원의 의해 배신을 당하는 순간까지 이성계를 사모할 것이다. 이성계는 그럴 가치가 있는 군주니까.

수다 포인트
– 조준의 사대주의는 그나마 순수해 보인다. 그도 충신이다. 이 세상에는 더 음험한 사람들이 많다.
– 이방원과 이숙번에게 비수를 꽂는 정도전의 한마디. “싹수 있는 자라 여겼는데 모사꾼 하다 죽을 밥버러지구먼. 자네처럼 혈기 하나 믿고 설친 밥버러지가 있었다. 벼랑 끝으로 내몰려 불가능한 꿈을 품게 됐다. 그 순간부터 부족하나마 밥 값 정도 하는 처지가 됐다. 밥버러지 하려면 불가능한 꿈은 품고 살아라.” 실제로 이런 말을 들었다면 살의를 느낄만하겠다.
– 사병혁파를 이루기 직전인 마지막 장면을 보니 더욱 안타깝다. 왕자의 난이 일어나지 않았다면. 정도전이 이방원에 의해 죽임을 당하지 않았다면.

글. 권석정 moribe@tenasia.co.kr
사진. KBS ‘정도전’ 사진캡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