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뭐 봤어? ‘빅맨’의 행복한 결말, 왜 비현실적으로 보일까

KBS2 '빅맨' 방송 화면 캡처

KBS2 ‘빅맨’ 방송 화면 캡처

KBS2 ‘빅맨’ 마지막 회 2014년 6월 17일 오후 10시

다섯 줄 요약
현성에너지의 대주주인 팬코리아 측에서 임시 주주총회를 소집한다. 안건은 현 경영진의 전면 교체. 강 회장(엄효섭)과 동석(최다니엘)은 우호지분을 믿고 별일 없을 거라며 주총에 참석한다. 그 자리에 팬코리아의 위임장을 받은 지혁(강지환)과 미라(이다희)가 나타난다. 당황하는 강회장과 동석. 강회장 쪽 지분이 20%, 팬코리아 측 지분이 17%로 경영진 교체가 부결되려는 그 순간, 문이 열리고 다른 대주주가 등장한다.

리뷰
반전은 없었다. 뒷골목 양아치 지혁은 결국 현성그룹의 CEO 자리에까지 오르며 정말 ‘빅맨’이 됐다. 동석의 악행에 고통을 겪었던 사람들도 모두 저마다 나름의 성과를 거뒀다. 하지만 화면 속 모두가 웃음 짓고 있는 순간, 어딘지 모르게 마음이 불편해져 온다. 너무나도 달콤한 해피엔딩에서 되레 음울한 현실의 자화상이 어른거렸기 때문이다.

사실 처음부터 그러했기에 가타부타 이야기할 것도 없다. ‘빅맨’은 모 드라마처럼 범인을 찾기 위해 보는 내내 골치를 썩어야 하거나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는 류의 드라마는 아니었다. 성긴 얼개의 틈새는 화면 밖으로 뛰쳐나올 듯 매혹적인 캐릭터와 직설적인 사회 풍자가 메웠다. 출연 배우들조차 “사실 뻔한 이야기다”고 말하는 ‘빅맨’이 이토록 뜨거운 반응을 이끌어낼 수 있었던 이유다.

그래서 더 아쉽다. 마지막 회만 놓고 보면 그렇다. 그간 경쾌한 활극을 떠올리게 하는 ‘특유의 속도감’으로 극적 긴장감을 자아냈던 ‘빅맨’은 마지막 회에 이르러 완전히 풀어져 버렸다. 아들의 온갖 만행에도 수수방관하던 강 회장은 대기업 회장의 자존심은 내팽개친 채 지혁에게 무릎을 꿇었고, 흡사 사이코패스를 떠올리게 했던 동석도 미라에게 수줍은 속마음을 고백한 뒤 세상을 떴다. 사람이 바뀌어도 너무 바뀌니 보는 입장에서는 이질감이 들 수밖에.

‘빅맨’은 많은 것을 포기하면서 집중했던 부분은 바로 김지혁을 통한 판타지다. ‘빅맨’ 마지막 회의 상당 부분은 실제로 현성그룹의 CEO로 부임한 지혁이 ‘사람이 먼저다’는 구호를 내걸고 회사를 꾸려나가는 모습으로 채워졌다. 백미는 회장 취임 1년 기념식에 참석한 지혁의 발언이다. 회장 취임 이후 1년간의 시간을 회상하던 그는 촉촉해진 눈빛으로 말한다, “새로운 세상은 반드시 올 것”이라고.

허망하고 또 허망하다. 드라마를 놓고 현실을 운운하는 것 자체가 잘못인지도 모르겠다. 잠시나마 김지혁을 통해 새로운 세상을 꿈꿔봤으나 고개를 들어 보니 여전히 현실은 칠흑 속이다. 어두운 현실이 문제인지, 드라마에 몰입한 게 잘못인지. 이 드라마, 비현실적이라 참 잔인했다.

수다 포인트
– ‘빅맨’으로 스핀오프 만들어주시면 안 되나요? 주인공은 구 팀장(권해효)이 좋겠네요!
– “난 저 위에 있는 사람이니까!”라고 외치던 동석은 결국 하늘나라로…. 이처럼 허망한 악역이 또 있을까요.
– 순댓국에 서브XX 샌드위치까지, PPL도 이 정도면 수준급.

글. 김광국 realjuki@tenasia.co.kr
사진. KBS2 ‘빅맨’ 방송 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