힙합레이블 설립하는 작곡가 박근태,“다른 색 선보일 것”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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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태는 산전수전 다 겪은 작곡가다. 1992년에 프로작곡가로 데뷔해 현재까지 20년 넘게 제일선에서 활약했다. 이효리, 신화, 이선희, 신승훈, 백지영, 윤미래, 브라운아이드소울, 성시경, 샵, 룰라, 젝스키스, 쥬얼리, 에코, 아이유 등등 히트곡을 일일이 언급하기 어려울 정도. 박근태의 이력을 살펴보면 지난 20년간의 가요 트렌드를 엿볼 수 있을 정도다. 트렌드가 급변하는 국내 가요계에서 이렇게 오랫동안 감각을 유지하기란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닐 것이다.

박근태는 단순히 히트곡만 많은 작곡가는 아니다. 신화의 새로운 전성기를 마련해준 ‘브랜드 뉴(Brand New)’, 백지영에게 발라드 가수 이미지를 처음 심어준 ‘사랑 안 해’, 윤미래의 솔로 입지를 다진 ‘시간이 흐른 뒤’ 등 가수에게 분기점이 된 곡들이 그의 손에서 나왔다. 단순히 곡을 만들기 이전에 가수의 이미지 구축을 유념한다는 박근태의 방식이 통한 것이다. 또한 그는 샵의 ‘스위티’ ‘내 입술… 따뜻한 커피처럼’과 같은 동시대 단연 세련된 아이돌 그룹의 노래도 만든 주인공이었다.

박근태는 오는 7월 새로운 레이블 ‘라이브러리’ 론칭을 앞두고 있다. 라이브러리를 통해서는 힙합을 중심으로 뭉친 프로듀서, 아티스트들의 음악을 선보일 예정이다. 박근태는 라이브러리의 맏형으로써 후배 프로듀서 및 뮤지션들이 자신들의 곡을 선보이는데 조력자 역할을 해줄 예정이다. 이외에도 올해 다양한 프로젝트를 기획 중인 박근태를 만나 청사진을 들어봤다.

Q. 계속 작업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 근황은 어떤가?
박근태: 재작년부터 해외 작곡가들과의 작업이 늘고 있다. 글로벌 공동 작곡 프로젝트인 송캠프를 통해 유럽의 여러 작곡가들과 함께 곡을 만들었다. 그렇게 만들어진 결과물을 국내 가수에게 주기도 했고, 해외 퍼블리싱 회사에 공급하기도 했다.

Q. 국적이 다른 여러 작곡가들이 협업을 하는 ‘송캠프’는 SM엔터테인먼트를 통해 국내에 알려지기 시작했다. 최근 이런 작업이 늘고 있다.
박근태: 송라이팅 캠프, 이른바 송캠프를 통해 미국, 유럽 등지의 여러 작곡가들 3~5명과 한 팀을 이뤄 곡을 만든다. 각 나라에서 해외 작곡가들을 초청해서 자국 작곡가와 연계를 시켜 작업을 하게끔 해준다. 주로 유럽에서 이 작업이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송캠프가 진행되면 각국의 클라이언트들이 소속 아티스트에게 필요한 곡을 의뢰하기도 한다.

Q. 직접 경험을 해보니 기존의 작업 방식과 어떻게 다르던가?
박근태: 사운드 디자인을 하는 사람, 연주를 직접 하는 사람, 보컬 멜로디를 쓰는 사람, 편곡을 맡은 이들이 뭉쳐 하나의 결과물을 도출해내는 것이다. 해외에는 마치 밴드처럼 뭉친 정규 작곡팀이 있다. 송캠프는 그런 작곡팀과 달리 전혀 처음 보는 이들이 모인다는 점에서 의외의 아이디어들이 나올 수 있다. 현재 공개된 곡들도 있고, 계류 중인 곡들도 있다. 급하지 않게 작업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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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힙합 레이블을 준비 중이라고 들었다.
박근태: 7월경에 선보일 예정이다. 기존 가요 기획사와는 조금 다른 느낌이 될 것 같다. 흑인음악의 색이 있는 친구들, 구체적으로는 프로듀서와 싱어송라이터, 직접 음악을 만드는 아티스트 개념의 뮤지션들이 모여 직접 음악을 만드는 형태가 될 것이다. 난 그들의 음악에 직접적으로 관여하기 보다는 선배로서 조력자 역할을 할 것이다. 뛰어난 실력을 지닌 친구들이 모여서 기존의 여러 기획사와 다른 색의 레이블로 성장하지 않을까 기대해본다.

Q. 라이브러리를 설립한 계기는?
박근태: 좋은 뮤지션들이 모여들어서 출발할 수 있었다. 딱히 힙합을 추구한다기보다는 트렌디한 흑인음악에 베이스를 두고서 다양한 음악을 들려드릴 수 있을 것 같다. 최근 미국 현지에서 유행하는 PBR&B 계열의 아티스트도 있다. 국내에서 선보여지는 R&B보다는 ‘딥’한 접근을 하지 않을까 한다.

Q. 최근 몇 년 사이 작곡가들이 직접 기획사를 설립하고 뮤지션을 키워내는 움직임이 있었다. 라이브러리도 비슷한 개념인가?
박근태: 조금은 다르다. 우리는 소속 아티스트들이 프로듀싱 능력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그들의 개성을 잘 살려주는 방식이 될 것이다.

Q. 기존에 브라운아이드소울, 윤미래, 휘성 등 흑인음악을 바탕으로 하는 아티스트들과도 함께 작업을 했었다. 하지만 특정 장르에 얽매이지는 않았다.
박근태: 작곡을 하면서 흑인음악, 즉 R&B의 요소들을 차용한 적은 있지만 내가 완전히 그 안으로 들어가서 작업을 한 적이 많지는 않다. 휘성은 R&B를 하다가 나와 만나면서 대중적으로 포커싱을 한 경우다. 윤미래의 경우 흑인음악적인 부분을 살리면서 한쪽으로 치우치면 대중과 멀어질 수 있기 때문에 팝적인 느낌을 가미한 경우다.

Q. 작곡을 할 때 가장 고려하는 부분은 무엇인가?
박근태: 가수가 가장 필요로 하는 것, 그리고 잘 표현하는 것이 무언인지를 제일 먼저 고민한다. 내가 잘하고, 좋아하는 것을 추구하면 습관대로 곡을 만드는 우를 범할 수 있다. 가수의 현재 상황, 그 전의 상황, 기대되는 상황의 교집합을 만들어 본다. 그러면 이 가수의 장점을 살리면서 새로운 매력을 부각시킬 수 있다. 내 음악보다는 가수의 장점이 드러나야 기분이 좋다. 백지영이 발라드를 시도한 ‘사랑 안 해’의 경우 본래 댄스가수였던 그녀의 새로운 면을 부가시키려 했다. 옥주현의 솔로 데뷔앨범을 작업할 때에는 그녀의 뮤지컬적인 창법을 잘 살리려 했다.

Q. 신화의 팬들은 ‘브랜드 뉴’를 신화가 재도약하게 된 결정적인 곡으로 뽑더라.
박근태: 그 곡은 테마, 즉 곡의 이미지를 만드는데 5~6개월 정도가 걸렸다. 하나의 노래는 멜로디, 리듬을 떠나서 들었을 때 직관적으로 느껴지는 이미지가 있다. 나 같은 경우는 그런 이미지를 찾는데 가장 시간이 많이 걸린다. ‘브랜드 뉴’는 남성적인 것과 섹시한 이미지가 어떻게 하면 공존할 수 있을까 고민을 했다. 곡의 테마가 나온 뒤 멜로디는 10분도 안 걸려서 만들었다.

Q. 곡을 의뢰한 가수의 장점을 살리고 새로운 가능성까지 보여주는 것이 쉬운 작업은 아닐 것이다.
박근태: 2000년대 초에 슬럼프를 한 번 겪고 작곡과 프로듀서 방식이 달라졌다. 그 전에는 내가 잘하는 음악, 하고 싶은 음악을 위주로 만들었다. 하지만 언젠가부터 그런 결과물에 내 자신이 수긍을 할 수 없더라. 해당 가수를 잘 살려주는 곡을 만들려면 내가 공부를 많이 해야 한다. 가수가 가진 음역대, 창법을 찾고 거기에 잘 어울리는 멜로디를 찾아내기 위해서는 정보 수집을 엄청나게 해야 한다. 날 힘들게 하는 작업이지만, 그런 것들이 괴로우면서도 즐겁다. 그렇게 작업 방식을 바꾸고 바로 만든 곡들이 윤미래의 ‘시간이 흐른 뒤’, 샵의 ‘스위티’ 등이었다.

Q. 샵의 곡들 중 박근태가 만든 ‘스위티’ ‘내 입술… 따뜻한 커피처럼’는 동시대 아이돌그룹의 곡들 중 단연 세련된 결과물들이었다. ‘내 입술… 따뜻한 커피처럼’은 곡 기타연주가 멋지게 들어갔다.
박근태: ‘내 입술… 따뜻한 커피처럼’의 기타는 내가 직접 쳤다.(웃음)

Q. 어, 정말인가?
박근태: 간혹 드물게 직접 기타 녹음을 하는 경우가 있다. 세션 기타리스트가 연주하면 매끈한 결과물이 나오지만 ‘내 입술… 따뜻한 커피처럼’과 같이 독특한 보이싱이 필요할 때에는 직접 연주하는 것이 좋다. 샵은 그리면 그리는 대로 표현이 되는 그룹이었다. 보컬이나 랩이 굉장히 테크니컬한 경우는 아니었지만, 그 친구들이 가지는 톤이 나름 매력적인 부분이 있었다. 그래서 전에 가요에서 잘 쓰이지 않은 장르, 화성 등을 시도해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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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최근 주류 가요계는 아이돌그룹이 댄스음악 중심으로 재편됐다. 워낙에 다양한 장르를 해왔지만 아이돌 시장에 적응하는 것이 쉽지는 않았을 것 같다. 

박근태: 데뷔한 지 강산이 두 번 바뀌었다. 그 사이에 유행도, 산업도 정말 많이 변했다. 그 안에서 체득한 가장 중요한 사실은 결국 좋은 음악이 통한다는 것이다. 아이돌그룹은 독특한 팬덤 문화라는 것이 있다. 음악 외에 다양한 통로로 팬들에게 접근을 하고, 그것이 곧 그룹의 색으로 자리한다. 결국은 복합적으로 잘 만들어진 콘텐츠만 살아남을 수 있는 시장이 됐다.

Q. 히트하는 곡들에 대해서는 촉이 오나?
박근태: 촉이 올 때도 있고, 그렇지 않을 때도 있다.(웃음) 나는 불특정 다수의 대중을 상대로 하기 때문에 곡을 만들 때 예민하게 접근해야 한다. 대중이 원하는 것을 그대로 만들면 안 되고 조금 앞서서 새로운 것을 제안해야 한다. 너무 앞서도 안 되고, 너무 익숙해서도 안 된다. 그 제안이 먹히면 히트하는 것이다. 유행이라는 것은 단순히 음악 장르로 설명할 수 있는 부분은 아니다. 사회적인 정서, 문화적인 것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것이다.

Q. ‘라이브러리’를 통해서도 새로운 트렌드를 보여줄까?
박근태: 굳이 유행을 선도한다기보다는 독특하면서 깊이 있는 음악을 제작하고 싶다. 단순히 히트, 수익만을 보고 싶지는 않다. 뮤지션들이 음악을 만드는 놀이터가 되는 것이 목표다. 좋은 크루들이 모였기 때문에 기대가 된다.

Q. 본인의 최종 목표는 무엇인가?
박근태: 라이브러리의 맏형으로 활동하겠지만, 작곡가로서는 해오던 작업을 계속 열심히 할 것이다. 어린 시절부터 음악 외에 다른 직업을 생각해본 적이 없다. 평생 음악가로 활동할 것이다. 20~30대에는 전속력으로 달렸지만, 40대 중반이 된 지금 시점에서는 마라톤을 한다는 생각을 작업에 임하고 있다. 퀄리티가 좋은 음악을 만들려면 숨고르기도 필요하더라. 꾸준히 작업을 하면서 해외 시장에 대한 노크도 계속 할 생각이다.

Q. 20년 넘게 제일선에서 활동할 수 있는 비결이 있다면?
박근태: 딱히 비결은 없는 것 같다. 굳이 꼽자면 가수와의 교감이 가장 중요하다는 것이다. 내가 작곡한 곡이 나만의 소유물은 아니다. 곡을 만들 때에는 해당 가수와 정말 많은 이야기를 주고받아야 한다. 가수와의 교감 정도에 따라 좋은 음악이 나올 수 있을지도 결정이 난다. 사실 난 일부러 다양한 곡을 만들어야겠다고 고집을 부린 적은 없다. 가수의 입장에서 호흡하다보니 스타일이 다양해진 것이다. 가수에 맞게 새로운 음악을 만드는 것은 굉장히 고통스러운 작업이다. 새로운 것을 만들려면 기존의 곡을 답습하는 것에 대한 굉장한 유혹을 참아내야 한다. 그것이 원칙이다.

Q. 박근태 본인의 앨범을 내고 싶은 생각은 없나?
박근태: 올해 안에 내 이름으로 작품집을 낼 계획이다. 여러 가지 방식을 구상 중이다.

글. 권석정 moribe@tenasia.co.kr
사진. 구혜정 photonine@tenas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