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동건과 ‘우는 남자’ 그리고 대중과의 거리 (인터뷰)

  1. 장동건, 사진제공 딜라이트

“곤이 왜 그러는지 납득이 안 가나요?”

뭔가 불안했나 보다. 장동건이 먼저 질문을 던지며 미소 지었다. 자신의 의도와 대중의 시선이 다르다는 걸 느끼는 듯했다. 이에 장동건은 자신의 역할과 표현 의도를 꼼꼼히 짚었다.

‘우는 남자’에서 장동건은 킬러 곤 역을 맡았다. 어려서 버려진 그는 해외에서 킬러로 길러졌고, 타깃을 처리하던 중 실수로 어린아이를 죽이게 된다. 그 날의 상처를 지닌 곤은 마지막 타깃을 처리하기 위해 한국에 들어온다. 하지만 마지막 타깃은 실수로 죽인 어린아이의 엄마 모경(김민희)이다. 결국 곤은 조직의 명령을 어기고, 모경을 살리기 위해 조직에 맞선다.

장동건이 불안했던 지점, 다시 말해 먼저 던진 질문의 핵심은 곤이 모경을 왜 구하느냐는 거다. 표면적으로는 어린아이를 죽인 실수 때문으로 읽힌다. 하지만 장동건의 정확한 의도는 자신의 실수 때문이 아니라 모경의 모성이었다. 이렇게 ‘우는 남자’는 대중과 괴리가 생겼다. 장동건과 인터뷰를 통해 대중과의 거리를 조금 좁혀봤다.

Q. 곤이 모경을 구하는 이유가 생각만큼 잘 표현되지 않았나 보다.
장동건 : 사실 그 지점이 중요했다. 만들면서도 중요하다고 의식했던 부분이다. 시나리오나 찍은 것과 편집에서 좀 달라지긴 했다. 여하튼 처음 영화 볼 때 약간 어려울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도 두 번째 볼 땐 괜찮았다. 아이를 죽인 죄책감에서 찾으려는 관객들이 많은데 그보다 더 직접적인 이유는 모경을 통해 자기가 믿지 않았던 모성을 발견해서다. 모경 개인을 살려주는 것보다 자기 인생에 대한 반성의 의미가 명확하게 담겨 있다. 그걸 표현하려고 노력했다.

Q. 곤의 감정을 잡기 쉽지 않았을 것 같다. 어떻게 이해했나.
장동건 : 모경을 구하는 목적은 분명하다. 자기 엄마에 대한 용서와 자기반성이다. 애초 곤은 자신의 생명에 애착이 별로 없는 사람일 것 같았다. 그런 확신을 하고, 시나리오에 나와 있지 않았던 부분을 채워나갔다. 또 설명이 부족하다고 느껴질 수 있는데, 실질적으로 표현은 다 했다고 본다.

Q. 사실 극 중 곤의 대사도 많지 않다. 그런 가운데 정확한 감정을 전달해야만 했다.
장동건 : 감정이나 지문이 많이 표현돼 있지 않았다. 감독님도 뭔가 감정선을 결정해놓기보다 찍으면서 선택해 갔고, 배우 의견도 중요하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 이야기할 수 있는 대상은 없고, 전달은 해야만 하고. 그런 것들이 찍으면서 생겨났다. 또 시선이 꼬여있는 사람이라 여겼다. 그래서 억지스럽게 들릴지라도 조금 더 뒤틀려 있는 사람처럼 했다.

Q. 한국어 대사보다 영어 연기가 더 많다. 외국에서 자란 킬러니까. 여기에 격투 장면도 정말 많다. 신경을 썼던 부분은 무엇인가.
장동건 : 감정적인 게 힘들었다. 물론 영어 연기도 어렵다. 태국어 등 다른 외국어 연기를 많이 해봤는데, 태국어는 자신 있게 막 해도 분위기만 잘 잡으면 넘어갈 수 있다. (웃음). 근데 영어는 그래도 익숙하다 보니 그렇지 않다. 그래도 리얼리티 보다는 캐릭터에 위배되지 않은 선에서 톤 앤 매너를 찾았다. 리얼리티를 찾다가는 끝도 없겠더라. 액션 연습 기간은 다른 때보다 여유가 있었다. 촬영할 때는 할 만했다. ‘마이웨이’ 할 때보다 육체적으로 덜 고생했던 것 같다. 대신 곤의 감정을 이해시키기 어려웠다. 엄마에게 버림받았다는 정보만 준 상태에서 곤의 삶을 보여줘야만 했다. 그렇다고 자신이 감정을 이야기하거나, 표현하는 게 전혀 없다. 그러다 보니 애초 시나리오 읽었을 때와는 다른 지점이 고민됐다. 보통 영화를 할 때 연기한 신들이 쌓여나갈수록 그다음 연기가 쉬워지기 마련인데, 오히려 이 영화는 반대로 점점 선택의 폭이 넓어졌다.

Q. ‘우는 남자’처럼 한국 작품에서 영어를 하는 것과 ‘워리어스 웨이’처럼 외국 작품에서 영어를 하는 것, 뭔가 다를 것 같다.
장동건 : 그런 걸 염두에 두고 연기할 정도로 영어를 잘하는 건 아니다. 다만 다른 지점은 ‘워리어스 웨이’는 극 중 시대적 배경 상 동양인의 존재가 굉장히 낯선 시대다. 그래서 외국 관객을 주 타깃으로 한 영화임에도 그 사람이 쓰는 영어를 하지 않았다. 우리나라로 따지면, 고려 시대 때 표류한 외국인이 한국어를 하는 설정과 비슷한 거다. 거기에 맞게 디자인해서 소리를 연습하는 수준이었다. 유창하게 하느냐 아니냐가 중요한 게 아니었다. 물론 한국에선 영어를 얼마나 잘하느냐를 보긴 했지만. 그와 달리 이번엔 한국 관객들에게 거슬리지 않게, 캐릭터에 위배되지 않은 톤과 발음을 찾아서 연습했다.

장동건, 사진 딜라이트 제공
Q. 이런 질문 하면 조금 민망하겠지만, 이 작품을 선택했을 때 원빈과 비교될 거란 생각은 하지 않았나. ‘태극기 휘날리며’에서 형제로 호흡을 맞췄던 인연도 있고.

장동건 : 많이 안 했다. (웃음). 시나리오 보면서 ‘아저씨’랑 비교하는 사람은 별로 없겠다고 생각했다. 물론 같은 감독님 영화고, 워낙 흥행했으니까 뛰어넘어야 하는 벽이 되는 것도 사실이다. 그런데 액션의 컨셉트도 다르고 해서 직접적인 비교가 될 수 없는 것 같다. 그리고 후배 입장이었으면 의식될 수 있는데 (내가) 나이도 더 많고 그러다 보니 의식되진 않는다.

Q. ‘신사의 품격’ 때도 그랬지만, 상반신 탈의가 이슈다.
장동건 : 일단 몸 한 번 보여주고 시작하는 게 최근 액션 영화의 트렌드처럼 돼버렸다. 처음 한두 달은 스타일리시한 액션을 연습했다. ‘아저씨’를 통해 보여준 것도 있고, 이정범 감독이니까 당연히 그렇게 생각했고, ‘나도 이런 거 한 번 하는구나’ 싶었는데, ‘그거 아닌데’라고 하더라. 하하. 사실 이 작품을 초고 상태에서 결정했는데, 그걸 채워나가는 상황에서 감독님께 ‘어떤 영화냐’고 여쭤보니까 ‘아저씨’보다 ‘열혈남아’에 가까운 영화를 만들고 싶다더라. 그리고 액션 영화가 공분을 살만한 악당을 주인공이 통쾌하게 무찌르는 게 틀인데, 이 영화에서는 악당들이 그리 나쁘지도 않다. 자기 동료고, 싸움의 주체도 자기 자신과의 싸움인 것 같고. 그래서 스타일리시한 걸 지양하는 쪽으로 만들게 됐다. 탈의 장면도 액션을 소화하기 위해 하루에 4시간씩 4개월 훈련했는데, 몸이 이전보다 좋아지기 시작하더라. 중반 넘어서부터는 한번 보여줘야 한다는 욕심도 들고, 후반에는 개인적으로도 혹할 몸이 됐다. 그랬는데 ‘용의자’ 공유 씨의 몸을 보고 나서 이번엔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웃음).

Q. 초고에서 선택했다는 게 의외다. 뭔가 제대로 꽂힌 게 있었나 보다.
장동건 : 그보다 모든 남자배우가 한 번쯤 액션 누아르를 해보고 싶을 거다. 남자들이 선호하는 장르고, 개인적으로 1순위 장르이기도 하다. 킬러, 누아르라는 게 한국에서 설득력 있고, 현실성 있게 그려지기 쉽지 않은 소재다. 그런 작품 섭외를 받아도 완성이 안 되는 영화가 많았다. 그 때문에 이정범이란 이름은 신뢰 가는 부분이었다. ‘아저씨’ 이후 많은 남자가 이정범 감독 차기작을 기다리고 있었다고 들었다. 초고 단계에서는 여백도 많이 보였지만, 나머지 것들을 충분히 채울 수 있을 거로 생각했다.

Q. 방금 이정범 감독 기다리는 배우도 많았다고 했는데 감독은 장동건에게 뭐라고 제안을 했나.
장동건 : 감독님이 그 이야기를 했다. 곤의 결정적인 출발점이 아이를 살해하게 되는 실수인데, 그 감정을 막연하지 않고 직접 알 수 있는 배우, 실제 아이가 있는 배우였으면 좋겠다는 이야기를 했다. 장동건보다 더 멋있게 액션을 표현할 수 있는 배우는 있을 수 있지만, 몸을 능숙하게 움직이는 배우보다 인생을 좀 더 살아본 배우를 원했다고.

장동건, 사진제공 딜라이트
Q. 장동건과 이정범 감독이 만났다는 것만으로도 굉장한 기대작으로 꼽혔다. 그동안 대형 프로젝트, 글로벌 프로젝트 등을 많이 해 왔는데, 늘 그런 부담하고 싸워왔던 것 같다.

장동건 : 당시에는 없다고 생각했다. 그런 부담이 컸다면, 그런 영화를 계속 못 했을 것 같다. 근데 생각이 바뀐 게 ‘위험한 관계’를 하고 나서다. 그 영화를 선택할 때 큰 흥행은 생각하지 않았다. 그럼에도 한 장르에 있어 바이블 같은 감독님이신 허진호 감독님이 궁금하고 경험해보고 싶었다. 또 텍스트 자체가 명작 반열에 올라서 있는 ‘위험한 관계’를 리메이크한 거고, 더욱이 존 말코비치 했던 역할이다. 안 할 이유가 없는 거다. 단 한 가지 걸리는 게 있었다면 흥행이었다. 그래서 했는데 영화가 공개될 때는 흥행 관점에서 비치게 되고, 흥행이 돼야만 하는 영화가 돼 있었다. 어쩌면 배우가 흥행에 자유로워진다는 게 이기적인 생각일 수 있다. 그런 의도라면 독립영화, 저예산 영화를 하는 게 옳다. 최근엔 이런 의미에서 흥행에 대한 부담이 생긴다. 어차피 상업영화를 선택한 거니까. 그리고 대형 프로젝트를 많이 했던 건 경제적인 면에서 한국 영화 시장이 커질 때 활발히 활동하고 있었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한다.

Q. 또 해외 합작 등 꾸준히 뭔가 새로운 것을 찾는 것처럼 보인다. 뭔가 그런 이유가 있나.
장동건 : 새로운 것을 찾기보다 그때그때 선택했던 작품이 나에게 끌림이 있었다. 그 지점들을 돌이켜 보면, 개인적인 선호도가 컸을 것 같다. 또 글로벌 프로젝트를 많이 한 배우 중 하나인데, 그런 작업할 때 재밌다. 물론 깊이 보다는 보편적인 걸 선택할 수밖에 없는 태생적인 한계가 있긴 하다. 또 한국영화 현장보다는 훨씬 더 예민해지고, 스트레스를 더 많이 받는 것도 사실이다. 그럼에도 소통이 잘 안 되는 사람과 작업하는 데서 오는 무언가가 있다. 요즘 해외 배낭여행 많이 가지 않나. 사실 배낭여행이라는 게 고생이다. 그 순간에는 후회되는 것도 있지만, 돌아오고 나서 또 가고 싶은 것처럼, 글로벌 프로젝트가 그렇다.

Q. 브래드 피트를 보면, 배우뿐만 아니라 제작도 하지 않나. 우리나라에서 그렇게 할 수 있는 사람이 누굴까 했을 때 떠오르는 배우인 것 같다.
장동건 : 언젠가부터 그 생각이 들긴 했다. 정말 하고 싶은 역할이 있는데 물리적으로 안 될 경우 여건이 되고 능력이 된다면 만들고 싶을 것 같다. 막연한 동경과 마음이지만, 준비는 하고 있다. 연출은 영화 속에서 주된 감정들 말고, 다른 것들도 세세하게 신경 써야 하는 직업이다. 여전히 연출이란 직업은 엄두가 나질 않는다. 살면서 관심사가 영화다 보니까 어떤 아이디어나, 좋은 기획이 떠오를 때 ‘이걸 내가 만들어보면 어떨까’에서 자연스럽게 출발하는 것 같다. 지금은 그런 단계인 것 같다.

Q. 큰 작품을 하다 보니 작품 격차가 크다. 매번 인터뷰 때마다 많은 작품을 할 거라며 욕심을 냈던 것 같은데 말이다.
장동건 : 많은 작품을 해야겠다는 생각은 꽤 됐다. 그에 대한 후회도, 반성도 하고 있다. 못 해도 일 년에 한 편 정도 해야겠다는 생각이다. 그렇다고 큰 작품을 기다리고 고르는 건 아니다. 앞서 말했지만, 지금은 흥행에 대한 부담이 있으니까. 그래서 자유로워진다면 더 많이 할 수 있을 것 같기도 하다. 지금은 작은 영화에도 관심이 많이 간다. 좀 더 본질로 돌아갈 수 있는 지점이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물론 들어오진 않는다. (웃음).

장동건, 사진제공 딜라이트
Q. 과거에 장동건은 분명 그랬다. 기억으론 스스로 부족함을 느껴 한예종(한국예술종합학교)에 입학했고, 김기덕 감독을 찾아가 ‘해안선’에 출연하기도 했다.

장동건 : 그 부분에 대해 반성을 하고 있다. 지금까지 했던 영화 중 가장 저예산 영화가 ‘해안선’인데 그 영화도 내가 찾아갔던 영화다. 그런 것들이 좀 필요하지 않을까 싶다. 이정범 감독님이 지금 한예종 영상원 교수로 계셔서 ‘학생들 영화 만드는 거 있으면 (시나리오) 달라’고 했는데 그건 아니라면서 말리더라. (웃음).

Q. 최근 ‘힐링캠프’에 한예종 동기인 이선균 씨가 출연해서 장동건 이야기를 많이 했다. 비슷한 시기에 영화도 개봉하게 됐고.
장동건 : 서로 영화 찍으면서 현장에서 선균이와 통화한 적 있고, 아이 이야기도 자연스럽게 하는 편이다. 또 장진 감독님도 사적으로 자주 만나는 사이다. ‘하이힐’이 태어나는 시점에 같이 있기도 했다. 둘이 맥주 마시다가 ‘이런 영화를 해볼까 하는데 어떤 것 같아’라면서 이야기를 해줬다. 기발하고, 장진답다고 생각해 만들어도 될 것 같다고 했는데 같은 날 개봉할지는 몰랐다. 어제도 ‘무슨 운명의 장난이냐.’며 문자를 주고받았다.

Q. 드라마 ‘신사의 품격’ 이후 ‘꽃중년’이란 타이틀이 붙었다.
장동건 : 재밌다. 그게 그냥 이미지인 거지 절대적인 미의 기준에서 꽃미남 꽃중년은 아닌 것 같다. 내 이미지, 키워드 중 하나라고 생각하고,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는다. 기분은 나쁘지 않다.

Q. 결혼한 지 꽤 됐고, 두 아이의 아빠이기도 하고. 확실히 안정감이 있어 보인다.
장동건 : 자연인으로서 안정감은 확실히 많이 느낀다. 뭔가 세팅을 해 놨다는 안정감이다. (웃음). 미래에 대한 불안감이나 이런 건 누구한테나 있다. 다만 사람으로서 해놓을 수 있는 걸 해놨구나 싶은 그런 안정감이다.

Q 장동건의 육아는 어떤가.
장동건 : 시간이 문제인데. 핑계이기도 하고, 사실이기도 하다. 출퇴근하는 사람이 아니라서 육아에 대한 작전은 집중과 선택이다. 놀아줄 때는 1~2시간 집중해서 같이 보낸다. 촬영 끝나고 새벽에 들어갔을 때 거실에 아이가 가지고 놀던 장난감을 봐도 푸근해진다. 아이 키우는 고충도 있지만, 그러면서 즐겁고 행복감을 느낀다.

Q. 궁극적으로 어떤 배우가 되고 싶나.
장동건 : 거창한 목표를 잡고, 멋진 말을 생각했던 적도 있는데 기본적으로는 똑같은 것 같다. 오랫동안 관객들과 호흡할 수 있는 배우, 항상 기대를 하게 하는 배우였으면 좋겠다. 그 말이 쉬운 말이지만, 그렇게 되기엔 또 매우 어렵다.

글. 황성운 jabongdo@tenasia.co.kr
사진제공. 딜라이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