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에서 배우로, 다솜의 끝나지 않은 도전(인터뷰)

다솜

아이돌의 연기 도전은 새삼스러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그게 미니시리즈도 아닌 일일드라마 주연이라고 하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지난 2010년 걸그룹 씨스타로 데뷔한 다솜은 지난해 11월 KBS1 일일드라마 ‘사랑은 노래를 타고(이하 사노타)’로 대중을 만났다.

근 8개월에 가까운 시간은 그녀를 180도 바꿔놓았다. 연기 경험이라고는 KBS2 시트콤 ‘패밀리’뿐이었던 그녀가 ‘사노타’의 공들임 역으로 탈바꿈하는 과정은 한 편의 성장드라마에 가까웠다. 첫 주연을 맡은 그녀에게는 찬사보다도 연기력에 대한 질타가 쏟아졌고, 이에 그 나이 때는 감당하기 힘든 좌절감도 맛봤다.

하지만 그녀는 굴하지 않았다. “재연드라마라도 기회만 닿으면 출연하고 싶었다”는 그녀는 처음 연기를 꿈꿨을 때의 간절함을 살려 ‘사노타’를 끝까지 책임졌다. 마지막 회가 기록한 전국시청률 26.5%(닐슨 코리아 기준)보다도 빛났던 건 ‘아이돌 출신’이라는 수식에도 굴하지 않고 연기자의 꿈을 가꿔온 ‘다솜의 열정’이 아닐는지. “이제야 연기자로서 첫발을 뗐다”고 고백하는 그녀의 눈빛에서는 무대 위 화려한 모습과는 또 다른 진정성이 담겨있었다.

Q. 8개월간의 여정을 마쳤다. 시청률도 상상 이상이었고. 소감이 어떤가.
다솜: 돈 주고도 살 수 없는 값진 경험을 했다. 시청률도 시청률이지만, 사람을 많이 얻은 게 가장 큰 성과인 것 같다. 또 씨스타 때는 얻을 수 없던 중장년층 팬도 확보했다는 데 의미가 있지 않을까.

Q. 작품이 끝났으니 말이지만, 처음에는 부담감이 적지 않았겠다. 첫 주연 작품인데.
다솜: 장난 아니었죠, 하하. 처음에는 그저 연기가 좋고, 순수하게 연기해보고 싶다는 마음으로 덤벼들었다. 근데 캐스팅 이후에 주변 분들 이야기를 들어보니 이게 만만한 자리가 아닌 거다. KBS 일일드라마 주인공이라니. 정말 잘해보고 싶었다. 첫 촬영 전에는 자다가도 눈이 ‘팍’ 떠졌다. 숨 쉬는 시간 빼고는 다 대본을 보는 데 썼던 것 같다.

Q. 처음에는 긴장한 기색이 역력했는데 후반부에는 아주 편해진 것 같더라.
다솜: 30~40회 때쯤부터이었던 것 같다. 촬영장 분위기를 즐기기 시작했다. 이덕건 PD님에게도 먼저 다가가려고 노력했다. 워낙 무서우신(?) 분이라 다른 배우들은 접근하기를 어려워했는데 나는 그런 거 없다. 항상 먼저 들이대는 성격이라서, 하하. 그러다 보니 언젠가부터 내게 마음을 여시더라. 좋은 말씀도 많이 해주셨다.

다솜

Q. 현장에서 배운 게 많겠다. 특히 일일극은 거의 생활에 가깝지 않나.
다솜: 곁에서 지켜보는 것만으로 배우는 게 많았다. 특히 이정길 선생님은 나를 친 딸처럼 아껴주셨다. 촬영 외적인 관계가 녹화에도 반영된다는 사실을 그때 깨달았다. 공원에서 부성애를 느낀 뒤 오열하는 신을 찍는데 선생님이 신 들어가기 전에 한마디 하시더라, “아빠에게 딸은 항상 애틋한 존재야”라고. 감정이 확 잡히더라. 정말 목을 놓아 울었던 것 같다.

Q. 2010년 데뷔한 뒤에도 줄곧 “연기하고 싶다”고 말해왔던 것으로 안다. 이유가 있나.
다솜: 영화를 좋아하시는 아버지 영향을 많이 받았다. 거의 안 본 영화가 없을 정도니까. 작품성 있는 영화도 많이 봤다. 처음에는 ‘타이타닉’, ‘레옹’, ‘대부’, ‘여인의 향기’ 등을 봤는데 좀 더 흥미가 붙으니까 스탠리 큐브릭, 쿠엔틴 타란티노, 뤼크 베송 등 감독을 따라 작품을 보게 되더라. 어떻게 보면 가수보다는 연기가 먼저 하고 싶었다. 한때는 재연드라마라도 기회만 닿으면 출연하고 싶다고 생각했을 정도니까.

Q. 근데 배우보다는 가수가 먼저 됐다.
다솜: 원래 춤추고 노래하는 걸 좋아했다. 사람들 앞에 나서는 걸 좋아했던 것 같기도 하고. 예고를 졸업하고 씨스타로 먼저 데뷔한 뒤에는 무대에 서는 게 너무나도 즐거웠다. 연기에 대한 꿈을 접은 건 아니었지만, 가수로 먼저 자리를 잡는 게 더 중요하다고 생각했었다.

Q. 물론 ‘패밀리’를 거치긴 했지만, 사실상 연기 경험이 거의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그래서 ‘사노타’ 캐스팅 사실이 알려졌을 때만 해도 기대보다는 우려의 시선이 많았다. 보통 사람이라면 그런 상황 속에서 평상심을 유지하기 어려울 거다.
다솜: 성격 덕을 크게 봤다. 겁먹고 주눅이 드는 성격이 아니라서, 하하. 확실히 씨스타로 활동하면서 많은 무대에 선 게 나를 성장시킨 것 같다. 시간이 흐를수록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는 게 최선이라고 생각하고 하루하루를 버텼다.

다솜

Q. 연기하며 어떤 부분에 집중했나.
다솜: 모니터하면서 항상 아쉬웠다. 일일극은 아무래도 드라마 특성상 과장되게 연기해야 하는 부분이 있었다. 하지만 내가 생각했던 연기는 진정성과 사실성이 담긴 연기였다. 그 중간 지점을 잡는 게 어려웠다. 근데 이덕건 PD님의 조언을 듣고 나니 생각이 정리되더라. PD님은 내게 “일일극은 주부들이 설거지하면서 소리만 들어도 내용을 알 수 있어야 한다”고 하셨다. 배우는 어느 정도 작품에서 의무적으로 보여줘야 하는 부분이 있다는 것이다. 그때부터 많은 걸 내려놓게 됐다. 못생기게 나와도 관계가 없었다. 내가 맡은 배역을 충분히 소화해내는 게 더 중요하다는 사실을 깨달았으니까.

Q. 가수가 본업인 걸 생각하면 연기에 임하는 자세가 상당히 진지하다.
다솜: 아무래도 연기하며 ‘아이돌 출신’이라는 수식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본업이 가수니까 배우들처럼 완벽한 기량을 펼치는 것은 무리지만, 마음가짐은 본인이 생각하기 나름 아닌가.

Q. 예전보다 많이 나아지기는 했으나 ‘연기돌’에 대한 대중의 시선은 여전히 차가운 편이다.
다솜: 왜 그런 생각을 하시는지는 안다. 그 부분은 연기자로 나선 우리가 바꿔나가야 할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조금은 유독 연기돌에게만 관대하지 못한 부분도 있는 것 같다. 특히 요즘에는 연기자들 이상으로 연기를 잘하는 아이돌도 많지 않나. 못하면 질타를 받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아이돌도 이를 인지하고 두 배, 세배 더 노력해야 한다. 하지만 적어도 열심히 연기한 부분에 관해서는 연기자들과 동등하게 평가받고 싶다는 게 솔직한 마음이다.

다솜

Q. 그런 측면에서 점점 자신만의 무기가 더 중요해진 시기가 왔다. 연기자로서 당신만의 무기는 무엇일까.
다솜: 막연하게 들릴 수도 있는데 정말 열정 하나만큼은 내가 최고다, 하하하. 연기만 생각하면 가슴이 뛸 정도다. 급하게 가지는 않을 생각이다. 본업인 가수 활동에도 충실하면서 연기자로서도 나름의 색깔을 찾을 수 있도록 시간을 두고 연기에 도전할 생각이다.

Q. 마지막 질문이다. 연기자로서 당신의 목표는.
다솜: 장르를 불문하고 감동을 줄 수 있는 배우가 되고 싶다. 연기해보고 싶은 역할도 있다. 모성애가 듬뿍 담긴 이야기. 전 세계 보편적인 감성인 가족 간의 이야기를 다룬 작품에 출연해보고 싶다. 지금 당장은 아니더라도 이대로 꾸준히 노력한다면 언젠가 그런 날이 오지 않을까.

글. 김광국 realjuki@tenasia.co.kr
사진제공. 스타쉽 엔터테인먼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