즐감!브라질 월드컵①황망한 모닝 한국전에 대처하는 직딩의 자세

2014 브라질 월드컵

축구광에게 4년마다 돌아오는 월드컵이란 소리없는 전쟁이자 축구의 별들을 한 자리에서 만날 수 있는 감격스러운 축제다. 축구광이 아니라도 월드컵은 들뜰 수밖에 없는 날들의 연속. 특히 2002 한일월드컵 이후 한국인의 DNA에는 월드컵이란 모두가 붉은 표정으로 하나되는 흥겨운 축제로 각인되어 있지 않나. 2006 독일 월드컵 때에도, 2010 남아공 월드컵 때에도 거리로 나가 ‘대한민국’을 외쳐대는 사람들로 한반도의 온도는 상승했다. 길거리에서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며 응원하는 것으로 스트레스를 풀 수 있는 날, 태극전사의 발길질이 상대편의 골문을 열어젖힐 때 마음껏 환호할 수 있는 그런 날, 무엇보다 밤새 치맥을 먹을 수 있는 날이 4년마다 돌아오는 것은 확실히 축복이다.

그런데 정열의 나라, 브라질에서 월드컵이 펼쳐지고 있는 2014년 한반도의 풍경은 4년전과 다르다. 지난 4월 발생한 세월호 참사 이후 연이어 터져나오는 국가의 신음을 월드컵의 열띤 함성 속에서 잊어서는 안 된다는 의식이 강하다. 따라서 조금은 차분하게 보내자는 각성이 이어지고 있다. 게다가 오는 18일 러시아와 맞붙는 첫 한국전은 참으로 애매한 오전 7시에 시작되니, 밤늦게까지 ‘필승 코리아’가 울려퍼질 수 있을까 싶다.

그렇다해도 축구광에게는 놓칠 수 없는 첫 한국전, 축구를 유독 좋아하라는 평범한 직장인들에게 황망한 모닝 한국전 대처법을 엿들어보았다.

12시간 시차

# 회식이 일상에 온갖 프로젝트에 파묻힌 평범한 직딩에게 오전 7시 월드컵이란, 그림에 떡
대기업에 근무 중인 이 팀장(42,남)은 축구를 좋아하고 특히 월드컵이라면 환장하는 평범한 대한민국 남자이지만, 업무과다로 반차나 연차는 쓸 엄두도 못낸다. 회식이 일상인 삶에서 잠을 줄여가며 월드컵 시청을 하겠다는 마음도 먹기 어렵게 됐다며 울상이다. 결국 그에게는 출근길 DMB가 답이다. 공식적인 출근시간은 오전 9시, 하지만 늦어도 8시반까지는 출근해야한다. 출근준비하며 이동 중에 틈틈이 핸드폰 DMB로 관람하다 결과는 회사 책상 앞에서 확인할 밖이다.

아내가 결혼했다

# 자율출퇴근제라면, 12시간 시차도 극복할 수 있지요~
최근 자율출퇴근제를 시행한 굴지의 대기업 사원 임 씨(30,남)는 회사 앞에 거주하기까지 해 시차와 관계 없이 거의 모든 축구 경기를 놓치지 않고 볼 수 있다며 자랑을 늘어놓았다. 자율출퇴근제란 하루 4시간 이상, 일주일 40시간의 근무시간만 채운다면 개인별로 출퇴근 시간, 즉 근무시간을 탄력적으로 조정할 수 있는 선진국형 제도. 따라서 임 씨는 한국전을 보며 여유롭게 보고 점심까지 먹고 출근해도 지각이 아니다. 그는 “그렇지만 올해 월드컵 경기는 딱히 땡기지 않는다”는 배부른 소리까지 곁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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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내모임을 활용해 관람이벤트에 회사 지원까지 끌어들이는 적극파
외국계회사에 근무 중인 유 과장(31,여)은 사내 젊은이들을 위한 모임 회원들과 아침을 먹으며 한국전을 관람할 계획을 짜 회사에 허락까지 받는 적극성을 보이고 있다. 사측은 오전 7시에서 8시 사이에 출근하는 직원들에 맛있는 아침식사를 제공하고, 이보다 늦은 오전 8시에서 8시30분에 출근하면 시원한 아메리카노를 제공하겠다고 약속한 상태. 사내에는 일찍부터 행사 공지 포스터가 붙었고, 반응도 뜨겁다. 직원들끼리는 경품을 걸고 경기 스코어 맞추기 이벤트도 진행할 계획이다. 유 과장은 “당초 목표인원은 50명 정도였는데 100명 넘게 참여의사를 밝혀와 강당으로 장소를 변경했다”며 행복해했다.

아내가결혼했다

# 이번 월드컵을 위해 연차를 쓸 필요는 없을 것 같다는 소신파도
유치원 교사 김씨(26,여)는 이번 월드컵은 포털 사이트 뉴스로만 접하겠다는 소신(?)을 전했다. 아무리봐도 16강 진출은 요원해보인다며 전문적인 분석을 곁들인 그녀는 괜히 하루를 시작하는 아침에 월드컵 경기를 보다 울분을 토하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그런 그녀의 격양된 어조에서 축구사랑이 느껴지는 것은 왜일까? 말은 그렇게해도 실시간 뉴스로만 만족할 그녀가 아니다. 지난 남아공 월드컵부터 포털을 통해서도 방송사의 스포츠 중계에 쉽게 접근할 수 있다. 뉴스 검색하다 결국은 포털에서 제공하는 영상 서비스에 고개를 박고 말 그녀의 아침이 눈에 선하다.

글. 배선영  sypova@tenasia.co.kr
사진. 영화 ‘아내가 결혼했다’ 스틸
편집. 최예진 인턴 2ofus@tenas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