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뭐 봤어? ‘정도전’ 낯선 정도전에게서 이인임의 향기를 느꼈다

정도전

KBS1 ‘정도전’ 46회 2014년 6월 15일 오후 9시 40분 

다섯 줄 요약
이성계(유동근)는 명나라로 정도전(조재현)을 압송하라는 명나라 황제의 뜻을 거역한다. 이에 이숙번(조순창)을 비롯한 유생들은 멍석을 깔고 정도전을 명나라로 보내라고 주청한다. 이숙번의 배후에 하륜(이광기)이 있음을 알게 된 정도전을 조준(전현)에게 국문을 설치해 달라고 하나, 조준은 그런 정도전의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는다. 개혁에 몰두하는 동안 측근들이 자신에게서 돌아선 것을 알게 된 정도전은 잠시 관직을 내려놓겠다는 뜻을 이성계에게 전한다. 하지만 정도전은 정도전이다. 떠나는 순간에도 긴장을 늦추지 않는 정도전은 이성계에게 하륜을 명나라로 보내야 한다고 주장한다.

리뷰
오르는 것보다 지키는 것이 더 어렵다고 했다. 이성계를 새 나라의 왕으로 옹립하고, 한양천도를 성사시키며 승승장구 하는 동안, 정도전은 그 속도전에 미처, 주위를 살피지 못한다. 결국 권력의 정상에 섰을 때 정도전의 인간관계엔 많은 빈틈이 생겨 버렸다. 뜻을 같이했던 조준과의 관계는 악화됐꼬, 시기와 질투의 시선은 늘었고, 아내마저 등을 돌려버렸다. 정도전은 사람을 잃어가는 중이다.

정도전을 둘러싼 힘의 역학관계가 점점 불리한 쪽으로 기울어가는 동안, 이방원과 하륜은 브레인 이숙번을 발 빠르게 영입하는 노련함을 보인다. 정치가의 덕목 중 하나가 인재를 알아보는 안목이라면, 이번만큼은 정도전에 비해 하륜이 더 돋보였다. 자신에게 반발하는 이숙번을 힘(몽동이 세례)으로 억누르려 한 정도전과 달리, 하륜은 ‘계란과 바위’라는 멋진 비유를 통해 이숙번을 자기편으로 회유한다. 역사가 말해주듯 향후 이숙번은 정도전에겐 ‘걸림돌’이, 이방원에게는 ‘디딤돌’이 될 인물이다. 힘으로 상대를 제압하려 한 것은 정도전의 명백한 패착. 이것은 과거의 정도전이라면 쉽게 하지 않았을 실수이기도 하다.

다행히 정도전은 자신이 미치게 앞만 보고 달렸음을 깨닫고 잠시 멈추려 한다. 이성계에게 “관직에서 잠시 물러나 명나라와의 관계를 정립할 수 있는 근본적인 방안을 찾겠다”는 뜻을 전한다. 이 과정에서 정도전은 하륜을 명나라로 보내는데 성공하나, 아이러니하게도 이것이 하륜의 날개를 달아주는 꼴이 됐다. 명나라로 간 하륜은 주원장의 마음을 사고, 하륜에게 주원장은 “정도전을 제거하라”는 밀명을 내림으로써 하륜에게 힘을 실어준다. 더 이상 역사는 정도전의 편이 아닌 것이다.

언제나 인상적인 대사를 선물처럼 안기는 ‘정도전’에서 이번 회에 주목할 문구는 노자의 도덕경에 나온다는 ‘부유부거 시이부거’(夫唯不居 是以不去)다. ‘머무르지(얽매이지) 않음으로써 사라지지 않는다’. 과거에도 오늘 날에도, 정치인들에게는 가장 어려운 말인 듯싶다. 권력을 한 번 맛 본 자에게 얽매이지 않기란 왜 이리 힘든 것인가.

수다 포인트
– 이지란(선동혁), 이숙번을 보며 하는 말. “이숙번? 어디서 많이 들어본 것 같은데?” 네, 들어 봤겠지요. ‘용의 눈물’에서 이숙번을 연기한 배우가 바로 선동혁입니다. PD님, 작가님, 센스쟁이!

글. 정시우 siwoorain@tenasia.co.kr
사진. ‘정도전’ 방송화면 캡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