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선영의 터닝포인트, 차승원에게서 그녀의 향기를 느낄 줄이야

차승원

배우 차승원의 스크린 복귀작 ‘하이힐’은 충격적 반전이 숨겨져 있는 영화다.

‘결국, 내 안의 그녀가 죽었다’라는 영화 포스터 속 카피의 의미는 포스터 공개 당시 품었던 예상을 벗어나도 한참 벗어난 것이니 말이다. 영화는 초반부 그 비밀의 정체를 공개하고 마는데, 그럼에도 유독 강한 카리스마가 뿜어져나오는 차승원의 표정에서 진짜 ‘그녀’를 발견하게 되는 순간이 주는 반전의 힘은 확실히 강력하다.

영화에서 차승원이 연기하는 지욱은 강력계 형사다. 안 그래도 짙은 눈썹과 분명한 각을 자랑하는 차승원의 얼굴에 강력계 형사 지욱을 덥입히니 남성성은 강해진다. 그런데 이 남자 여자가 되고 싶어한다. 바로 트렌스젠더. 확실한 반전효과를 노린 대담한 설정이다.

차승원

영화 배급사 롯데 엔터테인먼트는 개봉이 얼마 남지 않은 시점에 이 영화가 트렌스젠더를 다룬다는 사실을 깜짝 공개하는 홍보전략을 펼쳤다. 어쩌면 극장을 찾은 관객 중 반전을 이미 알고 들어간 관객 역시도 상당수이긴 했을 것이다. 그럼에도 영화 초반 그토록 화려하고도 잔인한 서사의 액션을 구사하는 차승원을 보고 있으면 과연 잠시 후 저 얼굴에서 ‘숨은 그녀’를 발견하는 것이 가능할까라는 의심을 품고 또 품게 된다.

그만큼 영화 전반부 등장하는 액션의 강도가 꽤 세다. 곳곳에 디테일하고도 잔혹한 아이디어들이 숨어있다. 그런 액션을 소화하는 지욱 역시 꽤 강렬한 인상을 남기는 히어로로 완성됐다.’ 어째서 트렌스젠더 소재 영화와 어울리지 않을 법한 액션을 이토록 강조하고 또 강조했을까’라는 질문에 대한 대답으로 영화는 자신 안의 여자를 죽이고 죽이기 위해 더욱 남성적인 것을 갈구하게 된 지욱의 아픔을 택했다. 그 연결고리가 치밀하고 섬세하진 못했으나, 그래도 영화 속 강렬한 대조는 꽤 즐거운 볼거리이다. 그만큼 결코 가능할 것이라 생각도 못한 반전이 기어이 가능해진 스크린 속 광경이 꽤 흥미롭다.

2011년 흥행 드라마 ‘최고의 사랑’으로 정상에 서있던 차승원의 차기작에 모두의 눈과 귀가 쏠려있었다. 실제 그는 차기작 선택에 꽤 오랜 시간 고심을 거듭했고, 차기작 행보에 대한 여러 주변의 말들에 스스로도 꽤 민감했었다. 그런 그가 선택한 것이 바로 ‘하이힐’이다. 현재 방송 중인 SBS 드라마 ‘너희들은 포위됐다’에도 출연 중이지만 촬영은 ‘하이힐’이 먼저였다. ‘하이힐’의 연출을 맡은 장진 감독은 “바람이 있다면 차승원이라는 배우가 재평가 받았으면 한다”고 말했는데, ‘하이힐’을 본 관객들 반응을 보면 이미 감독의 소망은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 장진 감독이 “차승원의 여장 연기가 어색할 줄 알았지만 정작 차승원이 연기를 시작하니 그렇지 않았다. 진짜 여성성이 나오는 것 같았다”고 말한 것을, 관객들도 고스란히 느꼈기 때문이다.

차승원

영화 ‘신라의 달밤’, ‘이장과 군수’, ‘광복절 특사’ 등을 통해 한 때 코믹 장르물에 단골 주인공이었던 차승원은 스스로 변신의 필요를 느꼈고, 이후 카리스마를 잘 살려낼 수 있는 액션, 전쟁, 스릴러 들로 필모그래피를 채웠다. 그리고 ‘최고의 사랑’이라는 흥행작 속 독고진으로 큰 사랑을 받은 차승원은 다시 그 잔상을 지우는 것에 지금껏 시도해보지 못한 실험적 캐릭터를 선택하게 됐다. 그 용기가 감탄스럽다. 할리우드에 매튜 맥커너히가 있다면, 한국에는 차승원이 있다고 말하고 싶을 정도다. 그리고 차승원의 용기가 감탄스러운 만큼, 이런 캐릭터로 상업영화를 만들 생각을 한 장진 감독의 실험 정신에도 박수를 보내고 싶다.

글. 배선영 sypova@tenasia.co.kr
사진제공. 롯데엔터테인먼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