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석정의 뭔걱정, 싸이 ‘행오버’가 탑재한 미국공략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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싸이의 신곡 ‘행오버(Hangover)’는 ‘강남스타일’과 ‘젠틀맨’의 히트공식을 꽤 비껴난 결과물이다. 한글가사도 적고 ‘말춤’도 없다. ‘강남스타일’과 ‘젠틀맨’이 가요였다면 ‘행오버’는 팝송을 듣는 느낌이다. 싸이는 ‘행오버’를 미국 ABC 심야 토크쇼 ‘지미 키멜 라이브: 게임 나이트’를 최초로 통해 공개했고 미국 시간으로 9일 자정 전 세계 아이튠즈를 통해 음원을 발매할 예정이다. 진정한 월드와이드 발매인 것이다.

가장 바뀐 것은 음악이다. ‘강남스타일’을 잇는 ‘젠틀맨’은 싼 티가 좔좔 흐르는 곡이었다. 비트는 ‘강남스타일’보다 단순하고, 반복되는 구절은 많았다. 얄궂게 말하자면 기승전결을 가진 하나의 완성된 곡이라기보다 ‘강남스타일’의 히트공식을 부풀린 클럽음악으로 들렸다. 허나 ‘행오버’는 다르다. ‘젠틀맨’의 노림수를 반복하지 않고, 나름 힙합적인 색체를 가미하면서 하나의 노래다운 노래가 됐다. YG 측은 “싸이는 멜로디적 요소를 가미했던 ‘강남스타일’, ‘젠틀맨’과 달리 ‘힙합 아이콘’ 스눕독과 손잡고 주류 팝시장에 더욱 어필할 수 있는 힙합스타일을 전면에 내세우면서도 곡 중간 꽹가리, 장구, 징 등 국악기를 사용한 멜로디를 더해 ‘한국적’인 색깔을 배치, 곡의 개성을 살렸다”고 밝히고 있다. 음악을 들어보면 트랩(trap) 사운드를 국악기로 대체한 느낌이 든다. 국악기를 썼다고는 하지만 어디까지나 힙합의 색체를 살리고 있는 것이다.

‘행오버’에서 싸이 옆에 있는 남자는 바로 갱스터 랩의 거물 스눕 독이다. 작년 스눕 라이언이라는 이름으로 앨범을 내고 내한공연도 했던 그는 ‘스눕 독’, ‘스눕 도기 독’이라는 이름으로 노토리우스 BIG, 투팍 등과 함께 90년대 ‘갱스터 랩 전성시대’의 중심에 있던 인물이다. 오랜 기간 미국 웨스트코스트 힙합 신의 맹주로 자리해온 그는 힙합 계에서는 살아있는 전설이다. ‘행오버’에서는 싸이보다 랩의 비중이 높다. 둘의 조화는 음악적으로 어떻게 바라볼 수 있을까? 남성훈 흑인음악평론가는 “스눕 독의 비중이 크지만, 기존의 스눕 독이 가지고 있던 매력이 잘 나타나지 않는다. 싸이는 외국인이 따라 하기 쉬운 한글을 찾으려는 강박 때문인지 추임새를 하는 정도에 그치고 있다. 결과적으로 애매한 작업물이 됐다”고 분석했다. 즉, 힙합을 시도하되 진지하게 파고들어가기보다는 다소 어정쩡한 위치에 서 있는 것이다.

재미있는 것은 싸이의 코믹코드에 스눕 독이 동참하고 있다는 것이다. ‘행오버’ 뮤직비디오에서 스눕 독은 정말 제대로 망가져주고 있다. 일반인들은 별 감흥이 없을지 모르지만 힙합을 좋아하는 이들이라면 포복절도할만한 영상이다. 이러한 점이 미국 현지 힙합 팬들에게 어필할 수 있을까? 남성훈 평론가는 스눕 독의 ‘센슈얼 세덕션(Sensual Seduction)’ 등 예전 뮤직비디오를 추천해주며 “스눕 독은 자기를 즐겨 희화화하곤 한다. 갱스터 랩의 거물이지만 동시에 개그 캐릭터로도 자리 잡은 지 오래”라고 설명했다. 이어 “미국 본토 사람들에게는 한국문화권 속에서 망가지는 모습이 새로워 보일 수 있겠다”고 말했다.

흥미로운 것은 ‘행오버’가 다분히 미국적이고 세련됐다는 것이다. 고급은 아니지만, 저급도 아니다. ‘젠틀맨’ 뮤직비디오의 경우 ‘강남스타일’의 초국적인 인기를 이어가려다보니 싸이의 콤플렉스였던 ‘겨 땀’까지 등장하는 등 다소 야하고, 웃기다 못해 눈물겹기까지 했다. ‘행오버’는 한국의 술 문화를 소재로 한 것 외에 미국인들이 좋아할만한 요소가 다분하다. 남성훈 평론가는 “이번 뮤직비디오는 싸이를 닮은 걸로도 알려졌던 배우 켄 정이 나온 영화 ‘행오버’를 패러디한 것으로 보인다. 한국의 노래방과 소주가 나오는 것도 큰 그림으로 보면 ‘행오버’라는 영화에서 깔깔대고 웃을 수 있는 코드를 한국판으로 가져온 것”이라고 분석했다. 영화 ‘행오버’ 역시 싸이의 노래처럼 B급 코미디의 시선으로 음지의 음주 문화를 끌어내고 있다. 우리네 시각으로 보기에는 한국의 술 문화가 먼저 보이겠지만, 그 안에는 미국인들에게 익숙할만한 코믹코드들이 숨어있는 것이다.

싸이는 대중가수이자 대중상품이고, 대중이 이름을 붙여주는 대중의 물건이기에 대중이 원하는 노래를 만들었을 것이다. 이번에는 미국의 취향을 보다 계산적으로 노린 듯하다. 이런 ‘행오버’의 또 다른 노림수가 ‘강남스타일’의 인기를 이어갈 수 있는 묘안이 될 수 있을까? 남성훈 평론가는 “‘행오버’는 음악부터 뮤직비디오에 이르기까지 미국인들에게 어필할만한 요소가 많다. 하지만 이는 신선함으로 인기를 얻은 ‘강남스타일’의 성공법칙을 본인 스스로 배반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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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권석정 moribe@tenasia.co.kr
사진. YG엔터테인먼트, 텐아시아 포토D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