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성재, 축구라는 ‘일상’ 월드컵이라는 ‘놀이'(인터뷰)

배성재
어릴 적 혼자 있는 시간이 많았던 소년에게 유일한 친구이자 오락거리는 스포츠 중계였다. 친구들이 연예인에 열광할 때 축구선수의 화려한 플레이에 빠져들었고 자연스레 ‘스포츠 중계를 직업으로 하는 사람은 정말 행복하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마음 속에 자리잡은 생각은 어느새 그를 생전 꿈꿔보지 않았던 아나운서의 길로 이끌었다. 그리고 이제 2010년에 이어 두 번째 월드컵 캐스터로 나설 준비를 마쳤다.

Q. 2010년에 이어 두 번째 월드컵이다. 감회가 남다를 것 같다.
배성재: 축구를 보는 마음가짐은 늘 같다. 누구랑 해설하든 어떤 경기든 내겐 ‘팬심’이 크다. 캐스터이기 전에 축구 팬으로서 모든 경기를 다 볼 것이기 때문에 마음은 항상 설렌다. 다만 지난 남아공 월드컵 때는 거의 막내 입장이었는데 이번엔 후배들도 있고 경쟁도 치열할 것이기 때문에 승리해야 한다는 책임의식같은 게 많이 든다.

Q. 올해는 특히 방송 3사의 중계 전쟁이 치열할 것으로 보이는데 나름의 비책을 준비한 게 있나.
배성재: 내게 있어 축구 중계는 4년에 한번 오는 블록버스터가 아니라 주말드라마나 일일드라마같은 느낌이다. 늘 일상처럼 경기를 보고 분석해왔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축적된 자신감이 있다. 특히 차범근 해설위원은 유럽 리그를 넘어 브라질 리그까지 다 챙겨보는 분이다. 월드컵 앞두고 두세달 동안 바짝 준비하는 것과는 분명히 차이가 있을 거다.

Q. 축구중계가 일이자 일상으로 자리잡았나보다.
배성재: 주말에 나가놀지 않은지 굉장히 오래됐다. 하하. 낮에는 K리그를 보고 새벽에는 유럽 등 해외 리그를 보고 나면 해가 뜬다. 취미가 특별히 있는 게 아니라 스포츠가 일이자 취미라 그런 것 같다.

Q. 몇달 전에 직접 브라질에 가서 경기장을 둘러보고 왔다고.
배성재: 지난 3월에 예능 프로그램 ‘정글의 법칙’ 촬영차 브라질에 갔었다. 개막전 하는 상파울루 경기장과 아마존에 있는 아마조니아 경기장에 답사차 들렀는데 그때까지 완공이 안 돼 있더라. 개막전 할 때까지 완공하지 못한 채로 월드컵이 개막한다고 들어서 조금 걱정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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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월드컵에서 두 번째로 호흡을 맞추는 차범근 해설위원에 대해서는 어떻게 평가하나.
배성재: 그 분은 그냥 축구팬이 아니라 그야말로 살벌한 축구팬이다. 선수생활, 감독 경력에서 오는 존재감 자체가 어마어마한 분인데도 축구 얘기를 할 때는 친구처럼 격의가 없다. 처음 뵀을 때도 아들 뻘인 나를 두고 먼저 신나서 축구 얘기를 하시는 모습이 굉장히 인상적이었다. 훈계하듯이 가르치려는 모습이 아니라 시청자들과 동등하게 그저 축구를 즐기는 진심이 전해지는 것 같다. 체력도 차두리에 못지 않고 매 경기마다 메모하고 열정을 다 쏟는 모습을 보면 아마 2022년 월드컵까지도 너끈하실 것 같다.

Q. 올해 월드컵의 관전 포인트를 미리 꼽아본다면.
배성재: 남미팀이 오랜만에 크게 한 건 할 것 같다. 2002년 브라질 우승 이후 2006년에는 유럽이 강세였고 2010년 남아공 월드컵 때는 남미가 너무 약했다. 이번에는 브라질과 아르헨티나가 준비된 무대에서 제대로 경기를 펼칠 것 같다. 또 메시같은 ‘신의 영역’에 속하는 선수가 그동안 월드컵에선 주인공이 되지 못했는데 이번에는 십분 실력발휘를 할 것 같다. .

Q. 한국팀의 전망은 어떻게 보나.
배성재: 일각에서는 8강까지 목표치를 보고 있던데 사실 쉽지는 않을 것 같다. 잘 하면 좋지만 성적이 아주 좋지 않더라도 축구팬들이 이제는 담대하게 받아들일 수 있는 자세가 돼 있는 것 같다. 그동안 큰 업적도 많이 달성했고. 앞서 세 번의 월드컵에서는 박지성이 있었는데 그가 없는 첫 월드컵이라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포스트 박지성 시대를 맞아 손흥민 기성용 구자철같은 선수들이 얼마나 해 줄 수 있을지 궁금하다. 개인적으로는 월드컵에 대한 관심이 K리그로도 이어져서 우리만의 독특한 응원문화도 이뤄갔으면 좋겠다. 아, 무엇보다 억울한 판정만 없었으면 좋겠다.

Q. 구체적으로 승률 예측을 해 본다면.
배성재: 그간 세 번의 월드컵에서 한국팀이 첫 경기를 모두 이겼다. 그러고 나면 다음이 잘 풀리는 편인데 이번에도 첫 경기를 잡으면 16강에 갈 확률이 80% 이상일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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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축구에 문외한인 시청자들도 많은데 여성 시청자들을 끌어당길 만한 묘책도 있나.
배성재: 글쎄…. 싱글이라는 점을 강조해  ‘여친구함’으로 나가볼까. 요즘 강아지를 기르는 여자친구를 찾고 있긴 하다. 하하.

Q. 특별히 생각하고 있는 중계 스타일이 있는지 궁금하다. 요즘에는 촌철살인의 멘트로 승부하거나 중계 ‘어록’이 나오는 등 중계방식에도 관심갖는 시청자들이 많다.
배성재: 기본적으로 정확하고 순발력있게 중계하는 게 관건인 것 같다. 시청자들이 경기가 끝나면 내가 했던 특정 멘트는 기억나지 않을 정도가 좋다고 본다. 경기를 볼 때 피식하고 웃으며 넘길 정도의 ‘양념’같은 멘트는 괜찮지만 어록에 욕심내는 건 중계에 악영향을 주는 것 같다. 그 선을 잘 지켜보려고 한다.

Q. 최근 스포츠 중계 외에도 ‘정글의 법칙’이나 ‘매직아이’ ‘힐링캠프’ 같은 예능 프로그램에서도 자주 활약했다. 예능 쪽으로도 저변을 넓히고 싶나.
배성재: 회사에 속해 있는 직원이기 때문에 시간이 되고 회사의 요구가 있으면 따라야 하는 지점인 것 같다.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스포츠를 우선으로 하고 싶다는 마음이 크다. ‘정글의 법칙’ 제작발표회 때 이런 마음을 좀 비췄는데 되돌아보니 예능 쪽에선 기분 나빠할 수도 있겠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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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예능 프로그램 촬영하면서 많이 힘들었나보다.
배성재: 그렇진 않다. 사실 ‘정글의 법칙’ 촬영 때는 의무감으로 간 부분도 있는데 막상 가서는 출연진 제작진과 무척 재밌게 지냈다. 정글이라는 곳이 얼마나 생존능력이 있는가가 중요한 곳이라 모두들 빨리 친해지더라. TV로 볼 때면 그때 얼마나 힘들었는지 기억이 새록새록 난다. 재밌긴 한데 다시는 가고 싶지 않은, 마치 군대 때의 기억처럼 느껴진달까. 하하.

Q. ‘매직아이’를 함께 진행하는 김구라는 김성주, 전현무 등의 뒤를 이을만한 아나운서로 배성재를 꼽던데.
배성재: 난 그럴 만한 깜냥이 있는 아나운서가 아니라고 말씀드렸다. 나는 체질상 프리랜서가 어울리는 타입도 아니고 스포츠가 우선이고 더 좋다.

Q. 개인적 목표는 스포츠 전문 아나운서로 남는 것인가.
배성재: 축구중계는 평생 동안 해보고 싶다. 어릴 적 축구 중계를 볼 때 귀에 거슬리거나 맘에 안들때면 음소거를 해놓고 시청하곤 했다. 그래서인지 내가 귀에 거슬리는 방송을 하는 순간 바로 그만둬야겠다는 생각은 늘 가지고 있다. 하지만 캐스터다운 감각을 유지할 수 있다면 오래 하고 싶다. 딴 데 한눈팔지 않고.

글. 장서윤 ciel@tenasia.co.kr
사진. 구혜정 photonine@tenas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