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재욱의 어른아이 문화탐구, 김강우, 한결같은 성실함으로 ‘골든 데이즈’ 만들어가나

김강우

‘골든크로스’ 김강우의 열연과 뛰어난 완성도로 뒷심붙어 인기 급상승 “1위 오를까?”

요즘 우리 사회에서는 모든 구성원이 변신의 제왕이 되기를 요구하고 있다. 인생에서 닥쳐오는 모든 상황에 맞춰 자기 자신의 색깔과 모습을 변신해야만 정글 같은 사회에서 생존할 수 있다. 자신의 가치관을 초지일관 지키고 살기보다 상황마다 매번 가면을 바꿔 써야만 사회적으로 성공하고 가정의 평화를 지킬 수 있다.

우리는 직장에서 자상했던 선배가 승진을 한 후 180도 변신해 권위적인 리더가 되고 직급이 올라갈수록 더욱더 출세와 권력에 집착해 ‘공공의 적’이 되는 경우를 목격하곤 한다. 또한 직장에서 호랑이 상관이 가정에서는 더 없이 따뜻한 가장일 때도 있다. 이렇게 대부분의 사람들이 자신들의 행복을 위해 변신에 또 변신을 거듭하고 있다. 예전처럼 한결같은 게 결코 미덕이 아닌 사회다.

연예계에서도 한결같은 사람을 찾는 건 쉽지 않은 일이다. ‘사람 바뀌는 게 시간 문제다’라는 말을 손쉽게 실감할 수 있는 곳이다. 오랫동안 연예기자를 수없이 해온 나는 여러 번 목격했다. 신인 때 예의 바르고 착했던 이가 소위 말하는 ‘뜨고 나서’ 180도 변하는 경우를 심심치 않게 봐왔다. 위치가 사람을 어쩔 수 없이 변하게 하는 것이다.

김강우

그런 가운데 한결같은 사람을 만날 때의 기쁨은 남다르다. 그중에서도 데뷔 때나 지금이나 너무 안 변해 고맙고 오히려 걱정되는 이가 하나 있다. 그 이름은 바로 배우 김강우다. 현재 KBS2 수목드라마 ‘골든크로스’(극본 유현미, 연출 홍석구 이진서)에 출연 중인 김강우는 10여년 넘게 다양한 작품에서 한결같은 성실함과 안정된 연기력으로 팬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크게 대박이 난 작품이 있거나 화려한 조명을 받은 적은 없지만 작품이 좋건 나쁘건 매번 좋은 연기를 선보이며 대중과 업계 관계자들의 신뢰를 받고 있다.

항상 한번은 터질 거 같으면서도 늘 불발됐던 김강우의 잠재력이 ‘골든크로스’로 제대로 터져 새삼 다시 주목을 받고 있다. 한 자릿수 시청률로 줄곧 꼴찌를 달려온 ‘골든 크로스’가 김강우의 몸을 사리지 않은 열연과 뛰어난 완성도로 차츰차츰 입소문이 나면서 뒷심을 받고 있다. 지난 4일 첫 두 자릿수 시청률을 기록한 데 이어 5일에도 10.1%로 2위에 올랐다. 1위와 0.6%밖에 차이가 나지 않아 앞으로 남은 4회에 역전이 가능해보인다.

사실 김강우의 ‘골든크로스’ 출연 소식이 처음 들렸을 때 걱정이 앞섰다. 사회 분위기가 너무 어두운 데다 복수가 트렌드에서 벗어났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 친분이 있는 소속사 관계자에게 “괜찮겠느냐”며 우려의 뜻을 전하기도 했다. 예상대로 초반 분위기는 좋지 않았다. 나도 10여년의 ‘의리’를 뒤로 한 채 타사 방송을 보며 관심을 두지 않고 있었다.

그러나 차츰차츰 작품에 대한 좋은 입소문이 들리기 시작했다. 그래서 중반쯤 됐을 때 VOD로 몰아보기를 시작했다. 막상 보니 기대 이상이었다. 초반에 일방적으로 당하기만 해 보기가 힘들었지만 스토리에 힘이 붙으면서도 더욱 몰입해 보게 됐고 이젠 본방사수하고 있다.

‘골든 크로스’ 제작진 한명 한명 모두가 최선을 다해 이뤄낸 결과다. 그중 유현미 작가의 필력에 ‘특급 칭찬’을 해주고 싶다. 일개 개인이 사회를 움직이는 조직에 대항하는 어쩌면 지극히 상투적인 이야기를 섬세하면서도 강한 터치로 그려내면서 시청자들의 눈길을 사로잡고 있다. 첫 미니시리즈이라는 게 믿어지지 않는 홍석구 감독의 연출력 또한 눈부시다. 시청자들을 지치게 하지 않는 완급조절 능력을 발휘하며 드라마에 더욱 몰입하게 만든다.

김강우

‘골든크로스’에서 강도윤 검사를 연기하는 김강우의 연기가 더욱 돋보이는 이유는 그의 서민적인 이미지다. 불가능도 가능케 할 강한 카리스마의 소유자가 아닌 바로 옆집 아들, 오빠의 느낌이어서 더욱 시청자들이 가슴 졸여가며 복수극을 지켜보고 있다. 분명 저렇게 밀어붙이다가는 크게 낭패를 볼 거 같은데 하는 예감이 들기에 가슴이 더욱 조마조마 했다. 김강우가 지닌 선한 아우라가 이 엄청난 복수극에 긴장감과 재미를 동시에 선사한 것. 특별한 사람이 아닌 우리네 보통 사람의 복수 같아 더욱 응원의 목소리를 높이게 했다.

결말을 앞두고 강도윤 검사는 무덤에서 살아나 억대 펀드매니저 테리 영으로 변신해 복수의 완성을 앞두고 있다. 김강우가 10여년 쌓아놓은 연기내공을 마음껏 발산해야 할 순간이다. 그래서 지금보다 더 조명받고 인정받기를 원하는 게 그를 아끼는 이들의 간절한 바람이다.

그러나 내가 10여년 넘게 봐온 김강우는 이런 분위기에 미동도 안할 타입이다. 갑작스러운 인기에 들뜰 사람은 아니다. 묵묵히 자신이 정한 ‘배우의 길’을 걸을 따름이다. 주위에서 축하 인사를 건네거나 칭찬을 해주면 엄청 멋쩍어 하면서 잠시 씩 웃을 게 뻔하다. 그 후 집으로 곧장 돌아가 아이들을 돌보는 좋은 아빠로 돌아갈 것이다. 그러다 언제든지 좋은 작품이 나오면 역할의 크기에 상관없이 촬영장에 달려가 최선을 다할 거다. 우리 시대 보기 힘든 진정한 ‘한결같은’ 사람이다.

여기를 가도 저기를 가도 성공하고 싶고 돈을 많이 벌고 싶은 ‘야망가’들이 넘쳐난다. 그런 가운데 항상 제자리에서 최선을 다하는 한결같은 김강우의 아우라는 더욱 신선하게 다가온다. 소리 없이 묵직한 그의 존재감을 대중들이 더 많이 알아주고 더욱 사랑을 받는 날이 오기를 기원한다.

글. 최재욱 대중문화평론가 fatdeer69@gmail.com
사진제공. KB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