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프틴앤드, 아직은 에릭 베넷보다 태양이 더 좋은 소녀들(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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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상했었어 무대에 오르는 그 순간을 / 따뜻한 햇살 마이크를 잡은 내 위로 쏟아질 그 빛을
사람들에게 들려주고 싶은 노래가 나는 너무나 많아 / 내 마음이 닿기를 너를 볼 수 있기를”(‘ I Dream’ 가사 中)

열다섯 살에 만난 피프틴앤드(15&)의 박지민과 백예린은 이제 열일곱 살이 됐다. 에릭 베넷이 내한했을 때 박지민과 듀엣을 한 공연을 실제로 봤다. 당시까지만 해도 어린 아이가 소울 풍의 노래를 잘 소화한다는 정도의 감흥을 받았다. 가창력이야 흠잡을 곳이 없었지만 ‘I Dream(아이 드림)’까지도 앳된 감성이 남아있었고, 큰 사랑을 받은 ‘티가 나나봐’는 무난하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었다.

정규 1집 ‘Sugar(슈가)’에서는 음악적으로 상당히 성숙해진 모습이다. 동시대 R&B 트렌드를 파고드는 JYP엔터테인먼트의 방식은 여전한데, 피프틴앤드는 더욱 깊이 있는 접근을 취했다. 소녀들은 열일곱이라는 나이가 무색하게 한층 성장한 모습을 보였고, 어떤 곡은 마치 애늙은이와 같은 성숙함이 느껴지기도 하더라. 그런데 직접 만나보니 둘은 영락없는 소녀들이었다. 서로 모자란 부분을 채워주는 예쁜 소녀들. 노래에 대한 욕심은 막상막하.

Q. 예전에 박지민 씨가 에릭 베넷과 같이 노래하는 것 봤어요.
박지민: 외국인 가수와 함께 듀엣을 한 것은 엄청 설렜어요. 공연 전에 리허설을 하는데 에릭 베넷이 저에게 자신의 딸 인디아 베넷과 동갑이 아니냐고 묻더라고요. 사실 제가 더 어린데.(웃음) 역시 외국인이시다보니 노래를 하는 중간에 스킨십을 자연스럽게 하시더라고요. 노래하다 손을 잡으셔서 조금 당황했어요. 하하.

Q. 둘이 고등학교 같은 반이라고 알고 있어요.
백예린: 1학년 때 같은 반이었는데 지금은 달라요. 2학년이 되면서 지민이는 6반, 전 7반으로 갈렸어요. 1학년 때는 숙소에서 같이 생활하다보니 학교에서는 말을 잘 안 했는데 주위 애들이 안 친하냐고 계속 묻더라고요.
박지민: 그런 질문 때문에 스트레스 쌓여서 다른 반을 해보고 싶었어요. 반이 갈라지면 주위 사람들 신경 안 써도 되니까. 우리는 표현을 하지 않아도 서로를 잘 알아요. 옆에 있는 게 서로에게 너무 당연하죠.

Q. 둘이 첫인상이 어땠나요?
백예린: 지민이를 처음 본 건 ‘K팝스타’에서 ‘롤링 인 더 딥’을 부르는 모습이었어요. 그때도 예뻤지만, 실제로 보니 방송보다 갸름하고 예쁜 거예요. 그래서 처음 만나 한 말이 “TV보다 예쁘세요”였어요.
박지민: 박진영 PD님이 예린이 노래하는 동영상을 보여주셨어요. 그때 예린이가 앞머리를 내고 뒤에 똥머리를 하고 있어서 되게 어려 보였죠. 그런데 실제로 보니 풍기는 모습이 여성스럽고 강한 거예요. 어른스럽다고 느꼈죠. 그런데 저에게 존댓말을 하는 걸 보고 ‘이 친구가 낯을 가리는구나. 내가 먼저 다가가야지’라고 생각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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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슈가’가 첫 정규앨범이에요. 이제 피프틴앤드의 음악을 제대로 보여준다는 의미가 있는데 소감이 어떤가요?
박지민: 속이 시원해요. 2년 전에 녹음한 곡도 있어요. 그래서 얼른 보여드리고 싶었어요. 정말 모든 곡이 다 좋아요. 전곡을 골고루 좋아해주셨으면 좋겠어요.
백예린: 디지털 싱글만 발표하다보니 레코드점에 우리 CD가 없어서 섭섭했어요, 그런데 이렇게 10곡이 가득 담긴 앨범이 나와서 뿌듯해요. 친구들이 앨범 샀다는 이야기를 해주면 정말 기뻐요.

Q. 가장 먼저 녹음한 곡이 ‘스타(Star)’라고 알고 있어요.
박지민: 피프틴앤드로 처음 녹음한 곡이에요. ‘아이 드림’과 데뷔곡으로 경쟁을 했던 곡이죠. 전 이 곡이 정말 애착이 가요. 2년 전의 목소리이기도 하고, 당시의 심정이 묻어난 곡이라 전 언제 들어도 좋아요.

Q. 처음에 사전정보 없이 ‘스타’를 들었을 때 본인들이 가사를 쓴 줄 알았어요. 피프틴앤드 자신들의 이야기가 담겼던데요.
박지민: 심은지 작곡가님이 저희를 위해서 써주신 곡이에요. 은지 언니는 항상 우리 상황을 생각하고 곡을 써주셔서, 은지 언니 노래를 부를 때 더 진심을 담을 수 있는 것 같아요.

Q. 심은지 작곡가가 피프틴앤드를 알린 ‘아이 드림’ ‘썸바디’부터 이번 앨범 타이틀곡 ‘슈가’까지 만들었다. 많은 대화를 나눴을 것 같아요.
박지민: 항상 언니처럼 대해주세요. 언니는 녹음할 때 “이 부분은 시원하게 질러 버려” 이런 식으로 편하게 말해주세요. 작곡가분들이 각자의 스타일들이 있으신데, 언니는 특히 우리의 창법, 스타일을 잘 살릴 수 있는 노래를 만들어주세요. 밥도 많이 사주시고요.(웃음)

Q. 박진영 대표 프로듀서의 곡이 ‘티가 나나봐’ 하나 밖에 없어요. 섭섭하지 않던가요?
박지민: 공개된 것은 한 곡이지만 그 사이에 우리에게 곡을 많이 써주셨어요. 아직 공개 안 된 것이 8곡정도 되는 것 같아요. 우리가 소화하기에 아직 이른 곡들도 있죠. 시간을 두고 차차 선보일 수 있을 것 같아요.
백예린: ‘K팝스타’ 결승전에서 ‘티가 나나봐’를 노래했을 때 대표님이 “지민이에게서 너의 장점이 보이고, 너에게서 지민이의 장점이 보이기 시작했다. 둘이 음색과 성향이 다르니 서로에게서 많이 배워라”고 말씀을 해주셨던 게 기억에 남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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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슈가’는 완전한 R&B 앨범이에요. 곡들이 가요보다는 팝을 듣는 느낌이에요. 본인들이 팝을 많이 듣나요?
박지민: 저나 예린이는 어렸을 때부터 가요보다 팝을 많이 듣고 불러 왔어요. 그래서 팝의 감성을 표현하는 것이 더 수월해요. 특히 R&B 장르는 우리의 장점을 보여줄 수 있는 음악이죠, 흑인 특유의 소울을 표현하기 위해서 노력을 했어요. 거기에 우리의 풋풋한 느낌이 더해진 것 같아요.
백예린: 이번 앨범은 R&B 앨범이지만 매 곡마다 다양한 스타일을 표현해보려 했어요.

Q. 피프틴앤드는 둘의 비중이 동등한 듀오에요. 둘의 보컬 스타일을 보면 차이가 있는 것 같아요. 지민 씨가 파워풀하다면, 예린 씨는 성숙한 느낌?
박지민: 노래에서도 성격에서도 제가 창이면 예린이는 방패인 것 같아요. 서로 모자란 부분을 채워주는 거죠. 저는 느린 템포의 곡, 감성이 짙은 곡이 조금 어려운데, 예린이가 그런 부분을 잘 해요.
백예린: 서로 강점이 달라요. 지민이가 파워풀하고 고음이 강하다면 저는 작은 소리로 노래하는 게 익숙해요. 말하듯이 노래하려 해요.

Q. 둘 다 무대 위에서 잘 웃는다. 노래하는 걸 정말 좋아한다는 느낌을 받는다.
박지민: 무대에서 노래 하다가 서로 쳐다보면 되게 묘한 느낌이에요. ‘내가 무대에 혼자 있지 않고 예린이와 함께 있어서 좋다’ 이런 느낌이 있어서 웃는 것 같아요.
백예린: 진심으로 노래하면 미소가 절로 나오는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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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타이틀곡 ‘슈가’를 들었을 때 첫인상이 어땠나요?
백예린: 처음에 들었을 때 제일 먼저 이 박자를 어떻게 타야 하나 하는 고민이 들었어요. 저희 노래 중에 BPM이 제일 빨라요. 요새 댄스곡보다도 빠르죠. 놀랐지만 자신이 있었어요. 우리의 가창력과 무대 위에서 잘 노는 모습을 골고루 보여줄 수 있을 것 같았어요. 그래서 노래를 듣고 무대 위 그림이 자연스레 그려졌어요. 또 이런 곡에 한글 가사를 붙일 수 있다는 것도 놀라웠고요.
박지민: 전 반대였어요. 이 노래가 도대체 어떻게 무대에서 구현될까 하는 걱정이 됐어요. 밴드 느낌의 곡이고, 악기, 코러스도 많고, 춤은 당연히 들어가고, 보컬 애드립도 넣어야 하고, 매우 복잡한 작어이었죠. 사실 이 노래가 쉬운 노래는 아니에요. 하지만 들으면 들을수록 좋고, 매번 다른 매력이 느껴져요. 어떨 때는 악기가 돋보이고, 어떨 때는 전개가 멋지게 느껴지고. 신비로운 곡이죠.

Q. 개인적으로 ‘슈가’를 처음 듣고 놀랐어요. 흑인음악의 전통적인 면도 있고, 전개도 복잡하고, 실험적인 면이 있는 곡이에요. 이런 곡을 피프틴앤드가 소화해냈다는 것이 놀랍기도 하고요. 준비 기간이 오래 걸렸다고 하던데요.
박지민: 곡은 일찍 나왔는데 계속 편곡을 해서 업그레이드시키는 과정이 있었어요. 다른 곡들에 비해 시간이 훨씬 오래 걸렸어요. 각각의 파트를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에 대한 고민도 컸어요.

Q. 국내에서는 트렌드를 앞서간 곡이에요. 미국의 R&B 스타 자넬 모네가 떠오르기도 하고.
백예린: 저 개인적으로 자넬 모네를 정말 좋아해요. 은지 언니, 디즈 오빠한테 그런 스타일을 시도해봐도 좋을 것 같다고 이야기를 나누기도 했죠.
박지민: 이런 스타일의 곡을 계속 하고 싶어요. 우리는 빅밴드나 소울 느낌의 곡들, 국내에서 많이 시도하지 않은 장르에 도전해보고 싶은 마음이 커요.

Q. 둘이 스타일이 다른데, 좋아하는 가수도 다를 것 같아요.
박지민: 어렸을 때는 리아나, 비욘세가 교과서와 같은 존재였어요. 지금은 특정 가수의 스타일을 따라 하기보다는 각각의 무대에서 보여지는 다양한 모습들을 자세히 들여다 보는 편이에요. 최근에는 ‘불후의 명곡’에서 김진호 선배님의 ‘가족사진’ 영상을 거의 맨날 보고 있다. 그 영상을 보면서 울었어요. 그렇게까지 노래로 감정을 표현할 수 있다는 것이 너무 멋지고 소름이 돋을 정도였어요. 나도 저렇게 노래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죠.
백예린: 에이미 와인하우스 정말 좋아해요. 오직 자신만 낼 수 있는 느낌이 있다는 게 정말 대단한 것 같아요. 어두운 면도 있지만, 저에게는 사랑스러운 존재랍니다. 휘트니 휴스턴도 좋아해요. 그런 가수는 정말 없는 것 같아요. 두 분 다 닮고 싶죠.

Q. 피프틴앤드는 이제 열일곱 살이에요. 선배들만큼 나이를 먹으려면 아직도 오랜 시간이 남았네요.
박지민: 지금 나이에 표현할 수 있는 노래들을 할 수 있다는 게 좋아요. 마이클 잭슨이 어렸을 때 노래한 ‘벤(Ben)’도 그 때 할 수 있는 감성이잖아요. 20대가 되면 지금 감성과는 다를 테니까요. 전 그래서 빨리 음악을 시작한 게 좋아요. 또 저희는 특정 이미지로 굳어지지 않아서 앞으로 다양한 음악을 해볼 수 있다는 게 좋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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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서로 말고 함께 듀엣 해보고 싶은 가수가 있나요?
백예린: 전 김조한 선생님과 함께 노래해 보고 싶어요. 트레이닝을 받을 때 보컬 선생님이셨거든요. 선생님이 R&B 대디니까, 전 도터가 돼서 같이 하는 거죠.(웃음)
박지민: 전 태양 선배의 엄청난 팬이에요. 예전부터 정말 팬이었어요. 초등학교 대 ‘웨딩드레스’ ‘나만 바라봐’가 나와서 컬러링으로 했었어요. 선배님을 보면 크리스 브라운 느낌이 나요. R&B를 많이 하시니까 같이 해보면 좋을 것 같아요. 정말 너무 멋지세요!

Q. 둘이 만난 후 2년이 흘렀어요. 돌이켜봤을 때 서로에게 뭐가 가장 고맙던가요?
백예린: 전 지민이가 같이 팀을 하자고 먼저 물어봐줘서 고마워요.
박지민: 같이 무대에 서는 것 자체가 고마워요. 전 ‘K팝스타’ 우승하고 데뷔를 앞두고 있을 때 솔로를 한다는 것에 대한 압박감이 컸어요. 외로움도 많이 타는 성격이라서 팀을 하고 싶은 바람이 컸어요. 둘이 취향, 성격이 많이 다른데, 그게 오히려 좋아요. 제가 안 좋아하던 스타일을 예린이 덕분에 좋아지는 경우가 많았거든요.
백예린: 전 지민이 만나기 전까지 원래 웃음이 잘 없는 사람이었어요. 나서는 것도 별로 좋아하지 않고요. 항상 혼자서 묵묵히 뭔가 하는 스타일이거든요. 그런데 피프틴앤드 시작하고 나서는 전보다 많이 웃어요. 예전에 정말 안 웃었거든요. 모르는 사람이 보면 차가워 보일 정도로. 지금은 부모님이나 고향 친구들이 놀랄 정도로 밝아졌어요. 그런 게 지민이에게 고마워요.

Q. 이제 2년 뒤 열아홉 살에는 어떤 모습이 돼 있을까요?
박지민: 지금보다 음악적인 표현력이 좋아져 있지 않을까요? 다양한 음악에 도전해볼 것 같고요. 하지만 지금의 설렘은 변하지 않을 것 같아요.
백예린: 저는 스무 살을 앞 둔 상황이면 면허를 따기 위해 학원 등록을 할 것 같아요. 또 혼자 사는 게 로망이라서 집을 보러 다니지 않을까요? 하하!

글. 권석정 moribe@tenasia.co.kr
사진. JYP엔터테인먼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