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힐’ 차승원의 파격 변신..영화 속 여장남자 계보

영화 속 여장남자

‘하이힐’ 차승원, ‘찜’ 안재욱, ‘왕의 남자’ 이준기, ‘박수건달’ 박신양, ‘미스터 주부퀴즈왕’ 한석규, ‘천하장사 마돈나’ 류덕환(왼쪽위부터 시계방향)

남성적인 카리스마의 소유자 배우 차승원이 영화 ‘하이힐’을 통해 여장에 처음 도전해 눈길을 끌고 있다.

4일 개봉한 ‘하이힐'(감독 장진)은 겉모습은 완벽한 남자지만 내면에 여자가 되고 싶다는 욕망을 숨긴 채 살아온 강력계 형사 지욱(차승원)의 돌이킬 수 없는 운명을 그린 영화. 자신안의 여성성을 감추고자 더욱 거칠게 사건 해결에 뛰어든 지욱은 어느새 살아있는 전설 같은 존재가 됐다. 하지만 완벽한 남자의 모습을 연기할 수록 자신안에 꿈틀대는 여성성 때문에 괴로워 한다.

선 굵은 배우 차승원의 파격적인 연기 변신이 기대를 모아 온 ‘하이힐’ 속 여장 연기는 기대 이상이라는 평가. 화려한 눈화장과 립스틱을 바른 입술, 아련한 눈빛 연기는 그동안 대중이 알던 시크한 남자배우 차승원이 맞는지 의심을 살 정도라고. 차승원은 여장 연기를 위해 눈썹까지 밀었다고 알려져 더욱 기대를 모은다.

차승원에 앞서 그동안 많은 남자 배우들이 여장 연기로 관객들에 깜짝 놀라움을 선사해 왔다. ‘찜’의 안재욱이나 ‘미스터 주부퀴즈왕’의 한석규, ‘박수무당’의 박신양 등이 여장을 통해 반전 매력을 선보인 바 있다.

2005년 영화 ‘미스터 주부 퀴즈왕'(감독 유선동)에 출연한 한석규는 1995년 ‘닥터봉’ 이후 10년 만에 코믹물에 도전해 화제를 모았다. 계주의 잠적으로 아내 수희(신은경)의 적금을 날린 진만은 장인의 수술비 3,000만원을 마련하기 위해 TV쇼 ‘주부 퀴즈대회’에 출전한다는 내용으로, 무엇보다 전업주부 조진만으로 분한 한석규가 여장을 불사해 큰 관심이 모아졌다. 한석규는 당시 영화 제작보고회에서 “메이크업과 의상 변신은 힘들지 않은데 속눈썹을 붙이는 게 가장 어려웠다”며 여장 연기의 고충을 토로하기도 했다.

1998년 개봉한 한지승 감독의 코믹멜로영화 ‘찜’에 출연한 안재욱은 여장남자로 변신, 이색 연기를 선보였다. 안재욱은 친구 누나인 김혜수를 짝사랑하다 못해 그 곁에 단 하루라도 머물고싶어 여장을 하고 접근하는 순수남을 연기했다. 안재욱의 여장남자 출연분은 전체 영화의 70%를 차지할 정도로 비중이 컸다. 안재욱은 여배우 뺨치는 아름다운 미모와 섬세한 감정 연기로 관객들의 호응을 얻었다. 제작사는 안재욱의 변장을 감쪽같이 해내기 위해 가슴과 히프의 곡선미를 살릴 수 있는 특수 보디슈트, 전문가의 메이크업과 패션연출 등 4개월간 5000만원을 들여 공을 들였다는 후문이다.

‘상남자’ 캐릭터를 주로 소화해 온 배우 박신양도 영화 ‘박수무당'(2013)에서 생애 처음으로 파격 여장을 선보였다. ‘박수건달’은 낮에는 신빨로 조선팔도 다 잡아먹는 박수무당, 밤에는 주먹으로 부산을 휘어잡는 터프한 건달의 이중 생활을 그린 작품. 박신양은 보스에게 신임 받고 부하들에게 존경 받으며 건달 인생 탄탄대로를 걷지만, 조직의 넘버원으로 떠오르기 직전 불의의 사고로 손금이 바껴 박수무당을 겸하는 불운의 투잡맨이 되는 인물 박성호를 연기했다.

특히 박신양은 자신의 정체를 감추기 위해 무당으로 일할 때는 여장을 해야 했는데, 고운 한복 차림에 짙은 아이라인을 한 모습으로 웃음을 선사했다. 박신양은 제작보고회에서 하이라이트 영상을 본 후 쑥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너무 어색하지 않냐. 사실 난 아무 생각없이 했다. 해야되서 하긴 했는데 이렇게 보니 더 어색한 것 같다. 그래도 좋게 봐달라”며 여장 연기 소감을 밝히기도 했다.

여장 남자를 얘기할 때 빠지지 않는 배우는 영화 ‘왕의 남자'(2005)의 이준기다. 이준기는 1000만 관객을 돌파한 ‘왕의 남자’ 에서 연산군의 사랑을 받는 광대 공길 역으로 단숨에 스타가 됐다. 긴 머리에 치마 저고리 차림으로 장구를 치며 등장한 이준기는 위화감 없는 여장 연기로 관객들의 눈길을 사로잡았고, 예쁜 남자 신드롬을 일으키며 큰 인기를 모았다. 최근엔 MBC ‘투윅스’에서 위장을 위해 긴 머리 가발을 쓰고 깜짝 여장을 선보여 여전한 꽃미남 스타의 매력을 과시하기도 했다.

배우 류덕환도 2006년 영화 ‘천하장사 마돈나’에서 귀여운 여장을 선보인 바 있다. ‘천하장사 마돈나’는 여자가 되고 싶은 고등학교 1학년 오동구가 수술비 마련을 위해 씨름대회에 출전한다는 내용을 다룬 영화. 류덕환은 주인공 오동구 역을 맡아 씨름판 위에서도 감출 수 없는 여성성을 섬세한 연기로 드러냈다. 완벽한 분장을 하지는 않았지, 새빨간 치파오를 입고 거울 앞에선 모습이나 샅바를 차도르처럼 머리에 두르는 모습 등은 여느 여장 못잖게 강한 여성미를 뿜어냈다.

한편 ‘하이힐’은 특유의 재치와 위트가 있는 작품을 선보여 온 장진 감독의 첫 느와르 영화로 관심을 모으며, 특히 차승원은 강도 높은 액션신을 대역 없이 완벽 소화하기 위해 촬영 3개월 전부터 하루도 빠지지 않고 트레이닝을 했다고 전해져 더욱 기대를 높이고 있다.

글. 최보란 orchid85a@tenasia.co.kr
사진. 영화 스틸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