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뜯어보기, ‘빅맨’ 최다니엘, 냉정과 열정 사이를 오가다

KBS2 '빅맨' 방송 화면 캡처

KBS2 ‘빅맨’ 방송 화면 캡처

배우와 스타는 다르다. 전자는 자신을 극 중의 등장인물로 변화시키는 반면, 후자는 외적인 개성을 가지고 등장인물을 자기화한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몰입도가 다른 만큼 그 감정의 전달력 또한 차이가 생길 수밖에 없다. 스타와 달리 좋은 배우는 ‘자신의 이름’이 아닌 극 중 ‘캐릭터’로 대중에게 기억된다. 이러한 배우들의 공통점 한 가지는 바로 비언어적 표현에 능하다는 것. 대본에 대한 뛰어난 이해 능력을 기반으로 몸짓, 눈빛, 어투로 유일무이한 캐릭터를 구현하는 이들에게 우리는 열광한다. 작품 속에서 빛나는 존재감으로 남다른 ‘무언가’를 전하는 배우들을 매력을 집중적으로 탐구해봤다. 그들의 어떤 ‘무엇’이 우리를 이토록 매혹한 것일지. 그 두 번째 주자는 KBS2 월화미니시리즈 ‘빅맨’의 최다니엘이다.

“관전 포인트요? 저는 5회까지 계속 누워있기만 해서 잘 모르겠네요. 그게 제가 이 작품 출연을 결심한 이유이기도 하고요, 하하”

‘빅맨’ 제작발표회 현장에서 장난꾸러기 같은 표정으로 연신 웃음을 터트리는 그의 모습을 봤을 때만 해도 전혀 상상하지 못했었다. ‘최다니엘’이라는 배우가 그려낸 악역이 이토록 매력적일 줄은. 몸에 꼭 맞는 옷을 입은 듯 극을 활보하는 강지환과 더불어 매력적인 악역으로 연기 변신을 꾀한 최다니엘의 호연은 ‘빅맨’의 시청률을 10%대까지 끌어올리는 성과를 거뒀다. 앞서 ‘빅맨’이 KBS 월화극의 반복된 부진으로 시청률 바통마저 기대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는 점을 생각한다면, 최근의 상승세에는 최다니엘의 기여도가 적지 않았다는 점을 인정할 수밖에 없다.

사실 ‘빅맨’은 최다니엘이 본격적으로 극에 등장하기 시작한 5회를 기점으로 커다란 전환점을 맞이한다. 사고로 심장이식 수술이 필요한 강동석(최다니엘)을 위해 현성 그룹 일가에서 김지혁(강지환)을 친자로 받아들이는 과정이 ‘빅맨’의 서막이라면, 돌아온 동석과 지혁의 대립 구도가 ‘빅맨’의 중막에 해당하는 셈.

극과 극을 오가는 동석의 심리 변화는 '빅맨'에 활력을 불어놓고 있다.

극과 극을 오가는 동석의 심리 변화는 ‘빅맨’에 활력을 불어놓고 있다.

타이틀롤에 가까운 김지혁이 공감대를 형성하기 위해서는 그와 대척점에 선 동석의 역할이 절대적이었다. 특히 지혁이 대기업을 상대로 온몸을 던지는 소시민의 대표였던 만큼, 동석은 인물 자체로 대기업과 상위 계층의 전형을 그려낼 필요가 있었다. 그런 측면에서 강동석 역에 최다니엘을 캐스팅한 건 신의 한 수였다. 엘리트 이미지가 강한 지적인 외모로 다수 작품에서 의사, 의대생 등 전문직을 맡아왔던 최다니엘은 ‘빅맨’에서 현성 그룹의 후계자 동석 역을 맡아 시청자를 만났다.

‘빅맨’을 통해 처음으로 재벌가 아들 역을 맡게 됐다는 최다니엘은 제작발표회 당시부터 판에 박히지 않은 악역을 그리기 위해 무척이나 공을 들였다고 밝혔다. 그는 “동석 역할에 재벌가 자제다운 부유한 느낌을 담기 위해 여러 가지 방법을 시도해왔다”며 “단순히 그냥 그런 악역이 아닌 고풍스러운 악역을 그려보고 싶었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의 노력은 중반부를 지나면서부터 빛을 발하기 시작했다. 뛰어난 지능을 바탕으로 모든 상황을 자신의 통제하에 두려 하는 재벌가의 권위는 최다니엘의 냉랭한 눈빛으로 표현됐다. 또 어떠한 상황에서도 침착함을 잃지 않고 여유 있는 모습을 보이지만, 입은 웃고 있어도 눈은 웃지 않는 표정 연기에서는 ‘지능형 악역’의 서늘함마저 감지된다.

죽음의 문턱까지 간 뒤에야 얻은 남다른 냉정함이 동석의 한 단면이라면, 그 이면에는 불같이 뜨거운 분노와 열정이 담겨 있다. 최다니엘은 그 격앙된 감정을 마치 사이코패스를 떠올리게 하는 극과 극을 오가는 감정 변화로 담아낸다. 6회에서 미라에게 프러포즈를 거절당한 뒤 홀로 거실에서 분노를 쏟아내는 모습만 봐도 그의 연기톤이 얼마나 안정적인지를 확인하게 한다. 몇 번의 간헐적인 분노에서 미라에 대한 삐뚤어진 애정과 죽음의 불안감에 휩싸인 동석의 감정이 입체적으로 표현되고 있는 것. 특히 나직하지만 전달력이 좋은 목소리와 자유로운 강약 조절 능력은 여기에 안정감까지 더하는 역할을 했다.

냉정함 가운데 간헐적으로 터져나오는 동석의 분노에서는 광기마저 느껴진다

냉정함 가운데 간헐적으로 터져나오는 동석의 분노에서는 광기마저 느껴진다

본래 동석 캐릭터에 담길 예정이었던 절실함(최다니엘은 심장이식수술 이후 언제 죽을지 모른다는 생각이 동석의 행동에 당위성을 불어넣는 요인이었으나 후반부에는 극의 전개를 위해 그 부분을 빼기로 했다고 밝힌 바 있다)이 빠지면서 동석의 차가운 악랄함은 점차 극으로 향할 전망이다. ‘그들이 사는 세상’의 양수경, ‘학교 2013’의 강세찬 역을 통해 까칠하고 냉정한 캐릭터를 연기하면서도 한 번도 ‘따뜻한 인간미’를 내려놓지 않았던 최다니엘이 악역 동석을 통해 어디까지 자신의 감정을 풀어낼 수 있을지도 관심을 끈다.

어느덧 4회만을 남겨 놓은 ‘빅맨’에서는 모든 사실을 알아버린 소미라가 동석의 곁을 떠나면서 동석 또한 한 차례 큰 감정의 폭발을 겪게 될 예정이다. 매 장면에 냉정과 열정 사이를 오가며 ‘지능형 악역’의 새 역사를 쓰고 있는 최다니엘. 그가 종국에는 파멸을 맞이할 동석을 통해 시청자들에게 어떤 메시지를 전할 수 있을지. 연기 변신에 성공한 그가 악역을 통해 연기 인생의 제2막을 열 수 있을지도 ‘빅맨’의 또 다른 관전 포인트다.

글. 김광국 realjuki@tenasia.co.kr
사진. KBS2 ‘빅맨’ 방송 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