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석정의 뭔걱정, 타임머신을 타고 온 김추자

김추자,구혜정

김추자는 1951년생, 그러니까 우리 나이로 예순네 살이다. 33년 만에 새 앨범 ‘이츠 낫 투 레이트(It’s Not Too Late)’가 나온다고 했을 때 음악계에서는 걱정도 있었다. 은둔하다시피 한 가수가 이렇게 오랜 시간을 쉬다가 나온 전례가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앨범 속 김추자는 33년이란 공백을 믿을 수 없을 만큼 왕년의 호쾌한 노래를 들려주고 있다. 마치 홀로 타임머신을 타고 온 것처럼 말이다.

‘이츠 낫 투 레이트’에 실린 ‘몰라주고 말았어’ ‘고독한 마음’ ‘가버린 사람아’ ‘태양의 빛’ ‘내 곁에 있듯이’(이상 신중현 곡)는 신중현의 사이키델릭 사운드를 연상케 할 만큼 옛스러운 사운드를 들려준다. 이와 함께 이봉조의 곡인 ‘그리고’ ‘하늘을 바라보소’, 김희갑의 ‘그대는 나를’ 등도 옛 시절 가요를 떠오르게 한다. 김추자의 탄력 있는 목소리는 강한 아우라를 뿜어낸다. 세월이 흘렀지만 목소리는 여전하다. 국내 최고의 연주자들인 송홍섭, 한상원, 정원영, 배수연 등이 만들어낸 밴드 사운드는 한국 고전 록의 미감을 잘 살렸다.

작년에 나온 조용필의 ‘헬로’가 최근의 트렌드를 적극적으로 받아들이고, 매끈한 레코딩을 했다면, 김추자의 ‘이츠 낫 투 레이트’는 한국 대중음악의 전통적인 느낌을 따르고 있으며 녹음에 있어서 원초적인 느낌이 잘 살아있다. 가령 ‘몰라주고 말았어’의 경우 김추자 특유의 ‘흐잇! 흐아!’라는 추임새가 잘 살아있고, 한상원의 기타는 야수처럼 포효한다. 속이 다 시원할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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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추자의 이번 앨범에 참여한 연주자들은 대부분 원 테이크로 녹음에 임해 라이브의 느낌을 살렸다. 앨범의 프로듀서를 맡은 베이시스트 송홍섭은 “처음부터 김추자의 앨범은 무조건 리얼 밴드로 가야한다고 마음먹었다. 요즘처럼 칼처럼 재단한 사운드는 김추자에게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번 녹음에는 밴드의 생생한 협연이 중요한 포인트였다. 송홍섭은 “김추자는 천부적인 목소리를 지녔다. 또한 재즈 뮤지션처럼 연주에 매우 민감하게 반응을 하기 때문에, 그러한 앙상블에서 오는 시너지를 잘 살리려 했다”고 말했다. 이어 “연주자들끼리도 운동선수처럼 체급이라는 것이 존재한다. 김추자는 목소리의 무게감이 대단하기 때문에 그에 걸맞은 밴드를 구성하려 했다”고 덧붙였다.

이번 앨범은 믹싱을 통해 후보정 작업을 하는 최근의 방식과 달리 원래의 소리를 잘 살리는 방식으로 작업이 진행됐다. 김추자는 예전처럼 녹음실에 밴드가 모두 준비된 상황에서 처음부터 끝까지 한 번에 녹음을 끝낸다는 생각으로 스튜디오에 왔다고 한다. 믹싱도 유념하지 않았다. 때문에 이번 녹음은 예전과 지금의 녹음방식을 절충하는 방향으로 이루어졌다. 송홍섭은 “지난 몇 십 년 간 잘 하지 않았던 옛날 방식으로 녹음을 시도하느라 스태프들이 애를 많이 먹었다”며 “요즘 앨범처럼 깔끔한 느낌은 아니지만, 소리가 생생하게 살아있는 느낌이 든다. 이번 녹음을 통해 최근 스튜디오 작업이 너무 기계에 의존하지 않았나 하는 반성을 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이번 앨범은 과거의 신중현 사운드를 떠올리게 하기도 한다. 앞선 기자회견에서 김추자는  “신중현 선생님은 나와 제일 잘 맞는 베스트 콤비다. 선생님만큼 감성을 뽑아내는 사람은 없다”라고 말한 바 있다. 이번 앨범에 담긴 신중현의 다섯 곡은 원작자의 의도를 최대한 살리려 했다. 송홍섭은 “김추자는 신중현에 대한 확고한 믿음을 가지고 있다. 가능하면 신중현의 데모가 가진 의도를 최대한 살리자고 주문했고, 때문에 원곡의 골격은 유지하면서 악기 편곡에 임했다”고 말했다.

나이가 든 만큼 목소리에서 약간의 변화도 감지된다. 대중문화평론가 최규성 씨는 “김추자의 창법이 예전과는 조금 바뀌었다. 예전에는 비음과 함께 섹시함이 강했는데 지금은 소리가 두꺼워졌다”며 “나이가 들었지만 오히려 더 묵직하고 파워풀해졌다. 특유의 카리스마와 끼는 여전하다”고 말했다.

글. 권석정 moribe@tenasia.co.kr
사진. 구혜정 photonine@tenas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