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리뷰, 소극장에서 만난 아이유 본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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객석 약 여덟 번째 줄에 앉았다. 크게 웃으면 그 소리가 무대 위 아이유의 귀에 들릴 것 같다. 지난 5월 30일 찾은 아이유 콘서트 ‘딱 한 발짝…그 만큼만 더’가 열린 서강대 메리홀은 450석 규모의 소극장. 아이유가 콘서트를 열었던 그 어떤 공연장보다 작았다. 아이유는 예전부터 소극장콘서트를 열고 싶다는 바람을 말해왔다. 메리홀은 ‘좋은 날’이나 ‘너랑 나’를 춤추며 노래하기에 작아보였지만 리메이크 앨범 ‘꽃갈피’에 실린 옛 가요를 들려주기에는 딱 적당한 크기였다.

공연은 김광석의 ‘꽃’으로 시작했다. 아이유는 피아노를 직접 연주하며 이 노래를 불렀다. 김광석의 절절함이 아이유의 목소리를 타고 흐르는 다소 우울한 시작이었다. 동요 풍의 노래 ‘드라마’를 소녀처럼 노래하자 곧바로 분위기가 반전됐다. 곡 중간에 리코더를 부는 아이유는 정말 아이 같았다. 아이유는 “1년 전에 만들었던 곡이다. 콘서트에서 반응이 좋으면 다음 앨범에 실릴지도 모른다. ‘싫은 날’처럼”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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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이번 공연은 우리가 알고 있던 아이유와 잘 몰랐던 아이유의 모습을 동시에 볼 수 있는 자리였다. 자신이 노래한 마이쮸 CM송, 만화영화 ‘꿈빛 파티시엘’을 노래할 때의 아이유는 정말 귀여웠다. 하지만 이문세의 ‘사랑이 지나가면’, 산울림의 ‘너의 의미’ 조덕배의 ‘나의 옛날이야기’를 부르면 성숙한 여가수의 모습이더라. 의자에 가만히 앉아 차분하게 노래하는데, 표현력이 상당해 목소리만으로도 위안이 전해졌다. 아이유는 “작은 무대는 겁이 나고 긴장이 된다. 그런 것을 극복하고 싶어서 이번 소극장공연을 더 원했던 것 같다. 이제는 한 분 한 분 눈을 마주치며 노래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이번 리메이크 곡 중에서 가장 좋아하는 곡이라는 김현식의 ‘여름밤의 꿈’을 노래한 아이유는 “4일차 공연까지 이 곡을 노래할 때 눈을 뜨지 못했다. 눈 깜빡이는 것도 거슬리는 것 같았다”라며 이제 조금 여유가 생겨서 눈을 뜨고 여기저기를 보게 되는데 이제 콘서트가 막바지라 너무 아쉽다. 내가 눈물이 없는데 울컥할 것 같다“고 말하며 감개무량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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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극장 공연이었지만 팬들의 반응은 가히 열광적이었다. ‘쿵따리 샤바라’에서는 남성 팬들이 괴성을 지르며 내레이션을 따라하는 바람에 공연장이 떠나갈 것 같았다. 이제껏 메리홀에서 들었던 그 어떤 함성보다도 큰 소리였다. 아이유 본인이 웃겨서 노래가 힘들 정도였다. 이날 공연은 총 8회 공연 중 여섯 번째 무대로 아이유는 꽤 여유로운 모습을 보였다. ‘있잖아’에서는 몸소 드럼을 연주하는 팬 서비스를 선보였고, ‘삐에로는 우릴 보고 웃지’에서는 김완선 특유의 춤을 따라하며 앙증맞은 모습을 보여줬다.

게스트로 나온 악동뮤지션은 귀여운 모습으로 관객을 사로잡았다. 악동뮤지션과 아이유가 실제로 만나는 것은 이번이 처음. 평소 아이유의 팬이라고 말해온 악동뮤지션은 처음에 다소 긴장한 표정이었지만 이내 장난기를 감추지 못했다. 그런 악동뮤지션이 옆에 있으니 아이유가 어른스러워 보일 정도였다. 악동뮤지션이 ‘200%’를 노래하자 아이유는 “너무 잘한다. 상큼해 미쳐버리겠어”라며 좋아했다. 이찬혁은 “누군가의 공연에 게스트로 나온 것은 이번이 처음인데 반응이 너무 좋아 감격스럽다. 어서 사장님께 콘서트 하고 싶다고 말씀드려야겠다”라고 말했다. 신난 이찬혁은 ‘인공잔디’ 안무를 하다가 넘어졌지만 당황하지 않고 일어나 공연을 무사히 마쳤다.

공연 막바지에 아이유는 퍼렐 윌리엄스의 ‘해피(Happy)’, 레이 찰스의 ‘힛 더 로드(Hit The Road Jack)’ 등 팝송을 선사하기도 했다. 아이유의 팬들은 조금 생소해했지만 나름 신선한 시도였다. 앵콜에서 ‘분홍신’ ‘너랑 나’ ‘좋은 날’ 등의 히트곡을 원곡과 달리 차분한 편성으로 노래한 아이유는 활짝 웃으며 “이제 아이유 콘서트 같죠?”라고 말했다. 그 물음에 대해서는 “아니오”라고 대답하는 게 맞을 것 같다. 이번 소극장 콘서트에서 아이유는 ‘꽃갈피’에서 보여준 것처럼 귀여움이 아닌 노래로 관객을 사로잡았기 때문이다. ‘좋은 날’에서 3단 고음을 들려주지도 않고 ‘분홍신’에서 춤을 추지도 않았지만, 이제는 그런 모습이 더 자연스러워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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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권석정 moribe@tenasia.co.kr
사진제공. 로엔트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