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의 눈물’VS’정도전’, 닮은 듯 다른 사극…어떻게 시청자 사로잡았나

 

 

'용의 눈물'과 '정도전'

‘용의 눈물’과(왼쪽) ‘정도전’

KBS1 대하드라마 ‘정도전’의 인기가 계속되고 있다.

지난달 31일 방송한 ‘정도전’은 15.5%(이하 닐슨코리아 전국 기준)을 기록해 선거 특집으로 기대를 끌었던 MBC ‘무한도전’을 제쳤다. 지난달 25일에는 17.6%를 기록하며 지난 24일 방송분(16.2%)보다 상승세를 보였다. 이날 ‘정도전’은 방송을 재가한 ‘개그콘서트'(15.9%)와의 경쟁에서도 지지 않으며 드라마의 식지 않는 인기를 입증했다.

‘정도전’의 체감 인기도 기존의 사극과는 사뭇 다르다. 중장년층의 전유물로 여겨지던 대하사극이 이 정도 시청률을 기록한 것도 놀랍지만, 온라인상에서는 작품을 패러디한 각종 창작물이 등장하는 등 ‘정도전’은 젊은 시청자들 사이에서 여느 미니시리즈 못지않은 인기를 누리고 있다.

‘정도전’은 퓨전사극이 유행하고 있는 상황에서 거꾸로 정통사극을 지향, 사실적인 드라마에 목말라 했던 시청자들의 호응을 얻고 있다. 이미 역사적으로 알려진 사실이지만, 이를 강렬한 캐릭터와 극적인 스토리 전개로 표현해 긴장감을 선사하고 있다. 무엇보다 매회 반전을 거듭하는 뒤집기 정치의 묘미로 시청자들을 사로잡고 있다.

‘정도전’은 1996년부터 1998년 방송돼 현재까지도 최고의 대하사극으로 일컬어지는 ‘용의 눈물’과 시대적 배경을 같이 하고 있다. 하지만 ‘용의 눈물’을 애청했던 시청자들이 ‘정도전’을 보며 비교하는 재미를 느끼기도 하고, ‘정도전’을 보면서 다시금 ‘용의 눈물’을 찾아보고 있다는 시청자들도 있다.1990년대와 2000년대 사극의 획을 그은 두 작품 ‘용의 눈물’과 ‘정도전’은 어떻게 같고 어떻게 다를까.

#’정도전’, ‘용의 눈물’과 차이?이성계 아닌 정도전의 눈!

‘정도전’의 강병택 PD는 기자간담회에서 “이전의 대하드라마와는 다른 부분이 있다. 왕을 다루던 이전과 달리 ‘정도전’은 이전에는 다루지 않았던 인물을 다루고 있다”며 “이런 부분은 시청자의 니즈를 파악했던 것으로 본다”고 인기 요인을 분석했다. 그는 “상업화된 사극, 퓨전 사극과는 달리 기존의 사극을 살려보자고 기획해서 시청자에게 다가갔다”며 “시청자들이 보고 싶은 것이 따로 있었다고 본다. 그것을 우리가 일깨웠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연출자의 설명처럼 ‘용의 눈물’이 이성계의 시선에서 역사를 바라보고 있다면 ‘정도전’은 정도전의 시각에서 역사를 풀어내고 있다. 조선 건국사라는 소재를 그려내고 있으면서도 인물관계나 줄거리가 다르게 다가오는 이유다.

‘용의 눈물’이 이성계의 조선 개국 과정에 초점을 맞췄다면,’정도전’은 정도전이 유배 생활을 하면서 민초들의 생활을 경험하고 혁명을 결심하게 되는 모습을 통해 그가 이상을 품게 된 배경부터 살핀다. ‘용의 눈물’은 위화도 회군으로 드라마가 시작하지만 ‘정도전’은 공민왕의 죽음을 오프닝으로 잡은 것도 이 때문이다. 조선 개국사에서 위화도 회군이 결정적인 사건이지만, 정도전의 입장에서는 공민왕의 죽음이 새로운 세상을 꿈꾸는 계기가 됐을 것이라는 해석이다.

#’정도전’의 이성계도 ‘용의 눈물’과 달라

‘용의 눈물’에서 태종 이방원 역을 맡아 1997년 KBS 연기대상 대상을 수상한 유동근이 ‘정도전’ 에서는 태조 이성계를 맡아 화제가 되기도 했다. ‘용의 눈물’에서 태종 이방원 아들 충녕대군(훗날 세종)으로 출연했던 안재모가 이번 ‘정도전’에서는 이방원으로 출연한 것도 흥미롭다.

‘용의 눈물’에서 이성계가 자신안의 야망을 감추지 않고 드러냈다면, ‘정도전’에서 이성계는 거친 함경도 사투리를 사용하며 인맥으로 얽힌 고려 조정과는 큰 인연이 없는 우직한 장수의 이미지가 강했다. 권력을 추구하기 보다는 선택의 결과를 먼저 생각하고 고뇌하는 모습도 자주 그려진다. 이는 시대의 변화에 따라 변화한 리더상을 보여주고 있다.

‘용의 눈물’이 역사적인 사실에 근거해 인물의 성격으로 전형적으로 그려낸 만면, ‘정도전’은 상황에 따라 입체적으로 변화하는 점도 눈길을 끈다. ‘용의 눈물’에서 이성계는 야심차고 추진력 있는 인물로, 정도전은 역성 혁명에 강한 신념을 지닌 인물로 일관되게 표현됐다. ‘정도전’은 인물이 처한 상황과 경험에 따라 신념이나 자세가 변화하는 모습을 자연스럽게 그려내는데 주력한다.

‘용의 눈물’이 그리는 이방원과 ‘정도전’이 그리는 이방원도 다르다. 이방원은 혁명의 걸림돌이 되는 정몽주를 제거하고 아버지를 왕으로 추대했다.’용의 눈물’에서는 그런 이방원을 역사적인 흐름에 따르는 인물로 그렸지만 ‘정도전’에서의 이방원은 정도전과 사상적으로 대립하는 모습을 자주 보여줬다.

이는 정도전과의 관계에 따라 인물들에 대한 묘사도 큰 영향을 받는 것. 한때 정도전의 최고 정적이었던 이인임(박영규)도 ‘정도전’ 초반 비중있는 캐릭터로 등장한 것도 이 때문이다. 이인임은 때로 정도전 조차 할말을 잃게 만드는 설득력있는 언변을 뽐냈고, 노련한 술수로 시청자들을 감탄하게 했다. 이미 알고 있다고 생각했던 역사가 정도전의 시각에서 전혀 다르게 재탄생한다.

글. 최보란 orchid85a@tenasia.co.kr
사진제공. KB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