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회’의 또 다른 주인공, 김소형 피아니스트

김소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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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편성채널 JTBC 월화드라마 ‘밀회'(극본 정성주 연출 안판석)에는 보이지 않는 위치에서 드라마를 빛내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 ‘밀회’의 클래식 슈퍼바이저이자 김희애의 대역을 맡고 있는 김소형 피아니스트가 그 숨겨진 주인공이다. 김소형 피아니스트는 ‘밀회’에 등장하는 클래식 곡들의 선정부터 편곡, 음악 싱크 점검까지 클래식과 관련된 모든 일을 담당하는 슈퍼바이저이자, 배우들과 대역들의 피아노 레슨까지 몸이 열 개라도 모자를 정도로 바쁜 일정을 소화 중이다.

22일 ‘밀회’ 측은 김소형 피아니스트와의 인터뷰를 공개했다.

-밀회라는 드라마에 합류하게 된 계기는?

“드라마 기획 초반부터 제작사 대표님과 기획사 소개로 합류하게 됐다. ‘베토벤 바이러스’나 ‘노다메 칸타빌레’와 같이 음악이 중요한 작품이라고 해서 흔쾌히 참여했다.”

-곡을 선정할 때 어떤 점에 중점을 두고 선정하시는지? 음악의 유래, 의미까지 다 고려해서 하는지 궁금하다.

“현재 10부까지 방송됐는데 지금까지 적지 않은 곡들이 나왔다. 선곡은 대본을 보고 작가님과 감독님이 그리시는 그림에 어울릴 만한 곡으로 선곡해서 드리고 있다. ‘슈베르트 판타지아(Schubert Fantasy in F minor D.940)’, ‘모차르트 알레그로’처럼 작가님이 대본에서 지정해 주시는 곡도 있고 ‘작은별’처럼 감독님께서 선곡하신 곡도 있다. 내가 선곡해 드린 곡을 작가님과 감독님께서 마음에 들어 하시고 시청자분들의 반응도 좋다고 하니 즐겁게 선곡을 하고 작업을 할 수 있다.

곡을 선정할 때는 이미 전체적으로 그려 놓은 그림 안에서 그 상황에 맞는 음악 리스트를 다 뽑고 그 곡이 배역과 내용에 어울리는지 다시 한번 따진 후 2, 3곡이 남으면 그 곡의 배경, 유래를 따져보기도 한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건 배역과 극의 흐름과 어울리는지 여부이다. 신기한 것은 선곡을 해 놓고 보면 그 유래와 대부분 기가 막히게 들어 맞다는 것이다. 역시 예술은 인간의 삶에서 나오고 그 느낌은 모두에게 함께 공유된다는 사실을 새삼 다시 느낀다.”

-선재(유아인)의 피아노 연주 스타일은 어떻다고 설정했는지 궁금하다.

“내가 구상한 선재는 태생부터 피아노를 치기 위해 필요한 조건들을 모두 갖추고 있는 데다가 어릴 적부터 예술혼이 닮길 수밖에 없는 삶을 살아온 사람이었다. 그에 따른 열정과 집념, 탐구, 노력이 뒤따른 캐릭터였기에 강한 느낌의 개성 뒤에 깊이 있는 음악성으로 청중을 휘어잡는 스타일이길 바랐다. 흔히 세대에 따른 음악적 해석이나 연주법에 있어서 유행을 따르는 젊은 피아니스트가 아닌 악보가 무얼 말하는지 작곡자의 의도에 따라 자신의 삶을 담은 충실한 느낌으로 표현하는 피아니스트이길 바랐다.”

-선재 캐릭터가 참고한 실제 피아니스트가 있는지?

“없다. 처음 기획단계에서 캐릭터를 만들어 갈 때 유아인에게 마음에 드는 피아니스트를 고르라고 하면서 참고하려고 했다. 하지만 연습 과정에서 어느새 선재만의 캐릭터가 새로 생기게 됐다.”

-드라마 속에서 가장 힘들었던 곡이나 가장 좋았던 곡은 무엇인지.

“‘슈베르트 판타지아’가 가장 힘들면서도 좋았다. 이 곡은 원래 20분이 넘는 곡이다. 안판석 감독님께서 주인공들의 감정선에 따라 기승전결 5분 정도의 곡으로 만들었으면 하는 요청사항이 있으셔서 시간을 좀 줄이기로 했다. 급작스럽게 진행된 상황이라 유아인 대역을 맡고 있는 송영민 피아니스트의 도움을 받아서 밤새 만들었던 편곡이 드라마에 나온 그 곡이다. 그렇게 고생했던 곡이 드라마를 통해 큰 화제가 돼서 무척 뿌듯했다.”

-‘슈베르트 판타지아’이 대단한 화제가 됐는데 앞으로도 중점에 두는 곡이 있는지

“앞으로 선재의 삶과 함께 성장해 가는 그의 음악 세계를 표현할 수 있는 곡이 나올 것이다. 그런 면에서 전체적인 그림을 그리고 있다. 전체적인 드라마 색을 따라가는 것도 있고 선재 캐릭터도 있고 해서 아끼고 있는 곡들은 있다. 구체적인 부분은 드라마를 통해 확인해 주셨으면 좋겠다.”

-대역 피아니스트로서 에피소드는?

“내가 원래 연주 스타일이 와일드한 편이다. 그렇기에 피아노 연주 신에서 김희애 씨의 부드러운 이미지와 몸 동작에 와일드함을 입혔어야만 했다. 특히 라흐마니노프 협주곡을 연주했을 때 강하게 손과 팔로 꽝꽝 내리찍으며 연주하는 것이 여배우로서 굉장히 힘들었을 것이다. 아무 말없이 열심히 따라와 준 것에 대해 김희애 씨에게 너무 감사하다.”

-피아니스트, 클래식 슈퍼바이저, 대역 피아니스트 중 어느 부분이 가장 재밌었는지 궁금하다.

“모두 즐겁고 뿌듯한 일이지만, 현재 드라마 일을 하는 동안은 클래식 슈퍼바이저 일이 정말 재미있고 흥미롭다. 피아노만 치다가 글과 영상, 연기 그리고 음악이 함께 어우러지는 드라마라는 종합예술에 참여한다는 점이 너무 재미있다.“

글. 최예진 인턴기자 2ofus@tenasia.co.kr
사진. JTBC